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28
너의 이름은
적양권의 정체가 신투였다니!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폴리페눌 : ㄴㅇㄱ] [양뽈락 : 상상도 못한 정체! ㄴㅇㄱ] [minku : 대놓고 클리셰였는데 속았네 아 ㅋㅋ] [빅격포 : 짱개cg 언제 이만큼 발전함? ㄷㄷㄷ] [원퉁사 : 약빈이가 빡칠만하네. 손 곱다는 말만 믿고 오빠 만나러 왔는데 맨날 딴 여자애랑 레슬링을 한다? 나 같아도 못 참지ㅋㅋㅋ] [석재장난감 : 그거였네ㅋㅋㅋ] [demon987 : 꿀밤 예약한 거 취소합니다]화면으로 본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럴 진데 실제로 이 장면을 목도한 내 심장은 오죽할까!
특히나 그의 장대한 체구가 순식간에 왜소하게 줄어드는 모습은, 환생한 이후 본 것 중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어르신, 얼굴은 그렇다 쳐도 키는 도대체···.”
“도둑이 키가 커봐야 눈에 띄기밖에 더하겠느냐? 축골공(縮骨功)으로 넘치는 키를 가렸을 뿐이다. 그나만 이젠 늙어서 그럴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김구 선생님 키가 180cm를 넘는다는 얘길 들었을 때만큼 충격적인데.
“잔재주에 불과하니 입 좀 그만 다물거라. 파리가 들어가 앉겠구나?”
피식거리는 신투의 모습이 얄밉기 짝이 없었지만, 난 한편으로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또한 그의 제자로 들어가면 배울 수 있는 무공들 중 하나일 테니.
그러나 뒤이어 떠오른 어떤 생각은 들떴던 내 마음을 얼음장처럼 차갑게 만들었다.
적양권은 명백히 실존하는 인물.
그렇다면 눈앞의 존재가 가짜였음이 밝혀진 지금, 진짜는 어디에···?
“어르신, 그럼 진짜 적양권 대협은··· 설마?”
내 얼굴에 떠오른 불길함과 의심을 본 것인지, 침을 꿀꺽 삼키는 내게 신투가 기함을 토했다.
“이 노옴! 내가 무슨 마두인 줄 아느냐!”
“어르신, 밖에서 듣겠습니다.”
“내가 그 정도 생각도 못했겠느냐? 진즉 기막을 쳐둔 지 오래다. 그보다, 적양권은 내가 강호 활동을 할 때 사용하던 여러 신분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애초에 너를 다시 만나기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걸린 것도 이 수투를 챙기러 비처에 들렀다 오느라 그런 것이 아니냐!”
“아··· 그렇죠? 어르신처럼 가난한 백성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치신 분께서 그런 일을 하셨을 리 없죠. 믿고 있었습니다.”
“늦었다, 욘석아!”
버럭 소리친 그는 다시 생각해도 억울한지 눈을 가늘게 뜨며 한 마디를 보탰다.
“내가 그리 악독한 성격이었으면 네가 연영신법을 외부로 유출한 것을 알고도 가만히 있었을 성 싶으냐?”
“···그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비급을 해석하는 능력이 모자라 친구의 도움을 받았으니, 부디 노여움을 푸세요.”
“되었다. 나 역시 스승께서 훔쳐 배운 무공들로 경지에 이른 몸, 더구나 사제의 연을 맺기도 전에 일어난 일로 너를 탓할 만큼 속이 좁지는 않다. 물론 그냥 넘어가긴 괘씸해서 심술을 좀 부리긴 했다만.”
신투의 말에 난 비로소 지난 몇 주 간의 마음고생이 전부 그가 의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일부러 절 애태우신 거군요.”
“안 그랬으면 지금 네 녀석이 이 자리에 있겠느냐? 그 정도로 봐준 걸 다행으로 여겨라.”
“연영신법 때문에 기분이 상하신 거라면 식객으로 들어오신 직후에 정체를 안 밝히신 까닭은 무엇인가요?”
내 물음에 신투는 길게 난 수염을 쓰다듬으며 툴툴거렸다.
“이 녀석아, 너만 스승을 가려 받으란 법이 있더냐? 비록 그 날은 네 자질에 감탄하여 덜컥 제자가 되기를 권했다만, 그 뒤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존심이 상하더란 말이지?”
“아하하···.”
“그래서 나도 네가 정말 내 제자로 어울리는지 이곳에 머물면서 지켜보기 한 게다. 그러느라 늦은 게야.”
“그래서 전··· 어르신의 시험을 통과했나요?”
긴장을 억누르며 묻자 그가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비록 비슷한 또래의 명문세가 아이들보다 내공에는 다소 모자람이 있으나, 그것을 채우고도 남는 다른 재능들이 있으니···. 그보단 부를 지녔음에도 오만하지 않은 성정이 내 마음에 들었다. 필시 네 부모를 닮은 게지.”
“아···! 감사합니다.”
“그리 조바심을 낼 거 였으면 진즉 내 제의를 받아들이지 그랬느냐?”
“그래도 그 때 거절한 덕에 이렇게 사부님을 집으로 모실 수 있었잖아요.”
청산유수 같은 나의 대답에 신투가 샐쭉하게 대꾸했다. 그래도 그 대답이 마음에 들긴 하는지, 슬쩍 올라간 광대가 씰룩이는 게 보였다.
“허, 말은 잘 하는구나. 그나저나 사부라···. 그 말이 이리도 반가운 것을 보면 나도 이제 늙은 게지.”
주름진 얼굴로 환히 웃는 노인을 바라보던 나는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부님. 제자 조가휘가 절 올리겠습니다.”
“오냐.”
신투에게 큰절을 올린 뒤에야 다시 자리에 앉은 나는, 문득 방을 뛰쳐나간 약빈에게 생각이 미쳤다.
“그나저나 약빈 소저가 돌아오지 않네요. 제가 찾아올까요?”
“되었다. 널 피해 달아났거늘, 네가 데리러 가봤자 역효과밖에 더 나겠느냐.”
“네···. 아, 그럼 약빈 소저가 앞으로는 제 사저(師姐)가 되는 거군요?”
“그저 손녀에게 호신술 몇 가지를 가르친 것에 불과하니 너무 격식 차리지 말거라. 그냥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면 되는 게야.”
“네 사부님.”
“으흐흐, 자꾸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단 말이야.”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신투가 또 다시 서봉주 한 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찰나, 갑자기 그의 가슴팍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의 그로테스크한 변신 장면이 기억에 생생한 나로선 어깨를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부님, 그건···?”
“음? 허허, 이 녀석. 숨어 있느라 답답했던 게로구나?”
껄껄 웃은 신투가 옷 틈새를 살짝 벌린 순간,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검정 털뭉치 하나가 밖으로 쏙 튀어나왔다.
“쯋-.”
날렵한 몸짓으로 식탁 위에 내려앉은 그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다람쥐였다.
그것도 보통의 다람쥐들과는 달리 번개처럼 삐쭉거리는 꼬리를 가진.
“시송서, 족히 30년은 사는 영물이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청해를 여행하다 만난 인연이지.”
“영물이요?”
“음, 영물을 본 것이 처음인 게냐? 천지기운이 모이는 장소에선 간혹 타고난 굴레를 벗어나는 짐승들이 태어나기도 하지. 시송서 역시 그러한 영물 중 하나로 사람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영리할 뿐 아니라 절정고수보다도 빠른 몸놀림이 특징이다. 나도 이 녀석과 친해지는 데는 제법 고생했지. 안 그렇냐, 이 녀석아?”
“쯋, 쯋.”
신투의 손가락에 머리를 비벼대는 깜찍한 다람쥐를 보자 미소가 절로 났다.
너무 귀여운데? 소희랑 우희 보여주면 진짜 좋아하겠다.
한편,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역시 다람쥐가 귀엽다며 난리였다.
이건 어쩌면··· 애완동물 방송이 가능하겠어!
[그악 : 깐휘님 다람쥐 이름 지어주세요.]습관처럼 시청자에게 대꾸한 순간, 술을 홀짝이던 신투가 두 눈을 깜빡였다.
“응? 내게 말한 것이냐?”
“아, 아닙니다. 사부님.”
내가 독특한 무공을 익힌 탓에 간혹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린다는 것은 이미 조가장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난 신투에게도 같은 설정을 늘어놨다.
“제가 익힌 구독신공이라는 무공입니다. 원래는 내공을 익힐 수 없는 제게 단전을 만들어준 신비한 무공이에요. 가끔 뜻도 알 수 없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게 흠이지만요.”
“허··· 그래서야 일상생활을 어떻게 하느냐? 더구나 훗날 강호를 주유하다 보면 은신이나 잠입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 터인데.”
“아, 억지로 참으면 참을 수 있어요. 좀 답답하긴 한데.”
“허··· 참, 알면 알수록 기이한 녀석을 제자로 받았구나!”
헛웃음을 터뜨린 신투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잠시 이리와 보거라. 혹여 몸에 이상은 없는지 맥을 봐주마.”
“네, 사부님.”
잠시 뒤, 신중한 얼굴로 내 몸을 살펴보던 신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음··· 어찌 이런.”
“혹시 무슨 문제라도···?”
“다행히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듯하구나. 아니, 이상은커녕 내가 여태껏 만나본 누구보다도 정순한 내공이야. 게다가 묘한 선기마저 느껴지는 것이··· 혹여 그 구독신공이란 것이 도가나 불가계열의 무공이더냐?”
웬 선기?
설마 우희가 준 신산심적공에 그런 공능까지 있는 걸까? 아니면 O튜브산 내공의 특징?
잠시 머리를 굴려봤으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글···쎄요? 저도 웬 거지 노인을 돕고 얻은 거라···. 다만 제갈세가의 외당주이신 제갈신 대협께서 불가계열의 무공이 아닐까 추측하신 적은 있습니다.”
“흠··· 세간에서 양소신협이라 불리는 그 아이 말이냐? 그 녀석의 안목이라면 제법 믿을 만하지. 어쨌든 그 구독신공이란 무공은 계속 익혀도 무방할 듯하구나.”
그렇게 나와 신투가 나름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미 다람쥐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지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었다.
[헤으응 : 꼬리도 번개 모양이니까 피카츄로 해주세요] [k8623 : 실사니까 명탐정 피카츄 추천] [어흥이 : 번개꼬리 ㅅㅂㅋㅋ 짱깨쉑들 표절은 진짜ㅋㅋㅋ] [소용두리 : 근데 신투 할배 변신 장면도 그렇고 cg 엄청 자연스럽네요] [dinmoo : 명탐정 피카츄ㅋㅋㅋ]잠시 채팅창을 바라보던 나는, 우선 다람쥐에게 이름이 있는 지부터 묻는 게 순서라는 생각에 다시 신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사부님, 혹시 얘한테 따로 이름이 있나요?”
“이 녀석 말이냐? 나야 그냥 이놈-저놈- 하고 부르고···. 빈아도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건 많이 봤어도 딱히 이름을 부르는 건 본 적이 없구나. 왜, 혹여 생각해 둔 이름이라도 있느냐?”
“아, 제가 지어도 괜찮을까요?”
“똑똑한 녀석이니 서로 다르게 부른다고 헷갈려하진 않을 게다. 편한 대로 하거라.”
혼잣말에 대한 변명도 마쳤겠다, 난 거리낌 없이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킴썬 : 보노보노 방송이니까 포로리로 ㄱㄱ] [arban5 : 햄토리요!] [Bzax : 언제적 햄토리 ㅋㅋㅋㅋ] [깨툭 : 포로리가 더 오래되지 않았나요?] [주인공엄마 : 포로리는 근본입니다]그렇게 열띤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또 하나의 강력한 후보가 등장했으니.
[데부르릇 : 싸우지 말고 브로리] [아옯옯 : 다람쥐 이름이 브로맄ㅋㅋㅋ] [마븝사의밤 : 드래곤볼 에반데 ㅡㅡ] [오리너굴이 : 세 보이고 좋아요] [라면묵어 : 원작 캐릭터가 다람쥐가 아니라 저작권도 괜찮을 듯]브로리가 뭐야?
곧장 O튜브 검색창에 브로리를 입력한 나는, 다람쥐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근육마초 캐릭터의 썸네일을 확인하곤 눈살을 찌푸렸다.
···차라리 포로리가 낫겠는데.
그래도 이런 건 다수결로 하는 게 낫겠지?
난 투표 방법을 묻기 위해 다시 스트리밍 화면으로 돌아왔다.
[트와일롸잇 : 있어요. 영상 하나 파신 다음에 하단 카드 버튼 누르면 투표 가능해요]난 어느 친절한 시청자의 조언대로 투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데부르릇 : 브로리] [kerasis : 다람쥐는 고든람쥐가 국룰인데] [아얖람 : 고든람쥐 좋다 ㅋㅋㅋ] [차카타팟 : 이거지ㅋㅋㅋ]고든람쥐의 등장에 제각기 다른 이름을 밀던 시청자들이 대통합을 이루기 시작했다.
내 생각 역시 마찬가지.
저 이름을 본 순간 느낌이 왔다.
고든람쥐, 너로 정했다!
몇 년 새 구독자 수가 꽤 늘긴 했지만, 그들의 수요 대부분은 편집 영상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진행하는 내 라이브 방송을 실시간으로 따라올 정도로, 할 일 없고 멀미에 강한 사람은 얼마 없었으니까.
[뽀미 : 빨리 확인 ㄱㄱ]난 신투가 술을 홀짝일 때마다 잔을 채우기를 반복하며 투표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로부터 10분 뒤, 총 62명의 시청자가 참여한 투표 결과를 확인한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1. 23표 브로리
2. 22표 고든람쥐
······.
뭐···?
아니, 여기선 누가 봐도 고든람쥐 각이었는데 왜 브로리가···.
파맛첵스의 당선 장면을 바라보는 담당 기획자들의 기분이 이러했을까.
난 믿을 수 없는 결과에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이날 이후 내 채널엔 귀여운 다람쥐의 일상을 담은, ‘브로리는 못말려’ 카테고리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