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Streamer RAW novel - Chapter 95
표행 (2)
“곽 대형, 괜찮으세요?”
“고,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인사는 이 위기를 벗어난 뒤에 하죠.”
“···그러세!”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는 곽용에게 시선을 뗀 나는 오른손에 움켜쥔 화살을 바라봤다.
스승님께 받은 수투에 내력까지 더해 보호했건만 아직까지 손이 얼얼하다.
결코 일개 산적이 날렸다고는 믿기 힘든 공력.
설마 말로만 듣던 녹림의 고수라도 나타난 걸까? 아니면···.
그나저나 타이밍 한 번 공교롭다.
하필 곽용과의 대화를 중계하느라 카메라 줌을 당긴 사이에 습격이 일어나다니.
허나 청목표국의 명성이 높은 데는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표행을 이끄는 선임표두의 대처는 신속 정확했으니.
“전원 불을 끄고 수레 뒤에 엄폐하라!”
내공이 담긴 외침을 들은 사람들이 서둘러 수레 뒤로 몸을 숨긴 순간, 귀신같이 화살비가 멈췄다.
뭐지···?
설마 화살이 아까워서는 아닐 테고.
이상하리만치 빠른 상대방의 대처에 의문을 품은 순간, 검과 도로 무장한 사내들이 장내로 난입했다.
그러자 수레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선임표두가 분노를 담아 외쳤다.
“이 무슨 간악한 자들인가! 이 행렬이 청목표국의 표행임을 알고 하는 짓들이냐!”
그러자 어둠 속에서 낮고 차가운 답변이 돌아왔다.
“···길게 말하지 않겠다. 지금 당장 수레를 두고 사라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다짜고짜 화살부터 쏘는 이들의 말을 어찌 믿을까!”
대화가 오가는 사이 카메라를 날려 적들의 면면을 살핀다.
냉막한 인상의 사내를 선두로 야영지 곳곳에 진을 친 사내들.
그러다 문득, 꺼림칙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표행 중 산적을 만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허나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그 순간 약빈이로부터 전음이 들려왔다.
-이상해. 할아버지와 여행하면서 많은 산적을 만나 봤지만, 저렇게 대형을 갖춰서 서 있는 자들은 처음이야.
-같은 생각이야. 얼굴도 하나 같이 깨끗해.
-여기서 저들의 얼굴이 보여?
카메라의 야간촬영 기능을 모르는 약빈이가 놀란 듯 물었다.
-나 눈 좋은 거 알잖아. 그나저나··· 군부일까?
-속단하긴 이르지만, 어쩌면.
우리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 사이, 양측의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그동안 원악산을 지날 때 한 번도 통행비를 내지 않은 적이 없거늘, 어찌 이리 무도하게 군단 말이요! 채주를 만나게 해주시오!”
“싫다면?”
“···당신들?”
순간, 표두가 무언가를 깨달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도 오랜 세월 이 분야에 몸담은 자인만큼, 몇 마디 대화만으로 상대가 산적이 아님을 눈치 챈 것이리라.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신중함은 실로 훌륭했으나, 아쉽게도 상대가 좋지 않았다.
찰나에 스쳐간 의심의 기색을 눈치 챈 산적들의 얼굴에 스산한 살의가 피어났다.
“···한 사람도 살려 보내지 말도록.”
“네!”
“이런! 다들 표물을 지켜라!”
“쳐라!”
그 외침을 시작으로 평화로웠던 야영지는 순식간에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돌변했다.
곧 여기저기서 검광이 번뜩이며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채앵! 챙!
“막아!”
“이쪽으로 몇 명 더 붙어!”
다들 이를 악물고 적에 맞섰으나, 안타깝게도 양측의 전력 차는 명백했다.
상대는 얼핏 봐도 칠팔십이 넘는 정예.
반면 우리 쪽은 정규직 표사 서른에, 손 한 번 맞춰본 적 없는 계약직 표사 열이 전부.
쟁자수와 마부까지 합치면 머릿수는 간신히 채워지지만, 칼 한 번 쥐어본 적 없는 이들이 이런 상황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인질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결국 적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전력으로 표물을 지켜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허나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나와 약빈이의 존재다.
-휘 랑, 내가 표사들을 도울게.
-응, 너무 깊숙이 들어가진 마. 나한텐 네가 제일 소중하니까.
-···응.
-최대한 눈에 안 띄게 하나씩 처리하자.
적을 군부로 의심하는 이상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은 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실력을 숨기고 표행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괜한 오해를 사는 것도 사양이다.
-가자.
-응!
우린 전투가 시작된 순간 조용히 숲의 어둠에 몸을 숨겼다.
암살자와 더불어 도둑에게 밤은 친구나 다름없다.
그리고 우린 중원제일도둑 신투의 수제자다.
곽용을 비롯한 표사들은 적에게 집중한 나머지 우리가 진형을 이탈한 것조차 알지 못했다.
약빈이는 미리 이야기한 대로 표사들을 도우러 달려갔다.
암기에 조예가 깊은 그녀이기에, 눈에 띄지 않는 조력이란 면에선 나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조차 그녀의 손에선 무서운 암기가 되니까.
한편, 내 신형은 쟁자수들이 모인 쪽을 향했다.
이미 이 자리의 모든 이들을 살인멸구하기로 마음먹은 자들의 칼끝은, 무공을 모르는 자들이라 해서 피해가지 않았으니.
“살려, 살려주시오!”
“오늘 이 자리에 있던 걸 원망해라.”
“이 일을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집에 걸음도 못 뗀 아이가 있단 말이오. 제발···.”
“······.”
쐐애액-.
“감히!”
일말의 자비도 없이 쟁자수의 목을 향해 날아들던 검이 순식간에 방향을 틀었다.
드드득-.
“헛! 공수탈백인···! 누구냐!”
검날을 손으로 잡은 내게 사내가 기함하며 물었다.
물론 대답해 줄 생각은 없다.
“글쎄.”
“단순한 표사가 아니구나.”
“누가 할 소리를.”
역시 이들은 산적 따위가 아니다. 내 기습을 눈치 챈 걸 보면.
허나 그들 개개인의 기량으로 따지자면, 얼마 전 상대했던 마교의 성염대에 비하면 하룻강아지 수준이었다.
스륵-.
신산심적권의 무리를 담은 주먹으로 상대의 요혈을 노린다.
“읏, 으윽. 커헉-.”
검을 휘두르며 권각술에 대항하던 것도 잠시, 결국 가슴에 일장을 허용한 사내가 피를 토하며 무너져 내렸다.
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쟁자수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하지만 다음 순간 난 이미 자리에 없었다.
[뽀미 : 9시 산! 적! 출! 현!]이번에도 양의심공을 운용한 카메라와 시청자들의 제보가 적잖은 도움이 됐다.
쟁자수를 위협하는 무리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급한 불을 끈 이후에는 약빈이처럼 표사들을 돕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상대하기엔 결코 만만치 않은 이들이었으나, 균형잡힌 저울 한쪽에 추를 더하는 건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아군 표사들 중 범상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가 몇몇 존재함을 깨달았다.
애초부터 내 도움 따위는 필요 없던 자들.
하나같이 계약직으로 이번 표행에 참가한 그들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결코 표사나 하고 있을 실력들이 아니었다.
최소 표두 이상.
다만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쟁자수나 다른 표사의 목숨에는 눈곱만치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역시 이번 표행엔 뭔가 있어.’
나 역시 그들이 있는 방향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도중에 마주친 약빈이에게도 당부를 남겼다.
-세 번째, 일곱 번째 수레 쪽은 웬만하면 안 가는 게 좋겠어. 좀 수상해
-왜?
-우리 말고도 고수들이 있어.
-응. 조심할게.
그렇게 적들의 숫자를 삼분의 일 가량 줄였을 무렵, 마침내 적들도 우리의 존재 인식했다.
“고수가 있다! 전열을 다듬어라!”
난 외침이 들려온 방향으로 얼른 카메라를 날려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전투 시작 후 종적을 놓쳤던 적의 수장이 그곳에 있었다.
“조력자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정말 저 수레들 중에··· 아니, 어쩌면 이조차 위장일 수 있겠군.”
“이미 수십이 당했습니다. 이러다간 물건은 구경도 못 해보고 전멸할 겁니다.”
보고를 받는 사내의 얼굴에 갈등이 서렸다.
다음 순간,
“대주!”
“···물러난다.”
적의 수뇌가 나누는 대화를 듣자 비로소 한결 마음이 놓였다.
곧 전장에 퇴각신호가 울려 퍼졌다.
“퇴각한다!”
“섣불리 쫓지 마라! 함정일지 모른다!”
선임표두가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외쳤다.
비록 적이 물러갔다고는 해도, 아군의 상황도 마냥 긍정적이라곤 볼 수 없었으니.
나와 약빈이가 동분서주했으나, 애석하게도 드넓은 전장에서 모든 이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쟁자수 둘을 포함해 아군 여섯이 사망했고 다친 이들 또한 부지기수다.
새삼 성염대와의 전투에서 단 하나의 희생도 나오지 않은 것이 얼마나 천운이었는지 깨닫는다.
표두는 적들을 추격하는 대신 정비를 명했다.
“시신을 수습하여 한쪽에 모으고 경계 인원을 평소의 배로 늘린다! 여러분도 이해해주시오.”
계약직 표사들에게도 양해를 구한 그가, 직접 야영지를 돌아다니며 피해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편, 실려 나가는 시신들을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약빈이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장표 아저씨가 눈앞에서 죽었어. 조금만 더 빨랐으면 구할 수 있었는데.”
“···우리 능력 밖의 일이었어. 더 큰 희생을 막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응.”
몇 번 대화를 나눈 적 있는 넉살 좋은 중년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우리도 뒷정리에 나섰다.
곧 나와 약빈이가 물리친 적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되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누가 이들을 쓰러뜨렸지?”
“제, 제가 봤습니다요. 글쎄 저 악독한 놈이 자식새끼가 있다는 말에도 제게 검을 휘두르는데.”
“잠깐, 자네가 혼인을 했던가?”
“살려면 아무 말이나 해야지요!”
쟁자수의 외침에 표두가 머쓱하니 코를 매만졌다.
“그건 그렇지. 그래서 그 다음엔?”
“검이 코앞까지 왔는데 갑자기 은인께서 나타나 검을 손으로 막더니 일장에 때려죽였습니다요.”
“공수탈백인! 혹시 그자의 얼굴을 기억하나?”
“어두워서 잘···.”
“음···.”
침음을 삼킨 표두가 다른 목격자를 찾아 나섰으나, 새까만 밤에 은신술까지 펼친 나와 약빈이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이는 전무했다.
그나마 일행을 이끄는 표두와 정체를 숨긴 표사들 수준의 실력이라면 어둠의 제약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겠지만, 애초에 그들 근처에는 접근하지도 않았으니.
그 사이, 나와 약빈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적의 시체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우리 예상이 맞는 거 같아.
-응. 산적의 손이 아니야.
오랜 시간 산에서 생활한 사람들이라기엔 손과 손톱이 너무 깨끗했다.
그래도 한 사람 정도는 위생관념이 철저한 별종이겠거니 넘길 수도 있겠지만, 나머지 시신들마저 그렇다면 더 이상 우연으로 볼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적의 수괴가 수레니 물건이니 하는 말을 했지. 대주라는 말도 나왔고.
그건 표물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도대체 저 안에 뭐가 들었기에?
미간을 좁히며 수레를 바라보던 그 때, 때마침 표두와 표사들 사이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표두님, 지금이라도 물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안 된다. 고객의 비밀을 지키는 건 표사의 기본이다.”
“산적으로 위장한 습격자에, 우리 쪽에도 수상한 이가 섞여 있습니다. 확인해야 합니다!”
“네가 감히 국주께서 30년 넘게 지켜온 신뢰를 깨뜨릴 셈이냐!”
표두가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으나 젋은 표사들의 얼굴에 서린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허나 그들은 꿈에도 모르리라.
동료끼리 다투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비밀이 수천 명의 시청자 앞에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단 사실을.
[래치하 : 깐휘 오늘자 도촬 시작] [Canu : 저거 나무조각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음?] [3636qq : 명나라 성인용품 ㄷㄷ] [오호라. : 약빈이와의 안 보이는 잠자리 촬영기원 40일차] [펭귄목살 : 도적으로 전직ㄱㄱ] [혼난다짜슥 : 락픽 플레이가 제일 재밌긴 함] [빅그림 : 이미 중원 소저들 마음을 훔치고 있는데?]수천 쌍의 눈앞에선 열두 수레에 가득 담긴 표물들조차 식후 운동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우린 후미에서 세 번째에 위치한 수레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커다란 상자 속, 술병으로 위장한 수십 개의 용기를 낱낱이 채운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내 입술이 멍하니 벌어졌다.
‘이게 전부··· 벽력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