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17
방송을 하면 (3)
[또똠얌꿈 : 가휘님 제가 친구들한테 방송 같이 보자고 꼬셔봤는데 멀미나서 못 보겠대요]오늘도 어김없이 1인칭 시점에 대한 불만과 함께 방송이 시작됐다.
하지만 나란들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카메라가 머리에 달린 채 태어난 걸 어떡하라구!
그렇게 시점 문제는 미해결과제로 남았지만, 새 시청자들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머지 방송 환경에라도 신경을 써야 했다.
‘휘아’로 설정되어 있던 채널명과 텅텅 비어 있던 채널 설명을 바꾼 것 역시 그런 활동의 일환이었다.
[무림티비!]무림 환생 방송입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솔직히 밝히기까지는 제법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난 이내 깨닫고 말았다.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아무도 안 믿어줄 거 같은데.
괜히 어쭙잖은 변명거리를 준비하느라 심력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환생을 컨셉으로 어그로라도 끄는 게 나아보였다.
그러나 이런 의도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청자 수 : 17
*실시간채팅
[컵라면? : 오하] [소용도리잇! : 오하오하 근데 휘님은 유치원 안 가나요?] [뽀미 : 아 아역 배우가 유치원을 왜 가냐곸ㅋ] [Bigiom : 이거 언제쯤 방송돼요?] [NoveL : 왜 혼자만 한국어 씀?] [yhs21cm : 이러다가 내년쯤에 한국어도 지들 거라고 우김 ㅅㄱ]······.
여느 때처럼 소수의 고정팬이 모인 채팅창에선 내 채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주제로 토론이 한창이었다.
새로 제작되는 중국 영화의 티저 영상이니, 채팅을 통해 만들어가는 쌍방향 웹드라마니, 단순히 스케일이 큰 중국식 주작일 뿐이라느니 하는 추측들이 오고 갔지만, 환생의 ‘환’자를 꺼내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역시나 이 정도 어그로 가지고는 시점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는 걸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고수가 되기로 다짐했는데···.
난 며칠 째 오를 기미가 없는 구독자 수와 영상 조회수를 보며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 질보다 양을 추구하기로!
이건 이제 24시간 스트리밍을 하는 수밖에 없겠어!
비록 시청자에게 사생활이 전부 오픈되긴 하겠지만, 그래봤자 여섯살 먹은 꼬마에게 비밀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이성 간이나 부부 사이의 은밀한 일도 내겐 해당되지 않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애초에 시청자들과는 사는 세계 자체가 다르기도 하고.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것이 어떤 사태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고.
사건은 24시간 스트리밍을 시작한 당일 벌어졌다.
그날도 방송을 켠 채 신산심적공의 구결을 되짚어보거나 홈트로 몸을 단련하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문득 소변이 마려워 방으로 향했다.
“으···.”
민가에 화장실이 따로 없는 시대, 호랑이 모양의 요강 앞에 도착해서 하의를 끌어내린 뒤 아랫도리에서 힘을 빼려던 나는, 고개를 내리던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나, 방송 껐나?
“으아-.”
황급히 바지춤을 끌어올렸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실시간채팅
[달랑달랑 : ?] [피아왜시러 : ?] [피묻은털게 : ???] [뽀미 : ?] [nega1204 : ????]······.
여태껏 채팅창이 이토록 빠르게 갱신된 적이 있었던가.
이윽고 수많은 물음표들의 향연 뒤로 거센 후폭풍이 밀어닥쳤다.
[고독킴 : ㅋㅋㅋㅋㅋ 갑자기 까는 거 뭐냐곸ㅋㅋㅋ 회사에서 보다가 개놀랐네 진짴ㅋㅋ] [작은새우 : 이것이 여섯 살의 고···추?] [달랑달랑 : 대륙의 스케일ㅋㅋ] [yhs21cm : 이제 곧 아청법으로 폭파될 영상입니다.] [뽀미 : 제법인걸?] [피묻은털게 : 상상도 못한 크기! ㄴㅇㄱ]오늘따라 사람은 왜 이리 많은지.
그 와중에도 댓글들은 또 왜 그리 눈에 밟히는지.
그러던 어느 순간, 누군가 꺼낸 한 마디로 채팅창은 완전한 단합을 이루었다.
[뽀미 : 조가휘가 아니라 조까휘였넼ㅋㅋ] [Bigiom : 조까휰ㅋㅋㅋㅋ] [코뿔코뿔소 : 까휰ㅋㅋㅋ개웃곀ㅋㅋ] [별빛길 : 사람 이름이 까휰ㅋㅋ]······.
“아···.”
난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흑역사를 더 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스트리밍을 종료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릿속이 쿵쾅거렸다.
불특정 다수에게 거길 보여 버렸어.
몇 명이나 보고 있었지? 열 명? 스무 명?
그나마 하꼬방이라서, 시청자가 얼마 없어서 다행···.
“일 리 없잖아! 으아아앙-!”
난 곧장 침상으로 몸을 날려 이불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수치심에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성기노출의 여파는 쪽팔린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 새벽, 밤새 이불킥을 시전하다 퀭한 눈으로 O튜브에 재접속한 나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장문의 주의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의
아시다시피 OTube 커뮤니티 가이드에 OTube에서 허용되는 콘텐츠와 허용되지 않는 콘텐츠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동영상 (24시간 스트리밍 시작합니다!)이(가) 검토를 위해 신고 되었습니다. 검토 결과 동영상이 가이드를 위반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OTube에서 삭제되었으며 계정에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경고 또는 일시적인 제한 조치가 주어졌습니다.
*경고가 미치는 영향
계정이 ‘처음’으로 경고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정책을 위반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경고가 영구적으로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이번 경고는 ‘3개월 후’에 소멸됩니다. 하지만 추가 경고를 받을 경우 O튜브에 콘텐츠를 게시할 수 없게 되거나 계정이 해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대응 방법
경고가 잘못 주어졌다고 생각되면 알려주세요.
“이게 뭐야···.”
성기를 노출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계정까지 해지될 수 있다니.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가뜩이나 내공에 재능이 없는 마당에 현대와의 끈마저 끊어진다고 생각하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했다.
주의문 한 번에 멘탈이 털린 나는, 뒤늦게 방송 시 유의해야 할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부산을 떨었다.
“대소변, 샤워, 또 뭐 있지? 아, 엄마, 아빠랑 씻는 것도···.”
막상 정리를 시작하니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직은 어려서 해당사항은 없었지만 추후 강호에서 적을 만났을 때도 문제였다.
날붙이가 오가는 살벌한 전투에서 까딱 잘못했다가는 잔혹성을 이유로 계정이 정지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앞으로는 방송을 할 때 성인 등급이라도 매겨야 할 판이었다.
“하···.”
안 그래도 얼마 없는 시청자들 중에 잼민이들마저 솎아낼 생각을 하자 속이 쓰렸다.
하지만 계정이 해지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래도 편집 영상은 전연령으로 할 수 있는 게 어디야.
“하, 하하··· 으으-!”
허탈하게 웃던 것도 잠시, 전날의 노출 사건을 떠올린 나는 다시 앓는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 방송하기 싫다아-.”
***
며칠 전의 방송사고 이후, 난 ‘깐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됐다.
[박머가리 : 깐휘님 오늘은 안 까시나요?] [테테엥 : 여기 오면 모든 걸 보여준다는 게 사실인가요?] [놓 : 무슨 일 있었나요? 깐휘가 뭐예요?]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 놀림 속에, 난 이를 악물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
[뽀미 : 흐즈믈르그] [원통4 : 아 우리가 보여달라고 했냐곸ㅋㅋㅋ] [잔혼 : 헙··· 아청법. 함정수사 무서워요ㅜㅜㅜ] [쁘링클 : 애기 그만 놀려ㅠㅠ]에잇, 얼마 없는 시청자 놈들 쫓아낼 수도 없고.
난 한숨을 폭 내쉬며 다시 방송을 진행했다.
자신의 치부를 본 사람들과 하루하루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못내 불편하기는 했지만, 매일 따박따박 이자처럼 불어나는 내공을 보고 있자니 그런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이래서 오낳괴, 오낳괴 하는구나.
방송을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영상들은 내게 내공 외에도, 능력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 몇 가지를 선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내공의 습득량’을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조회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쌓이는 내공 또한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인 영상들을 나란히 놓고 살펴보니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영상은 조회수가 높은데도 테두리의 빛이 약한 반면, 상대적으로 조회수가 낮은데도 더 밝게 빛나는 영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해답은 O튜브 스튜디오의 ‘분석메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분석 메뉴에선 조회수 외에도 시청자의 연령대, 국가, 성별은 물론 구독자의 증감 추세 등 보다 자세한 통계 데이터를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데이터들 중 ‘내공 습득량’과 정확히 비례하는 지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청 지속 시간’이었다.
즉, 조회수와는 별개로 시청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영상을 시청했는지가 해당 영상의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한 나는 ‘스페어 내공’이라 이름붙인 다시보기 영상 및 하이라이트 영상들의 활용법도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시작은 팔다리에 내공을 담아 격투기를 연습하던 도중, 생방송으로 쌓은 기운이 전부 떨어지면서부터였다.
텅텅 비어있던 단전이 순식간에 다시 차오른 순간, 나는 급히 눈을 감고 동영상 탭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장된 영상들 중 하나가 본래의 빛을 잃고 보통의 색으로 돌아간 모습이 보였다.
영상들이 내공의 저장소 역할을 할 것이란 추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빛을 잃은 영상이라고 해서 섣불리 삭제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완전한 소멸을 의미하는 ‘삭제’와 달리 그저 방전되었을 뿐인 영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가 조회수와 더불어 다시 새로운 기운이 쌓일 테니.
그 외에도 나는 의식을 집중하는 것으로 원하는 스페어 영상의 내공부터 뽑아 쓸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무공 수련과 능력에 대한 탐구로 낮 시간을 보내고 나면, 오후에는 영상 편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O튜버들은 OBS스튜디오 등의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영상을 편집한다지만, 오직 O튜브에만 접속할 수 있는 내겐 꿈같은 이야기였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편집 기능만을 이용하여 불필요한 분량을 쳐내고, 자막을 붙이고 나면 그제야 고된 하루가 끝이 난다. 그나마 시선만으로 편집이 가능한 덕에 키보드, 마우스와는 비교 불가능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한 가지 위안이랄까.
그렇게 방송, 수련, 편집을 반복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 보내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우희가 약속한 보름을 훌쩍 넘어 한 달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
“오랜만이네, 소공자. 잘 지냈는가.”
“아! 대협! 별고 없으셨나요?”
“음. 오늘은 신비조와 관련된 일로 잠시 들렀다가 소공자에게 줄 것이 있어 왔네.”
“제게요?”
“여기, 희아가 보낸 것이네.”
빙긋 웃은 제갈신이 내게 서신 한 통을 건넸다.
그렇잖아도 보름 전 제갈세가로 복귀하는 단예를 통해 소식을 전했던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곧장 서신을 펼쳐보았다.
[휘아에게단예가 전해준 서신은 잘 받았어.
장주님과 조부인께서도 건강히 잘 지내시지? 항아도 보고 싶어.
나도 세가에 도착한 날부터 조가장으로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네 서신에 그런 내용이 없는 걸 보니, 아마 아빠가 중간에 가로채는 모양이야.
아빠는 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집에서 못 나가게 할 작정인가 봐.
······.
보고 싶어, 휘아.
넌 나 안 보고 싶니?]
“귀여워.”
서신의 말미를 장식한 당돌한 글귀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편으론 제갈세가주의 처사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딸이 걱정되어도 그렇지 한 달이나 외출도 못하게 하다니.
잔뜩 골이 나 입술을 쭉 내밀고 있을 그녀를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재미있는 내용이라도 적혀 있는 모양이지?”
“우희가 많이 화가 난 거 같아서요.”
대답을 들은 제갈신이 한쪽 입꼬리를 드높였다.
“덕분에 요즘 세가가 아주 시끄럽지. 소공자의 서신을 가지고 돌아가면 그 아이도 당분간은 얌전할 듯 하네만.”
“아니요, 대협. 그러실 필요 없어요.”
“음?”
제갈신의 눈썹이 들썩였다.
의문이 담긴 시선 속에, 난 우희와 헤어지기 전에 나눴던 약속을 떠올렸다.
우희야, 다음엔 내가 만나러 간다고 했지?
“대협. 절 제갈세가로 데려가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