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134
배반 (2)
“아직도 진을 파훼하지 못했다고?”
“송구하오나 며칠만 더 말미를 주시면….”
투둑-.
태사의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칫했다.
“그 말을 벌써 며칠 째 듣는지 모르겠군…. 차라리 천서원에게 해석을 맡기는 편이 낫겠어.”
면박 뒤에 이어진 싸늘한 혼잣말에, 고개를 조아린 곽정유의 몸이 흠칫 떨렸다.
“시간이 없다면서 아직도 안 가고 뭐 하지?”
“존명! 근시일 내에 반드시 만족하실만한 결과를 내보이겠습니다.
“…잠깐.”
알현실에서 물러나던 곽정유가 멈칫했다.
“네, 교주님.”
“혹여 이미 해석을 마쳤는데 딴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니겠지?”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부르르 떠는 그의 머리 위로 교주의 차디찬 경고가 이어졌다.
“미리 말해두지. 총 일곱 단계로 이루어진 건곤대나이신공을 5단계 넘게 익힌 이는, 역대 교주들 중에도 단 한 명뿐이다. 어째선 줄 아나?”
“막대한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단계가 오를수록 곱절로 늘어나는 내력을 감당하지 못하면 주화입마에 빠져 백치가 되거나 고통스럽게 죽게 되지.
그것을 깨달음으로 대체하려면 뛰어난 오성을 지녀야 하는데, 기재라 불리는 이들도 1단계에 7년, 2단계에 7년, 도합 14년이 걸린다. 내공이 하늘에 닿은 전대 교주도 평생 수련했음에도 4단계에 그쳤지. 허니 보물에 눈이 멀어 쓸데없는 마음은 먹지 말도록.”
“존…명.”
마음에도 없는 의심을 받은 것이 억울하긴 했으나,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
끊어지는 목소리로 답한 곽정유는 서둘러 알현실을 뒤로했다.
잠시 뒤, 건곤대나이가 적힌 비단보를 들고 처소로 돌아온 그는, 곧장 집무실에 틀어박혀 진법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허나, 여태껏 그가 공부한 지식들을 총동원해도 보자기에 펼쳐진 신비는 쉬이 맨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거늘….”
허나 눈앞의 물건이 건곤대나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으하하하! 건곤대나이가 분명하다! 잘했다, 천서원!’
보자기를 손에 넣은 날, 천서원이 금빛 눈동자로 간신히 읽어낸 몇 가지 단어를 들은 교주가 박수까지 치며 기뻐하던 모습을 떠올린 곽정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차라리 천서원에게 관조신안신공을 배우는 게 진도가 빠르겠군.”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던 그 때, 처소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집법당주가 뵙기를 청하였습니다.”
“천 당주가? 들라하게.”
“네. 천 당주님. 이쪽으로 드시지요.”
“고맙소.”
나직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훤칠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외모를 지닌 청년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군사 님. 제가 사색을 방해한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네. 마침 보자기의 해석이 벽에 막힌 터라 자네를 떠올리고 있었네.”
“그러셨군요.”
“이리 앉으시게. 수월아, 차를 내오너라.”
“네, 어르신.”
얼마 뒤, 시녀가 차를 내왔다.
곽정유는 천서원이 방문한 목적이 궁금했으나, 찻잔을 여러 번 채우고 비우길 반복하도록 그는 단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곽정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헌데 오늘은 어쩐 일인가.”
“…군사님, 사실 제가 군사께 사죄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사죄?”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천서원이 책상 위의 보자기로 시선을 던졌다.
“일이 잘 안 풀리시는 모양입니다.”
“부끄럽지만 사실일세. 여태껏 진법에 대해 나름 조예가 있다고 자부했거늘, 요즘 같아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일세. 헌데 사죄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
“이보게, 천 당주. 날 말려 죽일 셈인가?”
답답함을 못이긴 곽정유가 백기를 든 순간,
“하늘과 땅을 크게 집어 옮긴다. 천지는 아무리 베풀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으니….”
천서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듣는 그의 눈이 점차 확대됐다.
“자네, 그건…!”
“…건곤대나이의 구결입니다.”
“처음부터 이 보자기를 읽을 수 있었던 겐가!”
“…송구합니다.”
“헌데 어째서 처음에는… 이런, 어리석은 소리를 했군.”
곽정유는 며칠 전 천서원이 교주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제가 관조신안신공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혹여 잘못된 해석으로 교주님의 옥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으니, 건곤대나이의 해석은 진법에 조예가 깊은 군사께 맡기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그는 비로소 천서원이 그런 말을 했던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토사구팽을 우려하는군.”
“과연 군사님이십니다.”
“확실히… 교주님의 성정에 자네가 건곤대나이의 구결을 모두 읽을 수 있음을 아시게 되면, 처음에는 반기실지 모르나 점차 자네를 꺼려하시겠지.”
“그렇습니다. 허나 지략이 하늘에 닿은 군사께서 곤란을 겪으실 정도로 난해한 진법이 펼쳐져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말씀드릴 테니, 군사께서는 교주께 진법해제에 성공하셨다고 아뢰시면 될 겁니다.”
“자네의 뜻은 잘 알았네. 헌데… 교주께도 함구했던 사실을 내게 알리는 까닭이 무엇인가. 입 다물고 있었다면 아무도 몰랐을 텐데.”
그의 물음에 천서원이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처음 집법당주가 되어 무림맹 간자 색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군사께서 절 도와주셨지요. 그 때 하신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 잡음이 없을 것이라 했지.”
“그 날의 은혜를 갚았을 뿐입니다.”
“하하하! 이거 참…. 쑥스럽군. 그 말을 이렇게 빨리 되돌려 받을 줄은 몰랐는데. 일신우일신이라, 자네의 발전이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기꺼운 웃음을 터뜨린 곽정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서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고맙네. 그럼 자네가 도왔단 사실은 교주께는 비밀로 하겠네.”
“제 위험을 떠넘긴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대신 나는 공을 챙기지 않나. 더구나 교주께 듣기로 건곤대나이는 천외천의 내력이 없다면 익힐 엄두도 못내는 무공이라 하니, 교주께 내 진정성을 의심받진 않을 것이네. 그보다….”
다시 자리에 앉은 곽정유는 상대의 말을 받아 적기 위해 지필묵을 준비했다.
“바로 시작해도 되겠나? 자네도 알겠지만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네.”
“물론입니다. 그럼….”
곧 천서원의 입에서 건곤대나이의 구결이 다시 한 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머리를 맞댄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
가부좌를 튼 교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물들었다.
또한 수시로 변하는 안색을 따라, 그의 몸에선 철도 녹일 듯한 열기와 살을 엘 듯한 냉기가 번갈아 흘러나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후….”
나직한 한숨 끝에 눈을 번쩍 뜬 교주의 입에서 앙천대소가 터져 나왔다.
“으하하하! 내 반신반의했건만, 이 신묘함은 건곤대나이가 확실하구나!”
“감축드립니다!”
“감축드립니다, 교주님.”
교주는 공손히 허리를 숙인 채 옷가지를 건네는 두 사람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봤다.
그들이야말로 이번 일의 최대 공로자였으니.
“잘했다! 천서원. 그리고 군사, 자네도 아주 고생이 많았네.”
“망극하옵니다.”
“부교주를 잡으려다 생각도 못한 귀한 걸 얻었어.”
“그나저나 부교주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천서원, 네 생각은 어떻지? 부교주와 그 딸을 어찌 하면 좋을까?”
교주의 반문에 금빛 눈을 지닌 청년이 깊이 부복했다.
“당분간은 그대로 놔두시는 게 어떠신지.”
“설마 그 계집에게 정이 든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다만 교주께서 건곤대나이를 얻으신 이상, 부교주는 운으로라도 교주님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교도들 앞에서 둘의 안위를 약속하셨으니, 당분간은 살려두는 것이 교주님께도 득이 될 것입니다.”
“당분간은, 이라?”
순간, 천서원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났다.
“부교주가 비록 그동안 교주께 무례했다고는 하나, 그 또한 중원 정벌에 있어 쓸모 있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음….”
“더불어 지금 교도들 사이에는 부교주가 교주님께 건곤대나이를 바쳤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머잖아 부교주 파벌에 속한 자들도 누가 실세인지 깨닫고 교주님 앞에 무릎을 꿇겠지요.”
“으흐흐, 오늘도 대답이 청산유수구나. 허나 강유는 오래 살려둬서는 안 될 놈이다.”
교주가 한 차례 불편한 기색을 보였음에도, 천서원의 대답에는 막힘이 없었다.
“전쟁 중에는 사고가 많이 나는 법이지요. 그렇잖아도 적수가 없던 교주께서 건곤대나이마저 손에 넣으셨으니, 감히 예상컨대 중원 정벌의 날이 머지않았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 때 눈엣가시인 부교주도 함께 처리한다면 의심의 눈길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군사?”
그의 물음에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곽정유 역시 작게 읍하며 말을 보탰다.
“명안입니다. 천 당주가 젊은 나이에도 심계가 아주 깊습니다.”
“내 생각도 그렇다. 가려운 곳을 긁어줄 줄 아는 놈이야.”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교주는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으흐흐흐, 천서원. 금안신군이 말년에 심약해졌다는 것도 사실은 거짓이 아니냐?”
“그것이 무슨….”
“네놈의 영악함을 보니 신군이 얼마나 독하게 가르쳤을지 상상이 가.”
“망극하옵니다.”
“이번 중원 정벌에서 너를 중히 쓰마. 검성 여능천을 네 앞에 무릎 꿇려, 직접 스승의 원수를 갚을 기회를 주마!”
“광명천하!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교주는 깊이 허리를 숙이는 청년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
두 사람이 물러간 뒤에도 교주는 연공실에서 나올 줄 몰랐다.
“스흡, 후….”
건곤대나이의 구결에 맞춰 운기를 시작한 순간, 단전 가득했던 내공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며 묵직한 기운이 그의 안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는 자꾸만 올라가는 입 꼬리를 간신히 밑으로 끌어내리며 서서히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절세의 신공, 건곤대나이를 익힌 효과는 즉시 드러났다.
다음 날, 아침.
“교주님 차를 가져왔습니다.”
“으음….”
시녀의 목소리에 번쩍 눈을 뜬 교주의 얼굴에 놀람과 뿌듯한 기색이 차올랐다.
늦잠이라니.
수련삼매경에 빠져 시간도 잊고 밤을 지새운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밤새 건곤대나이를 연구하느라 겨우 눈을 붙인 것이 겨우 이 각 전.
그러나 전신에 가득 퍼진 활기는 피로마저 금세 잊게 만들었다.
“꿈만 같군.”
오래도록 건곤대나이는 그의 역린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교주위를 찬탈했으나 호교무공을 얻지 못한 탓에, 지난 8년간 그의 행정은 사사건건 반발에 부딪쳐야 했다.
특히 정통성을 중시하는 원로원의 늙은이들과 전대 교주의 심복이던 부교주는 그야말로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허나 이제 그것도 옛 이야기이다.
건곤대나이를 얻은 이상 그는 명실상부한 명교의 교주로 거듭났으니.
더 이상 자신의 앞길을 막는 어리석은 자들은 존재하지 않으리라.
“아직 기침하시지 않으셨나…?”
밖에서 들려오는 시녀의 혼잣말에 퍼뜩 상념에서 깨어난 그는 문을 향해 외쳤다.
“들어오너라.”
“…예! 교주님, 세숫물과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거기 두어라.”
“네….”
공손히 허리를 숙인 시녀가 식탁 위에 식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헌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시녀의 몸에서 교주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아이가 이리 예뻤던가?’
차를 따르는 섬섬옥수도, 접시를 놓을 때마다 좌우로 씰룩이는 궁둥이도 탐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문득 깨달았다.
어느덧 자신의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부풀어 있음을.
‘건곤대나이가 신공은 신공이군. 마치 스무 살 젊은이로 돌아간 것 같지 않은가!’
도대체 얼마 만에 느끼는 성욕인지.
결국 그는 솟구치는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고, 이제 막 나가려던 여인을 불러 세웠다.
“잠깐.”
“네?”
“이리와 보거라.”
“아….”
“어서!”
“네, 네…!”
다그침에 놀라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시녀를 교주는 번쩍 안아 침상으로 넘어뜨렸다.
“헉? 교주님?”
“이토록 고운 아이를 왜 여태 몰랐을까.”
“아…! 교주…님.”
그렇게 교주의 침실에선 아침부터 사나운 열풍이 몰아쳤다.
***
건곤대나이를 얻은 지 열흘, 교주는 근래 들어 젊음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내공의 도움으로 육체의 노화를 억누르고 있다지만, 몸이 젊었을 때보다 못하다는 것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허나 건곤대나이를 익히기 시작한 이후 그의 몸에는 늘 활력이 가득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매일 아침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선 분신!
오늘도 식사를 내온 시녀를 침상으로 이끈 그는, 지쳐 쓰러진 여인의 부드러운 나신을 품에 안은 채 희열에 떨었다.
이토록 힘이 넘치니 그야말로 중원정복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온 기분이 든 것이다.
“후…”
시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침상에서 일어난 그는, 의복을 갖춘 뒤 품안의 단환을 만지작거렸다.
‘중원을 차지하면 다음은 네놈들이다.’
눈엣가시였던 부교주를 제거하기 위해 건네받은 단환은, 생각지도 못했던 건곤대나이를 얻은 덕에 품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더불어 교의 병력을 이끌고 중원으로 향하는 여정 동안 자신의 성취는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이 정도면 여능천 그 노괴도 내 적수는 아니리라.”
이러한 교주의 기쁨은 수하들에게도 전염됐다.
광명정에서는 매일 같이 산해진미와 술이 가득한 연회가 열렸고,
그의 파벌에 속한 고수들은 한 목소리로 교주의 성취를 축하했다.
“얼굴이 더 좋아지셨습니다, 교주님.”
“으하하하! 천서원, 이리 와서 한 잔 받거라.”
“예, 교주님! 무한한 영광입니다.”
“아부 좀 적당히 줄이고….”
“전 항상 진심만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광염홍가의 아이와 약혼을 했다지?”
공손히 술잔을 감싼 쥔 청년을 향해, 교주는 취기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전에 은주아를 소교주로 책봉하려 했을 때 몇 놈이 너를 주시했지. 생각해보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어.”
작은 목소리였으나, 이 자리에 그 정도도 듣지 못할 정도로 성취가 낮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손녀사위를 바라보는 수석장로의 눈빛이 심상치 않군. 녀석, 제법 고생 좀 하겠어.’
연회장에 모인 수하들의 눈빛이 질투와 경계심으로 물드는 모습에 그가 미소를 머금던 그 때.
그의 얼굴을 와락 구기게 만들 소식이 날아들었다.
“교주님, 큰일입니다! 부교주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뭐라?”
얼굴 가득하던 취기가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단전의 기운을 끌어올려 순식간에 술기운을 밖으로 배출한 그는, 이어지는 보고를 들으며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교주…. 그래,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깊어지기 전인 지금이 네놈에겐 마지막 기회겠지.”
태사의에서 일어난 그는 눈앞의 천서원을 향해 얼마 전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천서원. 아직도 내가 부교주를 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자비를 베푸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합니다. 감히 교주님의 은혜를 저버린 죄, 일벌백계로 다스리시옵소서.”
“으흐흐흐, 그래야지. 그렇잖아도 건곤대나이의 위력을 시험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던 참인데, 마침 잘 됐군.”
반란이 일어난 이상 명분은 충분했다.
교주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전원 수하들을 이끌고 모반을 진압하라.”
“존명!”
***
우르르르-.
“우사, 좌사 어르신께선 원로원을 맡아주십시오.”
“알겠네, 군사.”
“수석장로님, 명도육가의 통제를….”
“크흠! 말 안 해도 아네!”
교주 전속 시녀 요화는 살벌한 얼굴로 광명정을 뛰쳐나가는 수뇌부들을 보며 몸을 떨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점이 되어 사라지는 고수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멀뚱히 서있던 그녀의 귓가로 섬뜩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요화.
“힉!”
그것은 마치 지옥에서 들려온 속삭임처럼 기괴하고 불쾌한 목소리였다.
-오늘도 평소처럼 했겠지?
끄덕, 끄덕.
-평소보다 단약의 약을 늘리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끄덕, 끄덕.
-보급품을 몰래 빼돌린 널 집법당의 손에서 구해준 것이 누구인지 잊지 말도록. 하하하하하!
“으으….”
두려움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여인은, 더 이상 귓가로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그제야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하아, 하….”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요화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품에 든 푸른색의 단환 하나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것은 얼마 전부터 시작된 목소리의 명령에 따라, 그녀가 매일 교주의 차와 식사에 분말로 소량씩 섞는 물건이었다.
그저 독이 아니란 말과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란 말에 따랐을 뿐, 그녀는 그 단환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pfizer] [VGR100]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이해할 수 없는 문양이 새겨진 단환을 보며, 요화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게 뭘까….”
무사들이 모두 떠나 텅텅 빈 광명전에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이 쓸쓸히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