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167)
암살검가 로이넨-167화(167/258)
제167화. 암살 명령 (3)
연회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루빈의 계획은 차근차근 맞아 들어가는 중이다.
루빈은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마음껏 기숙사와 외부를 오갔다. 낮에는 서점을 핑계로 정당하게, 밤에는 티나를 세워놓고 은밀히 돌아다녔다.
‘그림자 장막’ 덕분에 제국군의 삼엄한 경계도 간단히 파훼할 수 있었다.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 루빈의 잠행은 제국군의 취약 지점을 찾아 파고들었다.
‘이번엔 클로이를 확인해 볼까.’
클로이의 응접실 벽 속에 은신한 루빈. 언제나처럼 견고한 방음막이 구축된 상태였지만, 그 앞에선 무력했다.
클로이는 때마침 제국군 경비대장의 새로운 보고를 받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경비대장님? 살인범이 잡혔다는 소식이면 좋겠네요.”
경비대장이 멋쩍게 웃었다.
“아가씨께서 고대하시는 소식을 전해드릴 수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만 나쁘지 않은 소식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말씀해 주세요.”
“현재 카포티니에 포진해 있는 니스 왕국군이 순차적으로 철수한다고 합니다.”
“철수? 살인범이 잡힌 것도 아니라면서요.”
“왕국군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이번 범죄는 카포티니 마법학교를 노린 게 아니라는군요. 죽은 가이젠 교수를 향한 개인적 원한이었던 겁니다. 교수는 상업도시 아베른에서 검투 도박에 휘말렸고, 5성의 무인 역시 거기 출신이라 합니다.”
“정말요?”
클로이와 셀레스네의 시선이 마주친다. 뜻밖이다. 가이젠의 죽음은 페르하고 연관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개인적 원한이라니. 그럼 제국군도 더는 카포티니에 주둔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쨌든 잘됐네요. 그러면 전 토요일에 열리는 연회에 참석해도 괜찮겠군요?”
“이틀 연속 말씀하시는 걸 보니, 정말로 참석하시고 싶은 연회이신가 보군요.”
“그럼요, 친한 친구를 축하하는 자리인데.”
“제국귀족의 영애께 ‘친한 친구’ 대우를 받을 수 있다니, 참으로 영광스러운 축하연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클로이가 경비대장에게 연회 이야기를 꺼낸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경비대장 입장에선, 어째서 제국귀족이 삼휘 마법사 가문의 연회에 그토록 목을 매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상황이 달라진 만큼 그녀를 계속 별장에만 머물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연회장 주변으로 최소한의 경호 병력을 대기시켜 놓도록 하겠습니다.”
“매번 감사해요, 경비대장님. 이만 나가봐도 돼요.”
물러가라는 완곡한 표현에, 경비대장은 서둘러 예를 표하고 방을 나갔다.
그러자 셀레스네가 그녀 가까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대화를 감지하는 루빈의 암연이 좀 더 섬세해진다.
“드레스를 준비해 놓을게요, 아가씨.”
“응. 입학식 무도회 때 입었던 그 드레스가 좋을 것 같아.”
“얼마 전에 니스 왕궁에서 보내준, 좀 더 화려한 드레스도 있어요.”
클로이는 입술을 붙인 채 고개를 내저었다. 연회 때 입을 드레스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뜻을 이해한 셀레스네도 빠르게 수긍했다.
“…페르가 정말 나타날까?”
“가주님께서 받으신 밀서엔 엔조 로렌치니 고유의 문양이 있었다 합니다. 그걸 믿어보는 수밖에요.”
긴장이 되는지 클로이는 유리잔을 들어 입에 갖다 댔다. 카포닐리아를 한 모금 마시고, 창밖을 바라봤다.
원래대로라면, 클로이는 에릭-달리아 가문이 개최하는 연회에 참석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제국귀족이 참석하면 축하연의 분위기가 어찌 될지 몰랐다. 더군다나 그녀를 지키는 제국군 때문에라도 참석하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있었던 아메릭마나와의 통신으로 연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매큐언 위더스푼은 제 딸에게 연회에 참석해 페르를 만나라고 지시했다. 연회에서의 만남. 그게 엔조의 밀서에 적힌 요청 사항이었다.
“페르가 직접 찾아와 준다니 다행이긴 한데… 왠지 불안해.”
“제국군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와 페르가 이야기하는 동안,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가 조치해 놓을게요.”
그럼에도 클로이 얼굴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사실, 다른 이유도 있다는 걸 셀레스네는 알고 있었다.
이제 클로이가 카포티니에 머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페르를 안전하게 아메릭마나로 데려가는 것이 여기에 온 진짜 목적이었고, 정말 페르가 연회장에 나타난다면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루든, 오스카, 달리아… 걔들한테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 했는데.”
“걱정 마세요. 그분들 모두 연회장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좋겠지만… 달리아 걔가 오스카도 초대했을까? 루든은 걱정 없는데, 걔는 좀 걱정된단 말야.”
셀레스네는 대답을 미루곤 잠시 그 수다쟁이 생도를 떠올려 보았다. 그러곤 고갤 절레절레 흔든다.
“…저라면 초대하지 않았을 거 같네요.”
“역시 그렇지? 흐응, 어쩌지? 좀 시끄럽지만 재밌는 앤데! 마법도 뛰어나고! 오스카랑 마법 대련도 꼭 해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또 모르죠. 루든 도련님과 오스카 도련님. 둘 중 하나가 페르일지도요.”
셀레스네의 농담 섞인 추측에 클로이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겼다.루든과 오스카 중 하나가 페르라니?
“말도 안 되지만, 정말 그런 거면 나 배신감 느낄 거 같아.”
“배신감이라뇨. 그만큼 안전하게 잘 숨어 있었다는 뜻인걸요.”
“그런가?”
클로이는 또다시 피식 웃는다. 다시 생각해 보니 참 재밌는 상상이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점만 빼면.
“누가 됐든, 페르 로렌치니는 각오해야 할 거예요. 아메릭마나에서 마법 특훈이 기다리고 있으니.”
“셀레스네! 벌써부터 선생님처럼 그러지 마.”
가주 매큐언 위더스푼은 페르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그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기르게 할 작정이었다. 클로이와 함께 받을 마법 수업이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흠, 그런 건가.’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루빈으로선 흡족할 만한 대목이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오스카는 대마법사를 향한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하여 엔조를 위한 방책을 무르겠다는 건 아니었다. 클로이를 의심하진 않지만, 저들 가문이 제국귀족이란 건 변함없다.
‘가봐야겠군.’
페르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하는 클로이를 놔두고, 루빈은 그림자 장막을 끝냈다. 이번 목적지는 쿠제의 서점이었다.
* * *
‘언제 나타날 작정이냐, 로젠탈러.’
서점으로 향하며 루빈은 생각했다. 예상하기론, 오늘 아니면 내일 중에 로젠탈러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웅성웅성.
수상도시의 분위기는 며칠 전보다 훨씬 활기를 띠었다. 경비대장이 클로이에게 했던 말대로, 거리에선 왕국군의 경계 태세가 많이 헐거워진 상태.
달라진 도시의 분위기에, 로젠탈러도 다시 움직일 게 틀림없었다. 놈은 칙명부 수장이 제 실책을 용서해 준 거라 믿을 테고, 이제부턴 실수를 만회하는 데만 집착하겠지.
하지만.
‘이 모든 게 내가 짠 판 위란 건 모를 거다.’
또한, 서점 지하엔 그의 목숨을 끊어내기 위해 대기 중인 5성의 암살자가 있다는 것도.
“도련님.”
서점에서는, 쿠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빈이 지시했던 일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확인해 주길 기다렸던 것이다.
퉁.
쿠제가 서점 매대 위에 올려놓는 천여 장의 종이뭉치.
“완성됐구나.”
“예, 정말 감쪽같습니다.”
이 종이뭉치는 바로 토요일에 열리는 연회의 초대장이었다. 보이는 것과 달리, 일반적인 종이가 아니었다. 미량의 마나가 깃들어 있는 특제 종이였다.
“엔조가 도와준 덕분에 시간을 앞당겨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엘로스가와 델린가는 이번 연회에서 참석자를 엄선하여 맞이할 계획이었다.
연회란 주최 가문의 자긍심이 드러나는 행사인 법이다. 이엘로스가는 삼휘의 기수라는 평가를 받았고, 델린가 역시 삼휘 마법사라면 모를 수 없는 대표 가문.
그런 두 가문이 야심 차게 준비하는 축하연이었다. 애초부터 그들에게 참석자들의 숫자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긍심의 방점은 얼마나 많이 오느냐가 아닌, 얼마나 대단한 자들이 오느냐에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연회는 떠들썩한 관심에 비해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었다. 굳이 초대장을 마나가 깃든 특제 종이로, 소량만 제작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거다.’
극소수의 귀족이나 유명인만 받을 수 있는 초대장. 루빈은 그런 극소수에 들어갔던 터였다.
고작 3등귀족에 마법사 가문도 아니었지만, 달리아 자존심에 자신보다 높은 성적을 낸 루빈을 뺄 수는 없었으니까.
루빈은 자신이 받은 초대장을 색다르게 활용했다. 쿠제와 엔조에게 시켜 초대장을 복사했는데, 그 수량이 무려 천여 장이었다.
“이제 초대장을 빠짐없이 발송해.”
이 초대장은 마법학교 생도들 전원에게 전달될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마법학교의 모든 교수들과 카포티니 행정부의 요직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귀족, 평민 상관없다. 그저 마법학교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모두 초대받게 된다.
‘달리아는 좀 당황하겠군.’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연회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져야만 했다. 그래야만 루빈은 마음 놓고 로젠탈러와 싸울 수 있다. 이 또한 그가 짜놓은 판의 일부였다.
“……!”
초대장의 상태를 확인하던 루빈. 한순간, 눈빛이 짙어졌다.
초대장에서 문제가 발견된 건 아니었다. 경계용으로 펼쳐놓은 암연에 뭔가가 감지된 것이다. 아마 지하에 숨은 네이프 역시 똑같이 느꼈겠지.
‘드디어 오는군.’
서점을 향해 다가오는 익숙한 인영. 한동안 쥐새끼처럼 숨어있던 로젠탈러가 드디어 나타냈다.
짜놓은 판 그대로, 놈은 오늘을 넘기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루빈을 만나기 위해 서점으로 오고 있다.
저벅저벅.
다가오는 발걸음은 경쾌하고 힘이 넘치는 걸 보니, 틀림없이 착각에 빠져 있는 듯했다. 아마 룰포가 용서해 줬다고 생각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그는 서점의 문을 벌컥 열더니, 루빈을 알아보고 씩 웃기부터 한다.
“어이, 오랜만이지?”
루빈은 며칠 후면 죽게 될 놈을 바라보며 마주 미소 지었다.
로젠탈러한테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큭큭큭, 하는 거슬리는 웃음소리가 서점을 채웠다. 듣고 있다 보면 괜히 표정이 일그러지는, 그런 웃음소리였다.
“죽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뭐, 내가? 너는 아직 그 정도도 판단이 안 서는 거냐?”
“그건 너겠지.”
로젠탈러는 쇠를 긁는 것처럼, 어설픈 휘파람까지 불어댔다.
“어쨌든, 네 덕에 편히 쉬는 중이야. 안 그래도 학교 수업이 좀 빡빡하다 싶었는데, 2주 동안이나 휴교라니. 고마울 지경인걸.”
“그만 비꼬아라, 꼬맹아. 휴교든 아니든, 어차피 수업 시간에 조는 건 매한가지일 텐데. 넌 마나도 없어서 흉내 낼 뿐이잖아? 다른 애들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면서 말이야.”
“네가 암살검가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처럼?”
“하! 하여간 암살검가 놈들이란, 입씨름 실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로젠탈러는 발소리를 쿵쿵 울리며 서점을 돌아다녔다. 책장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꺼내서 대충 들춰보곤, 그냥 아무 데나 꽂아버렸다. 잔뜩 신경질이 난 듯했다.
지하에서는 암연을 뻗친 네이프가 로젠탈러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분명 암살검가에 대한 존경 따윈 느껴지지 않는 놈의 말에 이를 갈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건 루빈도 마찬가지였다. 루빈은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는 로젠탈러에게 휘둘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로젠탈러가 화제를 돌렸다.
“쓸데없는 소린 그만두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이제 슬슬 네게도 임무를 내려줄 생각인데. 어때, 몸은 좀 괜찮아졌나?”
“왜 내 걱정을 하고 있지? 아직 여유가 좀 있나 봐. 네 몸뚱이 하나 걱정하기도 바쁠 텐데 말이지.”
“무슨 소리냐?”
“지금쯤 룰포의 발등이 축축해졌을 거라 생각했거든. 네 눈물 때문에 말야.”
“입조심해라, 꼬맹아.”
“너야말로. 실패자야.”
잠시 서로를 노려보는 둘. 이내 로젠탈러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문득 떠오른 표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네놈의 그 목소리. 어쩐지 자주 생각나더군.”
“아, 동굴 앞에서 내가 해줬던 충고 말하는 거지? 왜, 후회되나? 그때 그 말이라도 들었어야 한다고 말야.”
“후회는 개뿔.”
“그 후에 네가 가이젠을 죽였다는 걸 듣고, 내가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했을 거다. 내가 내 뒤통수치는 놈들은 절대 용서 안 하는 스타일이라서 말이지.”
“뒤통수라.”
그 말에, 루빈은 피식 웃었다. 그러곤 책장 앞으로 걸어가 로젠탈러가 제멋대로 꽂아 넣은 책들을 다시 꺼내어 정확한 자리에 채워 넣었다. 그만한 관찰력이 없는 로젠탈러는, 책이 원래 꽂혀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걸 모르겠지만.
툭, 툭, 툭.
책을 넣으며, 루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궁금해지네.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룰포가 네 뒤통수를 친다면? 그때도 참을 수 있을까?”
“뭐?”
“나 같으면 말이야, 그만한 실수를 벌였으면 자비 없이 팽할 것 같거든.”
끝내 로젠탈러가 눈을 부라렸지만, 루빈은 그치지 않고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넌 이미 좌천당한 몸이라 더 내려갈 데가 없으려나?”
스윽 쳐다보니, 녀석의 얼굴은 이미 분노로 인해 실룩거리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아이가 암살검가 본가의 아들만 아니었다면, 곧장 공격이 날아왔을 거다. 로젠탈러가 어금니를 꽉 문 채 말을 받았다.
“글쎄, 난 꽤 쓸모있는 몸이거든. 내가 팽 당할 놈으로 보이나? 너도 동굴에서 봤을 텐데?”
“아, 네 오러 말이지? 대단하긴 했지. 위더스푼가 시녀에게 발목 잡혀 쩔쩔매던 모습만 빼면 말이야.”
“…….”
놈은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루빈의 도발에, 로젠탈러는 후, 후, 숨을 내쉬며 화를 다스렸다.
그러곤 루빈을 지나쳐 걸으며 일부러 어깨를 부딪치려 했다. 물론 루빈은 슬쩍 피했다.
스윽.
“술이라도 마셨나? 왜 이렇게 비틀거려?”
“…이봐, 루빈.”
“왜?”
“그때, 그 동굴에서 널 죽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못 죽인 건 아니고?”
“…마음 같아선 가이젠을 되살려서라도 그때 그 같잖은 계략, 다시 펼쳐보라 부탁하고 싶을 정도니까. 왠지 아나?”
“글쎄. 내가 그것까지 알아야 하나?”
“…다음번엔 모른 척, 그냥 죽여 버릴 수 있을 것 같거든.”
꾸역꾸역 할 말을 다 한 로젠탈러는,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눈앞에 보이는 책 하나를 집어 홱 펼쳤다. 그러곤 그대로 침을 퉤 뱉어버린다.
하여간, 성질머리하고는.
“얌전히 대기하고 있어라. 마법학교 휴교가 끝나는 대로 이것저것 일거리를 내줄 테니까.”
“그러시든지.”
그러고는, 들어왔을 때처럼 문을 벌컥 열어버리더니 나가 버렸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루빈도 진지해졌다. 오늘은 대놓고 도발하긴 했지만, 사흘 후 토요일, 그때 만날 땐 루빈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