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40
학관으로
무림맹의 위치는 소림사가 있는 하남으로 호북성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거리로만 따지면 우리 집에서 남궁세가의 절반 정도?
그렇다 해도 물경 400km에 이르는 장거리였기에, 나와 약빈은 입관시험 보름 전에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복장은 얼마 전 우희의 서신과 함께 도착한 검은 무복을 착용했다.
옷소매에 새겨진 ‘구독과 좋아요’란 글자를 발견한 나는, 우희의 기억력에 감탄하는 한편 그녀의 세심한 센스에 함박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거기다 마침 사부님께 받은 검정색 수투와도 원래 한 세트인 것처럼 잘 어울렸다.
사이즈도 딱 맞았다.
아마 여러 차례 나와 바둑을 둔 제갈세가주님의 눈썰미가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 외의 짐들은 조촐하게 꾸렸다.
무공을 익힌 무림인에게 이 정도의 여정은 여정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
경공을 수행할 겸 말 역시 챙기지 않았다.
정 필요하면 마을에 들러 사면 그만이고.
떠나는 날, 우리 가족과 사부님, 그리고 내게 누나나 다름없는 항아는 조가장 밖까지 나와 우리를 배웅했다.
“그럼 정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른 것은 필요 없다. 그저 몸 성히 다녀오거라.”
“휘아, 엄마가 말했지?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다치지 않는 게···.”
말씀을 하시던 엄마가 결국 눈물을 보이자, 그런 엄마의 등을 쓸어내리던 아빠도 조용히 몸을 돌려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마침내 소희의 차례가 왔을 때는 나 역시 두 눈이 시큰해졌다.
“오빠, 언제 와?”
“글쎄? 가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두어 달에 한 번 정도는 올 수 있지 않을까?”
“흐응-.”
소희의 예쁜 얼굴이 못난이처럼 일그러졌다.
난 울먹이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울지 마아.”
“잉-.”
난 소희를 달래는 한편, 약빈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사부님께도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부님.”
“그래.”
-비록 네 어머니는 심성이 여려 그리 말했지만, 손을 쓸 일이 오거든 주저하지 말거라. 인정을 베푸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일은 드무니.
-명심하겠습니다, 사부님.
-대답만 넙죽 하지 말고. 정말이다, 이 녀석아.
난 두 번 세 번 다짐한 뒤에야 스승님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렇게 난 환생한지 17년 만에,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출발했다.
***
약빈과의 여행길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몇몇 시청자들은 무협지의 단골 레퍼토리로 산적이나 수적 등을 언급했으나, 관도로만 걷는데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날 리 없었다.
객잔에 머물 때는 별도의 방을 잡았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다, 이제 약빈도 어린 아이가 아니니 그런 부분은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다만,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어느 날엔 마을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야영을 하기도 했다.
아직 초봄인 탓에 날씨가 쌀쌀하긴 했으나, 내공을 배운 입장에서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이왕이면 여유가 있을 때 연습을 해둬야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써먹을 테니.
사부님께 배운 지식 외에도 O튜브에 올라온 캠핑기술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타닥, 탁-.
모닥불 앞에 모포를 두르고 앉은 우리는, 튀어 오르는 불똥을 바라보며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집에서 이렇게 멀리 나와 본 건 처음이네.”
“나도 오랜만이야.”
“아, 맞아. 넌 사부님을 따라 천하를 주유했지? 뭐 기억나는 사건 같은 건 없어?”
“기억나는 거?”
잠시 기억을 더듬던 약빈이 이내 피식 웃으며 썰을 풀기 시작했다.
“사천에서 지낼 때였나? 웬 꼬마가 할아버지한테 소매치기를 시도한 적이 있어.”
“걔도 운 더럽게 없네.”
“아니. 운이 좋았지. 걔 꾀죄죄한 거 보고 할아버지가 일부러 전낭을 훔치기 좋은 쪽으로 옮겼으니까.”
“너는 그걸 보고 또 짜증내고?”
“아니거든?”
우린 제법 오랜 시간을 모닥불 앞에 함께 있었다.
아마 평소 이 시간이었으면 편집 일로 정신이 없었겠지.
하지만 최근 유능한 편집자를 구한 내게 이 정도 사치는 일도 아니었다.
일의 발단은 편집자를 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던 내가, 돈 많고 시간도 많아 보이는, 게다가 어쩐지 편집 용어들까지 꿰고 있는 뽀미 님에게 관리자 수락 신청을 걸면서부터였다.
물론 처음부터 원하던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뽀미 : ㄴㄴ 귀찮음]그러나 짤막한 채팅과 함께 초대를 거절했던 그녀는,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뜻밖의 제안을 들고 돌아왔다.
[뽀미 : 친구가 대신 해준대! 잘함]그렇게 난 얼렁뚱땅 뽀미 님의 지인에게 편집을 맡기게 되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방송 초창기부터 시작해 거의 나의 유년기를 함께 해온 시청자이기에 믿음이 가기도 했고, 어차피 관리자 권한을 공유해도 제어 권한은 나에게 있었기에 내린 과감한 선택이었다.
이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일단 당장 며칠 간 지켜본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전문가라도 되는지 어마어마한 업무 처리 속도에, 내 채널에 쌓여있던 삭막한 영상들은 간만에 화려한 화면 이펙트와 다채로운 음향들로 무장할 수 있었다.
근래 잠시 정체되었던 구독자 수가 다시 늘기 시작한 것도 그 덕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친구에게 월급을 줄 수 없다는 말조차 쿨하게 웃어 넘겼다.
자기가 주면 되니 신경 쓰지 말란다.
이것이 부자의 여유?
나로선 묵은 숙제를 해결한 것이 기쁠 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부탁해볼걸.
밤이 더욱 깊어지자 난 잠자기에 앞서, 야영지로 들어오는 길목에 카메라부터 설치했다.
그동안 나를 지켜주던 집과 스승이라는 울타리가 없어진 이상, 이젠 잠잘 때조차 방송을 유지해야 했다.
방송이 꺼진 상태인 나는 너무나 무기력하니까.
게다가 추운 날씨에 몸을 덥힐 내공도 필요하고.
또한 카메라는 CCTV의 역할도 했다.
세상에는 상상이상으로 한가한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은 내가 잠든 동안에도 접속을 종료하지 않았다.
물론 대부분은 잠수 중인 인원이었으나, 그들 중 일부는 방송 중에 이상이 생기면 슈퍼챗 알림음으로 나를 깨우곤 했다.
카메라의 시점을 기본 1인칭으로 하지 않은 것은, 뒤척임에서 발생하는 멀미를 막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더구나 발달된 기감을 뚫고 들어올 정도의 고수라면, 1인칭 시점의 시청자 알림으로는 늑장 대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난 야간의 방비까지 철저히 마친 뒤에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으음···.”
난 한밤중에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어쩐지 입술이 축축했다.
추워서 이슬이라도 맺힌 걸까? 얘는 안 깨고 잘 자고 있나?
입술을 슥슥 문질러 닦으며 옆자리를 확인한 나는, 어느새 내 곁까지 제법 먼 거리를 굴러와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얘도 제법 잠버릇이 고약한 편이네.
“하음-.”
하품을 하며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대충 덮인 약빈의 모포를 충분히 끌어올린 뒤 다시 잠을 청했다.
그 뒤로도 무탈한 여행길이 이어졌다.
특별한 일이라고 해봐야 닷새 째 들른 마을의 객잔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음식을 얻어먹었다는 정도?
“저기, 오늘도 야영할래?”
“또? 웬일이야, 저번엔 싫다더니.”
“할 거야, 말 거야.”
그 순간이었다.
“공자, 저쪽에 계신 낭자께서 보내신 겁니다.”
“네?”
갑작스레 식탁에 올라온 요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것도 잠시, 점소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나는, 건너편 탁자에서 살랑살랑 손을 흔드는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여염집 여인이라기엔 지나치게 요염한 복색과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아 무림인이 분명했다.
난 눈웃음을 치며 추파를 던지는 그녀에게 포권과 동시에 전음을 날렸다.
-호의에 감사합니다, 소저.
-그럼 오늘 밤 저랑 술 한 잔 하실래요?
-네?
-앞에 앉은 아가씨 때문에 안 되려나?
그녀의 말이 아니더라도 조금 전부터 약빈의 눈초리가 따가운 참이었다.
“전음 뭐라고 했어?”
“술 한 잔 하자고 해서···.”
“······.”
“거절하려고.”
그제야 약빈이 눈에서 힘을 뺐다.
난 피식 웃으며 다시 건너편 여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아쉽지만 갈 길이 바빠 만남의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
무어라 대꾸를 하려던 여인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작게 달싹이는 입술로 보아, 같은 탁자에 앉은 덩치 큰 사내와 전음을 나누는 듯했다.
잠시 뒤, 대화를 마친 그녀가 다시 내 쪽을 바라봤다.
-오늘은 인연이 아니네요. 다음에는 서로 일행이 없길 바랄게요.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더 이상 내게 시선을 주는 일 없이, 객잔을 떠날 때까지 묵묵히 식사에 집중했다.
그렇게 우리의 짧은 인연은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이튿날, 사하강을 건너 탁 트인 평야에 접어들기 전까진.
“저거 어제 그 여자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여인을 보며 눈을 빛냈다.
무공을 익힌 줄은 알았지만 저리 경공이 뛰어날 줄이야.
더 뜻밖이었던 것은 지금 그녀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단 사실이었다.
“허억, 헉, 헉-.”
전날 본 남자 일행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앞으로 마중나간 카메라를 통해 전해지는 숨가쁜 헐떡임만이 그녀의 다급한 심정을 대변했다.
다음 순간, 한 발 늦게 우리를 발견한 그녀의 눈에 희망의 빛이 깃들었다.
그녀는 추격자를 매단 채 다짜고짜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준비해.”
“응.”
내가 경고할 것도 없이 약빈은 이미 비수를 꺼내들고 있었다.
우리의 경계심을 읽은 여인이 황급히 걸음을 멈추며 소리쳤다.
“소협! 저예요. 저 기억하시죠? 어제 객잔에서.”
“기억합니다.”
“하악, 학, 시간이 없어요. 저 좀 제발···.”
다 젖은 머리칼로 애처롭게 호소하는 그녀의 뒤로, 추격자가 사뿐히 내려섰다.
녹림이나 사파의 인물이 아닐까 했던 예상과 달리, 눈앞에 나타난 추격자는 하얀 면사로 얼굴을 가린 묘령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옥빛으로 빛나는 검을 어깨 높이로 들어 올리며 엄중히 경고했다.
“두 분께선 그녀의 정체가 홍요희임을 알고 감싸는 건가요?”
“홍요희?”
“겉모습과 달리 마흔을 넘긴 요녀예요. 젊고 잘생긴 남자를 꼬드겨 잠자리를 가진 뒤 죽이곤 하죠.”
“거짓이니 믿지 마세요, 공자.”
겁에 질린 목소리 뒤로 면사 여인의 차분한 음성이 이어졌다.
“그녀에겐 죽인 사내들의 아패(牙牌)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으니, 정 못 믿겠다면 그녀의 신병을 제압한 뒤 확인시켜드리죠. 두 분께 향한 것도 인질을 잡으려는 수작일 수 있으니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세요.”
“공자! 제발···.”
섣부르게 누군가를 두둔하기도 힘든 상황, 일단 확실한 증거를 보는 것이 먼저라 판단했기에, 난 울먹이는 여인에게 물었다.
“소저, 실례지만 저 분의 말씀대로 소지품을 확인시켜주실 수 있나요? 물론 제게 보여주는 것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제 친구도 괜찮습니다.”
“제가 무방비 상태일 때 덤벼들 속셈이에요. 공자, 하다못해 다른 강호인들을 만날 때까지만이라도. 그들이라면 제 억울함을 알아줄 거예요.”
“사실 저로선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네요. 하지만 호의를 입고도 갚지 않는 것 역시 도리가 아니니···.”
잠시 말을 멈춘 나는 면사 여인을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그녀의 말처럼 다른 강호인들에게 진실을 확인할 때까지만 말미를 주시는 게 어떨까요?”
-미쳤어?
난 약빈의 전음도 무시한 채 오들오들 떠는 여인에게 다가갔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까지인 것 같네요, 소저.”
“감사합니다. 감사합, 읏?”
그녀의 몸이 고개를 숙이던 자세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점혈을 마친 나는 그녀의 웃옷을 거칠게 뒤집었다.
그러자 옷 안쪽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주인을 알 수 없는 아패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굳이 다른 분들께 진실을 확인할 필요는 없겠네요.”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여자가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악독한 눈길로 나를 노려봤다.
“날 속여?”
“죄송합니다, 소저.”
“어린놈이 벌써부터 심계가 음흉하구나.”
“그간 소저가 벌여온 악행만할까요.”
빙긋 웃으며 그녀의 아혈마저 제압한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된 그녀를 면사 여인에게 양도했다.
그러자 여인이 납검을 마치며 내게 포권했다.
“소협의 도움에 감사드려요.”
“별말씀을. 오히려 저희를 염려해 출수를 멈추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어떻게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걸 알았죠?”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은 어떻게든 빨리 혐의를 벗길 바라지 그녀처럼 시간을 끌지 않죠.”
물론 심증만으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패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재빨리 카메라를 날려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했을 뿐.
살갗이 비치지 않도록 주의하느라 고생이었지.
그러나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면사 여인은 내 대답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슬며시 면사를 걷으며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벽려군이에요.”
“······.”
“소협?”
“아? 아, 네···. 조가휘입니다.”
난 여인의 미모에 넋을 잃은 채 멍하니 대꾸했다.
솔직히 좀··· 많이 취향이었다.
나보다 연상으로 보이는데 열아홉? 스무살 정도인가?
그러나 감탄도 잠시, 난 다시 면사 안으로 모습을 감추는 그녀의 시원한 이목구비와 심유한 눈빛을 아쉬운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를 이용하면 훔쳐볼 수야 있겠지만, 양심에도 찔리고 초점도 안 맞을 테니 생각으로만 그쳤다.
“두 분은 어디로 가시나요?”
“무림맹으로 가고 있습니다.”
“무림맹이라면··· 혹시 천무학관의 입관 시험 때문에?”
“그렇습니다.”
여인이 면사 안에서 웃는 게 느껴졌다.
“혹시 소저께서도 천무학관에?”
“음··· 네, 그렇게 됐네요.”
“함께 붙으면 좋겠네요.”
“그렇죠?”
내가 뭐 웃긴 얘기 했나? 왜 자꾸 웃지?
잠시 뒤 행색을 가다듬은 그녀가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전 이 자에게 물을 것이 있어서 이만.”
“무운을 빕니다, 소저.”
“두 분 역시.”
가볍게 포권한 그녀가 사로잡은 여인의 허리춤을 틀어쥔 채 바닥을 디뎠다.
탓-.
“오···.”
난 순식간에 멀어지는 그녀를 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검을 들었을 때의 날카로운 기세만큼이나 표홀한 경공이었다.
경신법이라면 천하에 따를 자가 없다는 신투를 곁에서 지켜봐온 내가 감탄할 정도로.
학관에 입학하려면 저런 쟁쟁한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건가?
어느새 점이 되어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때, 등 뒤에서 날선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좋아?”
“어? 뭐가?”
“그냥. 그런 얼굴 처음 봐서.”
추태를 보인 것은 사실이라 난 민망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해요, 사매.”
“오해는···. 빨리 오기나해.”
눈을 흘긴 그녀가 손으로 내 엉덩이를 슬쩍 때리고 지나갔다.
“뭐 하냐, 너. 네가 좋아하는 음적이야?”
나 역시 기가 막혀서 그녀의 어깨를 툭 밀었다.
그렇게 우린 다음 객잔에 도달하기까지 투닥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 뒤, 우리는 마침내 정파 무림의 심장부. 무림맹이 위치한 하남에 첫 발을 디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