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24
기연이 내린…다? (1)
“내 제자가 되어보는 게 어떻겠느냐?”
“제자요?”
“그래. 네 재능을 보니 이 늙은이가 말년에 욕심이 나는구나.”
상인의 아들이 도둑의 제자라.
어감이 그리 좋진 않았으나 그것도 상대가 보통의 도둑일 때의 이야기였다.
도둑질의 신(神偸)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녀야 그런 별호를 얻게 되는 걸까?
게다가 같은 칼이라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쓰임이 다른 법, 그에게 배운 무공을 반드시 도둑질에 사용하란 법은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노인의 말은 조금씩 흔들리던 내 마음을 송두리째 뿌리 뽑았다.
“한 10년 정도 날 따라다니며 부지런히 수행한다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게야.”
“10년이요?”
“그것도 오늘 본 네 재능을 고려해서 최대한 짧게 잡은 것이니라?”
“혹시 이 근처에 사시나요?”
“그럴 리가.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있고말고!
이제 내 나이 11살에 집도 가족도 내팽개친 채 처음 본 노인을 따라 10년을 떠돌아다니라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이제 5살 먹은 소희가 내 얼굴을 기억하기는 할까?
아니, 당장 나부터가 훌쩍 큰 동생의 얼굴을 알아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우희는 또 얼마나 서운해 하겠는가.
애초에 난 무슨 절세 고수가 되고 싶어 무공을 익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전생에는 없던 신비한 힘에 대한 약간의 동경과 호기심만이 있을 뿐, 무력은 주위 사람을 지킬 정도만 있어도 충분했다.
“그냥 저희 집에 머물면서 가르쳐주시면 안 되나요?”
“그리 현명한 생각은 아니구나. 내가 왜 낮에 너를 눈독 들이고도 그냥 물러났겠느냐? 보아하니 제갈세가와의 관계가 돈독해 보이던데, 네가 나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했다간 양가에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게야.”
“혹시 제갈세가에서 뭘 훔치신 적이 있나요?”
내가 화들짝 놀라 묻자 그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 사이에 직접적인 은원은 없지.”
“그러면 왜···.”
“비록 일부 백성들은 나를 의적이라 칭하지만 권세를 누리는 어떤 가문이 도둑을 반길까. 당장 너희 부모만 해도 질색할 것을.”
난 차마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우리 부모님이 정직한 상인임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내 스승 때문이다.”
“어르신의 스승님이시면···.”
“음, 전대에 신투로 활동하셨던 내 스승께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무공광(狂)이셨지. 정파든 사파든 가리지 않고 침투해 무공 비급을 훔쳐보기로 악명이 높았다. 어쩌면 그래서 일지도 모르지, 그 분의 진전을 이어받은 내가 강호를 멀리하고 선업을 쌓는데 열중한 건 말이야···. 이제 좀 대답이 되었느냐?”
가정교사도 안 된다라···. 시청자들은 뭔가 좋은 의견 없을까?
슬며시 눈을 감자 ‘비급루팡’으로 도배된 채팅창이 보였다.
그럼 그렇지.
“어르신, 그럼 오늘처럼 간밤에 몰래 와서 가르쳐 주시는 건 어떨까요?”
“이놈아, 나라고 할 일이 없는 줄 아느냐? 그리고 그렇게 몰래몰래 익혀서 언제 성취를 본단 말이냐? 그냥 날 따라오래두.”
“어르신을 따라가도 제갈세가와 어색해지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음···. 사실 가족 곁을 떠나는 게 내키지 않네요.”
“에잉. 사내 녀석이 그리 정에 물러서야···.”
그는 내 결정이 못내 아쉬운지 연신 혀를 찼다.
“아쉽구나, 아쉬워···. 빈아가 많이 기대했거늘.”
“네?”
“아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장고에 들어간 신투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어떠냐. 네게 이걸 주마.”
“연영신법(燕影身法)?”
“내가 말년에 창안한 신법이다. 자연히 그것이 내 절기임을 아는 사람도 없으니, 몰래 익히느라 고생할 필요는 없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소정의 성취가 있다면··· 그래, 다음엔 그것과 짝이 되는 보법을 알려주마. 신법과 보법이 하나로 어우러지면 어느 누구도 네 그림자를 밟지 못할 게야.”
“네? 그럼 다음이란 건···.”
“살아있다 보면 언젠간 만나지 않겠느냐?”
껄껄 웃음을 터뜨린 신투가 내게서 몸을 돌렸다.
그가 떠나려 한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그를 향해 황급히 손을 뻗었다.
“아! 잠시만요. 저···.”
“이제 와서 아쉬워해도 늦었다, 이놈아!”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이미 저 멀리 담장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미처 전하지 못한 한 마디가 뒤늦게 흘러나왔다.
“나 비급 해석 못 한다고···.”
신투가 떠나 을씨년스러운 마당에 듣는 이 없는 혼잣말만이 쓸쓸히 맴돌았다.
***
다음날, 난 잠에서 깨자마자 항아부터 찾았다.
“항아-.”
“네, 도련니임-. 어쩐 일이세요?”
“혹시 신투라고 들어봤어?”
“신투요? 당연히 알죠오-.”
강호 경험이 전무한 항아가 저리도 반색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유명한 인물인 거겠지.
“도련님은 너무 어려서 모르시나?”
“어떤 사람이야?”
“음··· 한 마디로 의적?”
결과적으로 지난 밤 신투에게 들은 말들은 전부 사실이었다.
이어진 항아의 설명에 따르면, 신투는 대략 10여 년 강호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 인물로, 그 전까지는 탐관오리나 산적, 사파 패거리 등으로부터 재물을 훔쳐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했다고.
도둑질한 물건으로 타인을 돕는 행위가 정말 옳은지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일단 악인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신투는 왜요, 도련님?”
“그런 게 있어.”
“아이, 왜요오. 꼭 그러더라?”
석단과 혼례를 치른 지 벌써 2년이 지났건만 푼수데기 같은 항아의 모습은 여전했다.
뭐, 그게 그녀의 매력이지만.
투덜거리던 것도 잠시, 항아는 곧 신투의 활약상을 자신이 그 자리에서 본 것 마냥 침까지 튀어가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어찌나 신출귀몰하고 모습도 변화무쌍한지 진짜 본 모습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대요, 글쎄.”
“아, 그래?”
난 어제 봤는데.
“발은 또 얼마나 빠르구요. 하루에 수백 리를 달리면서 집집마다 금은보화를 나눠주는데, 요렇게, 네? 요렇게. 이 넓은 중원 땅을 그냥 막 제집처럼 뛰어다니는 거지.”
“하이고, 또 시작이다.”
난 허풍을 떠는 항아에게 짐짓 핀잔을 주면서도, 전날 신투에게 받은 신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무공에 문외한인 백성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를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느냐마는, 전날 내 눈으로 직접 본 그의 실력은 그런 의심마저도 날려버릴 정도로 대단했으니.
게다가 항아가 어찌나 맛깔나게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는지, 난 어제 신투를 그냥 보낸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다.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인 듯, 일부는 신투를 따라 떠나지 않은 나를 어리석다 비난했지만, 누군가 우희와의 이별을 언급한 순간 그런 부정적인 반응들은 쏙 들어갔다.
[양뽈락 : 우희 한 달만 안 나와도 채널 망해요ㅜㅜㅜ] [lkc7521 : ㄹㅇ 우희랑 소희 땜에 보는 건데] [rexi1015 : 헤으응 교은 눈나…] [법사는민법 : 나도 우희 하차하면 구독 취소할 거임···]···중간에 우리 엄마는 뭔데?
***
간만에 항아와 수다를 즐긴 뒤, 오후 시간은 며칠 전 아빠에게 받은 생일 선물들을 확인하며 보냈다.
[bjh1750 : 깐휘님 아빠가 주신 선물 언제 까 봐요?]난 ‘UNBOXING! 아빠가 주신 생일선물 같이 뜯어봐요!’이란 제목으로 새 방송을 시작했다.
[100억조회수 : 안에 기연 없는지 확인해 봐요] [민권123 : ㄹㅇ서역에서 온 물건에는 포달랍궁 무공 섞여있는 거 국룰인데] [두부읽는책 : 기연 가즈아!] [깨툭 : ㄱㄱㄱㄱㄱㄱㄱ] [장르소설독자 : 윗님 포달랍궁은 서역 아니고 서장(티벳)이에요. 서역은 유럽 쪽]이래서 사행성이 무섭다고들 하나보다.
한 번 기연 맛을 본 시청자들은 너도나도 안달이 나서 말도 안 되는 요구들을 해왔지만, 보챈다고 그리 쉽게 일어나면 그게 기연이겠는가?
난 피식 웃으면서도 이왕 이렇게 된 거 방송 분량이나 뽑자는 생각에 잠자코 선물들 안쪽을 투시하기 시작했다.
[넌총한오 :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면 어떡함ㅋㅋㅋ] [kaicbe09 : 근데 카메라 벽 뚫고 들어가는 건 무슨 원리에요?] [게탄게 : 환생특전임] [라쿤 : 아 여신이 줬다고 ㅋㅋ] [별뭉이 : 스킬(몰카장인)]사물을 통과할 수 있는 카메라는 내 채널의 오랜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띤 토론 역시 며칠에 한 번씩은 꼭 열리는 행사였고.
또 시작이구나, 어느새 언박싱은 뒷전인 그들을 보며 한숨을 쉬는 사이, 이야기는 어느덧 환생설을 지나 가상현실게임설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리듬이안 : NASA에서 극비로 개발중인 VR게임이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벽 뚫리는 건 물리엔진 오류로 보이네용.] [윤성아 : 나사에서 왜 중국 게임을 만드냐고ㅋㅋㅋ] [MyOldFrame : 지금 중국 자본 무시하나요?] [겨울초 : 그럼 게임 상용화되면 나도 npc우희랑 소꿉친구 될 수 있는거? ㄷㄷㄷㄷ] [놉스텔스 : 게임이면 언어부터 추가 좀…] [놀아티라노 : 근데 중국 자본인데 깐휘님은 왜 한국말 쓰나요?] [착짱우희짱 : 이제 몇 년 있다가 한국말 중국거라고 우김ㅅㄱ] [라임라인 : ㄷㄷㄷㄷㄷ 깐휘님 해명해]솔직히 말하면 뭐하나, 믿어주질 않는데.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채팅창을 구경하며 기계적으로 선물들 내부를 살피던 그 때였다.
첫 번째 상자의 제일 밑바닥에 깔려 있던 어른 머리통만한 사이즈의 코끼리 목각상, 그것을 머리에 댄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별 생각 없이 선물에 이마를 맞대던 나는, 조각상 내부로 보이는 웬 가죽주머니를 발견하곤 입을 쩍 벌렸다.
[그악 : 헐] [뽀미 : 오 ㅋㅋㅋㅋ] [낳 : ㄷㄷㄷㄷ] [로마114 : 방송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닌가요?] [100억조회수 : 제가 먼저 투시하자고 했어요]잡담을 나누느라 여념이 없던 시청자들의 관심이 단번에 방송으로 집중됐다.
난 상자에서 조각상을 꺼내 내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라진 : 뽀개봐요] [메풀이 : ㄴㄴㄴㄴㄴ 강제로 열면 터지는 각] [88288 : 뽀개지 마요] [수입벌꿀 : 깐휘님 뽀개면 터진대요]난 다수의 의견에 따라 조각상을 부수는 대신 탐험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난 가죽 주머니를 둘러싼 내부 공간의 표면에서 조그만 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부분들은 전부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는데 한 군데만 구멍이 나 있으니 눈에 띌 수밖에.
난 구멍에 포커싱을 맞춘 채 조각상 내부를 천천히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구멍은 조각상 바깥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윽고 조각상에서 머리를 떼어내고 육안으로 살펴본 구멍은, 주위의 다른 얼룩들이나 흠집과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고 바늘구멍처럼 미세했다.
카메라의 투시 능력이 아니었다면 절대 발견하지 못했겠지.
이 구멍이 뭘까? 찔러보면 되려나?
난 그 길로 항아에게 달려가 바느질에 쓰는 은제 바늘을 빌려왔다.
다행히 잘 다듬어진 바늘 끝은 입구에 걸리는 일 없이 구멍 안쪽으로 쉽사리 파고들었다.
달칵-.
바늘이 구멍 안으로 1/3정도 사라진 순간, 조그만 소리와 함께 코끼리의 배가 좌우로 열리며 가죽 주머니가 밖으로 살짝 튀어나왔다.
희희낙락 코끼리를 옆으로 뒤집던 나는 배쪽에 적힌 좁쌀만 한 글씨들을 발견하곤 눈을 가늘게 떴다.
잠시 살펴보니, 그건 알파벳도 한자도 아닌 알 수 없는 문자였다.
어쩌면 이 글자들이야말로 조각상을 여는 단서가 아니었을까?
뒤늦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아무렴 어떠하랴, 어떻게든 열면 그만인 것을.
다시 한 차례의 투시를 통해 주머니 속에 위험물질이 들어있지 않은지 확인한 나는, 곧장 입구 부분을 열어 내부를 공개했다.
[은설이홧팅 : 이게 되네] [징어쿤 : 이틀 연속 비급 실화냐] [이해함다 : 책에 제목도 없어ㅋㅋㅋ 여러분 진짜 맛집은 간판도 없는 거 아시죠?]누렇게 때가 탄 책의 표지에는 제목조차 적혀 있지 않았지만 다행히 안쪽의 내용물은 멀쩡했다.
게다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글자들 역시 전부 한자로 적혀 있었다.
난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시청자들에게 책의 내용을 해석해주기 시작했다.
아잇, 이게 뭐야!
뒤늦게 비급의 정체를 깨달은 나는 화들짝 놀라 책을 덮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aa4546 : ????] [분유맛우유 : 방금 뒤 페이지에 그림 비쳐 보임ㄷㄷㄷ] [비타민키위 : 아빠한테 망가 선물 받음ㅋㅋㅋ] [새벽꿀잠 : ㅗㅜㅑ 코끼리 방중술] [뽀미 : 휘토미 꺼라]난 시청자들을 진정시키는 한편 서책을 다급히 서랍 안으로 숨겼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짓궂은 발언은 좀처럼 사그라질 줄 몰랐다.
[이윤성 : 안 버리고 넣는 거 봐라ㅋㅋㅋ] [치즈김밥 : 아 방중술은 어쩔 수 없지ㅋㅋㅋ] [무스퍼거 : 휘아는 아가야ㅜㅜ 아빠한테 받은 건 못 버려ㅜㅜ] [코뿔코뿔소 : 방송 끄고 혼자 보지 말고 우리도 보여줘요!!] [블루짱짱맨 : 방중술이 뭔가요?] [RSVIP : 테크닉이요]그렇게 대박이 터진 줄로만 알았던 이날의 언박싱 방송은 온갖 논란과 한 권의 서책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이튿날, 제갈세가로 떠났던 우희가 이틀 만에 조가장으로 돌아왔다.
“휘 가가!”
난 멀리서 도도도 달려오는 사랑스러운 소녀를 보며 반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우희의 얼굴을 보니 새삼 신투의 제안을 거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집 떠나서 10년이 말이나 돼? 신법이야 우희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내 말 끝까지 안 듣고 달랑 비급만 던져주고 떠났으니, 그 할아버지도 이 정도는 용서해주겠지.
생각을 마친 나는 양손을 크게 흔들며 우희를 마중하러 나갔다.
“희야, 잘 다녀왔어?”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녀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 얼굴은··· 전생에서 몇 차례 본 적 있는, 싸움 직전의 여친의 모습과 유사했다.
뭐지? 내가 뭐 잘못했나?
움찔 걸음을 멈춰선 내게, 어느새 지척까지 도달한 우희가 눈을 흘기며 새침하게 쏘아붙였다.
“다 들었어.”
“뭐···를?”
“엊그제 가가랑 손잡은 애 누구야?”
“어?”
뒤늦게 그녀의 분노가 귀여운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은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지만, 사태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휘 가가, 내가 누누이 얘기했지? 강호에서는 누굴 조심해야 한다고?
“노인과 여자, 어린 아이···.”
“걔보고 손도 곱다고 했다며?”
“아니, 그건···.”
“흥!”
벌써 1각이 넘게 이어지는 잔소리에 난 그저께 함께 시장에 간 무사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희한테 이른 거, 셋 중에 누구냐···.
그러나 한편으론 이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휘 가가?”
“어, 듣고 있어.”
행복··· 맞겠지?
다음날부터 우희와의 수련이 재개됐다.
그리고 그녀는 내 기대대로 타인이 쓴 비급마저 척척 해석해냈다.
“가가, 이 신법은 정말 놀라워. 저번에 내가 알려준 세가의 망천신행(望天神行)보다 훨씬 상승의 공부 같아. 어디서 이런 걸 얻었어?”
“아, 저번에 아빠가 준 선물들 틈에 숨겨져 있었어.”
“도대체 어느 고인이 그 먼 서역까지 가서 이런 무공을 남겼을까?”
“글···쎄?”
[별빛길 : 왜 코끼리 방중술 나왔다고 말을 못해ㅜㅜㅜ]그렇게 난 우희의 도움으로, 신투라는 희대의 기인을 스승으로 모시지 못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신투가 준 연영신법을 익히기 시작한지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내게 또 한 번의 기연이 더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