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38
보물찾기 (1)
“이것이 우희 그 아이가 준 무공이라 하였느냐?”
“네, 사부님.”
“허···. 허허, 그 아이의 재주가 참으로 놀랍구나? 그 나이에 형(形) 속에 뜻을 담아내다니. 불세출의 기재란 말이 아깝지 않아.”
내가 건넨 비급을 살펴본 신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승님께 보여드려도 된다는 글귀가 비급 첫장에 적혀 있었기에,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던 일이다.
한편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약빈은 우희가 칭찬을 받는 것이 영 탐탁지 않은 듯, 도톰한 입술을 연신 오물거렸다.
“남은 기간 동안은 이걸 익히는데 주력하자꾸나.”
“네, 사부님.”
“그나저나 무공의 이름이···.”
“크흠.”
민망함에 목을 가다듬자, 날 흘겨보는 약빈의 눈초리가 한층 새침해졌다.
***
그날부로 난 신투의 도움 하에 우희가 준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
“와 보거라.”
“네!”
스륵-.
대련이 시작됨과 동시에 내 발이 유령처럼 연무장 바닥을 미끄러졌다.
신투로부터 배운 보법 중 하나인 허요보(虛曜步)였다.
뒤이어 허리를 비틀며 내뻗은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쐐액-!
견우에서 노수가 아니라 수삼리에서 공최라고 했지?
우희의 비급에 적힌 대로 진기를 유도한 순간, 막 신투의 손바닥과 충돌하려던 오른 주먹이 묘한 궤도를 그리며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헛, 제법.”
“아···! 속도는 저랑 맞추신다면서요.”
“그럼 이 늙은 스승이 네 녀석 주먹에 맞았어야 속이 시원하다는 것이냐? 그나저나 겨우 이 정도로 팔이 저릿한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늙은 게지.”
“그냥 제자 실력이 늘었다고 말씀해주시면 안 되는 거예요?”
“아직 멀었다, 이 녀석아. 뭐하느냐! 어서 움직이지 않고!”
신투의 재촉에 난 다시 진각을 밟으며 그에게 돌진했다.
곧 서로의 팔다리가 격돌하며 일어난 파공음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기존에 신투로부터 전수 받은 무공과 이번에 새로 익힌 무공은 분명 겉으로 보기엔 같은 초식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기세는 판이하게 달랐다.
신투의 무공이 간결하면서도 여러 무공이 뒤섞인 탓에 종잡을 수 없는 불규칙함이 특징이라면, 우희가 알려준 무공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초식들과 화려한 변초가 일품이었다.
더구나 두 무공이 서로 같은 형(形)에 바탕을 둔 덕에 두 개를 혼합해 사용하는 일도 얼마든 가능했다.
“물론 그러자면 이것 역시 생각과 동시에 튀어나올 정도로 몸에 익어야겠지.”
“윽- 네···!”
“부지런히 움직이거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그 뒤로도 한참을 이어지던 훈련은 내가 녹초가 되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뒤에야 끝이 났다.
난 가쁜 숨을 헐떡이며 신투에게 물었다.
“하악, 학···. 사부님, 제 무공은 어느 정도일까요?”
“저번에 남궁현, 그 아이와의 비무에서 동수를 이루지 않았더냐. 녀석이 비록 성격은 유하나 그래 봬도 검왕의 손자다. 자부심을 가지거라.”
“네.”
실제로 몇 달 전 겪어본 남궁현의 검세는 굉장히 날카로웠다.
우희에게 창고 뒤에서 갈굼을 당하던 녀석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그러나 신투는 내가 자만에 빠질 것을 염려한 듯 칭찬 끝에 아쉬운 한 마디를 덧붙였다.
“다만 네가 지닌 내공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한 가지 흠이구나. 비록 초식으로 초반에 우위를 점했으나, 싸움이 장기화 되었다면 네가 불리했을 게야. 비무가 아닌 생사결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명심하겠습니다.”
이젠 신투도 내가 여러 개의 단전을 지녔다는 사실을 안다.
처음에는 그저 단전의 크기를 실제보다 작게 위장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설명했으나, 난 뒤늦게 그것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님을 깨달았다.
실력의 삼 할을 숨기라는 격언도 상대를 봐가며 지켜야하는 법, 스승이 내 상태를 오인하여 적절한 가르침을 베풀지 못한다면 오히려 주객전도나 마찬가지일 테니.
다만 카메라를 다루는 능력만큼은 제외했다.
어차피 보통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기에 조언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무엇이든 엿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신투에게 비밀의 일부를 공개한 뒤, 나는 어떤 실험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스페어 내공의 크기가 너무 작은 탓에 미처 시도하지 못한 실험이었다.
‘지금 이 정도면 몇 년 내공인가요?’
‘음··· 1년 정도겠구나.’
‘지금은요?’
‘이번 건 제법 많구나. 3년은 될 듯하다.’
교체한 단전의 크기를 묻는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눈으로는 O튜브 분석 페이지를 끊임없이 살피며, 신투의 대답과 해당 영상의 총 시청시간을 서로 비교해야만 했다.
그렇게 지루한 반복 작업의 결과, 난 마침내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10대 1.
시청시간이 내공으로 전환되는 비율이었다.
즉, 1갑자(60년)의 내공을 얻기 위해선 누군가 내 영상을 쉬지 않고 600년을 시청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만일 시청자가 10명이라면 각각이 60년, 100명이라면 6년···.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무래도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난 내공을 시청시간 대신 ‘조회수’로 나타내보기로 했다.
물론 시청시간과 조회수는 전혀 별개의 지표였다.
조회수가 같더라도 짜깁기 영상과 알짜배기 영상의 시청시간은 전혀 다를 테니.
그래도 ‘시청지속률’이란 지표의 평균값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도출해 내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낸 결과가 바로.
1갑자 당 1800만 조회수.
이는 영상길이 1시간인 편집 영상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내가 수련도 하지 않고 모으면 열흘 안에 모을 수 있는 양이기도 했다.
열흘에 60년의 내공이라니.
얼핏 들으면 어마어마한 수치였으나 그 뒤에는 ‘충전불가’라는 치명적인 단서가 붙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다른 무림인들은 충전기를 꽂고 싸우는데, 나 혼자 계속 보조 배터리를 들고 다니는 격.
그래도 여차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내공이 잔뜩 있다는 것은 마음이 든든했지만, 함부로 썼다간 패가망신하기 딱 좋았다.
당장 나는 하루하루 수련을 하는 데도 내공을 아껴 써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무공을 펑펑 쓰다보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적자가 나기 일쑤였으니.
하물며 3인칭 촬영에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많은 양의 내공도 고려해야했다. 거리가 멀수록 그 양이 늘어나는 것 까지 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공을 안 쓰고 모으는 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내 경지와 방송을 위한 내공은 과감히 쓸 필요가 있었다.
3인칭 촬영에 소모되는 내공 역시 양질의 영상을 뽑아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었다.
때문에 나는 매일 엄청난 내공을 벌어들이면서도 언제나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남은 스페어 내공을 5갑자 선에서 유지하며, 전날 입수한 내공 이하를 사용하는 전략으로 저축을 계속했다.
동시에 나는 산처럼 쌓인 비인기 영상들도 정리에 들어갔다.
어차피 내공에 보탬이 되는 똘똘한 영상들은 따로 정해져 있었다. 들러리가 많아봤자 괜히 알짜배기에 대한 주목도만 떨어질 뿐.
더구나 최대치만 초과하지 않는다면 스페어 내공 간에도 기운을 옮겨 담는 것이 가능했기에, 아까운 내공이 버려지는 일도 없었다.
물론 해당 영상들은 비공개로 전환했을 뿐 완전히 삭제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내공을 못 벌어다 주더라도, 그것들 하나하나가 내게 소중한 추억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
새로운 무공 수련에 여념이 없는 사이, 며칠 남지 않았던 한 해가 가고 마침내 천무학관이 개설되었다는 소식이 전 중원을 강타했다.
제갈세가로부터 서신이 도착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폐관수련이 일정보다 늦게 끝나는 바람에 급히 무림맹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담은, 절절함과 그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서신이었다.
벌써 갔구나.
난 우희의 필적 위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코 서운하지는 않았다.
오죽 바빴으면.
이게 다 내 무공을 만들어주느라 시간을 지체한 탓이 아니겠는가.
나는 오히려 이를 악물고 수행에 박차를 가했다.
우희와 다시 만나기 전까지 이 무공으로 소량의 성취라도 이루고 싶었다.
더구나 그토록 엄청난 재능을 지닌 그녀가 5년 동안 두문불출하고 익힌 무공은 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앞으로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서기 위해서라도 수련은 필수였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약빈 역시, 내게 자극을 받은 듯 죽어라 수행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시험이요?”
“그래, 시험. 우리의 첫 만남을 기억하느냐?”
기억하다마다.
소매치기 손녀에 소매넣기 조부란 특이한 조합이 세상천지에 또 있겠는가.
“그날의 사부님과 빈이를 제가 어떻게 잊겠어요.”
“그래, 내 손녀 손은 아직도 그리 고우냐?”
“아하하···.”
약빈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데, 스승의 말이 이어졌다.
“그것과 비슷한 일이다. 오늘 해시(21~23시) 무렵에 단산진에 있는 양향객잔 앞으로 오거라.”
“거기 꽤 먼데··· 30리는 떨어진 곳이잖아요. 그 시간이면 식사 때문은 아닐 테고, 술시중이라도 들어드려요?”
“그만 좀 마셔요, 진짜.”
“오늘은 아니다, 이 녀석들아! 내가 시험이라 하지 않았느냐?”
버럭 소리치는 신투의 모습에 나와 약빈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영문은 알 수 없었지만 스승님의 기행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에도 잠자코 따르는 수밖에.
그날 밤, 약속장소로 향한 우리는 머지않아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비슷한 거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비슷한 거 맞다.”
“아닌 거 같은데요···.”
“또 뭐 시키려구요.”
‘첫 만남’이란 단서에 길거리에서 소매치기 훈련이라도 하나 했더니.
그러나 신투가 우리를 데려간 곳은 객잔이나 야시장 따위가 아니라, 거경문이라는 나름 동네에서 잘나가는 사파세력의 장원이었다. 말이 좋아 장원이지, 도대체 얼마나 백성의 피땀을 갈취했으면 그 규모가 작은 요새나 다름없었다.
그 거대한 장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 위에 우리는 서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반 시진 전, 이곳 거경문주와 그 외동딸의 처소에 각각 내가 지닌 보물 두 개를 숨겨두고 왔다.”
“아니, 그건 또 언제···. 먼저 와서 그새 그걸 다 하셨다구요?”
“하···.”
신투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를 짐작한 나와 약빈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너희들이 할 일은 그 두 가지 보물을 가지고 나오는 일이다. 누가 어느 쪽을 맡을지는 너희들이 알아서 결정하거라.”
“저희 보고 저길 들어가라구요?”
척 보기에도 장원 내를 돌아다니는 횃불의 개수가 심상치 않은 것이, 순찰을 도는 경비 무사가 제법 많은 듯했다.
그러나 신투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겁먹을 거 없다. 내가 먼저 들어가서 살펴보니 딱히 고수라 할 만한 놈들은 없더구나.”
“그건 사부님 기준···.”
“아무렴 내가 너희들을 사지로 내몰까.”
“하, 짜증나.”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 누군가 보물을 발견하면 너희가 할 일만 늘어나는 게야.”
저마다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는 나와 약빈에게 그가 웃으며 무언가를 건넸다.
“이거나 받거라.”
“······.”
난 새까만 복면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오늘따라 흥겨워 보이는 스승의 두 눈이 좀 더 얄미운 호를 그렸다.
“둘 다 조심해서 다녀오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