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134)
암살검가 로이넨-134화(134/258)
제134화. 장교육성위 (3)
다행히 늦지 않게 카포티니에 다다를 수 있었다.
1차 합류 지점에 쿠제와 엔조가 없다는 걸 확인한 루빈은, 곧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이미 둘에게, 만약 로젠탈러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이 들면 서점에 가 있으라고 일러둔 후였다.
“오셨군요.”
“별일 없었어?”
“문제없었습니다.”
루빈은 서점의 숨겨진 방으로 들어가 지하 공동으로 내려갔다. 엔조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
엔조는 잠들어 있었다. 하긴, 마땅한 치유마법도 없이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온 상태였다.
아무리 히탄 소장이 편의를 봐줬다고 하지만 감옥에서 맘 편히 지냈을 리도 없었다.
기숙사 점호까지는 시간이 약간 남았기에 루빈은 잠자코 기다렸다.
“흐으읍!”
1시간이 지난 뒤,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어나는 엔조. 그는 루빈을 발견하곤, 뒤늦게 지난 며칠간의 일들이 꿈이 아니라는 걸 다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제 거처를 옮길 시간입니다. 랩소디관으로요.”
‘공간 접속’이나 ‘공간 확장’ 등 다양한 마법건축술 접목된 기숙사.
엔조는 그곳의 공사를 담당했던 한 명으로서 랩소디관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단언했고, 루빈도 군말 없이 동의했다.
‘칙명부는 어차피 마탑구역으로 들어올 수 없고, 일을 벌이려고 해도 나를 통해야 하니까.’
현재로서는 가장 나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랩소디관의 비밀 공간에 숨어있는 건 임시적인 대처일 뿐이다.
텔마흐에게 복수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만한 공간이 필요했다.
‘그건 나중에 찾아봐야겠어. 우선은 내일 새벽에 벌어질 시험부터 생각하고.’
“우선 이걸 입으세요.”
“생도용 로브군. 얼마 만에 입어보는 건지.”
그러고 보니, 엔조도 카포티니 마법학교 졸업생이었지. 오랜만에 찾는 모교일 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도망자 신세지만.
‘반드시 살려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해.’
루빈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각성한 마법사가 얼마나 강한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루빈이었다. 그게 페르가 될지 엔조가 될지, 혹은 둘 다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마법생도인 척하는 겁니다. 일단 얼굴부터 가리세요.”
마탑 안에 숨어들려면 이 방법밖엔 없었다. 엔조는 펑퍼짐한 로브를 뒤집어쓰고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렸다.
“그리고 이것도요.”
이번에는 검은색 띠를 건넸다. 눈을 가리라는 의미였다. 자신이 잠들어 있던 이 공간이 서점 아래 있다는 걸 모르는 엔조였다. 심지어 그는 아직까지 쿠제의 얼굴조차 몰랐다.
엔조는 반발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 이런 보안 절차가 자신을 지키고, 나아가 페르를 보호하는 길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둘은, 서점을 나와 곤돌라 하나에 올라탔다.
스윽스윽, 빠르게 나아가는 곤돌라. 일요일 저녁답게 카포티니는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모교에 숨어들다니, 기분이 참 묘하군.”
눈을 가렸던 띠를 벗어내며 엔조가 말했다. 한때 촉망받던 마법건축가였던 그는, 이제 도망자 신세였다. 그 사실이 착잡한 건지, 쓴웃음을 지었다.
“엔조.”
“음?”
“기숙사의 비밀공간에 숨어 있더라도, 앞으로는 페르라는 이름을 절대 입 밖으로 내지 마세요.”
“그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루빈은 넌지시 물었다.
“…오스카를 만나고 싶지 않으세요?”
“그 아인,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면 크게 흔들릴 거야.”
그건 루빈으로서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검은 잎’을 통해 확인한 페르의 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깊게 박혀 있었다.
게다가 페르는, 루빈이 주말 중에 제 아버지를 만난 줄 몰랐다. 루빈이 ‘각성의 사슬’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래서 저도 당신을 구출해 주겠다고 약속만 했지, 어디에 피신시키겠다고는 얘기 안 했어요.”
루빈은 간단하게 거짓말했다.
“그러면… 오스카에게는 내 행선지를 밝히지 않는 걸로 하지. 그게 둘 다를 지키는 일일 테니까.”
“알겠어요.”
“다만, 가끔은 그 녀석을 데리고 랩소디관 정문에 나와 줘.”
“정문에요?”
“그래. 멀리서라도 꼭 보고 싶거든.”
이어진 엔조의 말에 따르면, 랩소디관의 비밀 공간 중에는 정문을 그대로 투사시키는 곳이 있다고 했다.
아들을 마주할 수는 없어도 그곳에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는 뜻이었다.
루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오스카가 공중통로로 돌아다니긴 하는데, 교정을 걷는 쪽으로 유인해 볼게요.”
“고맙군.”
이윽고 두 사람을 태운 곤돌라는 마탑구역의 경계에 다다랐다.
혹시 결계가 작동하여 엔조가 통과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엔조 말로는 키건 교장은 졸업생들도 학교의 일원으로 생각할 거라 했는데. 사실이었군.’
곤돌라는 카포틴 호수를 가로질러 나루 한 곳에 다다랐다.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루빈에게 속삭이는 엔조였다.
“나는 랩소디관 정문으론 안 들어갈 거야.”
“다른 출입구가 있다는 건가요?”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의 문이 있지.”
비밀의 문이라. 하긴 루빈도 아직 다 탐색하지 못한 랩소디관이니, 숨겨진 출입구가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엔조는, 이 건물 공사를 담당했던 건축가이지 않나.
“여기야.”
엔조가 멈춘 곳은 랩소디관의 벽면 중 북쪽 부분이었다. 그는 저녁의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 채 벽면을 이리저리 만졌다.
다음 순간, 발밑의 땅이 덜컥 소리를 내더니, 엔조 앞으로 조그마한 출입구를 만들어냈다.
“저는 정문으로 들어가야 해요.”
“그럼 일단 들어가. 그다음 내가 있는 곳으로 오면 되겠군.”
“어떻게 가죠?”
“5층 휴게실을 지나쳐 복도로 나아가면 돼. 그럼 내가 초대해 주지.”
초대해 주겠다는 표현이 이상했지만, 토 달지 않고 엔조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루빈은 정문을 이용해 기숙사로 들어가, 곧장 5층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계단에서 C반 생도들 몇몇을 만났지만, 간단한 인사말만 주고받는 데 그쳤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루빈을 불렀다.
“루든?”
달리아였다. 그녀는 꽤 묵직한 짐을 들고서 낑낑 걸어 올라오는 중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델린가의 저택에 갔다가 지금 막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달리아, 주말 잘 보냈어?”
“뭐, 그럭저럭.”
달리아의 눈길이 루빈을 맴돌았다. 심문하는 사람처럼, 루빈에게서 어떤 반응을 찾아내는 것 같았다.
“할 말이라도 있어?”
“너, 주말에 클로이 만났어?”
“클로이? 아니. 안 만났는데, 왜?”
“…그럼 됐어. 아무것도 아냐.”
달리아가 왜 이러는지 빤했다. 아마 제 저택에 갔다가 놀라운 사실을 전해 들었겠지. 장교육성위가 새벽에 기습적으로 시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루빈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것일 테다. 3등귀족인 루빈이 장교육성위에 대해 알 수 있는 통로는, 클로이뿐이라 생각하여 저렇게 묻는 것이었다.
“…루든. 오늘은 일찍 잠드는 게 좋을 거야.”
달리아는 알 듯 모를 듯 이렇게 말했다.
‘호오.’
정보를 흘려주는 건가? 의외였다. 루빈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난 2주 동안 달리아와의 심적 거리감이 꽤 좁혀진 모양이었다.
평소 달리아의 자존심이나 특권의식을 생각하면, 수수께끼처럼 내놓는 이 정도의 말도 대단한 선의로 볼 수 있었다.
루빈은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였다.
“알잖아, 내 룸메이트 오스카인 거. 또 밤새도록 수다나 엄청 떨겠지.”
“어쨌든 둘 다 최대한 일찍 자두는 게 좋을 거야.”
“근데 그건 왜?”
“그, 그야…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달리아를 보니, 아무리 귀족 가문의 영애라도 열세 살짜리 여자아이구나 싶었다.
“그래, 내일은 월요일이지. 너도 푹 자, 달리아.”
“…너도.”
내심 답답한지 잠깐 얼굴을 찌푸리는 달리아. 그런 그녀를 놔두고 루빈은 기숙사 5층으로 올라가 곧장 휴게실로 향했다.
마나 증진용 기구가 여러 개 놓인 휴게실을 지나, 복도를 죽 걸어갔다.
기숙사에 들어왔던 첫날처럼 제한 구역이 나오자마자, 루빈의 움직임엔 암연이 배어들었다.
엔조는 언제쯤 나타나려나.
스레힘 사감의 동물들을 피해가며 복도를 누비던 그때. 평소엔 닫혀있던 벽면의 문이 스르륵 하고 열렸다.
‘여긴가?’
마침 복도 저편으로는 ‘소리를 보는 눈’이 기다리고 있었다. 루빈은 일단 더 나아가는 대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저 텅 빈 방이 나타나기에, 루빈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하.”
뭔가를 느끼곤 빠르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위에서부터 굵은 밧줄이 스르륵 내려왔다.
자세히 보니, 천장에 새카만 구멍이 있었다. 원래부터 있던 건가? 아니면, ‘공간 접속’ 마법인가?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밧줄은 그 구멍에서부터 내려온 것이었다.
‘이게 엔조가 말한 ‘초대’구나.’
루빈은 의심 없이 밧줄을 잡아 팔에 둘둘 감았다.
슈우우욱.
그러기 무섭게 밧줄이 잡아당겨지면서, 루빈은 구멍 속으로 휙 빨려 들어갔다.
* * *
천장에 난 구멍 안으로 끌려 올라온 루빈은, 웬 벽난로 안에 툭 하고 떨어졌다.
분명 끌어 올려졌는데 왜 떨어진 건지 의아했지만, 설계마법의 일종이라 생각하니 납득이 됐다
‘잡동사니로 가득한 방이군.’
여기저기 건축 자재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빛바랜 종이들이 나뒹굴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군.”.
엔조였다. 루빈은 끼얹어진 재를 털어내며 그와 마주했다. 그는 잡동사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학교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나보다 앞서서 공사를 담당했던 건축가가 쓰던 곳이야. 창고 겸 쓰레기통이랄까.”
“조금 전에는 어떻게 된 거죠?”
“공간 접속. 너희들 기숙사 방, 천장으로 마나구를 통과시킬 수 있지? 같은 원리야. 다만 여기에 설계된 마법은 사람도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훨씬 복잡하지.”
밧줄 없이는 누구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고 했다. 루빈이 붙잡았던 밧줄이, 일종의 마나구였던 셈.
“여기서 기숙사 정문은 어떻게 볼 수 있죠?”
“여기, 이렇게.”
한쪽 벽면 일부분이 마치 유리창을 내다보듯 정문을 비추고 있었다.
“공사 중엔 창고로 쓰였지만, 그전까지 여기는 사감실이었다더군. 그래서 이렇게 정문을 확인할 수 있는 거지.”
“그럼 얼른 방으로 가서 오스카를 데리고 나와야겠네요.”
“아니, 서두를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속내는 숨길 수 없었다.
“이제 곧 점호가 시작될 거예요. 그 전에 오스카를 데리고 나올게요.”
루빈은 내부를 쓱 둘러봤다. 한동안은 정리하는 데 시간을 들여야겠지만, 당분간 지낼 은신처로는 적당했다. 엔조를 노릴 만한 놈들도 여긴 찾아내지 못하겠지.
안심한 루빈은 벽난로 앞으로 걸어갔다. 긴 꼬리처럼 밧줄을 내밀고 있는 벽난로.
다시 밧줄을 붙잡자 홱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루빈은 다시 벽난로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기숙사 정문.
오스카는 루빈의 꼬드김에 넘어가 기숙사 밖으로 막 나온 뒤였다.
“…없네.”
“형광개구리가 있다고? 진짜로 본 거 맞아?”
“응. 조금 전까지 여기 앞에 있었는데.”
“에이씨! 나 지금 막 샤워해서 엄청 뽀송뽀송한 상태라고!”
오스카는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형광개구리를 찾아보았다.
당연하게도 형광개구리가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부터 카포티니는 형광개구리가 서식할 환경이 아니었다.
“어, 저건가?”
“어디? 어디!”
“아… 아니네. 전등이구나.”
제 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오스카는 루빈을 향해 마구 욕을 날려댔다.
‘아버지라…….’
엔조와 오스카. 함께 있지 못하고 도망치며 살아가야 하는 두 사람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루빈의 머릿속에 아버지라는 개념이 내려앉았다.
루빈에게 아버지는 인생의 빈틈이었다.
사냥꾼이라는 것, 머리칼과 눈동자가 검은색이라는 것, 가주의 세 번째 남편으로서 가문에서는 ‘써드’로 지칭됐다는 것뿐.
한 번도 그를 본 적도, 그에 대해 자세히 들어본 적도 없었다.
사실, 그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본 적도 없었다. 전생에서뿐만 아니라 이번 생에서도 마찬가지. 암살검가라는 냉혹한 환경, 그리고 복수라는 유일한 목적 위에서는 그게 당연했다.
게다가 회귀 전 마지막 순간에 다다를수록 비밀을 자주 이야기해 주었던 세이렌조차도, 루빈의 아버지에 관해서라면 아무 말 없었다.
‘이상하긴 한데. 뭐, 어쩌면 그만한 가치조차 없었던 건가.’
퍼스트나 세컨드, 도리언과 매피스가 경멸했듯이 그저 평범한 사냥꾼이었을 뿐이니까.
다시 얻은 기회에서는 그에 대한 의문을 풀어볼까 싶었지만, 이내 루빈은 마음을 뒤집었다.
한 조각의 기억조차 없는 관계였고, 복수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봤나 보다, 오스카.”
“…루든. 마도무인인 걸 속인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주 거짓말쟁이로 전향했냐!”
“어…? 교장님이다.”
“이게 진짜 또 뻥 치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었다. 어둑한 교정, 저쪽에서부터 한 거구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어라… 진짜네?”
이전에는 보지 못한 심각한 표정. 키건 교장은 랩소디관으로 막 들어가려다가, 나와 있는 루빈과 오스카를 발견하고는 우뚝 발걸음을 멈추었다.
“루든 포이넨과 오스카 투니오로군.”
“오, 교장님! 제 이름을 다 기억하고 계시네요.”
“그야 교수들 사이에서 오스카 네 이름이 자자하니까. C반을 들어갔다 온 교수들마다 어찌 그리 귀가 아프다고들 하소연인지.”
사실, 키건 교장이 수백 명 신입생도들의 얼굴과 이름을 죄다 외워두고 있다는 걸 모르는 오스카였다.
“근데 교장님이 저희 기숙사엔 웬일이신가요? 이런 야심한 시간에?”
“왜, 울르딘 곰이 사냥이라도 나서는 것 같더냐?”
오스카가 입학식 날 마주친 키건을 두고, 울르딘 곰 룰루 같다 했던 걸 상기시키는 말이었지만, 그렇다고 움츠러들 오스카가 아니었다.
“에이, 곰이라뇨. 교장님의 그 장대한 기골, 흡사 거칠고 용맹한 거혈족 전사 같았달까요? 아, 물론 더럽고 지저분하단 뜻은 아니고요……!”
오스카가 능글맞은 농담을 늘어놓는 그때. 스레힘 사감이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교장처럼 그의 표정 또한 심각했다.
‘장교육성위한테서 막 통보를 받은 거야.’
루빈은 그렇게 짐작했다. 계산해 보니, 장교육성위 군인들이 카포티니에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사감은 교장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삭였다. 똑같이 심각한 표정이긴 해도 두 사람은 좀 달랐다. 키건은 장교육성위의 방문이 못마땅한 것 같지만, 스레힘 사감은 잔뜩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장교육성위가 학교를 방문하는 건 마법학교로서는 명예로운 일이었다. 그러니 사감의 저 반응이야말로 정상적이었다.
“사감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요?”
“어허, 이놈이 또 기어올라? 오스카! 얼른 올라가 있어라. 이제 곧 점호할 테니까.”
사감은 눈을 부릅뜨면서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루빈은 기숙사로 올라가면서 생각했다.
‘올 게 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