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1
Prologue
“야, 오늘 뒤풀이 가냐?”
“아니.”
“왜?”
난 눈을 끔뻑이며 묻는 배드민턴 동아리 동기 놈을 향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오늘 웹캠 주문한 거 온대.”
“뭐라고?”
“웹캠. 웹-캠.”
“웹캠? 뭔 웹캠.”
“야, 너네가 나 이빨 잘 깐다고 방송 해보라며.”
“그래서 진짜 한다고? 존나 웃기네.”
남자들의 무심한 우정이란.
인터넷 방송에 뛰어들겠다는 철없는 친구를 향한 녀석의 감상은 놀랍게도 ‘웃기다’라는 한 마디가 전부였다.
녀석은 내 O튜브 데뷔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 눈 밑을 긁적이며 다시 원래의 주제로 되돌아왔다.
“야, 근데 그거는 내일 하면 되잖아.”
“여친이 도와준대.”
“그러냐? 아···씨, 정훈이도 오늘 안 간다던데. 귀찮은데 나도 나가지 말까?”
“넌 여친도 없잖아. 나가.”
“하!”
“나 간다.”
난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는 친구놈을 동아리 방에 홀로 남겨둔 채 빠른 걸음으로 캠퍼스를 벗어났다.
잠시 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오른 나는, 목적지인 봉화산역에 도착하기까지 여친과 톡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주다솜
[누나, 나 지금 지하철 탔어] [나 뭐 사가면 돼? ㅋㄷ?] [개마늠] [다 쓰지도 못하면서] [누나 오늘 죽었다] [ㅋㅋㅋㅋ 아이스크림 사갈게]지금으로부터 2년 전, 당시 대학교 1학년생이자 내 과외 선생님이던 그녀의 고백으로 시작된 관계는, 내가 어찌어찌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 지금까지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난 부모님께서 동해로 2박3일간 여행을 떠나신 틈을 노려 그녀를 집으로 초대했다.
방해가 되는 동생 놈 역시 5만 원짜리 두 장으로 합의를 본지 오래였다. 녀석은 친한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모레 점심이나 되어서야 느지막이 집에 돌아올 예정이다.
[저녁은 나가서? 아니면 집에서 치맥?] [ㅊㅁㅊㅁ 근데 너 O튜브 대박나면 어떡해? 나중에 딴 생각하면 죽는다.] [반띵 ㄱㄱ] [ㅋㅋㅋㅋ 저장했다]재빠른 답장이 마음에 든 듯, 그녀는 웃음과 함께 조금 전의 대화가 저장된 캡쳐 이미지를 되돌려줬다.
[ㅋㅋ 나 이제 다 옴] [나도 이제 준비할게]시시덕거리며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종착역이 코앞이었다. 난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내리는 문 앞에 섰다.
그로부터 15분 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나는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발견하곤 걸음을 서둘렀다.
“빨리 왔네.”
[1506호, 성태민] [컴마켓플러스]상자를 방으로 옮겨 포장을 뜯자, 사흘 전 인터넷을 통해 주문한 웹캠 본체와 삼각대의 모습이 보였다.
난 곧장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주섬주섬 웹캠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설치 자체는 간단했다.
관절부를 조절해 웹캠을 모니터 상단에 고정하고, usb 케이블을 본체와 연결하면 끝.
커넥터를 모니터 뒤 전선홀로 떨어뜨린 뒤 무릎을 꿇고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자, 2년 전 설치한 이후 단 한 번도 청소한 적 없는 먼지투성이의 본체 뒷면이 나를 반겼다.
“-.”
어쩐지 콧속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콧김을 훅 내뱉으며 usb 케이블을 연결하자, 모니터 하단에 새 장치가 연결되었음을 알리는 알림이 표시됐다.
이제 남은 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일뿐이었다.
엉금엉금 책상 밑을 되돌아 나온 나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제작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제대로 프로그램 설치를 마쳤음에도 웹캠은 작동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왜 안 되지···.”
난 소프트웨어의 설치와 삭제를 몇 차례 반복하던 끝에, 결국 다시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먼지가 껴서 그런 걸까? 조금 전 보았던 먼지구덩이나 다름없는 본체 뒤쪽의 공간을 떠올린 나는, usb포트에 입김이라도 불어볼 요량으로 머리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바로 그 순간, 눈앞에서 새파란 스파크가 튀었다.
“어!”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난 나는 혹여나 화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급히 컴퓨터의 전원부터 내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난 방금 전 설치를 마친 웹캡을 다시 본체와 분리시키기 시작했다.
슥슥-.
케이블을 잡기 직전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손끝을 비벼봤지만 손가락은 물기 없이 건조했다. 난 비로소 안심하며 손끝을 전선으로 뻗었다. 그 순간,
“아?”
그것이 내가 내뱉은 최후의 한 마디였다.
그 짧은 신음을 끝으로 내 입에선 더 이상 어떤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
전선을 잡은 손가락이 딱딱하게 굳었다. 손을 떼고 싶었지만 그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이어서 굽었던 팔과 둥글게 말린 상체가 기지개를 켜듯 쭉 펴지자, 책상과 맞닿은 머리가 요란하게 경련하며 거센 소음이 터져 나왔다.
따다다다닥-.
통증도 비명도 없었다.
그저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한, 기묘하고 불쾌한 감각이 온몸을 감싼 게 전부였다.
감전은 이런 기분이구나.
태평한 감상도 잠시, 곧 내 의식은 목구멍을 채 빠져나가지 못하고 흩어져버린 절규처럼, 몸을 타고 흐르는 전류에 허무하게 삼켜지고 말았다.
그렇게 내 안에 깊은 어둠이 찾아왔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몸속을 헤집던 불쾌함이 사라지고 아늑함이 내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여전했다.
마치 비좁은 곳에 갇힌 듯한 답답함에 팔다리를 버둥거리기를 한참, 난 마침내 폐부에 다시 신선한 공기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오래도록 참아왔던 비명을 터뜨렸다.
“응애애······애?”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생소한 울음소리에 난 비명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침 나를 내려다보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띄었다.
“啊···.”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안 그래도 자글자글한 주름을 한껏 찌푸리며 웃어 보인 그녀가, 내게서 시선을 떼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婦人生了小男孩!”
곧 무언가가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와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婦人, 你沒事吧?”
“我的嬰兒呢···?”
이해할 수 없는 대화였으나, 그들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이 기쁨이라는 것만은 명확했다.
그제야 가슴이 진정됨을 느낀 나는, 쏟아지는 잠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캄캄한 눈꺼풀 안쪽으로 묘하게 익숙한 빨간색의 아이콘 하나가 들어온 순간, 나는 도로 눈을 번쩍 뜰 수밖에 없었다.
[O튜브 – 바로가기]“···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