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146
최대수혜자
“왜 이렇게 늦었어어-.”
“어디 다친 데 없어?”
품에 매달려서 우는 우희와 약빈이의 모습에, 난 반가움과 서먹함을 동시에 느꼈다.
허나 그것이 그저 오랜 만남의 부재에서 오는 일시적인 감정임을 알기에, 난 망설임 없이 두 사람을 으스러지도록 끌어안았다.
“나 왔어.”
“흐응-. 흑… 그런데 가가, 팔찌는?”
우희. 커플팔찌에 집착하는 타입.
재회한지 얼마나 됐다고 연인의 증거부터 찾는 그녀의 모습이, 정작 내게는 애교로 다가왔다.
난 참지 못하고 그녀의 한쪽 볼을 꼬집는 한편, 품을 뒤적여 푸른색 실팔찌를 찾았다.
“오는 동안 혹시 알아보는 사람 있을까봐 그랬지. 자, 여기. 이제 됐지?”
“흐흣. 나도 계속 하고 있었어.”
너무나 그리웠던 미소와 함께 천잠사로 짠 붉고 푸른 팔찌가 허공에서 교차한 순간,
약빈이가 소외감이라도 들었는지 우리 사이로 끼어들며 내 입술을 훔쳐갔다.
“응-.”
-신투 손녀 아니랄까봐 매번 이렇게 훔쳐가네?
“으응, 가만히 있어.”
그러나 달콤한 입맞춤도 잠시, 몽롱한 눈빛으로 날 응시하는 그녀의 뒤통수에는 어느덧 무시무시한 손아귀 하나가 접근해 있었으니.
“아악!”
우희에게 머리채를 잡힌 그녀가 비명을 터뜨리며 내게서 멀어졌다.
“악! 아, 야… 놔. 죽을래?”
“언제부터 네가 먼저였다고. 무림대회 준우승은 순서 지켜야지?”
“겨우 이겨 놓고?”
“하핫!”
아옹다옹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우희가 곱게 눈을 흘겼다.
“웃어요, 가가?”
“귀여워서.”
그 순간, 사나운 두 마리 고양이의 몸 다툼을 못 이긴 배낭 안쪽에서 무언가가 스륵 흘러내렸다.
투둑-.
“이게 뭐예요, 가가?”
“뭐야?”
싸우던 것도 잊고 바닥에 쪼그려 앉은 두 여인이 각각 네모난 상자 하나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늦게 흘린 물건의 정체를 확인한 나는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서역 문자?”
“한글도 써 있는데? 초박…?”
“돌기형? 이게 뭐예요, 가가?”
“어? 그거? 아… 하하. 나중에 설명할게. 일단 부모님께도 인사 드려야지.”
“맞아. 얼른 가 봐요, 우리.”
가까스로 화제를 돌리는 것에 성공한 나는, 성녀의 선물을 얼른 품속에 숨기다 말고 흠칫 놀랐다.
저 멀리서 뜻밖의 손님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관님이 어떻게…?”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혼잣말에, 내 양팔을 차지하고 있던 우희와 약빈이의 고개가 약속이나 한 듯 뒤를 향했다.
그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벽려군은 언제나와 같은 은은한 미소를 띤 채 말문을 열었다.
“마침내 폐관이 끝났나 봐요. 성취는 좀 있었나요?”
“폐관…? 아, 네. 폐관. 하하. 네. 진전이 좀 있었네요.”
“축하해요. 그리고….”
순간 우희와 약빈이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그녀가 가볍게 나를 끌어안았다.
“아?”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우희와 약빈이 모두, 눈을 부릅뜬 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사람이 벽려군의 머리채를 잡을 정도로 막 나가는 성격은 아니라는 정도.
“고생했어요, 조가휘 수련생. 정말로.”
“…감사합니다. 교관님.”
잠시 그녀가 내 정체를 눈치 챈 것은 아닐까 의심했던 나는, 그녀의 속삭임에 의심을 거두고 얌전히 호의를 받아들였다.
지금 내 등을 가볍게 토닥이는 손길에는 오직 수련생을 향한 걱정과 대견함만이 가득했으니.
그러나 문제는 그녀가 아닌 내 쪽에 있었다.
자꾸만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입맞춤의 기억은 나를 시험에 들게 했고, 난 한쪽으로 쏠리는 혈류를 억제하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잠시 뒤, 격려를 마친 그녀가 살포시 내 가슴을 밀어내며 뒤로 떨어졌다.
“장주님 내외께서도 기다리실 텐데 어서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얘들아, 가자.”
“…….”
“얘들아?”
“가요.”
가늘게 뜬 눈초리로 벽려군을 흘겨보던 둘이 뒤늦게 내 팔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난 다급히 벽려군에게 목례를 하며 그 자리를 뒤로했다.
***
“앗, 교관님. 저희 가볼게요. 나중에 또 봬요.”
“빨리 와요.”
“알았다니까-.”
두 여인과 팔짱을 낀 채 멀어지는 가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벽려군 시선이, 이내 자신의 손끝을 향했다.
“…있었어.”
조금 전 우연을 가장해 접촉한 그의 오른쪽 가슴엔, 수개월 전 자신이 새긴 흉터가 버젓이 존재했다. 옷 너머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명백하게.
허나 구 할 구 푼이던 확신이 십 할이 되었음에도, 그녀는 기쁨보다는 애 닳는 갈증에 시달려야 했다.
‘나도 저 두 사람처럼….’
그러나 참아야 했다.
지난 며칠 간 질리도록 깨닫지 않았나.
아직 자신은 두 여인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봤자 그는 여태까지처럼 도망칠 뿐이다.
그래도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그도 마음이 아예 없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조금 전 그와 포옹한 순간, 벽려군은 맞닿은 가슴을 통해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 기다리자.
쌀이 익어 밥이 될 때까지.
그의 안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커질 때까지.
그렇게 멀어져가는 세 남녀를 말없이 바라보는 벽려군의 두 눈에는, 뜨거운 연심과 질투심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
“아! 휘아!”
“이 녀석…!”
나를 와락 끌어안으신 부모님께선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하셨다.
나 또한 눈물을 참느라 옅은 신음을 흘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소자… 으음….”
“오라버니!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내가 정말로 폐관에 든 줄 알고 있던 소희 또한 그리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부모님과 포옹을 마친 난 녀석을 번쩍 안아들어 뺨을 비벼댔다.
“왜 이렇게 컸냐?”
“왜 나 보는 사람들은 다 그 얘기해?”
“하핫!”
“귀여워.”
소희 덕에 모두의 얼굴에 잠시 웃음꽃이 피었다.
우린 하나같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로 장주 집무실로 이동했다.
“드릴 말씀이 많아요.”
“우리 아들 얼굴이 해쓱해.”
“그럴 리가 없는데. 저 밥은 엄청 잘 챙겨먹고 다녔어요. 근데 사부님은 어디에….”
“아! 아버지는 잠시 산에 가셨어. 은람쥐를 보냈으니까 곧 오실 거야.”
약빈이의 예측은 정확했다.
우리가 집무실에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한지 반각이 채 되기 전에, 집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적양권으로 역용한 사부님께서 뛰어 들어오셨으니.
“이놈아!”
“문 부서지겠어요.”
“이 무모한 녀석! 이 녀석아, 왜 이렇게 걱정을 끼치느냐.”
사부님의 실력에 겨우 그 정도 경공을 펼쳤다고 힘에 부칠 리 없으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나와 재회한 기쁨 때문이 분명했다.
덕분에 내 눈에선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눈물바다가 지나간 뒤, 난 비로소 지난 1년간의 기나긴 여정들을 모두에게 들려줄 수 있었다.
“그렇게 금안마군과의 내력대결에서 패배하기 일보 직전이었…. 어머니 또 울어요?”
“우리 아들 어떡해….”
“이겼으니까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그래도.”
“하핫!”
이야기에 몰입한 엄마가 입술을 틀어막는 모습에 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엄마지만 어쩜 저렇게 귀여울까.
난 그녀가 다시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얼른 뒷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순간 고든람쥐가 번개처럼 금안마군의 배에 박치기를 날린 거예요.”
“허허, 람쥐에게 구명지은을 입었구나.”
“진짜야, 람쥐야?”
“쯋?”
방 한 켠에서 오붓하게 견과류를 오독거리던 다람쥐 세 모녀가 자기들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자, 다시 한 번 방 안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후로도 이야기는 길게 이어졌으나, 지루해 하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특히 은주아를 쌌던 보자기에 건곤대나이가 적혀 있었던 부분이나, 교주와의 천지개벽할 승부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다들 숨을 멈추고 이야기를 경청했다.
심지어 웬만한 강호의 비사는 모르는 게 없다는 스승님조차 눈을 부릅뜨며 놀라실 정도였다.
“네가 진정 건곤대나이를 익혔단 말이냐?”
자기도 모르게 버럭 소리친 사부님은 뒤늦게 부모님의 시선을 의식한 듯 전음으로 뒷말을 이어갔다.
-네 태사부께서도 세상의 온갖 무공을 익히셨지만 건곤대나이만큼은 얻지 못하셨거늘.
-지금이라도 구결을 알려드릴까요?
-예끼! 나더러 빨리 죽으라는 말이냐! 너야 특수한 심법을 익혀 내공이 넘쳐나니 가능했지, 구파일방의 장문인들도 건곤대나이를 익히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게다!
-혹시 나중에 내공 더 모으시면 말씀하세요. 그보다 스승님,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혼돈기와 교주가 지니고 있던 암중세력의 신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강호사에 정통한 스승님이라면 혹시 그 두 가지를 알고 계시지 않을까?
-분위기를 보아하니 짧게 끝날 이야기는 아닐 것 같구나.
-마교에 침투해 있던 암중 세력과 난생 처음 본 무공에 대해서예요.
-음… 마교의 위협도 사라졌겠다, 남는 게 시간이니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하자꾸나. 오늘은 일단 가족들과 여독을 풀어야지.
-네.
전음을 마친 사부님은 다시 생각해도 신기한지 탄성을 터뜨리셨다.
“허… 그나저나 휘아 네가 마교의 부교주가 되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내 아들이 마교 부교주….”
“부인, 이 일은 절대 새어나가면 안 되오. 너희들도 다들 입단속을 철저히 하여라.”
“존명!”
모두가 ‘네’라고 답할 때 혼자 우렁차게 존명을 외친 나는 머쓱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습관이 돼서….”
그렇게 난 명교에서 있었던 일들 대부분을 숨김없이 이야기 했지만, 몇 가지는 미처 말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성녀가 실은 현대에서 온 존재라든가, 그녀에게 현대의 물건을 전이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이 시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테니.
[돈많이비햅 : 벽려군이랑 딥키스 조진 건 왜 뺌?] [크래카라 : 약혼녀 버린 얘기도 안 함 쓰레기 깐휘쉑 ㅋㅋ] [One건영 : 시녀만 스물 넘는 것도 말 안 했다고 ㅋㅋ]…시청자 채팅을 가족들이 볼 수 없어 천만다행이다.
***
어느 정도 이야기가 정리되자 가족들의 관심은 내가 메고 온 배낭으로 향했다.
“묘하게 생긴 행낭이로다. 이것이 그 마교의 성녀가 선물로 준 것들이라고?”
“네. 성녀는 신비한 능력으로 현세에 보기 드문 물건들은 만드는 재주가 있어서요. 잠깐만요? 선물들을 챙겨왔는데….”
“선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희가 내 곁으로 후다닥 뛰어왔다.
난 모두의 앞에서 성녀가 가족들을 위해 챙겨준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일단 시계 하나씩이랑… 사부님은 이거.”
“그게 무엇이냐?”
“양주라고… 서양 술이에요.”
“성녀란 아해가 제법 예의가 바르구나.”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부가 양주병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뒤이어 여인들에게 줄 명품 가방들과, 소희를 위한 봉제 인형, 현대의 스낵들이 차례로 튀어나왔다.
“우와! 오라버니, 이건 뭐야?”
“그건 뜨거운 물을 부으면 완성되는 면인데….”
“아들. 이거 이렇게 메는 거 맞아?”
모두가 난생 처음 보는 물건들에 정신이 팔린 그 때, 우희와 약빈이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다.
“가가. 아까 그건 어디 있어요?”
“어? 뭐?”
“아까 땅에 떨어뜨렸던 그거. 뭐더라?”
“초박형이랑 돌기형.”
“아, 맞아.”
기억력 좋은 우희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인 약빈이가 다시금 나를 추궁했다.
“그건 안 나왔는데?”
“어? 그건 나중에 나 쓸 거라….”
“뭔데 그래요. 빈아, 저거 뒤져봐.”
“헉!”
우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낭 안으로 파고드는 약빈이의 손을 후발선제로 낚아채자, 모두의 눈빛에 경탄이 어렸다.
그러나 진짜 조심해야 할 상대는 따로 있었다.
“뭔데 그러느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배낭 속 비밀상자가 신투의 손에 들어간 뒤였다.
아니, 변명하자면 굳이 막자면 막을 순 있었다.
그런데 스승님을 막으려고 건곤대나이까지 펼친 순 없지 않은가!
그렇게 가족들 앞에서 비밀의 문이 열리고 말았다.
“아, 안 돼!”
“응? 이게 뭐니?”
상자 가장 위쪽에 놓여 있던 구멍 뚫린 여성용 속옷을 이리저리 펼쳐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에, 난 얼른 카메라를 집무실 밖으로 날려 보냈다.
시청자들 앞에서 어머니를 놀림감으로 만들 순 없으니.
“아들, 이게 다 뭐야?”
“아… 그게. 음….”
“엄마, 나두.”
“소희는 안 돼!”
소희마저 속옷을 향해 손을 뻗자 난 얼른 이실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실은 여인들이 입는 속옷이에요.”
“이걸…? 이게 어떻게 속옷이야? 이 구멍은… 어머!”
고개를 갸웃하던 어머니가 뒤늦게 구멍의 용도를 깨달은 듯, 화들짝 놀라 속옷을 내팽개쳤다.
곧 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망측해라.”
“엄마, 왜 그래?”
“스읏! 소희는 보는 거 아니야.”
“왜애, 나도 볼래애.”
“크흠….”
아버지와 사부님마저 불편한 헛기침을 내뱉는 가운데, 난 조심스레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 어… 마교 여인들은 이런 걸 입어요.”
“…본 것처럼 말하네요?”
“’입어요’가 아니라 ‘입나 봐요’. 내가 본 게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 들었어. 내가 이런 걸 어디서 봤겠어.”
서둘러 변명했음에도 샐쭉해진 우희와 약빈이의 눈은 원래대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 여자는 이런 걸 왜 줬대요?”
“그 여자? 아, 성녀. 내가 너무 사랑하는 정인이 있다고 하니까 나중에 쓸 일이 있을 거라고.”
“그래요?”
“그거 우리 말하는 거 맞아?”
“당연하지.”
그제야 우희와 약빈이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렇게 약간의 해프닝까지 거쳐 모든 이야기 마무리 되었을 때, 어느덧 밖에는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내 정신 좀 봐. 우리 아들 뭐 먹고 싶어? 저녁은 엄마가 해줄게.”
“저요? 아…. 너무 많아서 뭘 말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다 해주면 되지. 기다려? 숙수들한테도 일러두어야 하니까.”
“아! 어머니, 저희랑 같이 가요.”
“그럴까?”
곧 여인들이 우르르 집무실을 빠져나가자, 신투 또한 양주 몇 병과 다람쥐들을 챙겨 문으로 향했다.
“이만 가보겠소, 가주.”
“아, 스승님. 저도요.”
나 역시 짐정리를 위해 배낭을 들고 일어서려던 찰나,
“가휘는 잠시 기다리거라. 아비가 따로 할 말이 있으니.”
“아, 네.”
그렇게 신투가 홀로 방을 나서자, 방안엔 우리 조씨 부자만이 남게 되었다.
도대체 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러나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다음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그… 아까 그거 있잖느냐.”
“네?”
“그 마교 여인들이 즐겨 입는다는.”
“아, 예….”
“그거 하나만 다오.”
“네?”
되묻는 내게 아버지께서 붉어진 얼굴로 답하셨다.
“크흠… 엄마랑 아빠 쓰게 하나만 달래도.”
“아, 예. 고르세요, 아버지.”
“그럼 이걸로….”
어머니가 처음에 집었던 갈라팬티 세트를 슬쩍 챙긴 아버지는, 보통 민망한 것이 아닌지 내게 얼른 나가보라며 손짓까지 했다.
“아직 있었느냐?”
“크흠…. 좋은 시간 보내십쇼.”
나 또한 머쓱한 얼굴로 가방을 챙겨 문을 나왔다. 합리적 의심과 함께.
이거 이러다 셋째 생기는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