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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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주 대협께서?”
“네, 아버지.”
“참으로 잘된 일이다.”
“휘아, 정말 훌륭한 분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구나.”
뒤늦게 내가 적양권의 제자가 되었단 소식을 접한 부모님께선 뛸 듯이 기뻐하셨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정체가 과거 의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신투란 사실은 여전히 나와 그들 조손만의 비밀이었다.
지난 두 달간을 조가장에서 식객으로 지낸 신투는 부모님의 인품과 상인으로서의 정직함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에는 극구 반대했다.
“내가 조가장에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순간, 내게 숨겨둔 보물이 있다고 믿는 자들은 물론 과거 내 스승과 원한이 있는 자들까지도 구름처럼 몰려들게다. 너도 네 집이 쑥대밭이 되길 바라지는 않을 것 아니냐?”
“물론입니다. 저도 앞으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음,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우희 그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넌 죽는 그 순간까지도 신투의 제자가 아니라 적양권의 제자로 살아가는 게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사부님.”
***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무공 수련이 시작됐다.
이른 새벽, 눈을 뜨자마자 연무장으로 향한 나는, 머지않아 저 멀리서 느긋하게 걸어오는 적양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부님! 간밤에 평안하셨습니까?”
“음.”
전날 본 짓궂은 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중년인을, 나는 신기한 얼굴로 바라봤다.
“다시 봐도 신기해요. 겉모습도 겉모습이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른 사람 같으세요.”
“하루 이틀 해온 일이 아니니···. 너도 단 둘이라고 방심 말고 나를 적양권으로 대하거라.”
“네! 그런데 손녀 분께선 같이 안 왔나요?”
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묻자 신투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수련은 시작도 안 했거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구나.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여자를 밝히면 못 쓴다.”
“무슨 소리세요. 어제 제가 돌아갈 때까지만 해도 처소에 안 돌아왔으니 걱정이 돼서 그러죠.”
“단순한 농담에 왜 이렇게 펄쩍 뛰느냐?”
난 신투가 더 엄한 소리를 하기 전에 잽싸게 말을 돌렸다.
“그래서 사부님, 전 어떤 무공을 익히게 되나요?”
“그렇잖아도 그 얘기를 하려던 참이다. 저번에 보아하니 주로 권각술 위주로 수련한 듯한데, 병장기에는 따로 관심이 없는 것이냐?”
“아닙니다. 되도록 살상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권각술을 익히긴 했지만 그것만 고집할 생각은 없어요.”
정확히는 O튜브를 보고 따라하기 쉽다는 점과 잔혹성 문제로 방송이 정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신투는 안타까운 얼굴로 혀를 찼다.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독심이 너무 부족하구나.”
“아하하···.”
“그런 성정을 결코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자비를 베푸는 것과 심약한 것은 전혀 다르다. 그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큰코다칠 게다.”
“네, 사부님.”
그는 설교는 이쯤이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원래의 주제로 되돌아왔다.
“그래, 권각술은 들었고. 그것 외에는 또 어떤 것들을 익혔느냐. 아, 내가 준 연영신법도 제외하고 말이다.”
“어··· 예전에 한 번 보여드리려다가 참았는데.”
“응?”
“그, 우희랑 처음 대련했을 때 보여드렸던 나려타곤 같은 거요.”
내 말에 신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해괴망측한 동작들이?”
“네···. 그게 보기엔 그래도 상대를 제압하는데 효과가 제법 크거든요?”
“흠··· 그렇다면 어디 다시 한 번 펼쳐 보거라.”
“지금요?”
“음.”
“이게 혼자서 하기엔 좀 그런데 도와주실 수···.”
어렵사리 말을 꺼내던 순간 때마침, 저 멀리 돌기둥 뒤에 숨은 작은 소녀의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그렇잖아도 70대 노인을 돌바닥에 눕히기 미안했는데, 나는 반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약빈아! 여기!”
“···!”
움찔했던 그림자가 이내 돌기둥 밖으로 서서히 빠져나왔다.
난 그야말로 경계심 많은 고양이를 대하듯 그녀에게 손짓했다.
“어젠 어디 있었어? 계속 기다렸는데.”
“······.”
“찾아봐도 안 보이고.”
“······.”
한 발, 두 발.
말없이 다가오던 그녀가 마침내 지척에 이르자, 난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포권했다.
“그동안 못 알아봐서 미안. 너무 달라져서.”
“······.”
“원래 얼굴이 훨씬 예쁜데?”
내 말에 살며시 고개를 숙인 소녀의 입술이 바짝 안으로 오므라들었다.
뒤이어 그녀의 입꼬리가 기쁜 듯 씰룩이는 것을 발견한 나는, 전날 신투에게 들었던 말을 되새기며 작게 미소 지었다.
‘내가 역용을 하라고 그리 얘길 해도 들어야 말이지. 원래 얼굴로 지내겠다고 어찌나 성화를 부리던지.’
자기 얼굴이 예쁜 걸 모르면 그런 말 못하지.
외모에 관심이 많은 어린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가벼운 립 서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나 파장은 적지 않았다.
[dnimo : 깐휘쉑 또 꼬리치네ㅋㅋㅋ] [양뽈락 : 우희 잔소리 한 시진 장전] [뎌어나아 : 스윗중남 재등장!] [Upton9 : 우희 집 갔다고 막 나가네ㅡㅡ] [여우쟘 : 아역들 연기 왤케 잘해요ㅋㅋ 약빈이 입술 씰룩이는 거 뭔데ㅋㅋ]······.
아니, 애한테 예쁘다고 한 번 할 수도 있지, 뭘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는 시청자들을 뒤로 한 나는, 연무장 한 쪽에 벗어두었던 장포를 바닥에 넓게 펼쳤다.
“사부님, 약빈이랑 함께 시범을 보여드려도 될까요?”
“일찍도 물어보는구나. 그래, 어디 한 번 해 보거라.”
신투의 허락을 받은 나는 이어서 약빈에게 물었다.
“나려타곤 비슷한 걸 하게 될 텐데, 혹시 싫어?”
“···으응.”
“괜찮으면 바로 시작할게.”
난 고개를 젓는 약빈을 바닥에 펼쳐진 장포 위로 인도했다.
“그 때 우희가 여기 이렇게 서 있었고··· 약빈아, 여기 가만히 서 있어.”
“···됐어?”
“응. 다리는 조금만 더 벌리고.”
예전에 신투 앞에서 우희에게 태클을 날리던 순간의 모습을 재연한 나는, 이어서 약빈의 하체를 바싹 끌어당기며 바닥으로 부드럽게 넘어졌다.
“읏-.”
“이런 식으로 바닥에 넘어뜨린 다음에 그대로 상대를 이렇게 때리거나, 아니면 곧장 다른 자세를 취해서 이렇게 관절을.”
“아!”
“살짝만 당겨도 아프지? 사부님, 이게 힘을 아직 안 준 거거든요? 자, 이제 다시.”
암바를 풀고 처음의 자세로 되돌아간 나는, 이어서 방어하는 쪽의 입장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근데 지금은 일단 보여드리느라 이렇게 한 건데, 원래 이렇게 상대방 다리 사이로 파고들면 반격 당하기가 쉬워요. 그래서 우희도 그 때 넘어질 때 발을 최대한 넓게 벌린 거거든요. 한 번 보여드릴게요, 어떻게 되나.”
나는 다시 눈앞의 약빈을 바라봤다.
“내 등에 다리 한 번 감아볼래?”
“······적.”
“약빈아?”
“이 음적!”
짝-!
“아!”
뺨을 맞고 벌러덩 나자빠진 내 위로, 씩씩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약빈의 모습이 보였다.
뒤이어 좁고 빠른 발자국 소리가 연무장을 벗어나는 동안에도, 난 제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얼얼한 뺨만 부여잡고 있었다.
내가··· 음적?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는 가운데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뽀미 : 소저 손이 맵네요 한 번 해줘야지ㅋㅋ] [yhs21cm : 편-안] [thot2020 : 존나 꼬시다 ㅋㅋㅋ] [야이젠 : 우희가 다 받아주니까 명나라 여자들이 쉬워 보이냐고ㅋㅋㅋ]······.
비웃음 가득한 채팅들 위로 신투의 한숨 섞인 음성이 내려앉았다.
“그러게 내가 벌써부터 여자를 밝히면 못 쓴다 하지 않았더냐. 에잉, 쯧쯧.”
“원래 이렇게 하는 건데···.”
“애초에 적을 제압하는 수법으로 점혈이 있거늘, 어떤 내가고수가 그렇게 바닥을 굴러가며 싸우겠느냐.”
“점···혈?”
“처음 들어보느냐? 혈을 짚어 상대의 움직임을 봉하는 수법이다. 현재 상대가 지닌 기운에 따라 점혈에 필요한 기운도 변화하기 때문에 그리 쉬운 기예는 아니지. 너무 많은 기운을 담으면 때리는 것과 다르지 않고, 반대로 부족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으니.”
우희는 그런 거 안 알려줬다고···.
애초에 배울 실력이 안 되니까 안 알려줬겠지만.
“언제까지 누워만 있을 생각이냐. 그만 일어나거라.”
“네, 사부님.”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네게 점혈을 보여주마. 말로 듣는 것보다는 직접 겪어보는 게 빠를 테지.”
말을 마친 그가 이제 막 자리에서 일어난 내 어깨를 빠른 속도로 짚었다.
토독-.
마치 건반을 두드리듯 가벼운 움직임이었으나,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
온몸이 나무토막처럼 딱딱하게 굳은 나를 보며 신투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어떠하냐. 이러면 굳이 바닥을 뒹굴지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
“지금은 아혈을 함께 짚어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누르는 혈에 따라 호흡을 막거나, 눈을 멀게 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가 존재한다. 기다려 보거라, 이제 곧 풀어 줄···.”
“어? 됐다.”
“헛?”
해혈을 위해 다가오던 신투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이게 어찌 된···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냐.”
“네?”
“분명 제대로 짚었거늘?”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온 신투가 다짜고짜 내 어깨를 짚었다.
막 방송을 재시작하던 나는 다시 한 차례 뻣뻣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해혈은 아까보다도 훨씬 수월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시작하기]버튼을 눌러 기존 방송을 종료한 순간, 단전을 채웠던 내공 뿐 아니라 혈도를 막고 있던 신투의 기마저 신기루처럼 흩어졌다.
동시의 머리 위에서 신투의 탄성이 들려왔다.
“허··· 얼마나 나를 놀라게 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 왜 점혈이 통하지 않나 했더니 단전의 크기가 계속 바뀌는구나! 이게 어찌된 일이냐.”
의아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점혈이란 것이 상대방의 기운에 따라 거는 방식이 달라지는 까다로운 기예라는 말에, 혹시나 싶어 내공의 연결을 초기화해봤더니 이리 쉽게 풀릴 줄이야.
더구나 단전의 크기가 계속 바뀐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영상들에 담긴 내공의 총합이 내 단전의 크기가 아니란 말인가?
의아한 마음에 스페어 내공들 중 하나에 의식을 집중해 기운을 뽑아오기 시작한 순간.
“허, 지금은 또 내공이 늘었구나?”
“···지금은 어떤가요?”
“조금 전보다는 줄었다. 설마 네 의지대로 단전의 크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냐?”
난 신투의 반응을 보며 확신했다.
내가 사용하려고 마음먹은 스페어 내공의 양이 곧 내 단전의 크기임을.
내가 가진 스페어 내공 하나하나가 별도의 단전으로 취급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단전의 크기를 위장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면 혹시?
“사부님, 한 번만 더 점혈해주실 수 있을까요?”
파밧-.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신이 굳었다.
난 스트리밍 재시작을 통해 해혈했던 아까와 달리, 현재 사용 중인 스페어 내공을 다른 것으로 교체했다.
그 순간, 저릿했던 팔다리에 다시 자유가 찾아왔다.
신투는 다시 한 번 허탈한 웃음을, 난 만족스런 웃음을 터뜨렸다.
단전을 갈아 끼우는 것으로 몸에 걸린 점혈을 해제하는 구독신공만의 새로운 공능!
그 이름하여···
[주베 : 네이밍 센스ㅅㅂ ㅋㅋㅋ] [천용섬 : 단전 리프레쉬? 갈! 이런 건 무협이 아니다!] [쿵씨 : 갈이라뇨. 꾸짖을 허 입니다]시청자들의 비난조차 신기술을 얻은 내 기쁨을 막을 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