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89
뉴페이스 (3)
교환학생 제도를 시행한 효과는 금세 드러났다.
정사 간 무공체계의 간극이 상당했기에 서로 얻는 것이 적지 않았다.
그 와중에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이 두 학관 사이의 자존심 대결이다.
각기 양 세력을 대표하는 두 천재 우희와 단예지, 거기에 지난 무림대회에서 단예지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친 약빈이까지.
벌써부터 라이벌 구도를 이룬 세 여인의 행보에 모든 수련생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긴 듣는 수업마저 판박이니 비교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지만···.
정작 대회 우승자인 나는 어째선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혼자만 성별이 달라서?
아니면 결승전에서 나려타곤으로 싸운 게 오바였나.
세 여인의 실력은 엇비슷하면서도 개성이 분명했다.
우희는 못 하는 게 없는 만능형 천재지만 그 중에서도 머리를 쓰는 일에, 사화는 무공 습득 속도에 있어서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약빈이는 둘만큼 오성이 뛰어난 건 아니나 그것을 대신할 악착같음이 있었다. 노력형 천재라고 해야 할까?
우직하게 한 우물만 판 그녀의 무공은 적성과 맞물려 셋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영약에서 비롯된 막대한 내공은 덤.
그렇게 오늘도 세 사람의 불꽃 튀는 대결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지난 시간에 얘기했지? 오늘은 악기와 음성에 동시에 기운을 담아 음공의 위력을 극대화시켜 볼 거야.”
“동시에 소리의 제어 능력도 평가에 반영되는 거 잊지 말고. 함께 듣는 아군까지 고통을 느끼면 안 되겠죠? 정확히 목표물만을 향해 음공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 자, 강의실 뒤에 다섯 개의 추가 보이지?”
수련생들의 시선이 금라희가 가리킨 곳을 향했다.
“각각의 추는 독립적으로 최소 열 번 이상 흔들려야 하고, 연주가 끝날 때까지 총 세 번 다섯 개의 추가 동시에 흔들려야 돼.”
“그 외에 여러 개가 동시에 움직일 때마다 알짤 없이 감점이야. 질문?”
“없지? 없으면 시작할게.”
금라희의 설명이 끝난 뒤 곧장 실습이 시작됐다.
수련생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세 여인의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내 순서가 먼저다.
“기대할게요.”
“잘해.”
우희와 약빈이의 응원을 받으며 단상으로 향했다.
얼룩과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새 금을 바닥에 펼쳐놓고 자리에 앉자, 문득 지난 대회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결승전 무대에서 사화에게 금이 무참히 박살나던 그 순간이!
그러나 정작 내 손 끝을 타고 흘러나오는 것은 애절한 사랑 노래였다.
“이리도 아픈 사랑일 줄 알았다면-.”
“잊을 것을···. 지울 것을···.”
금을 타며 가사를 읊조리자 수련생들은 각기 눈을 감거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감상에 빠져들었다.
특히 나와 지난해에 음공 수업을 함께 들은 동기들 중에는, 이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녀석들도 다수 존재했다.
“듣다 보니까 좋단 말이야.”
“화화 방 앞에 지나가면 맨날 여자애들 노래 들려주고 있잖아.”
“저 얼굴로 노력까지 한다고?”
단상 위를 바라보며 감상을 쏟아내는 수련생들과,
그런 그들을 화면 너머에서 지켜보는 시청자들.
[깨툭 : 깐휘 노래 많이 늘었네ㄷㄷ] [카신 : 명나라 촌놈들이 이런 신나는 유행가를 어디서 들어봤겠냐고ㅋㅋ] [레몬계란 : 유학에서 음악은 예를 완성시키는 장치라서 틀을 지키는 게 중요했고 그 결과 듣기 좋게 발전시키는 것이 미뤄졌다고 하네요] [레취하 : 귀 호강해버려. 고막 늘어나버렷!] [빅그림 : 넌 앞으로 비트박스만 하지 마라]한편, 오늘 처음으로 내 연주를 듣는 사화의 표정 역시 볼만했다.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황급히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가슴이 통쾌하다.
“역시 가휘, 오늘도 좋았어.”
“감사합니다, 교관님.”
연주가 끝난 뒤 자리로 돌아오던 나는 아직도 딴청을 피우는 사화를 향해 입매를 비틀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소.
-···뭐가 말이죠?
-결승전에서 제 금을 부순 사과라면 언제든 받을 준비가 되어 있소.
-하! 웃겨.
순식간에 싸늘한 눈빛을 되찾은 그녀가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은 그녀 차례다.
과연 그녀의 실력은 어떨까.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마침내 그녀의 연주가 시작됐다.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이.”
“길 위에 흩날리는 먼지와 같네.”
다시 말하지만 이 시대의 노래는 시에 가깝다. 아니, 그냥 시다.
그렇기에 생각도 못했다.
혼잣말이나 다름없는 낭독조차 불가능한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곤.
그녀는 정말이지, 지독한 음치였다.
“흩어져 바람 따라 굴러다니니-.”
“프흡.”
결국 누군가 참지 못하고 흘린 웃음에 금을 뜯던 사화의 손이 멈칫했다.
뒤이어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자신이 음치인 걸 추호도 모르는 모습이다.
어떻게 열여덟이 되도록 그걸 모를 수가 있지?
곧 그 이유가 밝혀졌다.
“사도련주 딸이 우습냐?”
“야, 웃지 마라.”
주위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사예무곡 수련생들.
심지어 그들은 저 엄청난 노래실력에 완벽하게 적응을 마쳤는지, 표정변화 하나 없었다.
그들의 필사적인 노력 덕에 단예지는 아직도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여기는 사예무곡이 아닌 천무학관.
무림맹 한복판에서 그들의 협박을 두려워 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흐흑.”
“큽.”
그럼에도 수련생들은 저마다 허벅지를 꼬집거나 귀를 틀어막으며 웃음을 참았다.
심지어는 스스로 혈도까지 짚어가며 사화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녀석도 있었다.
이게 다 사화의 인망이 두텁다는 증거 아닐까?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하루에 두 번의 새벽도 없으니.”
“좋은 때 잃지 말고 마땅히 힘써야지.”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느니.”
그렇게 그녀는 모두의 배려 속에 도연명의 시를 완창하고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중에 나를 도도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으니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옛 시를 통해 남녀놀이에 빠진 나를 신랄하게 꼬집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솔직히 웃음을 참느라 감상은 꿈도 못 꿨다.
“왜 웃나요?”
앗, 표정이 새어나왔나?
“소저의 시가 감명 깊었나보오.”
“···감명에서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이어지길 빌어요.”
“흡-.”
자신감 뭐야.
난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다시 목구멍 뒤로 삼키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집단 구성원 간의 심리적 거리를 단번에 좁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련회, 수학여행, 엠티, 워크샵 등등.
종류는 많아도 이 행사들엔 공통점이 있다.
동고동락.
숙박체험.
학관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학기부터 현장실습기간을 마련했다.
달의 마지막 열흘은 기존의 수업 대신, 하남성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수련생들이 직접 해결하며 실전 경험을 쌓고, 동료 간 손발을 맞추도록 방침을 세운 것이다.
1기 수련생 네 명, 2기 수련생 네 명.
총 여덟 명이 한 조가 되어 인솔교관 지휘 아래 산적토벌, 현상금 사냥, 실종자 수색, 수상한 소문의 조사, 재해지역 봉사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조원의 명단과 임무는 무작위로 출발 며칠 전에 공지되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다.
[ 五 조 ]인솔교관 : 벽려군
1기생 : 조가휘, 단예지, 양철진, 팽소혜
2기생 : 심서우, 장호경, 곽설, 구자겸
임무내용은 각 인솔교관에게 확인할 것.
벽보를 확인한 나는 미간 찌푸렸다.
“윽··· 단예지.”
여전히 눈만 마주쳐도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그녀와 열흘을 함께 해야 한다니.
반면 다른 한 사람의 사예무곡생은 환영이다.
“이야, 선배 조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소원 성취했슴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왜 나랑 같은 조가 되고 싶은데?”
“선배 야영지 꾸리는 기술이 대단하다고 소문이, 소문이.”
엄지를 척 세운 심서우가 문득 시무룩한 표정을 연기했다.
“저는 저번 야영 때 추워서 입 돌아갈 뻔 했어요.”
사화에게 내 시간표를 꼰지른 녀석이니만큼 얄미울 만도 하건만, 마주칠 때마다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녀석이 그리 밉지는 않았다.
피식 웃으며 다시 벽보로 시선을 돌리자 녀석이 내 옆을 기웃거리며 물었다.
“선배는 안 돌아가세요?”
“우희랑 약빈이 것도 좀 확인하고···. 어? 둘이 같은 조네?”
그 날 저녁, 난 그녀들의 현장실습이 우리 조와 제법 가까운 장소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아니나 다를까, 이어서 우희가 건넨 말은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휘 가가. 우리 몰래 만날래요?”
“희야.”
“으응, 농담이야. 화내지 마.”
전에 한 번 실수한 뒤로 나름의 선을 지키기 위해 날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진 그녀다.
아니면 주눅 든 모습은 그저 위장일 뿐, 내 보호욕을 자극하려는 작전일지도?
그걸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게 그녀의 무서운 점이지만.
“둘 다 이리 와봐.”
난 우희와 약빈이를 끌어안고 침상으로 넘어졌다.
***
“선배, 이쪽 다 묶었슴다!”
“오. 잘했어.”
“선배, 선배. 이거 보십셔. 우희 선배랑 비슷하지 않습니까? 휘 가가-. 내가 예뻐, 빈아가 예뻐?”
야영 준비를 하다 말고 뜬금없이 우희 성대모사를 시작한 심서우.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넓적한 나뭇잎은 그녀의 병기인 백우선을 흉내 낸 듯하다.
“큽.”
“어? 선배 웃었다. 비슷하죠? 휘 가가, 나 목말라. 물 좀 떠다죠-.”
“서우. 준비는 다 하고 노닥거리니?”
“엇, 언니.”
배시시 웃던 그녀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뒤에서 들려온 단예지의 서슬 퍼런 목소리 때문이다.
허나 이내 그녀의 발걸음이 멀어지자마자 겁먹은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서우. 준비는 다 하고 그러니?”
타겟을 바꿔 사화를 흉내 내는 모습이 악동이 따로 없다.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을 녀석이다.
이번 학기 제 이차 현장학습도 어느덧 사흘째 저녁을 맞이했다.
내일 밤이면 목적지인 무와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신입생들도 야영준비가 제법 익숙해진 듯 척척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나야 학관 들어오기 전부터 약빈이와 함께 사부님의 훈련을 받은데다, 야영전문 O튜버와 시청자들의 조언 덕에 언제 어디서나 거뜬하다.
그나저나 우희랑 약빈이는 안 싸우고 잘 하고 있으려나?
“휘 오라버니, 여기 간 좀 봐주시겠어요?”
“잠시만?”
근처에서 사냥한 꿩으로 완자를 만들어 뼈와 함께 푹 고아낸 탕에선 벌써부터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와 소혜가 함께 만든 역작이다.
이외에도 현장실습 동안 내가 차린 음식들은 대부분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오··· 벌써부터 냄새가 기가막힘다, 선배!”
“고기 한 점 먹어볼래?”
“아-.”
“저도요.”
못된 건 금방 배우는 법이지.
대뜸 입부터 벌리는 심서우를 따라 소혜도 수줍게 입을 벌렸다.
“그래, 그래.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엇, 뜨거우면 불어주시면 안 됩니까?”
“죽을래? 다른 사람도 먹어야 되니까 입대지 말고.”
귀여운 아기 새 두 마리에게 사이좋게 완자를 나눠준 뒤 주걱을 다시 소혜에게 넘겼다.
“난 교관님 모셔 올 테니까 서우가 나머지 애들 좀 불러올래?”
“네-.”
두 사람을 뒤로 하고, 내일 일정을 계획 중인 벽려군에게 향했다.
“벽 소저, 저녁 준비 다 됐어요.”
“네?”
“왜 그러시···.”
[멍보단냐옹 : 소저 소저] [main7408 : 깐휘쉑 끼 부리고 모른척하는 거ㅋㅋ] [louise09 : 소저라고 했어요]시청자들 채팅에 말실수를 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종종 석율이란 또 다른 신분으로 활동하다보니 이런 실수를 하게 된다.
“죄송합니다. 예전 버릇이 덜 고쳐졌나 봐요.”
“괜찮아요. 시장할 텐데 어서 가요. 오늘 식사는 뭐죠?”
“아까 잡은 꿩으로 탕을 끓여봤어요. 좀 전에 애들 먹여봤는데 반응이 좋네요.”
“조가휘 수련생의 요리솜씨라면 믿을 만하죠.”
다행히 벽려군 역시 꿩 탕이 입에 맞는지 식사는 성공적이었다.
뒷정리를 마친 뒤에는 간단한 개인정비와 세면, 세족을 마치고 취침에 들었다.
불침번은 1, 2기생 각각 한 사람씩 짝을 지어 한 시진 단위로.
방학동안 익힌 양의심공을 운용하면 정신의 일부만 잠든 채, 나 혼자서도 카메라로 경계를 설 수 있다.
하지만 둘러댈 말도 적당치 않고 수련생들도 경험을 쌓아야 하니 잠자코 있기로 했다.
[지나가는2 : ㄷㄷ 숨 쉬듯 자연스러운 금전 요구] [폴리페뇰 : 새벽 시청자를 알람으로 사용하는 방송이 있다?] [긔욤둥이 : 위험하면 어차피 매니저가 해주겠지ㅋㅋ]채팅창을 보며 자연스럽게 몸에서 힘을 뺐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일어나 깐휘야 일어나 깐휘야] [1,000] [궁시럼임님이 후원했습니다.]알림음 도착에 한 발 앞서 잠에서 깨어난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취침을 방해한 원인에 의식을 집중했다.
야영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화면 속, 불침번을 서던 심서우가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같이 불침번을 서던 소혜는··· 졸고 있구나.
화장실 간다고 깨우기 미안했던 걸까? 그래도 불침번 두 명이 동시에 임무를 내팽개치면 쓰나.
피곤해서 조는 열여섯 소녀의 모습이 안쓰럽긴 하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수련생들의 안위와 관련된 일이다.
내일이라도 확실히 지도해야지.
하지만 그 전에 심서우 쪽이 먼저다.
단순히 소변이 목적이라고 하기엔 기척을 죽인 채 숲을 향하는 그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후기지수들의 청력을 고려해도 은신까지 펼친 것은 다소 지나치다.
거기에 평소에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굳은 표정 역시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난 어느새 카메라를 날려 그녀의 뒤를 쫓고 있었다.
정말 그녀가 요의 때문에 자리를 비운 거라면, 바지를 내리는 순간 돌아오면 되는 거니까.
[미유웅 : 피고인 진술은 잘 들었구요] [공대조별과제 : 그러고 보니까 서우 진지한 표정 처음 봄] [PARAD : 소변이라고 생각하니까 의심스럽지 딱 똥마려운 표정인데 ㅡㅡ] [화이트뱅뱅 : 중남몰카충의 재림] [투왕관 : 캐릭터 방광도 구현하는 갓겜ㄷㄷ] [커컨닝시티 : 난 화화 믿어] [조가휘 : 민감한 발언 자제 좀 부탁드려요]다른 사람 깰라, 채팅을 통해 시청자들과 수다를 떠는 사이,
심서우는 야영지에서 한참을 떨어진 어느 나무 밑에서 마침내 걸음을 멈췄다.
부디 그녀의 볼일이 생리현상이기를.
괜스레 불길한 마음을 침과 함께 꼴깍 삼켜봤지만,
이어진 그녀의 행동은 내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삭, 사각-.
시퍼런 단도가 나무 위를 움직이며 어떤 문양을 새겼다.
기존에 내가 알던 지식으로는 읽을 수 없는 문양이다.
얼핏 보면 동물이 할퀸 자국으로 생각될 정도로 자연스러운 흔적.
그 위로 심서우가 품에서 꺼낸 어떤 액체를 흘렸다.
이로써 그녀가 새긴 것이 단순한 낙서일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니건만, 떨리는 한숨을 내뱉은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야영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지켜보던 나 역시 어둠 속에서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