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142)
암살검가 로이넨-142화(142/258)
제142화. 폭발 계획 (4)
“다들 위치를 잡으십시오!”
직속부관이 계단에 서서 소리쳤다. 그 말에 ‘라스키엔 대난전’에 출전하는 여덟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시험장은 편평한 바닥만 남고, 모든 지물이 사라진 상태.
피이이잉.
소리와 함께, 시험장 중앙에는 커다란 팔각형이 그려졌다. 출전하는 여덟 명이 팔각형의 각 꼭짓점 위에 섰다.
“…….”
루빈 옆쪽으로 나란히 서는 에릭과 달리아. 두 사람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폰드리안을 비롯한 시험관들은 여유가 넘쳤다. ‘라스키엔 대난전’을 보드게임 방식으로도, 가상현실 방식으로도 꾸준히 숙련해 온 그들이었기에 가능한 여유였다.
특히, 맞은편에 서 있는 폰드리안은 루빈을 바라보며 가소롭다는 표정까지 짓고 있었다.
“이제 라스키엔 대난전으로 돌입하게 되면, 출전한 8인은 전장 속 임의적인 공간에 배치되어 각 왕국의 지휘관이 될 겁니다. 각 왕국은 색깔로 구분됩니다. 모두 준비됐습니까?”
직속부관이 물었다. 그는 위장 폰드리안의 대리자로서 외부에서 ‘라스키엔 대난전’의 상황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험관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응시생도 세 명은 소리 내어 대답했다.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팔각형에서 다시 빛이 쏟아졌다. 빛은 서서히 강렬해지더니, 결국 출전자의 모습마저 지워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빛이 사라졌을 때, 루빈은 공간이 전환됐음을 느꼈다. 편평한 바닥만 있던 공간은 사라지고, 눈앞에는 새로운 지물이 넘쳐났다.
수풀이 무성한 숲.
험준한 산과 절벽들.
귓가에선 숲속 풀벌레와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히이이잉.
푸루루루.
때마침 말들의 투레질 소리도 연달아 들려온다.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천막 너머였다. 루빈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다가갔다.
걸음을 하나씩 내디딜 때마다 내면세계로부터 울리는 하네케의 전율이 전해졌다.
-하, 놀랍군! 놀라워.
언덕 아래. 널찍한 분지에는 시험마도구가 만들어낸 병사들이 병종별로 전열을 갖추고 있었다.
보병, 궁병, 중갑기병, 궁기병까지. 점차 피어오르는 전운(戰雲)이 대장군을 두근거리게 했다.
‘마법사부대는 어디에 있지?’
반면 루빈은 침착하게 이번 작전의 핵심인 마법사부대부터 찾았다.
‘아, 저기 있네.’
마법사부대원들은 야전용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는 루빈의 군대라는 표시로 붉은색 견장이 채워져 있었다.
피이이잉.
언덕 위에서 루빈이 등장하자, 마법사부대의 지휘관 격인 자가 자신의 손 위에 한 줌의 빛을 피워올렸다. 대장군을 확인했으며,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의미이리라.
다른 부대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장군의 등장에 각자의 방식대로 승리의 기운을 북돋웠다. 실존하는 인간들은 아니었지만, 그 모습을 보자니 정말로 전쟁을 앞둔 병사들 같았다.
-붉은색이로군. 붉은군대라. 재밌겠어.
‘아까 들었던 설명에 따르면 부대를 지휘할 땐…….’
‘전황판’이 필요했다. 이는 천막 안에 두루마리 형태로 놓여 있었다.
촤라라락.
두루마리를 펼치자 지도상으로 붉은군대 군영의 위치가 나타났다. 라스키엔 고원 정남쪽이었다.
반면, 그 외 지역은 전부 새까맣게 칠해져 있었다.
-아직 주변 지형과 적들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는 건가?
전황판에 보이는 건 오직 붉은 점들뿐. 하네케 말대로 아직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고, 적이 탐지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일단 부대를 움직여 볼게요.’
루빈은 전황판 위에 표시된 궁기병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곤, 넓게 퍼트렸다. 그러자, 대열을 유지하고 있던 궁기병 부대가 일제히 산개했다.
두두두두.
이어진 루빈의 지시에 따라, 궁기병은 북쪽 진출로로 천천히 나아갔다. 마치 현실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흐음.
‘왜요, 하네케?’
가상현실로 구현된 전쟁터에 내내 감탄하던 하네케였다. 그런데 병사들을 이동시키는 걸 확인하자, 뭔가 아쉬운지 침음을 흘렸다.
-축약된 전쟁터라더니, 지나치게 간소화해놨군.
하네케의 이런 반응은, 루빈이 시험관에게 사전 설명을 들었을 때 이미 나왔던 터였다.
실제 전쟁터와의 엄연한 간극.
전략 연구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보드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했지만, 어쨌거나 실제 전쟁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전장이라면, 아무리 명령 체계를 정교하게 만들어도 이런 식으로 여러 부대를 유기적으로 지휘할 수는 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죠. 이건 어디까지나 시험용 마도구니까요.’
이는 회귀 전, 전쟁을 겪어본 루빈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뭐, 그렇겠지. 그러고 보니, 여기서 실제 전쟁을 겪어본 자가 나만 있는 게 아니었군.
루빈을 가리키고 하는 말이었다. 회귀 전, 암살검가를 이끌고 제국군과 전면전을 펼쳤던, 로이넨가의 마지막 적자.
비록 패전했지만, 당시의 전쟁 지휘 경험은 세상 그 누구의 것과 비교하더라도 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 당시 현존하는 대륙 최강의 군대와 전쟁이라니. 이는 하네케조차 경험해 보지 못했을 테니.
이는 필리몬드에서 벌어졌던 ‘표백의 아침’ 작전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단순한 작전을 뛰어넘는, 말 그대로의 대전쟁.
전쟁 경험이라곤 없는, 고작 가문 연합을 상대로 한 일방적인 전쟁이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 상대가 누구인가.
8성 경지의 세이렌 로이넨을 필두로 한, 대륙 최강의 암살자들. 하나같이 최고 반열에 오른 실력자들이었다.
아무리 백전무패의 제국군이라 해도,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전쟁이었다.
아무리 패전했다고 한들, 그 전쟁 경험의 값어치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고 있는 하네케였다.
‘대장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경험일 뿐입니다.’
비록 지금은 저렇게 겸손을 떨고 있지만. 그 거대한 전쟁에서 군대를 이끌었던 루빈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지휘관이었다.
‘어쨌든, 전황판이 있어서 전쟁 수행이 훨씬 쉬워진 건 맞잖습니까. 잘된 일이죠. 일이 더 쉬워졌으니.’
-쉬워졌다라. 그 말엔 나도 동의하네.
뿐만이 아니다.
루빈은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펴보았다. ‘라스키엔 대난전’에 참전하면서, 혹시나 몸에도 변화가 생겼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여전히 마나의 환만 얼어붙은 상태. 암연의 환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 말인즉, 필요할 경우 루빈이 직접 움직여 상대 대장군을 암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네가 직접 움직이겠다고? 그건 우리 계획에 없지 않았나.
‘제가 직접 움직이면 유인하기는 훨씬 쉽겠죠.’
-아무렴, 대장군이니까. 일개 병사들이 자네를 제대로 잡을 수도 없을 테고. 게다가 시험관들은 마나가 차단된 상태니.
계획엔 없던 것이었지만, 그럴 근거는 충분했다. 하네케는 마지못해 계획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내가 대장군이었다면, 적진 한가운데로 침투하는 짓은 절대 안 벌였을 걸세.
루빈은 어깨를 으쓱이며 천막을 나왔다.
언덕 아래, 도열한 붉은군대를 내려다봤다. 그러다가, 전황판을 다시 펼쳐 모든 부대를 재조직했다.
‘지금 이 전쟁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니까요. 방금 그 조언은, 나중에 텔마흐와 전쟁을 치를 때 따르겠습니다.’
잠시 후. 붉은군대는 루빈의 명에 따라, 각 왕국의 마법사부대를 꾀어낼 작전을 시작했다.
* * *
장교육성위의 직속부관은 외부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록용 마적석에 모든 상황이 녹화되고 있었지만, 분석은 결국 그의 몫이었다.
‘붉은군대가 기습의 기회를 또 잡았네. 이것으로 열 번째인가?’
두두두두-
땅을 울리며 등장하는 건 시험관 중 하나가 지휘하는 녹색군대였다. 그들의 기마대는 중갑병과 궁기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후, 기마대는 2개 분대로 분열했고, 각기 북쪽과 남쪽으로 흩어졌다. 두두두. 기마대의 움직임이 또다시 땅을 울렸다.
그런데 그때.
“……!”
북쪽으로 향하던 기마대 앞을 막아서는 적 부대.
직속부관이 보았던 대로, 붉은군대의 기마대였다. 그들은 곧장 녹색군대의 후미를 노렸다. 분명 상대를 전멸시킬 완벽한 기회인 듯했는데.
‘이번에도?’
붉은군대는 이번에도 기습에 실패하고 만다. 무려 열 번째였다. 열 번이나 기습 기회를 만들어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하다니.
‘여기서 루든 생도의 한계가 드러나나?’
기습에 실패한 뒤, 거꾸로 병력의 일부를 잃고 패퇴하는 붉은군대. 지켜보던 부관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금까지 보여준 결단력, 응용력, 침착성, 창조성 등을 고려해 보면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무인의 역량과 군 지휘관의 역량은 완전히 다르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루든 생도의 재능별 편차는 너무도 컸다.
재능이 없음을 넘어서, 어리석어보이기까지 했다. 분명 다른 부문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재능을 증명해낸 생도인데.
‘승리할 생각이 있긴 한 건가?’
상식 밖이라고 해야 할지. 직속부관의 관점에서 루빈은 이상해도 너무도 이상했다.
게다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루든 생도.’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개전 직후 보인 루든의 이상 행동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장군의 갑옷’부터 벗어버린 것이었으니까.
보드게임으로나 가상현실으로나, ‘라스키엔 대난전’의 패배 조건은 똑같았다.
‘대장군의 사망.’
그렇기에 대장군에게는 특별한 방호 장치가 주어지는데, 그게 바로 ‘대장군의 갑옷’이었다.
대장군의 갑옷에는 강력한 방어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그 덕분에 적군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당해도 일격에 사망하지 않는 것이다.
난생처음 전쟁을 지휘하는 응시생도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 장치였다.
그런데 루든은, 그런 대장군의 갑옷을 벗어버린 것이다.
‘자신감인지 만용인지. 아무리 저가 마도무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마나의 환은 얼어붙어도 오러의 환은 온전한 마도무인의 특성을 너무 과신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리 오러가 출중하다 하더라도, 개인이 그것도 본인이 죽으면 바로 패하는 대장군이 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명백한 법.
‘저러는 이유가 뭐지? 설마 승리가 아닌 생존을 택한 건가? 그저 최후까지 살아남으려고?’
간혹 그런 응시생도들도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어, 그저 버티기만을 목적으로 한 전략 말이다.
대장군의 갑옷을 벗어버리고, 장수들의 부대 표식을 바꿔버린 루든이었다. 심지어 대장군의 갑옷 대신 일개 병사의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상태.
실제로 루든은 두꺼운 투구 속으로 얼굴을 감춰버리기까지 했다. 궁기병? 마법사부대? 아니면 중갑기병? 루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조차 어려웠다.
‘대장군이 누군지 모르도록 위장으로 감추고 있군. 그게 이번 시험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 텐데.’
상대 대장군을 저격하는 방법도 실전에선 유효하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고득점을 받을 수 없는 전략이었다. 본 시험의 의도와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되새기자면, 이번 시험에선 반드시 승리할 필요가 없다. 그저 부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능숙하게, 유의미하게 운용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니까.
‘아쉽지만, 저 생도는 여기까지인 것 같군. 그나저나 저 녀석, 병사들 틈에 숨어서 뭘 하려는 거지?’
8인의 대장군 중 가장 별난 부분이었다. 패배 조건 중 하나인 대장군의 죽음이라는 위험부담을 떠안을 만큼,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건지.
뭐, 곧 있으면 알게 되겠지.
‘그나저나, 에릭과 달리아는?’
직속부관은 나머지 응시생도의 상황을 확인했다.
주색군대와 황색군대. 둘의 상황은 오히려 루빈보다는 나아 보였다.
계속해서 전열을 가다듬고, 정찰을 통해 지형지물을 파악. 부대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중이었다.
둘 다 수세 위주의 전략으로, 시간을 끌 셈인 것 같았다.
‘응시생도들에게서 흔히 나오는 전략이지. 아무래도 저 아이들은 이런 경험이 처음일 테니까. 다만…….’
직속부관의 시선이 한쪽으로 옮겨갔다.
두 군대의 군영에 다가들며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는 궁기병. 자세히 보니, 루든이 이끄는 붉은군대 소속이었다.
2개 분대로 나뉜 루든의 궁기병 부대가 집요하게 각 두 진영을 자극하고 있었다.
마치 주색과 황색이 에릭과 달리아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그 둘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표적은, 가장 후방에 위치한 마법사부대였다.
‘저렇게 계속 견제받다간 전열에서 벗어나겠는데.’
하나의 부대가 지속적으로 집중 공격을 받으면, 해당 부대는 사기가 떨어져 일시적으로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하지만, 에릭과 달리아는 궁기병 부대의 견제 정도로만 생각할 뿐, 마법사부대만 노리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현장에 있으니 보이지 않겠지. 나야 위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보이겠지만.’
에릭과 달리아가 이를 인지한 것은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뒤늦게 깨달은 둘은 방어하려 애썼지만, 역시나 경험 부족으로 인해 대처가 마땅치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마법사부대가 통제를 잃고 말았다. 진영을 이탈한 채 루든의 궁기병 부대를 뒤쫓기 시작한 것이다.
‘전황을 파악하지 못한 거야.’
전장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직속부관은 훤히 볼 수 있지만, 에릭과 달리아는 볼 수 없는 것.
눈과 시야가 아닌, 경험과 분위기로 전세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전쟁 지휘관의 필수 덕목이었으니.
“……!”
그러다 불현듯, 직속부관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제껏 그가 놓치고 있던 게 무엇인지 문득 깨달은 것이다.
루빈의 붉은군대가 보여주었던 반복된 기습과 실패. 그리고 연이은 패퇴까지.
어쩌면, 루든이 행한 이 모든 게 실수가 아닐 수도 있지 않나? 그저, 내 눈에 실수처럼 보인 것일 뿐.
‘눈과 시야가 아닌, 경험과 분위기로 전세를 파악한다.’
위에서 내려다 본 자신의 눈엔 실수로 보인 것들이, 사실은 루든이 의도한 것들이었다면? 눈으로만 보았기에, 자신이 착각한 것이었다면?
‘말도 안 돼. 경험과 전장 분위기를 파악해서 부대를 운용한다고? 그저 응시생도일 뿐인 녀석이?’
믿기지 않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루든의 의도는 명확했다.
‘마법사부대만 노려서 유인하고 있어.’
직속부관은 기록용 마적석을 되돌려 재생했다. 그리고 다른 쪽 마적석에, 각국의 마법사부대들의 이동 경로를 하나씩 그림으로 그려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예상했던 대로다.’
수세 위주였던 달리아와 에릭만이 집중 공격을 받아 통제를 완전히 잃은 것이었고, 다른 시험관들의 마법사부대들 또한 개전 직후부터 계속해서 유인공격과 견제를 받아 사기를 야금야금 잃고 있었다.
게다가…….
‘왜 모두 한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지?’
순간, 직속부관의 등 뒤로 소름이 쫙 끼쳐왔다. 전부 루든이 짠 극본대로 전장이 굴러가고 있었다!
도저히 생각해 봐도 루빈이 지금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또 하나 확실한 것은, 현재 모든 왕국의 마법사부대가 루빈의 손위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작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저들은 그걸 몰랐지만.
하긴,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저들이 무슨 수로 알까?
‘설마, 위장님까지도?’
직속부관은 빠르게 폰드리안이 지휘하는 청색군대의 전황을 확인했다.
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위장님은 대장군인 본인을 노출시키면서까지 직접 루든의 궁병들을 추격하고 있어. 위험하단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왜지?’
순간, 직속부관의 머릿속에 시험 내내 이어지던 루빈과 폰드리안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떠올랐다.
직속부관은 클로이의 친우라는 루빈을 멸시하고 경계했고, 루빈은 그런 폰드리안에게 도전적이었다.
만약 폰드리안마저 움직이게 하려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도발이 필요했을 터.
시험 중 폰드리안 위장의 이성을 마비시킬 만한 도발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딱 하나밖에 없었다.
‘위장님이 쫓고 있는 저 궁병부대에, 루든이 있다는 말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