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79
40. 혈전(3)
위압감을 풍기는 웅혼한 기운이 실린 포효.
그와 동시에 사납게 달려들던 강시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으윽!? 네놈은 누구냐!”
“알 필요 없으니 그냥 뒈지시지!”
전장의 한복판에 소종천이 뛰어들었다.
사법을 깨뜨리는 사자후의 공능은 강시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방금까지만 해도 광인처럼 날뛰던 강시들이, 가만히 서 있는 허수아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변한다.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강시들의 사이를 파고들어 빠르게 지나친 소종천이, 뒤편의 마인에게 접근해 강맹한 권격을 퍼부었다.
“크아악!”
일류의 중간 단계쯤에 위치한 경지의 마인.
당연히 그런 수준으로는 소종천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마인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금방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강시는 잔뜩 몰려 있더니, 어째 약한 놈 하나만 있네.”
적을 격살하고 두리번거리던 소종천은 홍려아와 눈을 마주치고 입을 열었다.
“사형은 어디 있어요?”
“응? 어? 아아, 할아버지? 나도 못 봤어.”
“끄응! 다른 쪽에서 마인들과 싸우는 건가. 슬슬 혼자서 하기엔 내력이 쪼들리는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은 소종천은, 홍려아에게 한마디 말을 던지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놈들 처리는 맡깁니다!”
“어? 뭘…… 아!”
살짝 넋이 나간 듯 서 있던 홍려아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의 강시들을 쓰러뜨렸다.
어기적거리며 느리게 움직이는 강시들을 전사들과 함께 전부 해치운 홍려아는, 부상자들을 수습하라 지시하고 소종천이 사라진 방향을 다시 쳐다보았다.
‘뭐였지, 그건.’
방금의 포효를 다시 한번 떠올린 홍려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강대한 수컷의, 마음을 뒤흔드는 강렬한 울음소리였다.
“읏…… 조금 지렸나.”
몽롱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홍려아는 이내 살짝 달아오른 뺨을 세차게 문지르고는, 아직 싸울 수 있는 전사들을 선별했다.
‘다른 적들이 더 있을 거란 듯이 말했었지?’
침입자들의 격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홍려아는 남은 전사들을 이끌고 소종천이 달려간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 * *
‘적이 이렇게나 많다니. 마교 놈들이 대체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강시와 마인들이 보이는 족족 때려잡으며 이동하던 소종천은, 너무 많은 적의 숫자에 의문을 품었다.
중원 무림에 속한 곳도 아니고 새외의 변방일 뿐인데, 어째서 이런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마 이것도 나 때문에? 내가 중원을 벗어나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과한 망상이겠지만 워낙 사건에 자주 얽히다 보니,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종천의 안색이 좋지 않게 변해간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그게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무거워진다.
움직이면서 눈으로 본 것만 해도 벌써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던가.
‘기분 더러워지게 만드네.’
분노의 화살은 금방 마교의 세력으로 향했다.
‘무슨 짓을 해도 마교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그건가? 얌전히 성장하기를 기다려주지도 않겠다는 거고 말이지. 이런 엿 같은 세계!’
소종천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곱씹으며, 마기가 느껴지는 방향을 찾아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한참을 움직이다 보니 짙은 마기와 함께 익숙한 기운이 탐지되었다.
‘심 사형이구나! 마인들과 한창 싸우고 있는 모양인데.’
더욱 속력을 내어 한달음에 달려간 소종천은, 다섯 명의 마인을 상대로 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심익한을 발견했다.
세기도 어려운 숫자의 박살 난 강시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고, 마인으로 보이는 자들의 시체도 몇 구가 바닥에 흩어져 있다.
‘마인들이 이쪽에 잔뜩 몰려 있었군. 싸우고 있는 놈들은…… 일류 넷에 절정급이 하나인가.’
심익한은 그런 마인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전투력을 뽐내며, 시체제조기라 불러도 어울릴 법한 활약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내력만 절정급에 발을 걸친 소종천과 달리, 완숙한 절정의 경지를 이룬 전직 소림의 무승.
다만 다 살피기도 어려운 규모의 전투흔적을 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힘을 쏟아내고 있던 그는 슬슬 지쳤는지 힘겨운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커허어엉!
심익한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소종천은 그를 돕기 위해 곧장 사자후를 터뜨렸다.
“허억!”
“끅!”
소종천의 접근을 눈치채긴 했지만, 이런 식의 공격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마인들.
마기가 흩어지며 기혈이 뒤엉키자, 하나같이 경악성을 뱉으며 자세가 무너졌다.
“이건 사자후!? 크하핫! 역시 대단한 사제로다!”
소종천의 출현에 반색하며 웃음을 터뜨린 심익한은, 적들에게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가까이 있던 마인 두 놈의 머리를 단숨에 깨부쉈다.
“돕겠습니다.”
“고맙네!”
소종천이 가까이 합류하고 나서야 사자후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마인들이, 주춤거리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크윽! 이건 무슨 무공이지!?”
“늙은 놈 하나로도 쉽지 않은 판에…….”
이윽고 마인들은 몸을 돌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심익한 한 사람을 상대로도 굉장히 어렵게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만만치 않아 보이는 소종천까지 합세했으니 승산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
“엇! 이것들이?”
“놔줄 것 같으냐!”
당연히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는 두 사람은 마인들의 뒤를 쫓았다.
‘이왕이면 점수가 높은 놈으로.’
도망치는 세 마인들 중 절정의 경지인 마인을 목표로 잡은 소종천이, 신법을 펼침과 동시에 외쳤다.
“저놈은 제가!”
“……알았네. 조심하게!”
잠깐 머뭇거리던 심익한은 소종천을 믿기로 하고 다른 두 마인을 쫓았다.
빠르게 발을 놀리던 소종천이 손가락을 튕겼다.
탄지신통의 기탄들이 마인의 등을 향해 쏘아졌다.
“큭!”
소리도 나지 않는 등 뒤에서의 공격이었지만, 역시나 절정 고수의 기감은 초인적이긴 하다.
마인은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좌우로 몸을 흔들며 기탄을 피해낸다.
그렇지만 맞추지 못해도 상관은 없었다.
저렇게 연달아 회피 동작을 취하는 만큼, 결국 속도를 내지 못하고 따라잡힐 수밖에 없을 테니.
달아나던 마인도 그런 생각을 떠올렸는지, 잠시 뒤 도주를 멈추고 인상을 구기며 소종천을 노려본다.
“귀찮은 놈! 죽고 싶은 게 소원이라면 원하는 대로 해주마!”
대단한 고수였던 늙은이가 이쪽으로 따라오지 않았으니, 제법 실력은 있는 모양이라지만 어린놈 하나쯤은 상대하는데 문제없으리라 여겼다.
“죽기는 새꺄! 오래오래 살 거다!”
몸을 돌려 반격을 하려는 마인에게 접근한 소종천이, 짧게 사자후를 터뜨렸다.
크헝!
음파에 내공을 실어 퍼뜨려야 하는 사자후는 다른 칠십이종절예들 못지않게 기의 소모가 심해, 연달아 사용하기가 어렵고 기혈에도 무리가 간다.
그렇지만 대상이 지근거리에 있는 한 사람뿐이라면, 그쪽 방향으로 기운의 발산을 집중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짧게 끊어 뱉은 사자의 포효는 전력을 다한 것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순 없지만, 잠깐의 틈을 만들어 내기에는 충분했다.
‘이게 마인들을 상대로는 진짜 끝내주는 무공이구만!’
움찔하며 동작이 조금 느려진 마인의 품으로 파고든 소종천은, 그대로 발을 구르며 전신을 비틀었다.
호권의 형.
백호추산(白虎推山).
소림오권을 처음 익혀 성취도가 낮았을 때도 여러 번 써먹었던 초식이다.
‘예전에는 많이 어설펐지.’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동작은 기존의 초식과 조금 달라 보였다.
8성의 성취란 그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완전하진 않아도 최고 단계에 접어들었다 여겨지는 소성의 수준.
거기에 정통 무승이자 소림 무공의 진수를 이어받은 방장의 제자였던 심익한의 지도가 더해지며, 이전보다 더욱 발전한 소종천이다.
진각을 통해 지면에서 생겨난 충격이 하체에서 상체로 전해지고, 관절 전체가 조금씩 비틀리며 나선의 흐름으로 타고 올라간 힘이 최종적으로 어깨에 전달되었다.
몸의 탄성을 최대한 이용하여 작용 반작용의 힘이 전해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위력을 최대한으로 증폭시킨다는 발경(發勁)의 원리.
그중에서도 전사경(纏絲勁)이라 불리는 고급 단계의 수법 중 하나다.
내력이 더해지며 증폭된 힘이, 상대의 가슴팍에 부딪히며 어깨를 통해 분출되었다.
퍼엉!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마인의 신형이 뒤로 날아갔다.
영물 백호가 산을 밀어 허물어버린다는 이름에 진정으로 걸맞은 위력.
“꺼헉!”
마인의 흉부가 함몰되며 산산 조각난 늑골이 장기를 찌른다.
몸이 굳은 와중에도 최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반응 동작으로 즉사는 면했지만, 충분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부상을 입은 마인이 피를 한 바가지 토해냈다.
“절정의 경지에 도달했어도 더 열심히 수련했어야지. 하다못해 중간단계쯤의 수준만 되었어도, 이렇게 쉽게 나한테 당하진 않았을 텐데.”
“끄으으…….”
중상을 입고 비틀거리는 상대에게 이죽거리며 다가가는 소종천.
절정이라는 고위의 경지에서부턴 한 걸음이라도 더 성장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경험해 보지 않았어도 대충 짐작할 수 있긴 하다.
그렇지만 어차피 약을 올리기 위해 하는 말이니, 나오는 대로 가볍게 지껄인다.
“끄아앗!”
심한 부상에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마인은,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내뱉으며 발악적으로 달려들었다.
죽더라도 동귀어진을 할 생각으로 진원진기까지 끌어다 쓴 마인의 눈에 흉흉한 귀기가 서렸다.
“읏차! 이런.”
죽자고 달려드는 상대를 피해, 소종천은 불영선하보를 최대로 펼치며 몸을 내뺐다.
어차피 가만둬도 죽을 상대인데 굳이 위험할 수 있는 박투를 벌일 필요는 없다.
“어허이! 그냥 얌전히 뒈지시지, 뭘 그렇게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냐?”
요리조리 몸을 피하며 간간이 탄지신통을 쏘아대며 마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소종천.
“끄으, 이런 치졸한 자식이! 무인답게 싸워라!”
“응, 뭐라고? 저승 편도행 확정인 놈이 하는 말이라 잘 안 들리는데?”
“흐아악!”
까불거리며 주변을 맴도는 소종천의 모습에 피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마인.
하지만 결국 소종천에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못하고, 진기가 고갈되어 쓰러지고 만다.
[업적 점수 410점 상승.]‘그래도 제법 점수를 주네.’
앞에서 잡은 형제 마인보다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전투 중간에 개입한 것을 감안하면 꽤 점수가 오른 것 같다.
상대를 처리하고 나자, 다른 방향으로 적을 쫓았던 심익한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새 다 해치우고 찾아오기까지 하시네.’
저쪽은 두 명이긴 했어도 일류 수준의 마인이었으니, 따라잡아 마무리하기가 어렵진 않았나 보다.
“사제! 다치진 않았는가?”
“무사합니다. 이 녀석 별거 없던데요?”
“으음. 그래도 경지가 낮지 않은 적이었거늘. 하긴…… 사제도 이미 절정에 준하는 내력을 갖추었고, 하나도 익히기 어렵다는 절예들을 몇 가지나 익혔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일세.”
“상태는 좀 어떠십니까? 적이 다른 곳에도 있을 수 있으니 돌아다니면서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 사형이 사제에 비하면 늙긴 했어도 아직 팔팔하다네. 어서 움직이도록…… 으음!”
“엇……!”
짧게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한쪽으로 향했다.
사이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감각을 자극했기 때문.
두 사람의 시야에 짙은 마기를 풀풀 풍기며 다가오는 하나의 신형이 잡혔다.
소종천은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저놈은…… 쳐들어온 마교 놈들의 대가리인가? 이런 숨이 막히는 기운이라니.’
기괴한 형상을 한 묵색의 철장을 손에 쥐고 굉장한 속도로 날아오듯 접근한 마인.
“이런! 고작 야만인 놈들을 제압하는데 왜 이리 뒈진 놈들이 많은가 했더니.”
붉은 혈광을 뿜어내는 눈이 소종천과 심익한을 훑었다.
“역겨운 중놈들은 전부 찢어 죽인 줄 알았는데, 설마 남은 찌꺼기들이 이런 곳에 숨어 있었을 줄이야. 이걸 손해라고 해야 할지 이득이라 여겨야 할지 모르겠군. 클클.”
웃음소리에서조차 자연스럽게 마기가 흘러나와 신경을 자극해온다.
다른 마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자임이 분명해 보였다.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으로 경지를 짐작한 소종천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망할! 이 정도라면…… 곽진 교관님 이상이다.’
거의 초절정에 가까운, 절정의 극에 달한 경지.
소종천이 만나본 사람 중 가장 강했던 곽진보다도 한 수 위에 있는 존재였다.
심익한과 합공을 한다 해도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
소종천은 반사적으로 뽑기창을 띄웠다.
계속된 전투로 이미 내력을 상당히 소진한 상태다.
이대로는 승산이 높지 않아 보이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업적 점수 1,000점 소모.]영웅 뽑기의 원판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뽑기로 무림최강 8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