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7
5. 비무
지구였다면 중학교에나 다닐 나이들이지만, 과연 무인들이라 그런지 TV 속 프로 격투기 선수들의 대회를 보는 것처럼 수준 높은 공방이 오고 간다.
소종천은 슬쩍 곁눈질로 모용설호의 모습을 살폈다.
‘이 녀석이 저기 싸우는 놈들보다 강하다고? 끄응…… 이거 개 패듯 맞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저런 격렬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에 살짝 기가 죽었다.
본인도 무공을 익힌 몸은 맞지만, 그 경험이 자신이 쌓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억을 공유받고 있다지만 직접 익힌 것처럼 능수능란하게 써먹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긴 했다.
‘에잇, 이제 와서 우는 소리 해봐야 달라질 것도 없으니.’
소종천은 잠시 망설이다가 소지품창을 열어 감정서를 눌렀다.
아무에게나 감정서를 낭비하고 싶진 않았지만, 비무 상대의 정보가 어떨지 궁금했다.
[감정 성공.]대상을 지정하자 곧바로 상대의 정보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이름 : 모용설호] [별호 : 없음] [재능] [오성 6.89] [근골 9.01] [감각 7.04] [내공 1.98] [무공] [건공천강심법 ?성] [천운삼검 ?성] [일엽락 4성] [비려십오검 ?성] [벽파권 5성] [현문구검 2성]‘이름을 본 듯한 무공들이네. 모용세가라면 확실히 내가 읽었던 무협지들에서 몇 번 나오긴 했지. 능력치는 나보단 확실히 높고, 한사혜와 비슷한 정도인가.’
모용설호의 정보를 확인한 소종천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한사혜도 그렇고 또래 중 최상위권은 저 정도 능력치란 거군. 내 능력치는 하위권에 속할 테고. 그래도 감각 능력치는 저놈이나 한사혜보다 내가 높긴 한데,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잘 알지도 못하니.’
표본이 너무 적다.
능력치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정서를 사용해 봐야 할듯하다.
‘문제는 역시 돈이지. 감정서 가격이 10은 정도였으면 맘 놓고 썼을 텐데, 100은씩이나 하니. 보상을 주는 임무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지만 어떤 원리로 임무가 발생되는지도 모르겠으니 원.’
정보창을 확인하는 와중에 첫 번째 조가 빠지고 두 번째 조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이후 순서대로 비무가 이어지는 동안, 소종천은 모용설호의 정보창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추려내 보았다.
‘감정비가 싸진 않지만, 상대가 익힌 무공을 알 수 있다는 건 도움이 되겠는데.’
성취도를 전부 알아볼 순 없지만, 일단 절반인 5성까진 표시가 되어 있다.
물음표로 표시되는 건 최소 6성 이상이라는 뜻.
그리고 모용설호의 무공 중 권법으로 보이는 것은 5성의 벽파권 하나뿐이다.
‘저 녀석의 권법은 5성, 내 추영권은 8성. 권법의 숙련도는 내가 우위인데? 의외로 해볼 만할지도?’
물론 무림의 명문세가에 속하는 모용세가의 권법과 이름 없는 무가의 가전 무공을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맥없이 지지는 않을 거란 희망이 살짝 생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알림이 떠올랐다.
[임무 : 배움의 길을 완료했습니다.] [300은 획득.]“아?”
갑작스러운 임무 완료에 당황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수업에 참석하라는 조건이었지? 아직 내 차례는 아니지만, 수업을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난 거로 참석 인정이 된 모양이구나.’
보상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300은이 더해져 이제 1100은.
소종천은 바로 보물 뽑기를 사용했다.
[인급 보물 상자 1개를 개봉하시겠습니까?]‘물론이지. 돌아라! 돌림판!’
자신에게만 보이는 원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금 같은 은색과 소량의 동색, 그리고 큼직한 범위의 무색 칸들.
‘은색은 무리겠지만, 하다못해 동색이라도 걸려봐라!’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전체에서 1할이나 차지할까 싶은 크기의 동색 칸에서 방향표가 멈추었다.
‘오오!’
[동색 무공 당첨!]‘응? 이번엔 영약이 아니고 무공이야?’
알림을 확인하고 바로 소지품창을 열어 감정서를 눌렀다.
물음표가 떠 있는 동색 구체가 한 권의 책으로 모양이 변한다.
[감정 성공.] [추혼퇴 비급 획득.]‘음…….’
반야신공을 익힌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던 참이라, 책을 보자 괜히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이건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게임의 아이템.
영약처럼 그냥 사용하는 것만으로 무공을 익힐 수 있는 것이 분명하다.
‘추혼퇴, 발차기 기술이네. 이런 건 바로 써야지.’
권이 주가 되는 수업이긴 하지만 발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법, 장법, 조법, 각법 등.
무기를 쓰지 않는 맨몸을 이용한 전투에 관해 지도하는 수업이니, 추영권에 더하여 쓸 수 있는 패 하나가 늘어나는 셈.
비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추혼퇴 비급을 사용하시겠습니까?]주저 없이 승낙한다.
그러자 한 번 더 알림이 떠올랐다.
[무공 습득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비급을 통해 임무를 완료하시겠습니까?]“아.”
뽑기의 결과물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에 깜박 잊고 있었다.
친절하게 알림이 떠주지 않았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임무와 별개로 비급만 사용할 수도 있는 건가?’
확인해 보니 무공 습득 및 임무 완료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비급을 사용해 무공은 습득하지만, 임무에 반영하지 않는 선택지도 있었다.
확인 알림도 그렇고, 똥겜 답지 않은 의외의 배려다.
물론 이대로 임무를 마치고 보상을 받아서 나쁠 건 없다.
다만, 어떤 무공을 습득하느냐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동색 등급의 무공이라. 끄응…… 반야신공을 이렇게 등급으로 치면 어떤 색일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동색보단 보상이 더 클 것 같은데.’
고민하던 소종천은 결국 임무 유예를 선택했다.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지만 당장 반야신공을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 좀 더 두고 볼 생각이었다.
임무를 유예하고 비급을 사용하자, 머릿속으로 추혼퇴라는 무공에 대한 지식이 흘러 들어왔다.
영약을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기묘한 느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알림이 떠올랐다.
[추혼퇴 3성 습득.]“3성?”
당연히 1성부터 시작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런데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 1성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자 3성이란 수치가 괜히 아쉽게 보인다.
‘기왕 주는 거 바로 10성이면 좋았을 텐데.’
누가 들었다면 혀를 차며 손가락질을 할 도둑놈 심보.
소종천은 이제 자신의 것이 된 추혼퇴의 지식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추혼퇴는 일종의 반격기에 가까운 하나의 초식으로, 굉장히 단순하지만 상당한 위력을 담은 무공이었다.
‘딱 하나의 초식으로만 이루어졌다라, 비장의 한 수로 쓰이는 무공이라 봐야겠네.’
뽑기를 통해 얻은 무공이라는 것은 꽤나 독특한 느낌이었다.
무공에 대한 이해도 자체는 10성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 전부 알고 있는데, 실제로 몸으로 펼칠 수 있는 건 알림의 수치대로 3성이 전부다.
‘10성과 3성의 위력은 천지 차이지만 그래도 당장은 큰 도움이 될 거야. 아무튼, 지식으로나마 올바른 길을 알고 있으니, 수련을 통해 성취도를 올리기는 훨씬 쉽겠네.’
감도 잡히지 않는 반야신공보다는 확실히 뽑기로 습득하는 무공이 성취도를 올리기 쉬워 보인다.
곧 대련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지라, 이렇게 바로 써먹을 만한 무공이 나와 준 것이 반갑기도 하다.
앞에 조들의 대련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소종천과 모용설호의 차례가 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포권지례를 취했다.
“모용세가의 모용설호. 벽파권으로 상대해 주지.”
“소종천. 추영권을 익혔다.”
익힌 무공을 전부 말해야 되는 것은 아니기에, 추혼퇴에 대해선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이 거리를 벌리고 각자 자세를 취한다.
‘후우, 막상 이렇게 서니 꽤나 긴장되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다 온 평범한 시민이었기에, 새삼 긴장감이 들어 어깨가 굳는 기분이 들었다.
목숨을 건 생사투가 아니라지만 부상의 위험이 없는 게 아니니, 폭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후우, 후…….”
[임무 발생!]“후웩?”
호흡을 가다듬던 소종천에게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이런 순간에?’
[첫 비무] [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십시오.] [보상 : 비무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비무를 치르기만 하면 보상을 주는 거야? 거, 고맙네.’
승패에 상관없이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임무.
다만,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이라고 쓰여 있으니, 당연히 패하거나 비기는 것보단 이기는 것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종목이든 그냥 하는 것과 보상이 걸려 있는 것은 집중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법.
‘승리는 몰라도 맥없이 패하지만 않도록 근성으로 버티자!’
임무가 생성된 덕분에 절로 흔들리던 정신을 다잡으며 과해질 뻔했던 긴장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전의를 끌어올리는 소종천의 귀로 한 줄기 음성이 들려왔다.
“준비되었으면 시작해라.”
추오명의 지시.
그와 함께 비무가 시작되었다.
“와라.”
모용설호가 거만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까딱거린다.
선수 필승이라는 말이 있듯, 이런 대결에서도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유리한 형세를 점하기 쉽다.
소종천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모용설호이기에 고수가 하수를 대하듯이 선공을 양보한 것이다.
‘새끼…… 절대 질 리가 없다는 얼굴이네.’
재능과 익힌 무공들의 수준은 저쪽이 더 높다는 것이야 정보창을 통해 확인하긴 했지만, 눈앞에서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자니 살짝 열이 오르긴 했다.
‘버티기만 한다는 건 취소. 거기에 추가로 제대로 된 한방을 어떻게든 먹여주고 싶네.’
소종천은 각오를 다지며 먼저 움직였다.
“핫!”
땅을 박차며 기합과 함께 정권을 내지른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수련하며 몸에 배인 익숙한 형.
정신과 육체의 괴리 때문에 자잘한 기억들은 아직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무공을 펼치는 것만은 경험을 제대로 흡수했는지 상당히 자연스럽다.
“훗.”
모용설호가 코웃음을 치며 반보 옆으로 움직여 주먹을 피해냈다.
상대가 반격할 틈을 주지 않도록 소종천은 계속해서 연환 공격을 이어갔다.
인중(人中), 염천(廉泉), 수월(水月).
인체의 중심선에 놓인 급소들을 노리고 가해지는 공격들.
하지만 한 번도 명중하지 못하고 계속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다.
‘아냐,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게 아니라 저 녀석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여유롭게 피하는 거다. 망할…… 내 공격이 전부 읽히고 있다는 소리인데.’
수련용으로 만들어진 기초 무공인 추영권은 우직하기만 한 정초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용자가 노련한 무인이라면 적당히 변초와 허초를 만들어 가미하기라도 할 텐데, 소종천은 계속 홀로 수련을 거듭하기만 해왔던지라 실전 경험이 굉장히 미비하다.
그러니 명가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온 모용설호가 그런 단순한 공격에 맞아줄 리가 없는 것이다.
“너무 뻔해서 놀라울 정도군.”
가벼운 발놀림으로 몇 차례 공격을 흘려보낸 모용설호가 반격을 시작했다.
손날을 세워 눈을 찌를 것처럼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공격에 소종천이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쳐내려는 순간.
“단순하고.”
모용설호가 동작을 바꾸며 반대편 주먹으로 옆구리를 가격했다.
뻑!
“큭!”
욱신거리는 통증에 뒤로 물러나려는데 그보다 빠르게 모용설호의 공격이 이어졌다.
“느리고.”
찌릿.
오른쪽 소흉근 근처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찔린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가볍게 말아 쥔 주먹을 내민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용설호.
벽파권에서도 가장 쾌속한 속도를 자랑하는 섬전벽파의 초식에 당한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권이 아니라 창 같은 것에 찔린 줄 착각할 뻔했다.
“으극!”
주요혈도에 맞았는지 일순 오른팔이 마비된 듯한 느낌에, 소종천은 이를 악물며 전력을 다해 왼팔로 주먹을 휘둘렀다.
상대의 공세를 끊기 위한 시도.
운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내력을 주먹에 싣자, 단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맥없군.”
그러나 소종천의 온 힘을 다한 공격에도, 모용설호는 하찮다는 듯한 얼굴을 하며 느릿하게 보이는 권격을 마주 내질렀다.
주먹과 주먹이 부딪힌다.
쾅!
내공이 가득 실린 일격 간의 충돌에, 피륙으로 이루어진 주먹끼리 부딪친 것 같지 않은 소음이 발생했다.
뽑기로 무림최강 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