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146)
암살검가 로이넨-146화(146/258)
제146화. 마나 폭발과 후폭풍 (4)
다음 날 새벽, 루빈은 심문소를 나섰다.
별다른 배웅이랄 것도 없었고 마중 또한 없었다. 애초에 루빈은 쿠제에게 오늘 심문소에서 나갈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 터였다.
카포티니를 향해 얼마나 걸었을까? 루빈은 자신의 뒤를 따라붙는 갈색털의 여우 한 마리를 돌아봤다.
“티나, 연기 그만해.”
여우로 변신한 티나였다. 여우가 풀쩍풀쩍 뛰면서 루빈 곁으로 다가왔다.
“역시… 그 괴상한 눈은 속일 수 없다니까. 이제 진짜 비밀 좀 말해주면 안 될까?”
“어, 안 돼.”
사실 모든 건 하네케 덕분이었지만, 그걸 말해줄 수 있는 날은 아직 멀었다. 아마 복수라는 숙원을 이룬 그날이 아닐지.
“후우…. 저기 물맛이 그립겠군.”
티나가 루빈이 걸어온 저쪽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사실, 티나는 심문소에서 지내는 2주 동안 매일 루빈을 찾아왔었다. 심문소는 호숫가의 한 건물에 마련된 것이었고, 루빈에게는 호숫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규칙이 주어졌었다.
루빈은 호숫가를 걸어 다니며 티나와 접촉했다. 그때마다 눈에 띄지 않는 물뱀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티나. 전음을 통하여 루빈에게 그간의 소식들을 전해주었던 것이다.
2주 사이, 카포티니 마법학교는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차출 시험이 있은 지 사흘이 지난 뒤부터 수업도 재개됐다고 했다.
‘베니테즈 교수의 운신마법학 수업을 놓쳤군.’
카포티니 마법학교에서 얻어갈 마법 중 루빈에게 가장 유용한 건, 단연 운신마법학이었다.
‘숨은 상인’으로 처음 만났던 베니테즈. 무인이 아닌데도 그가 보여주었던 유연하고 놀라운 움직임은 아직도 인상 깊었다.
운신마법의 일종인 ‘파공’ 하나만 배워놔도, 전투 상황에서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하필 루빈이 심문소에 들어와 있는 2주 사이, 수업이 꽤 진행됐다니.
특정 수업을 주별로 몰아서 하는 교육과정상, 루빈과 다른 생도들의 수업 진도는 차이가 꽤 날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 대신 개인수업으로 대신하겠대. 수업 첫날 베니테즈 교수가 말한 거야. 클로이가 얼마나 부러워하던지. 아 참. 달리아 걔 표정도 네가 꼭 봤어야 했는데.”
키득거리는 티나를 보며 루빈은 내심 안도했다.
‘오히려 잘 됐어.’
운신마법 권위자와의 개인 수업이라니. 운신마법학에 욕심을 내는 루빈으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어제 교장이, 에릭이랑 달리아를 찾아가서 말했어.”
“장교육성위의 결과를?”
“응, 너는 당연히 칙명부 쪽에서 끊어냈을 거잖아. 아니야?”
“맞아. 그래서 둘은 어떻게 됐는데?”
“일단 보류래. 장교육성위가 재정비하고 나서 다시 결정할 거라고.”
제도에 진출해서 가문의 위세를 더 공고히 하고 싶었을 달리아. 실망했을 그 얼굴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래도 걔네 가문에서는 이번 시험 성적이 마음에 들었나 봐. 축하 파티를 계획한다던데, 합동으로.”
“그럴 만하지.”
장교육성위의 존폐가 어찌 될지는 몰라도, 저들한테는 장교생도로 차출될 수도 있다는 것 자체로 영예로운 일일 것이다.
“근데 루빈, 너도 파티에 초대하지 않을까? 걔네 둘은 너보다 한참 낮은 성적이었잖아. 자기들끼리 자랑스러워하기엔 좀 민망할 거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파티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엔조는?”
루빈은 자신이 없는 사이 엔조가 잘 있었는지 확인했다.
엔조 로렌치니는 보호의 대상이자 감시의 대상이었다. 랩소디관에 숨어 있는 그의 정체는 발각되어서는 안됐다. 그래서 변신한 티나가 매일 그의 상태를 확인했고, 틈틈이 루빈의 전언도 남겨놓았다.
다행히 문제없이 비밀 공간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 맞다!”
“음?”
“엔조, 하니까 생각났다. 쿠제가 어제… 뭐라더라? 실마리가 풀린 것 같다고 하던데?”
“실마리? 암술 연구를 말하는 건가?”
“맞아, 암술! ‘성질 변화’ 어쩌고저쩌고…. 근데 그게 엔조 그 마법사의 도움을 받으면 문제가 풀릴 수도 있을 것 같대.”
쿠제가 연구 중이라던 고차원의 은신 암술을 떠올렸다. 마나를 이용하는 것이어서 루빈만이 가능한 암술.
“서점에 가보면 설명을 들을 수 있겠지.”
그렇게 말하던 루빈의 눈빛이 한순간 매섭게 바뀌었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 저쪽으로, 익숙한 누군가가 있었다.
아직 저쪽에서는 루빈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 그리 반가운 인물은 아니었다.
“티나. 너도 느꼈지?”
“쳇, 로젠탈러가 있네. 그럼 나는 로이네크로우로 변할게.”
재빨리 수풀 속으로 들어가는 티나. 여우 모습에서 로이네크로우로 탈바꿈했다. 그녀는 신경질 섞인 날갯짓과 함께, 곧장 하늘로 향했다.
그러곤 로젠탈러의 위에서 빙빙 돌기 시작했다. 민트색 눈동자를 번뜩이며.
까아아아악. 그르르르.
“빌어먹을 까마귀!”
못마땅한 눈으로 티나를 올려다보던 로젠탈러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루빈을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루빈의 눈길이 향한 건, 로젠탈러의 반대쪽 손.
‘검을 차고 있어?’
로젠탈러가 검을 찬 모습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득, 놈의 경지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언젠가는 저 목에 내 검을 겨누어야 할 테니까.’
고작 칙명부의 말단 요원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루빈의 예상이 맞는다면, 로젠탈러는 칙명부의 비전 검술을 익힌 무인일 확률이 높았다.
“로젠탈러.”
“드디어 보는군, 로이넨 도련님. 꽤 갑갑했겠네?”
“검을 찬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아, 이거. 나의 애검이지. 그렇다고 네놈들한테 굳이 자랑할 건 아니니까.”
검을 살펴보지 않아도 알 만했다. 단순한 검이 아니다. 보구, 어쩌면 영혼무구일지도 모른다. 로젠탈러가 룰포의 심복이라면, 예사 무기일 리 없겠지.
“그나저나, 어째서 내게 말해주지 않은 거지?”
루빈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지금, 루빈과 로젠탈러의 대면은 장교육성위의 차출 시험이 있은 뒤로 처음이었다.
“왜, 나한테, 장교육성위가 학교에 올 거라는 걸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고.”
놈이 아니더라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명분이 좋았다. 지금은 로젠탈러를 몰아붙일 때이기도 하고.
“네놈이 내 말을 믿을 리 없겠지만, 나도 당일에나 알았다.”
“믿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건가?”
“믿든 안 믿든 그건 네 자유지. 아무튼, 마법부는 원래부터 그런 놈들이야. 음흉하기로는 너희 암살검가 못지않은 부류라고.”
루빈은 그의 말 속에서, 마법부에 대한 적대감을 읽었다. 단순 투덜거리는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면.
‘칙명부와 마법부는 적대관계일 확률이 높다.’
한 차례 회귀한 루빈조차, 황궁 내의 알력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알 뿐이다.
칙명부.
마법부.
대장군부.
모두 텔마흐에게 복종하고 충성하는 세력이지만, 그들 서로는 늘 팽팽한 견제 속에 있었다.
“그리고 마법사여단 놈들은 대장군부 휘하에 있다 해도, 오히려 마법부하고 끼리끼리 뭉치는 놈들이거든. 그러니 우리라도 그쪽 정보에는 좀 어두울 수밖에 없지.”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미리 말해줬다면 나도 제대로 대비했을 거다. 어찌 행동해야 좋을지 말도 맞췄을 거고.”
“어찌 행동해야 좋을지? 네놈이 여감 없이 능력을 뽐낸 덕분에 장교생도로 차출될 뻔한 걸 말하는 거냐?”
“지금 날 탓하는 건가? 그러니까 미리 말해줬어야지.”
할 말이 없어진 로젠탈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좋아. 아무튼, 암살검가 본가 아들이 장교생도로 차출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것 때문에 룰포 님이 직접 나서야 했다. 그것만 알아둬.”
“로젠탈러의 무능력 때문에, 로이넨가의 아들이 마나 폭발에 휘말려 죽을 뻔했다. 하마터면 로이넨가의 가주가 직접 나설 뻔했어. 그것만 알아둬.”
“…건방지긴.”
이후,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둘은 별다른 대화 없이 걸었다. 갈림길에서 로젠탈러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조만간 또 접선이 있을 거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얌전히 있어라.”
“앞으론 똑바로 알아보라고. 나도 얌전히 있고 싶으니까.”
“…또 보지.”
루빈은 멀어지는 로젠탈러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페르에 관한 지령이 내려올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저놈은 끝까지 감추려 하는군.’
‘협곡 감옥’에서 엔조가 사라지고, 마법학교에서는 아직도 페르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칙명부. 그럼에도 저들에겐 아직 루빈을 이용할 계획이 없는 것 같았다.
‘하긴. 페르나 엔조나, 결국엔 암살검가를 토벌하기 위한 무기로 생각하고 있을 테니.’
칙명부가 루빈을 속이리라 마음먹지 않는 한, 절대 페르에 관한 지령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페르가 숨어 있는 마법학교에, 루빈이 있다는 사실이 눈엣가시 같겠지.
‘그보다 우선은 로젠탈러의 경지를 가늠해야겠는데.’
엔조 부자(父子)를 더 안전하게 지키려면, 로젠탈러라는 거물을 없애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함부로 움직일 순 없었다.
칙명부의 핵심요원들을 상대하는 건 신중해야 했다. 칙명부는 언제나 암살검가부터 의심할 테니까. ‘협곡 감옥’ 소장으로 있던 히탄을 자신이 직접 처리하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였다.
‘가이젠을 이용해야겠군.’
루빈의 머릿속에 떠오른 수였다. 무의식 속에 루빈에 대한 공포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그를 이용하면, 충분히 그럴듯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단련도 게을리하면 안 되겠어.’
로젠탈러와의 싸움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쿠제의 새로운 암술 또한 완성시켜야 했다.
서점으로 향하는 루빈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도련님! 괜찮으세요?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셨나요?”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격하게 반기는 쿠제.
루빈의 몸을 이곳저곳 살피는 그 모습에 티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며 눈을 크게 떴다.
티나의 지금 모습은 마치, 시장에서 부모의 과일 장사를 돕는 명랑한 십 대 여자아이 같았다. 뺨에 난 주근깨를 손톱으로 긁으며 눈을 끔뻑거리는 것이, 정말 완벽한 고증이었다.
“쿠제, 너 자꾸 암살검가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까먹는 거 같다?”
“네? 그게 무슨…….”
“루빈이 성장한 곳이 어디인데, 그깟 마법사여단 심문 따위로 걱정하는 거냐고. 밥도 따박따박 주겠다, 매일 산책도 시켜주겠다, 또 밤에 잘 때는 심신의 평화를 위한 마법까지 걸어주던데? 심문이 아니라, 완전 귀족 체험이었다니까?”
“…크흠.”
“반면에 여긴? 퀴퀴하고, 좁아 터졌고, 책 갉아먹는 곰팡이 냄새에…! 으휴, 마법사여단한테 뒤처지지 않으려면 좀 더 노력하자구. 알겠어, 쿠제?”
“이, 이건 제가 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아, 그건 나는 모르겠고-”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루빈은 서점의 밀실 앞에 섰다.
“쿠제.”
“네, 도련님.”
“티나한테 들었어. 은신 암술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루빈은 밀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다음,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어서 그 실마리를 설명해 보라는 것이다.
“그럼, 티나 님. 잠시 서점 좀 부탁합니다!”
“쳇, 귀찮게 하네.”
이윽고, 한껏 진지해진 쿠제.
그는 밀실의 한쪽 벽면을 칠판으로 활용했다. 칠판 위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정육면체?”
“보이기로는 그냥 정육면체이지만, 이 8개의 꼭짓점은 마적석입니다. 이 8개의 마적석으로 조립된 정육면체. 마법사들은 이걸 ‘마나큐브’라고 하더군요.”
“내가 알기로 마나큐브라면… 마법건축술에 쓰이는 건데?”
“어? 그걸 어떻게 아셨죠?”
의외라는 얼굴의 쿠제. 그도 그럴 것이 마나큐브는 마법생도들조차도 흔히 아는 물건이 아니었다. 루빈은 황급히 변명했다.
“…본가에 있을 때 서고에서, 책에서 봤어.”
“음.”
잠시 생각하던 쿠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납득하곤 고개를 경쾌하게 끄덕였다.
“맞습니다. 여기서 잠시, 일전에 제가 드렸던 내용이랑 연결해서 말씀드리자면…….”
‘휴. 마음이 앞섰군. 조심해야겠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루빈은, 이어지는 설명에 집중했다.
지난번 쿠제가 들려준 바에 따르면, ‘은신 암술’의 핵심은 지물 속으로 루빈의 몸을 잠겨들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바위의 뒤편이 아닌, 말 그대로 그 속으로 몸을 집어넣는 것.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물의 내부를 암석이 아닌 물로 바꾸는 게 우선되어야 했다. 즉, ‘성질 변화’라는 마법이 필요했다.
“지물의 내부를 물의 성질로 바꾸고, 그 안으로 들어가 은신한다. 일종의 잠수가 되는 거지. 이게 우리 암술의 핵심이었잖아?”
“맞습니다. 도련님께선 마적석을 이용해야 가능할 거라고 말씀하셨죠. 그래서 저는 마적석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를 파보았고, 마법건축술에서 정답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엔조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했구나. 엔조가 마법건축가니까.”
“그냥 건축가도 아니고, 실력 있는 마법건축가죠. 마나큐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공간 접속’이나 ‘공간 확장’을 수준 높게 활용하기도 했고요.”
이어진 쿠제의 설명에 따르면, 마적석으로 이루어진 마나큐브 형태여야, 지물과의 조응이 가장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마적석 8개를 모아 정육면체를 만드는 것이 이번 암술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 정육면체 내부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성질 변화에도 견고하고, 타 재질과의 접촉에도 가장 안정적인, 말 그대로 완벽한 환경입니다.
“이해했어. 정육면체의 형태를 만들려면, 마적석 8개가 필요하단 뜻이네.”
“맞습니다, 도련님. 상급의 마적석일수록 효과적이고요. 만약 8개 전부 1급 마적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지 않을까요?”
다른 것도 아니고, 1급 마적석 8개라니. 하나조차 찾기 힘든데 앞으로 6개나 더 필요하다고?
루빈이 생각하기에도 무리였다. 아무리 쿠제가 창안한 규격 외의 은신 암술이라지만, 그만한 물건을 여기에만 할애하는 건 효율적이지 못했다.
‘2급 마적석으로 8개를 맞춘다 해도 어려운 일인데.’
마나큐브란 것이 원래는 건축 재료로 쓰인다. 대부분 건물 속에 고정된 형태로 사용되는 것이다.
지금 루빈이 활용하려는 마나큐브는, 어디까지나 작전 중에 쓸 목적이었다. 즉, 설치와 해체를 유연하게 반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마나의 소진이 상당하다는 걸 의미했다.
“쿠제, 네가 말한 그 이론 말인데. 정리된 거 있어?”
“여기 있습니다.”
예상했는지, 쿠제가 잘 정리된 서류철을 내놓았다. 루빈은 그걸 빠르게 훑어봤다. 은신 암술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가 자세하게,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 암술의 또 다른 핵심은 암연, 루빈은 해당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역시 암술에 관한 건 모호하게 쓰여 있네.’
당연했다. 이건 엔조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쓰인 정리본이었다. 엔조가 암연의 개념을 이해할 리 없었고, 그것에 대해 알아서도 안 되니 암연에 관한 부분은 다소 모호하게 표기할 수밖에 없었다. 번거롭지만, 이런 건 직접 설명해 주면 될 일이다.
루빈은 서류를 덮었다.
“일단 엔조부터 만나 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