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80
41. 귀마
[임무 발생!]뽑기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자니 알림이 떠오른다.
몇 달 만에 생겨난 임무의 알림.
[오악 귀마 처치] [마교의 오대장로 중 일인, 귀마를 제거하십시오.] [보상 : 350금, 15청강석, 대오의 서 2개]내용을 확인한 소종천의 눈이 가늘어졌다.
‘보상이 이 정도라. 역시나 보통 놈이 아니었네.’
설명에 있는 오대장로라는 명칭만 봐도, 마교의 최고위 간부 중 한 자리를 차지한 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라진 교주를 대신해 마교를 이끌고 있는 부교주.
귀마는 그 바로 아래에 위치한 다섯 명의 대장로 중 한 사람에 속한 마인이다.
[지급 영웅 당첨!]임무를 확인하고 있자니 뽑기의 결과가 나왔다.
‘지급…… 이걸로 될까?’
알림을 확인한 소종천의 눈가가 살짝 찡그려진다.
그나마 인급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한데, 과연 평범한 절정의 경지로 상대할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
절정의 고수에게 평범하다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상대가 그만큼 위험해 보이는 거물이었다.
[창룡후 송하연의 힘이 깃듭니다.]알림과 함께 영웅의 기억과 내력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여자? 이런.’
절정의 경지에서 보기 드문 여성 무인.
소종천은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전해진 기억에 담겨 있는 무공들이, 자신이 사용할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었기 때문.
하필 창룡후가 익힌 무공이란 것이, 어떤 특이한 체질을 가진 이만 펼칠 수 있도록 특화되어 만들어진 무공이었다.
특별한 근골과 체질을 가진 여성만 익힐 수 있는 일인전승의 무공.
‘무공 쪽은 써먹을 수 없겠네. 그래도 내력은 나쁘지 않아.’
단전을 가득 채우는 기운을 확인한 소종천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찡그린 표정을 풀었다.
100년가량의 막대한 내공.
창룡후는 절정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경지의 무인이었다.
무공의 도움은 받을 수 없어도 내력만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소종천이 자신의 몸에 깃든 힘을 파악하고 있는 동안.
“괴상한 형태의 묵색 철장, 거기에 저만한 경지라니. 설마…… 귀마란 말인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심익한이 말을 꺼냈다.
“호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가 몇 년이 지났는지도 기억나지 않거늘, 나를 곧바로 알아보는군.”
주름이 잔뜩 잡혀 있는 입가가 움직이며 웃음기를 띈다.
자신의 말에 긍정하는 대답에, 심익한이 주먹이 꽉 쥐고 안색을 굳혔다.
별호가 붙은 마인들 중에서도 가장 위험했던, 오악(五惡)이라 불린 마교의 고위급 인사 중 하나.
한창 젊을 때였긴 해도 천마의 난을 경험했던 심익한이, 알아보지 못할 리 없는 인물이었다.
‘저 노괴물이 아직 살아 있었다니. 과거에도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한 정도가 아니었던가.’
심익한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 긴 세월 동안에도 초절정의 벽을 허물지는 못한 모양이지만, 그렇다 해도 자신이 대적하기 힘든 상대임은 분명하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재가 아닐까 싶은 어린 사제가 함께 한다지만, 이길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 보였다.
심익한의 입이 열렸다.
-사제, 도망치게. 우리가 당해낼 수 없는 상대일세. 내가 시간을 벌어보겠네.
내력으로 음파의 진동을 조절해 원하는 대상에게만 목소리를 전달하는 전음입밀의 수법.
자신이 포기해야 했던 소림의 부활을 이뤄줄 기재라 여기는 소종천을 살리기 위해, 심익한은 낮은 가능성을 보고 같이 싸우는 대신 희생을 선택했다.
심익한의 목소리가 전해지자 소종천이 위기의 와중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시긴.’
소종천의 입이 열렸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죠. 힘을 합치면 이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연습한 적은 별로 없지만 전음은 일류의 경지에 해당하는 내공만 있다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법이다.
그렇기에 소종천 역시 어렵지 않게 전음을 펼쳐 심익한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제가 잘 모르기에 하는 소리네! 오악 중 하나를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지만, 그들의 손에 죽은 무인이 셀 수도 없이 많단 말일세!
-위험하단 것쯤은 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인간, 초절정의 경지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요? 힘을 합치면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소종천의 말에 심익한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같은 단계의 경지라 해도 중상위권에 속한 심익한과 극한에 다다른 귀마의 차이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억지 부리지 말게! 아무튼, 내가 신호를 보내면 바로 달아나야 하네. 사제는 소림을 다시 세워야 할…….
-소림이 언제부터 마를 눈앞에 두고 등을 돌렸습니까!
소종천이 감정적으로 강하게 발산한 기파에, 심익한이 보낸 전음의 후반부가 뭉개졌다.
진짜 소림의 제자도 아닌 자신이 심익한의 호의에 기대어 그간 편하게 지내온 것까진 그렇다 쳐도, 자신을 살린다며 목숨을 희생하겠다는 것까지 좋다고 받아들일 만큼 양심이 없진 않다.
‘어차피 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야.’
승산이 낮을지언정 힘을 합쳐 싸워야만 한다.
-마침 제게 내력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비술이 있어 방금 사용했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내력의 증폭? 자네 설마!
-아! 진원진기의 소모와는 관계없는 안전한 수법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아무튼, 제가 최대한 보조할 테니, 사형은 저 마인을 처단할 수 있도록 힘 써주십쇼.
-으음…… 알겠네. 사제를 믿을 테니 어디 해보세나.
마음을 다잡은 심익한의 얼굴에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래요! 소림 무승이 마에게 굴복해선 안 되죠. 사형을 굴복시킨 것은 큼지막한 왕가슴을 가진 처자들뿐이지 않습니까!
-……사제의 뜻은 잘 알아들었으니 이제 그만 떠들게.
1절로도 충분한 것을 괜히 2절을 더해 집중을 깨는 말에, 심익한이 떨떠름한 얼굴로 소종천을 흘겨본다.
그런 두 사람에게 코웃음 치는 귀마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주둥이를 달싹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뭔가 작당을 하고 있군. 무슨 짓을 한다 해서 네놈들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으냐?”
귀마가 요란한 모양새의 철장을 흔들자, 중간중간 달려 있는 방울들이 짤랑거리며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었다.
무공으로도 상당한 경지를 이루긴 했지만, 귀마는 본래 강시술과 환술 등의 술법을 통달한 대가로 악명을 떨친 마인이다.
흔들던 철장의 막대 끝으로 바닥을 내리찍자, 갑자기 안개가 생성되며 주변에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고고한 척하는 소림의 승려들을 사술로 말라 죽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쏠쏠한 재미였지. 어디 오랜만에 중놈들이 추잡하게 타락하는 모습을 감상해보실까!”
타락 운운하는 귀마의 말에, 법계를 이어받은 척하는 가짜와 이미 계율을 어기고 문란한 삶을 보냈던 파계승이, 괜히 마음이 찔려 움찔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곁으로, 사이한 기운을 담은 안개가 다가왔다.
크허어어엉!
소종천이 앞으로 나서며 사자후를 터뜨렸다.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술법으로 만들어진 안개가, 파사의 힘을 가진 사자후의 공능에 순식간에 소멸된다.
그와 동시에 심익한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닛!?”
귀마가 깜짝 놀라며 얼굴을 구긴다.
오악 중에서 유일하게 무투파가 아닌 귀마는, 과거 소림의 무승들에게 꽤나 애를 먹었던 마인이기도 했다.
‘사자후! 껍데기뿐인 소림의 잔재인가 싶었거늘. 저 빌어먹을 무공이 아직도 전해지고 있었단 말인가!’
중원 침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던 소림.
그 불쾌한 이름을 지워버리기 위해서 마교의 수뇌부들이 얼마나 애를 썼던가.
두 사람을 깔보던 귀마의 태도가 한층 진지해졌다.
‘고작 새로운 거점을 만드는 일에 너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여겼는데, 중놈들의 무맥이 이런 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심익한을 노려보며, 귀마가 다시 한번 철장으로 바닥을 찍었다.
순간 귀마의 그림자가 길쭉하게 늘어나더니, 지면에서 일어나며 심익한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흡!”
뛰어가던 심익한이 급격히 몸을 세우며 방향을 바꾸려 했다.
그렇지만 그가 피하는 것보다 그림자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커허어엉!
하나, 뭔가 위험해 보이던 그 술법 역시도,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소종천의 포효에 산산이 깨지고 만다.
“이이잇!”
귀마가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철장을 거세게 흔들었다.
짤랑짤랑!
크허엉!
짜르릉!
크허응!
“이런 개 같은!”
뭔가 술법을 펼치는가 싶으면 곧바로 울려 퍼져 훼방을 놓는 포효 소리에, 귀마가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백 년 가까이 수련한 자신의 고절한 술법들이, 겨우 고함 한 번에 파훼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끓어오른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소림의 무공!”
짜증이 가득 담긴 귀마의 외침을 들으며 소종천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내력이 충분해서 다행이네.’
본래의 수준이라면 짧은 시간에 연달아 사자후를 펼치는 것은 무리였겠지만, 단전을 가득 채운 내력 덕분에 이런 식의 운용이 가능해졌다.
소종천은 귀마가 수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사자후를 사용해 방해했고, 그동안 심익한은 무사히 귀마에게 도달할 수 있었다.
“지옥으로 떨어질 때가 왔느니라, 이 사악한 노괴야!”
“시건방진 놈들!”
권격을 퍼붓는 심익한을 마주하며 귀마가 철장을 휘둘렀다.
술법이 전문이라 하지만 무위로도 절정의 끝에 닿은 귀마다.
절정의 중간 단계를 조금 넘어선 심익한의 수준으로는 꽤나 벅찬 상대였다.
그나마 심익한도 익히고 있는 신공의 힘이 마공과의 상성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에, 심하게 밀리지 않는 선에서 공방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역시 저만한 경지의 마인은 사자후로도 묶어둘 수 없는 건가.’
사술을 깨기 위해 몇 번이나 사자후를 내질렀음에도 멀쩡하게 무공을 펼치는 귀마의 모습에, 소종천은 입맛을 다시며 두 사람의 전투에 끼어들었다.
반야신공과 사자후의 성취가 훨씬 더 높아진다면 모를까, 절정의 극에 달한 마인에겐 그 둘의 조합으로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싶다.
어느 정도 다가간 소종천이 귀마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가까이 접근해서 심익한과 합공을 펼치기엔 아직 본인의 무위가 부족하다 여겼기에,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원을 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한 것.
격돌이 일어날 때마다 기탄이 쏘아지며, 조금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는 심익한을 돕는다.
기세를 탔다 싶을 때마다 급소를 노리고 날아들어 흐름을 방해하는 기탄에, 귀마가 이를 갈며 소종천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이런 버러지 같은 것이!”
“꼬우면 댁도 이렇게 하던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소림오권이 대성을 이루지 않고서야, 저만한 고수와 직접 권을 맞대긴 어려우니 어쩔 수 없었다.
완숙한 절정의 무인인 청룡후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렇게 구차한 짓을 하지 않고 호쾌하게 싸울 수 있었을 진데.
‘할 수 없지. 지금은 철저하게 보조역할에 충실하며, 사형이 유리해질 수 있도록 만들자.’
소종천은 계속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탄지신통을 날리며, 귀마가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높여 도발을 이어갔다.
“늙었으면! 죽어야지! 뭐 한다고! 살아 있냐!”
“저, 저놈이!”
도발이 효과를 보는 듯하자, 소종천은 아예 작정하고 입을 털기 시작했다.
방구석에서 인터넷을 통해 배운 욕설들이 난무한다.
인신공격은 기본에 속칭 패드립이라 불리는 말들도 뱉어내며, 소종천은 열심히 귀마의 속을 긁어댔다.
‘사탄도 거른다는 헬조선의 엄선된 욕을 받아라!’
그 어떤 성인군자가 와도 참기 어려울 욕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말들이 쏟아지며, 곁에서 듣고 있던 심익한이 오히려 충격받은 얼굴이 될 때쯤.
귀마의 눈이 서서히 뒤집히기 시작했다.
결국, 참지 못한 귀마가 한 수 손해를 볼 것을 감수하고 심익한에게서 등을 돌린다.
“크윽!”
등으로 심익한의 권력을 받아내며 생긴 통증에 짧게 신음을 흘린 귀마가, 흉포한 살기를 흩뿌리며 소종천을 향해 쏘아졌다.
“갈가리 찢어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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