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97
48. 도마(3)
‘헉!’
턱 아래까지 도강이 밀려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소종천은, 불영선하보와 금강부동신법을 동시에 펼치며 뒤로 몸을 뺐다.
다행히 철곤이 완전히 파괴된 것은 아니고, 반 토막이나마 손에 남아 있는 상태.
물러나면서 휘두른 나머지 부분으로 간신히 도를 튕겨내,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남은 반 토막도 산산이 부서지며 완전히 빈손이 되었다.
“죽여주마!”
기회를 살리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도마를 피하며, 소종천은 연대구품을 사용해 신형을 나누었다.
사납게 공격을 가해오는 도마를 분신으로 막아서며, 소종천은 과연 권법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승산을 점쳐보았다.
‘가능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곤법을 쓸 때는 약간 우세한 싸움을 이어갔지만, 권법으로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사람 몸뚱이만 한 커다란 대도에 담긴 거력은, 아무리 수갑을 착용하고 있다지만 흘리기 위해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된다.
신승은 곤이 없는 맨손으로도 충분히 고수라 할 수 있지만, 칠십이종절예 급의 권법 절학을 익히진 못했다.
그가 익힌 몇 가지 권법들은 8성의 성취도에 이른 소종천의 소림오권과 비교해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
‘망할. 어쩌지? 어떻게 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면 용린을 믿고 도박을 하는 수밖에 없겠는…… 아니, 잠깐만?’
거기까지 생각하던 소종천은, 곧 구태여 다른 대안을 찾으려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신승의 힘으로 초절정의 내공을 지니게 된 지금, 소종천의 분신은 본체와 마찬가지로 강기를 다룰 수 있다.
연대구품은 원래도 충분히 사기적인 무공이지만, 사용자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더욱더 빛을 발하는 절학.
소종천의 분신들이 양 주먹에 권강을 만들어내며 도마에게 달라붙었다.
권기와 권강은 굳이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파괴력에 차이가 난다.
강기를 다루는 무인들끼리는 단 한 번의 피격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에, 권강을 뽑아내는 분신의 존재는 심각한 반칙이나 마찬가지였다.
‘흐아악! 영혼까지 빠져나가는 느낌이네!’
물론 분신이 소모하는 내력은 전부 소종천의 본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기에, 초절정 무인의 내력으로도 모든 신형이 동시에 강기를 사용하도록 할 수는 없었다.
단전에 이갑자의 내력이 있다고 해서, 한순간에 이갑자를 전부 소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온몸의 기혈이 터져 폐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로 운용할 수 있는 내력에 맞춰, 다섯 개의 신형이 강기를 뿜어내며 도마를 압박했다.
“크윽!”
그것만으로도 도마의 기세를 주춤하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같은 강기가 아니라면 막아낼 수 없다는 절대적인 파괴력의 강기.
도마는 호신강기를 만들어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분신들을 상대로 수비적인 초식을 펼쳤다.
‘이것도 도박 수에 가깝긴 하지만, 용린에 기대 몸을 던지는 것보단 더 가능성이 높겠지.’
연대구품만으로도 내력의 소모가 적지 않은데, 강기공까지 사용하게 만드니 단전을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
위력은 확실하지만 이 수법으로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면, 내력의 부족으로 결국 패배하고 말게 될 것이었다.
도마 역시 이번만 버티면 승부가 갈리게 될 것이라 판단을 했는지, 최대한 속도와 기교에 신경 쓰며 방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목이 날아가고 배가 갈라진다.
머리가 쪼개지고 허리가 동강 난다.
마지막으로 올려 벤 도격에 몸이 좌우로 나뉘며, 강기를 다루던 다섯 신형이 전부 소멸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신형이 공격당해 사라지는 순간에 맞춰, 기회를 엿보던 소종천이 남은 내력을 최대로 끌어모으며 땅을 박찼다.
콰앙!
다시 도를 휘두르거나 회피할 여유가 없던 도마는, 넓은 도면을 방패처럼 세워 소종천의 주먹을 막아냈다.
거기서 공격이 막히는 것으로 아무 일 없이 끝났다면, 소종천은 결국 내력의 고갈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행운은 소종천의 편을 들어주었다.
쩌적.
막 반격을 가하려던 도마가, 자신의 애병에서 들려온 소리에 인상을 한껏 일그러뜨렸다.
딱 한 번의 충돌만 더 버텨줬다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을 텐데.
반복된 강기의 충돌로 인해, 내구력에 한계를 맞이한 대도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빌어먹을!”
도마 역시 간단한 권각술 정도는 익히고 있다지만, 권법이 주력인 소종천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손잡이만 남은 무기를 던져 버리고, 도마는 소종천의 권격을 피해 몸을 날렸다.
도마를 처치하려면 빈손이 된 지금이 가장 확실한 기회이기에, 소종천은 남은 힘을 전부 동원해 그를 따라붙었다.
검이든 도든 뭐라도 날붙이가 있어야 싸울 수 있기에, 도마는 주인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무기를 줍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뒤를 쫓아온 소종천이 손가락을 튕겨 기탄을 쏘아 방해했다.
팅! 타닥!
희한하게도 탄지신통에 한해서는 꽤 재능을 보이던 소종천이었기에, 각도와 힘을 세밀하게 조절한 기탄들이 도마의 손이 향하는 방향에 있는 무기들을 모조리 밀쳐낸다.
“이이익!”
다급해진 도마가 아예 몸을 던져 바닥을 구르며, 칼 하나를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기까지 눈 한번 깜박할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들인 무인에게 그만한 시간이면 공격을 한 번 더 가하기에 충분했다.
권강이 실린 소종천의 권격이 도마의 어깨를 강타했다.
“끄아악!”
피부가 터지며 시뻘건 근육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상태에서도 도마는 소종천을 베기 위해 칼을 휘둘렀지만, 이미 좁혀진 거리는 소종천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어깨와 팔꿈치의 관절을 붙잡아 꺾으며 배후로 돌아간 소종천이, 도마를 넘어뜨리고 팔다리를 전부 이용해 도마의 전신을 결박했다.
쁘득. 으지직.
“크악! 이놈!”
소종천이 힘을 주어 조이자, 뼈마디가 어긋나며 근육이 비틀려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양팔이 뒤틀린 채로 완벽하게 구속당했기에, 쓰러진 도마가 저항할 방법은 더 이상 없었다.
붙잡은 팔을 완전히 못 쓰게 만든 소종천은, 도마가 쥐었던 칼을 뺏어 들었다.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결박을 유지한 채로, 빼앗은 칼을 목에 가져다 댄다.
더는 강기를 만들어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내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에, 단번에 때려죽이는 대신 칼을 이용하기로 한 것.
일어나지 못하도록 뒤에서 밀착한 상태로 제압하고 있었기에, 칼에 강한 힘을 주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칼질이라기보단 톱질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밀고 당기며, 도마의 목에 칼이 파고들도록 만들었다.
“끄아아아!”
처절한 비명과 함께 도마가 마구 몸을 들썩거렸다.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상당히 불쾌했지만, 소종천은 이를 악물고 계속 칼을 그어댔다.
“끄르륵…….”
결국 칼날이 어느 정도 파고들자 울걱울걱 핏물이 솟구치며, 도마는 짧게 경련하다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게 되었다.
[업적 점수 1,430점 상승.]상당량의 점수.
상대의 죽음을 선고하는 알림에, 소종천은 칼을 내팽개치며 일어났다.
‘이겼다. 하아…….’
[임무 : 오악 도마 처치를 완료했습니다.] [10청강석 획득.] [돈오의 서 5개 획득.] [앞으로 모든 종류의 뽑기에서 높은 등급의 결과에 당첨될 확률이 대폭 상향됩니다.]또 다시 알림들이 떠오르며 소종천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뽑기 확률 상향…… 뭐, 이건 일단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소종천은 알림들을 치우고 몸을 돌렸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동료들이 곁으로 다가온다.
“종천!”
쪼르르 달려온 한사혜가 폴짝 뛰어 안기려했기에, 옆으로 쓱 움직여 피해냈다.
“왜!?”
“힘들다. 매달리지 마라.”
“칫…….”
뒤이어 다가온 장자군과 남궁건이 경외와 체념, 허탈함 등의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을 보내며 말을 걸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 밑도 끝도 없이 강해지는 거야.”
“초절정의 경지라니…… 무슨 수로 따라잡으라는 말이오.”
“내 능력은 대충 알잖아. 온전한 경지가 아니라 일시적인 거야. 아무튼, 그런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손을 내저으며 동료들의 입을 다물게 한 소종천은, 한 걸음 내디디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투를 멈춘 상태로 절대자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사파의 무인들이, 화들짝 놀라며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너희들. 계속해 볼 건가?”
“으윽…….”
“아, 아닙니다!”
아직 절정급 둘과 일류급 이십여 명이 남은 사파의 무인들.
아직 신승이 힘이 남아 있긴 해도 워낙 진이 빠진 상태라 더 싸우기는 곤란했는데, 다행히 적들이 먼저 무기를 내리며 항복의 의사를 밝혔다.
‘수적 우위로 비벼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구전으로나 듣던 반로환동의 고수를 실제로 만날 줄이야. 목숨이라도 건지면 다행이지.’
방금까지 펼쳐졌던 소종천의 무위를 목격한 무인들이기에, 경지의 차이를 실감하고 바로 꼬리를 말았다.
소종천은 지친 기색을 감추려고 노력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독심방의 방주가 죽었으니, 굳이 더 피를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원한 관계를 더 키우고 싶진 않으니까 이쯤에서 멈추는 거로 하지?”
자신들을 살려주겠다는 소리였기에, 무인들은 화색을 드러내며 고개를 숙였다.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다시는 대선배님을 언짢게 만들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대선배는 무슨 개뿔이…… 아무튼, 그건 그거고, 계산은 또 따로 해야 하지 않겠어?”
“예?”
“우릴 공격한 대가를 목숨 대신 다른 거로 갚으라고.”
“크음…… 무엇을 원하십니까?”
두 절정급 무인들은 독심방 방주 하균처럼, 청해에서 나름대로 비중 있는 세력의 고위급 인사일 터.
‘신안군 대방의 일과 이어볼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머릿속으로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던 소종천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기에 일단은 따로 날을 잡기로 했다.
영웅 뽑기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지금은 휴식을 취할 준비를 해야 한다.
“짧게 할 이야기가 아니니 자세한 대화는 나중에 하지. 내일 점심 전에 다시 찾아와.”
“끄응…….”
두 무인은 더는 눈앞의 괴물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굉장히 싫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소종천이 주먹을 흔들어 보이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그건 알아서 찾아오시고. 이 동네에서 끗발 좀 날리는 신분일 텐데, 그 정도 정보력도 없어?”
“……아닙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딴마음은 먹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무, 물론입니다.”
사파의 고수 두 명에게 협박을 던져두고, 소종천은 서둘러 자리를 떠나 숙소를 잡았다.
[심득 : 신승 백진 획득.]“으아아…….”
깃들어 있던 힘이 사라지자 탈력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워낙 높은 경지라서 그런지, 인급이나 지급 영웅 때보다 후유증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임무 보상에 소림 무승의 심득까지 얻었으니, 적지 않은 성장을 기대해 봐도 되겠지?’
당장에라도 쓰러져 자고 싶지만, 보상들을 남겨둔 채로는 편하게 쉴 수도 없을 것 같다.
소종천은 소지품 창을 띄웠다.
뽑기로 무림최강 9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