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46
그녀의 향기 (2)
개강 8일째.
학관 내 구비된 전서구 관리소.
조가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십수 마리의 비둘기들의 발목에는 데오드란트 레시피가 담긴 통이 묶여 있었다.
동일한 서신을 일부러 여러 장 작성한 까닭은, 혹여나 전서구가 맹금류의 습격 따위로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레시피가 유출될 걱정은 필요 없었다.
서신은 조가장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할 암문(暗文)으로 작성됐으니.
그나저나 설마 비누로도 모자라서 제취제를 만드는 날이 올 줄이야.
그러나 이는 비단 설이나 뿐 아니라 나와 학관 동기들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앞으로 몇 년을 함께 지낼 사이인데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없어야지.
다행히 O튜브에는 이미 누군가 올려둔 천연 데오드란트 레시피가 몇 가지 존재했다.
재료들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것들이고.
효과는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비누 사업을 통해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가 있으니 제조에 실패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스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이곳엔 생산 설비가 전무했다.
게다가 조가장에는 제갈세가에서 파견된 학자들도 몇 있으니만큼, 분명 내가 보낸 오리지널 레시피 이상의 결과물을 창출해낼 것이라 확신한다.
중간중간 생산되는 샘플들도 보내달라고 했으니, 도착하는 족족 설이나에게 효과를 시험해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이건 나중에 출시되면 뭐라고 이름을 붙이지?
다한이? 더우니?
실없는 생각과 함께 전서구 관리소를 나선 나는, 학관 내부가 아닌 무림맹 출입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 오후 수업도 모두 마친 터라 맹 밖으로 외출을 하기 위함이었다.
“천무학관 수련생 조가휘, 외출입니다.”
“음, 확인했네.”
정문 기록관에게 신분패를 보여주자, 그가 초소 내부에 비치된 학관생 명단에 출입시간을 기록했다.
이처럼 천무학관의 수련생들은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개인 재량에 따라 언제고 외출이 가능했다. 통금 제한은 기숙사와 동일.
또한 휴일 전날인 아흐레째에는 외박도 가능했다.
이 경우에는 미리 외박의 사유를 적은 신청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학관주인 철혈권 대협의 말을 빌리자면 웬만한 결격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통과될 거라고.
남녀 모두 같은 날 외박이 가능하면 굳이 기숙사 통금이 존재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학관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것과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은 책임 소재가 엄연히 달랐다.
더구나 이곳 사람들은 현대인에 비해 가문과 스스로의 명예를 굉장히 중요시했다.
몰래 남녀 간 정을 통하다 학관에서 쫓겨난다?
불명예도 그런 불명예가 없었다.
학관에서도 이를 믿고 학생들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거겠지.
잠시 뒤, 무림맹을 나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이곳 정주시에 위치한 신비조 전문점.
조가장으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점포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제취제가 개발될 때까지는 일단 비누로라도 때워봐야지.
한 때는 다른 상가나 세력의 견제를 우려해 우리가 비누의 제조·유통을 맡았단 사실을 철저히 숨겼지만, 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10년 가까이 제갈세가의 비호 아래 있던 상가를 함부로 건드릴 세력은 어디에도 없었으니.
더구나 우리 가문이 품은 힘 자체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늘어난 식객과 무사의 수도 수지만, 단연코 압권인 것은 절세고수인 ‘적양권’의 존재.
두 주먹으로 시대를 풍미한 고수가 조가장에 머무른다는 소문은, 그것만으로도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주었다.
여태까지는 비교할 대상이 없어서 정확히 몰랐지만, 학관에 들어온 뒤 확신했다.
천무학관주 정도면 몰라도 일반 교관 중에 사부님보다 강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것도 그렇지만, 우희나 신투 조손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내게 다시없을 기연이었다.
신비조 판매점에서 난, 비누와 치약이 들어있는 선물 세트를 잔뜩 구매했다.
참고로 치약 역시 몇 해 전 O튜브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나 많이···.”
“천무학관의 교관님들과 동기들에게 선물할 것이니 신경 써서 포장해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공자.”
거금을 지출하긴 했지만, 손거울이면 몰라도 비누 정도야.
원래는 설이나에게만 줄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스스로 냄새에 대한 자각이 있더라도 이성에게 콕 집어 지적받으면 민망할 것이란 생각에 모두의 선물을 준비했다.
마침 내게는 미래의 상인으로서 학관의 후기지수들과 인맥을 쌓는다는 명분도 존재했으니, 그녀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으리라.
잠시 뒤, 물건 값을 치르고 점포를 나선 나는, 우희와 약빈에게 따로 선물할 예쁜 빗도 구입해 학관으로 돌아왔다.
유년기를 조가장에서 보낸 그녀들에게 비누는 그리 특별한 선물도 아닐 테니.
여자 수련생들에게 선물을 나눠줄 사람으로는 여자기숙사 사감을 점찍었다.
안 그래도 화화공자라는 별호 탓에 가는 곳마다 묘한 소문이 도는 마당에, 여자기숙사에 출입해 이 이상 화를 자조할 생각은 없었다.
난 선물 보따리를 들고 기숙사 1층의 사감 숙직실로 향했다.
그리고 뜻밖의 인물과 조우했다.
“실례합니다, 교관님.”
“아, 조가휘 수련생.”
“아? 벽 소저께서···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벽 교관님께서 사감이신 줄은.”
“둘만 있는데 괜찮아요. 편하게 부르세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벽 소저.”
내 말에 검후 벽려군이 고운 아미(蛾眉, 초승달처럼 아름다운 눈썹)를 찌푸리며 미소 지었다.
“소저라고 불리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은데요? 난 선배라고 부르란 얘기였는데.”
“아··· 그런데 사실 저희 수련생들과 별 차이 없어 보이세요.”
“입관하고 며칠 만에 화화공자라 불린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역시 여심을 잘 아시나 봐요.”
“오해십니다, 선배.”
“흣, 너무 놀라니까 놀리기 미안해지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나요?”
난 턱을 괴며 묻는 그녀에게 손에 든 보따리를 내밀어보였다.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제 평판이 좋지 않다보니 동기들에게 뇌물이라도 줄까 해서···. 세목제인 신비조입니다.”
“아, 이 비싼 걸···. 돈 많이 들었을 텐데.”
“마침 가업이라서요.”
“아···.”
“교관님들 것도 챙겼으니 하나씩 사용해보세요.”
보따리에서 시선을 뗀 그녀가 날 보며 생긋 웃었다.
“조가휘 수련생은 참 배려심이 깊네요. 수업에서 만나길 기대한 건 나뿐인가요?”
“아··· 시간표가 좀 안 맞더라구요.”
“아쉽네요. 선물은 고마워요. 잘 전해주고, 잘 쓸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난 포권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무리 봐도 불가사의한 그녀의 동안에 의문을 품으며.
많이 쳐줘야 20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하긴 우리 어머니랑 우희네 어머니도 만만찮은 동안이니까. 두 분이 젊었을 적에는 저런 느낌이었겠지.
난 나름대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여자기숙사를 뒤로 했다.
***
개강 9일 째인 이튿날은, 내게 있어 공강일인 동시에 북해빙궁의 설이나와 대련을 약속한 날이기도 했다.
일찌감치 본관 내부에 마련된 개인 연무장에 도착한 나는, 그녀가 오길 기다리며 시청자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펭귄목살 : 데오드란트랑 비누만 갖고 액취증 완전히 안 잡히는데ㅡㅡ] [양뽈락 : 황금땀을 낳는 겨위를 죽이려고 하네] [예리엘이정실 : 밥반찬···.] [HDCg : 깐휘님 억지로 없애려 하지 말고 즐겨요!]시청자들과 열띤 설전을 벌이던 그 때,
“화화공자?”
“아, 설 소저. 오셨어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도도한 은발 여인이 혼잣말 중인 나를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난 부랴부랴 비누의 사용 후기부터 물었다.
“혹시 어제 제가 사감님 통해 전해드린 거 써보셨나요? 저희 가문에서 판매 중인 물건이라 동기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데.”
“그렇잖아도 그대에게 그 말을 하려 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팔뚝을 매만졌다.
“향긋하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아닌 거 같다.”
“다행이네요.”
“하지만 어젯밤 영영과의 대련에서 땀을 흘리고 나니···.”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긴, 비누 한 번 썼다고 냄새가 싹 사라지면 누가 악취로 고생하겠어.
난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달랬다.
“원래 그런 거예요. 저희 가문에서 지금 좀 더 효과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으니까 출시되면 설 소저께 먼저 말씀드릴게요. 근데 늦으면 몇 개월 정도 걸릴지도 몰라요.”
“그 정도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일단 그동안은 어제 드린 신비조를 꾸준히 쓰세요.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다 쓰면 또 드릴 테니까.”
“고맙구나. 근데 오늘 약속한 대련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다들 수업 때 나를 피해서, 영영을 제외하면 이제 그대밖에 없다.”
모기만한 목소리로 웅얼거린 그녀가 내가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황급히 덧붙였다.
“아, 걱정하지 마라! 그대가 어제 준 신비조? 라는 것과 갈아입을 옷도 여기 다 챙겨왔으니. 대련이 끝나며 바로 씻고 오겠다.”
“아하···하.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약속했잖아요.”
“아···! 그럼 바로 준비하겠다!”
시무룩했던 그녀의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났다.
반면, 난 이제부터 맡게 될 냄새를 상상하며 그녀 몰래 각오를 다졌다.
참자. 안쓰럽잖아.
***
“하악, 학···. 땀이 많이 났다.”
“아, 네. 저도 알아···요. 빙공은 처음 겪어봤는데 역시 무섭네요.”
“그대야말로 신비한 내력을 지녔구나. 분명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보잘 것 없는데,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 내 한기에 대항하는 것이지?”
반 시진에 걸친 대련이 끝난 뒤, 난 반짝이는 눈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피해 고개를 돌렸다.
냄새도 냄새지만, 안 그래도 더위 탓에 얇은 옷이 땀으로 흥건하니 눈 둘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내 행동의 의미를 오해한 설이나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
“아, 미안하다. 씻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
“앗, 그런 게 아니라.”
“금방 오겠다.”
경공마저 전개해 밖으로 달려 나간 그녀가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일 각(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젖은 은발을 수건으로 감싼 채 나타난 그녀가 머뭇거리며 내 곁에 앉았다.
“저, 화화공자···. 혹시 지금도 냄새가 심한가?”
“아니에요. 신비조 향만 나요.”
“정말? 제대로 맡아보거라.”
“아니, 진짜로.”
“···다행이다.”
“북해에 비해 여기가 많이 덥죠?”
위로할 생각으로 꺼낸 말에 그녀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다! 난 내가 이리 땀이 많은 것을 중원에 와서 처음 알았다. 궁의 날씨는 항상 서늘하여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억울해.”
“아까 보니 소저의 빙공이 경지에 올랐던데, 한기로 체온을 유지하실 순 없나요?”
“잠깐이다. 한기를 뿜어내면 내 몸도 그만큼 더워져서 결국엔 땀이 많이 난다.”
에어컨 틀어도 본체는 뜨거워지는 원리인가.
그녀의 하소연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는 사이, 채팅창에선 또 다른 음해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태클을 걸자 설이나가 수건을 감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아까부터 화화공자는 왜 자꾸 혼잣말을 하지?”
“아, 제가 익힌 무공이 특이하여 가끔 이렇게 못 알아듣는 혼잣말을 할 때가 있어요.”
“그대도 큰일이구나.”
내 눈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조심스레 한 마디를 덧붙였다.
“혹시 이후에 별 예정이 없다면 밖에서 저녁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구나.”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북해는 은원을 잊지 않는다. 보답하게 해다오.”
“···정 그러시다면.”
우희, 약빈이랑 외식 약속은 내일이니까···.
향후 일정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설이나가 빙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신시가 끝날 무렵(17시) 정문에서 만나자. 나는 한 번 더 씻고 오겠다.”
“방금 씻으셨잖아요.”
“자주 씻으면 좋다고 한 것은 그대다.”
비누목욕에 저렇게 열의를 보이다니.
앞으로 만들어질 제취제가 효과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 날 저녁, 난 무림맹 인근의 가장 고급스러운 객잔에서 식사를 대접받게 되었다.
그녀의 시비는 대동하지 않은 단 둘만의 식사였다.
식탁 위에 줄지어 놓인 산해진미의 가격은 이미 내가 선물한 신비조의 값어치를 훌쩍 뛰어넘었고, 맛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객잔 3층에서 내려다보는 거리의 풍경 또한 일품이었다.
“좋기는 한데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닌가요, 소저?”
“이 정도는 괜찮다.”
“중원행이 처음이신데 이런 곳은 어찌 아시고.”
“교관에게 추천받았다. 그보다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다.”
설이나가 가슴을 펴며 답했다.
쌀쌀한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얇은 옷을 걸친 그녀로부터 슬며시 시선을 피하던 그 때,
왜 저 사람이?
창밖으로 아는 얼굴을 발견한 나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의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마찬가지로 즐겨 입는 백의경장 대신 검은 무복을 두른 채 누군가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검후 벽려군.
닷새마다 사감이 바뀌니 분명 내일까지는 그녀가 기숙사 담당일 텐데, 왜 이 시간에 학관이 아닌 이곳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슬며시 한쪽 눈을 감고 드론을 띄웠다.
곧 하늘 높이 확장된 또 하나의 시야를 통해 그녀의 동선이 낱낱이 공개됐다.
안내자를 따라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어느 순간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평생 이 거리에 살았을 토박이조차 모를 복잡하고 외진 길을, 둘은 거침없이 헤쳐 나갔다.
추적은 2분가량 계속됐다. 그녀가 어느 허름한 모옥으로 쏙 모습을 감추는 순간까지.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도대체 누굴 만나러 온 거지?
카메라를 모옥 안으로 전진시키려던 그 때,
“화화공자, 그만···.”
설이나의 곤란한 음색이 나를 화면 밖으로 불러냈다.
감았던 눈을 뜨자 얼굴이 잔뜩 붉어진 그녀가 보였다.
뭐지? 또 갑자기 땀이라도 나나?
“그대는 혹시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인가?”
“네?”
“좀 전에 한쪽 눈을 감고 내게 추파를 던지지 않았나. 시선을 피하는데도 계속··· 노골적으로.”
“아, 그게 아니라···.”
“영영 말이 맞았다. 단 둘이 있으면 필시 내게 추파를 던질 것이라 했는데.”
영영아, 또 너야?
변명할 기회도 없이 그녀가 자리를 박찼다.
“이만 가보겠다. 아무리 북해인이 감정에 솔직하다지만··· 이건 너무 이르다.”
“아니, 소저.”
“따라오지 말아라. 지금 내 얼굴이 많이 빨갛다.”
“······.”
멀어지는 그녀를 향해 뻗은 손이 허무하게 허공을 휘저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를 산 듯했다.
여태껏 내 주위에서 한쪽 눈을 감았다고 뭐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북해에선 윙크에 그 정도로 의미를 두는 걸까?
멍하니 그녀가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털썩 소리를 내며 주저앉아 두 눈을 감았다.
카메라는 여전히 벽려군이 사라진 모옥 바깥을 비추고 있었다.
외출 복귀까지 앞으로 1시간.
그럼 지금부터 어떡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