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123)
암살검가 로이넨-123화(123/258)
제123화. 검은 잎 (5)
점심시간이 이어졌다.
루빈은 오스카, 클로이와 함께 자리를 잡았다.
“…….”
세 사람이 앉은 탁자로 주변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었다. 클로이 때문은 아니었다. 이제는 생도들도 제국귀족이란 존재에 슬슬 익숙해지던 참이었으니.
이쪽을 계속 쳐다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걱우걱.
눈에 불을 켜고 포크질을 펼치는 오스카 때문이었다. 고기를 여러 겹 쌓고 그걸 포크로 푹 찍은 다음, 크게 벌린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입이 터질 듯했지만, 눈을 끔뻑이면서 꾸역꾸역 씹는 오스카.
주말이 끝나고 이어지는 월요일에는 점심 식사로 고기 요리가 나오곤 하는데, 이때다 싶어 오스카는 고기를 자기 머리만큼 쌓아 받아온 것이다.
“후우.”
잠시 쉬어갈 겸, 오스카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습이 우스운지 클로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하긴, 제국귀족이 보기엔 이만한 구경거리도 없겠지.
“오스카.”
“왜? 루든.”
“반복 훈련 때, 제대로 안 한 거지?”
오스카는 루빈을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또다시 포크로 고기를 여러 겹 찍곤, 입안에 집어넣었다.
“엥? 루든 말이 진짜야? 일부러 약한 척한 거였어?”
클로이가 놀란 듯 묻자, 오스카의 눈이 실눈으로 변했다.
“너도 그런 거 다 알아.”
“아, 나는 그냥 화염구는 오랜만이라. 차근차근히 다시 짚어본 거였어. 그러는 넌?”
“나는 뭐랄까, 상대편을 위한 서프라이즈랄까?”
장난스러운 오스카의 말에 클로이가 눈을 반짝거렸다.
“그럼 나랑 대련하자, 오스카.”
고기를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던 오스카가 사레가 들렸는지 캑캑거렸다.
고기 찌꺼기 일부가 지저분하게 클로이 쪽으로 떨어졌지만, 클로이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만 지었다.
“루든이 말한 것처럼 정말로 대단한 재능인지 확인하고 싶었거든.”
“흐음, 클로이. 미안하지만 사양할게. 난 오래 살고 싶거든.”
“대련용 갑주 때문에 다칠 일 없을걸?”
“아니, 위더스푼 영애님?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진심으로 대련하고 싶어하는 클로이 때문에 오스카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그때.
루빈은 자신의 음료수를 오스카한테 내밀었다. 고기는 얼마든지 받을 수 있지만, 음료수는 학생당 하나씩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어쨌든 오스카, 네 실력 좀 제대로 보여줘. 나도 궁금하긴 하니까.”
루빈은 말을 덧붙였다.
“네가 하는 걸 보고 많이 참고하고 싶거든. 그러니까 화염 계열 말고, 다른 원소 계열도 보여주면 좋겠다.”
“다른 원소라. 어렵지 않지!”
오스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적당히 먹는 게 좋을 거라는 솔라나 교수의 말 따위는 금세 잊은 듯하다.
클로이와 루빈은 일찌감치 식사를 끝내고, 옆자리의 오스카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녀가 물어왔다.
“루든. 수업 어땠어?”
“어렵더라.”
정말로 그랬다. 그동안 마나를 다룰 일 없던 루빈으로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암연과 마나.
서로 어우러질 수 없는 상극의 힘이기 때문일까. 솔라나가 가르치는 이론은 모두 이해하긴 했지만, 마법을 시전하는 것은 그의 재능에서 벗어난 영역이었다.
마나선을 그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전에 흑색탑에서 프킨을 속일 때도 마나선을 그려본 적이 있었으니.
하지만 휘식으로 작용하는 마나선은 차원이 달랐다. 그저 그림 그리듯 간단하게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조급해하지 마. 어차피 삼휘의 재능을 가졌으니 공격 마법은 금방 터득할 거야.”
그러면서 클로이는 루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갑자기 눈앞으로 마나선이 나타났다. 같은 탁자에 앉은 그들만 볼 수 있는, 아주 얇은 마나선이었다.
“잘 봐봐.”
클로이는 정삼각형 하나를 그렸다. 바로 ‘화염구’의 휘식이었다.
다만 삼휘의 휘식이었기 때문에, 삼휘의 마법사가 아닌 클로이가 그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클로이의 강의는 계속됐다.
“공격 마법의 조건. 휘식을 삼등분 했을 때, 무조건 한쪽의 밀도가 높아야 한다!”
그때, 오스카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포크로 삼각형의 세 꼭짓점을 각각 표시했다.
“세 군데 중 어떤 것도 상관없어. 그중 하나만 밀도가 높으면 되거든. 그게 공격 마법이야. 이건 모휘나 원휘도 똑같아. 다만 사각형이나 원은 삼등분하기 힘든 모양이지.”
그렇기에 삼휘가 다른 두 휘식보다 공격 마법에 특화된 것이다.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기준으로 잡으면 간단하니까.
“범위 마법은 한가운데 밀도가 제일 높아야 하니까 원휘한테 유리하고, 방어 마법은 사면의 밀도가 균등해야 하니까 모휘한테 유리한 거야. 맞지, 클로이?”
“맞아. 한번 휘식을 그려볼까?”
“그러면 여기가 아수라장이 될 텐데. 그냥 대련할 때 보여줘. 나나 루든 말고, 다른 불쌍한 생도 상대로.”
그때, 루빈은 주변을 둘러보며 대화를 끊었다.
“…오스카.”
“웅?”
“인제 그만 먹고 가자.”
어느새 C반 생도들 대부분 식당을 나선 뒤였다.
오스카는 아직도 고기가 많이 남았다며 끈질기게 버텼지만, 식당과 멀리 떨어진 교실까지 제시간에 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
“쟤 포크 압수해 줘, 클로이.”
“오케이!”
이어지는 솔라나 교수의 오후 수업.
솔라나는 마법대련을 진행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대련장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 이 네모반듯한 선이 보이지?”
대련장은 가로세로 10미터의 정사각형 구조에, 테두리가 검은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생도 두 명이 들어가는 즉시, 마법 장벽이 세워질 거야. 빗나간 화염구 때문에 다른 생도들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마법대련을 진심으로 기대하는 건지, 솔라나 얼굴에는 음흉해보이기까지 하는 미소가 떠올랐다.
“대련은 자원자가 상대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치러질 건데…….”
생도들은 이어질 말을 예상했기에, 모두들 교수의 눈길을 피해 버렸다.
“누가 첫 번째로 나설래?”
“…….”
“쉽지는 않겠지. 하지만 첫 번째로 자원해서 승리한 생도는, 상점이 있을 텐데?”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여전히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아직 솔라나가 하지 않은 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자원한 생도는 많은 상점을 받을 수 있지만, 그건 이겼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문제는 그 반대였다. 패배할 경우에는 벌점이 상점의 두 배였으니까.
참고로, 상대를 지목할 때는 오전 수업에 했던 분류 방식을 따라야 했다.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생도를 지목할 수는 없었다.
“상급은 상급하고만, 중급은 상급과 중급하고만 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리고 하급은…….”
솔라나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생도들 머리 위로 올라오는 팔을 보았기 때문이다.
“질문 있나, 루든 생도?”
“제가 처음으로 지원하려고 합니다.”
“진짜야? 하급이 첫 자원자라? 의왼데. 일단 나와.”
루빈은 앞으로 걸어 나갔다.
생도들 대부분, 루빈이 자신을 지목해 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가이젠의 수업에서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루빈이었지만 솔라나 수업에서는 전혀 달랐으니 말이다.
그는 화염구 하나조차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들 루빈과 붙으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물론, 상급과 중급 생도들은 자신들이 지목당할 리는 없다는 걸 알았기에, 체념하는 듯했지만.
“지목해 놓고, 지면 벌점이라는 거 알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 누구랑 붙어볼래?”
루빈의 눈길이 어느 한쪽으로 향했다. 시선을 느낀 당사자는 놀란 나머지 기침까지 쏟아냈다.
“콜록콜록, 켁켁.”
“엥, 진짜야? 내가 무모한 놈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지?”
솔라나는 손뼉이라도 칠 듯이 들떴다
* * *
“야, 루든.”
“응?”
“너 왜 사람을 놀래키는 거야, 진짜.”
루빈은 멋쩍게 웃었다. 지금 그는 대련장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곤란한 표정의 오스카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마법대련용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다. 공격 마법이 주효하게 들어오면 곧바로 강력한 방어 마법이 발현될 것이다.
“점심 먹을 땐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때는 그냥, 마법 실력 좀 보여 달라며.”
오스카로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마법 실력을 보여 달라는 말이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화염계열 말고 다른 원소도 보여 달라고 한 거, 진심이야?”
“응. 진심이야.”
“이럴 거였으면 미리 말해주지!”
“그럼 네가 날 피할 것 같았거든.”
“그거야 당연하지! 룸메이트를 어떻게 깔아뭉개냐?”
“오스카. 나, 진심이라고 했잖아.”
루빈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해지자, 오스카는 움찔했다. 더 이상 이 상황을 장난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스카는 초록 머리칼을 헝클였다.
“봐줄 생각 하지 말라는 뜻이냐?”
루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했다. 우정이랍시고 오스카가 대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스카가 아닌, 페르 로렌치니를 마주하는 게 루빈의 목적이었으니.
그때, 둘을 가만히 지켜보던 솔라나의 목소리가 장벽 저쪽에서 들려왔다.
“언제까지 웅얼댈 거지? 바로 시작해.”
“알겠습니다. 오스카, 시작하자.”
“하, 너 진짜 후회해도 모른다? 벌점 수두룩 쌓여봐라.”
이윽고 두 사람의 마법대련이 시작됐다.
공세를 펼치는 쪽은 당연히 오스카였다. 처음에는 적당한 크기의 단발성 화염구였다.
고열의 불덩어리가 루빈을 향해 쇄도했고, 그는 몸을 움직여 가볍게 피했다.
콰쾅.
마법 장벽에 부딪친 화염구는 그대로 사라졌다.
이어 오스카의 공격 마법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화염구가 한 발, 두 발 연속으로 루빈을 향해 날아들었다.
“쟤네 둘, 친한 사이 아니었어?”
“서로 쌓인 게 있었던 거 아냐? 하급인데도 루빈이 오스카를 지목한 걸 보면.”
“그나저나 오스카가 저렇게 센 놈인 줄 몰랐어.”
“괜히 상급이겠냐. 봐봐, 화염구를 하나씩 늘려가잖아.”
마법 장벽 너머로 지켜보는 생도들은 웅성거렸다. 솔라나는 팔짱을 낀 채로 흥미롭게 대련을 지켜봤다.
‘오스카 투니오라 했던가. 베니테즈 교수가 선점한 이유가 있었네.’
지금 오스카는 ‘반복 훈련’ 시간에 달리아와 클로이가 보여주었던 면모를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었다.
계속 숫자를 늘려나가는 화염구, 그러면서도 크기마저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중이다.
‘클로이도 놀랐나 보네.’
감탄하는 얼굴로 대련을 지켜보는 클로이. 루빈 입으로만 들었던 오스카의 재능을 이제야 확인한 그녀였다.
콰콰콰쾅!
폭발음이 연달아 울렸다.
한순간, 대련장 내부가 먼지로 뒤덮이면서 생도들 시야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가려졌다.
“루든, 이거 공격 마법 수업인 거 알지? 피하기만 하면 안 돼.”
“글쎄. 난 네가 좀 더 진지해졌으면 좋겠는데.”
“야, 너도 알잖아. 난 박애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라고, 뭐랄까. 환혈족처럼?”
그 말에 루빈은 가볍게 웃었다.
박애주의자라. 전생에 보았던 페르의 모습과 비교해 보자면 도저히 동일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
그가 알고 있는 페르라면, 지금처럼 일부러 빗겨나가는 마법 공격 따윈 하지 않았을 거다.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한 마법만을 펼쳤겠지.
그럴수록 루빈은, 오스카 너머에 있는 페르 로렌치니를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어졌다.
“박애주의자? 오스카. 사람만큼 쉽게 변하는 건 없어.”
“너라고 나를 다 아는 건 아니야.”
“그래서 이제부터 구석구석 알아볼 생각이야.”
순간, 루빈의 손이 허리 쪽으로 내려갔다. 핏빛서리가 어서 주인이 자신을 그러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풀썩거리는 먼지 너머로, 오스카가 만들어낸 화염구가 둥둥 공중에 떠 있는 게 보였다.
“화염구 말고.”
“……?”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 다른 원소?”
화염계열 이외의 원소 마법을 말하는 듯했다. 그게 무엇이든 오스카는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었으니.
“좋아. 네 공부를 도와달라는 말이지? 이제 나 때문에 벌점 받아도 정말 모른다?”
루빈은 어깨를 으쓱였다.
오스카는 자신이 마법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봐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루빈 역시 마찬가지였다. 글레이튼의 팔찌 덕분에 오스카의 공격은 모두 예측하고 있는 그였다.
루빈은 그저, 가장 그럴듯한 그림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모든 이의 눈을 속일 수 있을 만한 그림을.
이윽고.
떠올랐던 먼지가 모두 내려앉았다.
스으응. 스으응.
파동을 일으키며, 오스카는 또 다른 공격 마법들을 준비했다. 각각 흙과 물, 바람 계열의 공격 마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교수님?”
“…….”
“교수님?”
“아, 달리아 생도. 질문 있어?”
“화염구 말고 다른 공격 마법을 펼쳐도 되나요?”
“내가 안 된다고 했었나?”
“…아뇨. 그렇게 말씀하시진 않았는데요.”
“그런데 왜 물어? 나는 실전 위주라고 했잖아. 화염구는 커리큘럼일 뿐이고, 능력껏 이기면 되는 거야.”
달리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오스카가 이 정도일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그냥 수다스러운 멍청이인 줄만 알았는데.
잔뜩 심각해진 달리아 옆에서, 솔라나는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재밌어. C반 대결이 제일 재밌는 것 같네.”
그때, 오스카의 공격이 이어졌다. 4원소의 각 기초 공격 마법이 루빈을 향해 날아들었다.
“…….”
루빈은 기다렸다.
가장 적절한 역공의 순간이 올 때까지.
‘가장 먼저 바람.’
집약된 바람 덩어리가 날아왔다. 화염구보다 위력은 약했지만, 더 빨라서 눈으로 분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정도는 ‘그림자 운율’이면 족했다. 무인이 아닌 자의 눈에는, 그저 우연히 빗나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바람 다음은 흙이었다. 그다음은 물이겠지.
루빈이 기다리는 건 가장 마지막, 물 계열의 공격 마법이었다. 그러려면 우선 흙계열의 공격 마법을 파훼해야 한다.
콰지지직.
때마침 루빈 주변으로 떠오른 큼직한 돌덩이들. 루빈은 주먹 끝으로 오스카의 토뢰(土牢)를 모두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단계. 오스카의 물계열 공격 마법이 눈앞까지 날아왔다.
파박, 파박, 파박.
이번엔 ‘그림자 포효’를 펼쳤다.
‘그림자 운율’에 비해 움직임은 투박하지만, 훨씬 직선적이고 힘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운신법.
그와 동시에, 루빈은 쥐고 있던 핏빛서리의 힘을 개방했다.
휘이이이잉.
오스카는 멈칫했다. 순식간에 주변이 눈보라로 뒤덮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체 이런 얼음 마법은 언제 배운 거지?’
자신의 물계열 마법이 무력화된 것은 물론, 이대로라면 바깥에서는 대련 상황을 알 수 없게 될 터였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너, 설마……?”
눈으로 쫓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다가오는 루빈의 모습. 저 움직임은, 분명 마법의 힘이 아니었다.
“너, 마도무인(魔道武人)이었어?”
마나와 오러를 함께 다룬다는 마도무인들은 흔한 존재가 아니다. 오스카도 그저 이야기로만 접했을 뿐. 그게 바로 루빈이었다니!
루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모든 건 그의 계획대로였다.
‘역시. 예상대로 전부 얼어붙었군.’
오스카가 공중에 만들어놓은 물의 탄환들. 원래대로라면 루빈을 향해 날아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모두 꽝꽝 얼어붙은 상태였다.
핏빛서리가 물의 탄환들을 하나로 뭉치고 얼려버린 것이다. 게다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것들을 날카로운 얼음화살로 빚어내기까지 했다.
‘이렇게 되면 빙격시(氷擊矢)나 마찬가지가 되지.’
예리한 얼음화살의 끝이 거꾸로 머리를 돌렸다. 그렇게 루빈의 의지에 따라 오스카를 겨누었다.
“뭐, 뭐야!”
오스카는 황급히 방어 마법을 펼쳐 막아보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눈 깜짝할 새에, 자신의 눈앞에 다다라 있는 루빈.
오스카가 뭘 어쩌지도 못한 사이, 빙격시 한 발이 오스카의 대련용 갑주에 박혀 들어갔다.
루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잠깐 기절해 줘야겠어, 페르 로렌치니.’
루빈의 암연이 오스카의 숨통을 꽉 틀어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