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218)
암살검가 로이넨-218화(218/258)
제218화. 라유비아 브리온 (1)
루빈이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망치를 내리친 그 시각.
라유비아는 숲속의 다른 곳에서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꿈인가?’
처음엔 자신이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대장간이 보였고, 대장장이와 루빈 그리고 블라네와 백발의 노인이 보였으니까.
‘꿈이 아니야.’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됐다. 꿈 같지만, 이건 전부 엘키오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실제 장면들이었다.
‘엘키오가 말해준 적 있었는데. 어쩔 땐 신수와 ‘선택받은 자’가 경험과 감각을 공유하게 된다고.’
라유비아는 잠들어 있으면서도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셈이었다. 직접 말을 하거나,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라유비아는 진실을 마주했다. 자신의 혈통과 브리온 오러에 대하여.
그리고 근엄하게 서 있는 저 백발노인이 자신의 죽은 증조부라는 사실을.
‘저 사람이… 우리 아빠의 할아버지?’
위우우웅.
하네케가 브리온 오러를 발현시킨다. 얼마나 강렬한지, 라유비아가 가진 미약한 오러의 환마저 울리는 느낌이었다.
7성 오러 탓일까. 이제 곧 꿈에서 깨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의식을 되찾자마자 당장 대장간으로 뛰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루빈이 그림자 망치를 내리치는 그 순간이 왔다.
두우우우웅.
숲 곳곳으로 퍼져나갈 정도의 거대한 울림. 세계가 뒤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엘키오의 눈을 통해 그 자리에 있던 라유비아의 간접 시야도 끝이 났다.
‘이제 깨어나는 건가?’
하지만 의식을 되찾기 전, 라유비아에겐 거쳐야 할 또 하나의 장면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엔 동 시간대의 대장장이 세계가 아니었다. 13년 전, 라유비아가 갓난아기였던 시절이었다.
‘……?’
남자와 여자, 그리고 태어난 지 한 달이 안 됐을 아기. 은은한 등불이 세 사람을 감싸고 있다. 여자와 남자는 이별을 앞두고 슬픔에 잠겼다.
‘엄마다!’
라유비아가 가장 먼저 알아본 건 여자 쪽이었다. 아이를 안은 투흔족 여인, 누블라.
누블라가 잠시 슬픈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이 라유비아가 있는 쪽이었다. 라유비아는 순간 엄마가 자신을 알아보는 줄 알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할 필요 없어. 네가 제국의 수도로 간다는 거, 무슨 뜻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누블라는 동굴 밖, 투흔 초원을 내다보며 혼잣말했다.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짐작되었다. 이 장면은, 펠키온 브리온이 라유비아와 누블라의 곁을 떠나는 상황인 것이다.
애초에 이 장면은 엄마에게 수십 번 들어왔었다. 투흔초원에 드물게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고 했지. 투흔초원의 한쪽 동굴에서 마지막 이별을 했다고 했다. 엄마 말처럼, 정말로 초원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펠키온이 울먹였다.
“내가 가지 않으면, 황제의 사람들이 초원으로 올 거야. 날 잡아가는 걸로 끝나진 않겠지. 모든 투흔이, 투흔초원이 위험해질 거야.”
“황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네 할아버지라며. 그런데 왜 너까지 죽이려는 거지?”
“그게 그자의 방식이니까. 작은 불씨조차 직접 밟아 꺼트리려는 거지. 내가 여기서 죽지 않으면 황제는 기필코 우리 아이까지 찾아낼 거야.”
펠키온은 누블라 품에 안겨 있는 아기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까르르 웃는다. 그걸 내려다보던 라유비아도 묘한 감정에 괜히 웃음을 터뜨렸다.
펠키온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 아이는 괜찮을 거야. 제국에서는 내게 딸이 있는지 몰라. 라유비아는 브리온의 핏줄이 아닌, 그저 투흔의 아이로 자랄 거야.”
그러고 보니, 아직까진 아이 몸에 브리온 검식이 새겨져 있지 않았다. 라유비아는 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니.”
누블라의 목소리에 한결 힘이 들어갔다.
사실, 라유비아에겐 그런 힘 있는 목소리가 더 익숙했다. 역병으로 죽기 전까지, 누블라는 쇄골부족에서 가장 강인한 여인이었으니까.
“펠키온. 라유비아의 몸에 네 이름을 남겨.”
“내 이름을?”
“네 가문의 검술을 새기라는 뜻이야.”
“뭐?”
펠키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아이한테 내 복수라도 시키려고? 너는 황제가 어떤 자인지 몰라서 그래. 복수는 불가능해.”
“복수가 아니야. 자기 아비가 뭘 지키려고 했는지, 그걸 잊어선 안 되기 때문이야.”
라유비아로선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제까진 누블라가 아닌, 펠키온의 의지에 따라 자기 몸에 ‘검의 길’이 새겨진 줄 알았다.
“네가 남긴 ‘검의 길’이 아이를 강하게 할 거야. 복수를 하든 안 하든, 그건 이 아이가 선택할 거고.”
“…….”
누블라는 손을 뻗어 펜촉과 비슷한 도구를 쥐더니, 그걸 펠키온에게 건넸다. 모든 투흔인들이 새기는 갖가지 문신을 대신하여, 이 아이에겐 ‘검의 길’이 비밀스럽게 새겨질 터였다.
“아이가 선택한다…. 좋아.”
펠키온은 수긍했다는 듯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그러곤 펜촉을 집어 든다. 펜을 쥔 손이 덜덜 떨렸다.
아이 몸에 ‘검의 길’을 새기기에 앞서 펠키온은 눈물을 흘렸다. 죽음과 이별을 앞에 둔 자의 처연한 울음이었다. 그는 아이 이마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누블라는 꿋꿋하게 이 슬픔을 감내하고 있었다. 울음이 비어져 나오려는 걸 참으며, 그녀는 흐느끼는 펠키온을 감싸안았다.
파앗.
그렇게 라유비아를 위한 장면이 끝이 났다.
작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라유비아는 동굴 밖으로 옮겨졌다. 캄캄한 어둠이 찾아왔다.
“…….”
눈을 떠보니, 다시 대장장이의 세계.
그녀는 하늘에 뜬 세 개의 달을 올려다보았다. 선명했다. 특히 그녀와 연결된 붉은 오러의 달이 한층 짙어진 것 같았다.
“됐어.”
이제야 대장장이 세계에서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된 것이었다.
쩌저저저저적.
때마침 커다란 파열음이 그녀에게까지 들려온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었다. 루빈이 그림자 망치로 모루의 일부분을 깨트리는 소리였다.
라유비아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대장간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쩌저저적.
망치와 모루 중, 끝내 파열음과 함께 부서진 건 모루였다. 한쪽 모서리가 엄지손가락만큼 쪼개졌다. 땡강, 소리와 함께 쇳조각이 바닥에 뒹구른다.
루빈은 망치를 쥐지 않은 손으로 쇳조각을 쥐었다. 망치를 놓아서는 안 된다. 망치를 놓는 순간 하네케는 사라지고 말 테니까.
“여기 있습니다, 캄누이트.”
캄누이트의 손 위에 모루 조각, 아니 ‘신의 조각’이 올려졌다. 200년 동안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일을 목도한 대장장이. 그는 그것을 조심스레 움켜쥐었다.
“정말로 깨버렸군.”
“비검의 제작이 마무리되는 대로 곧바로 이 두 번째 검을 제작해주십시오.”
“…그러지. 역시 단검일 테지?”
“아무래도 검의 형태는…….”
첨벙첨벙!
루빈의 말이 도중에 끊어졌다. 지금까지 잠들어 있던 라유비아가 요란하게 등장하고 있었다. 젖지 않는 호수를 첨벙첨벙 헤치며 빠르게 다가온다.
“라유비아…….”
“흥!”
라유비아는 자신에게 알은체하는 블라네를 쌩 지나쳤다. 그러곤 엘키오에게 말했다.
“나, 다 봤어! 여기에서 있었던 일.”
“…….”
“그리고 저 할아버지가 내 조상이라는 것도 이젠 알아.”
라유비아가 손가락으로 하네케를 가리켰다.
하네케는 고대하던 증손녀와의 만남이 이뤄졌음에도, 살갑게 다가가기보단 애꿎은 수염만 쓸어내렸다.
“다 봤다니. 아무래도 잠들어 있는 동안 나와 동화(同化)되었나 보군.”
“그건 모르지만, 어쨌든 이젠 다 알아. 네가 루한이 아니고 루빈이라는 것도. 증조할아버지랑 같이 황제를 죽이려는 것도.”
“…….”
루빈은 가만히 라유비아를 내려다봤다. 그동안 붕대로 감춰져 있던 아이의 맨살이 보였다. 그리고 그 틈으로 슬쩍 보이는 브리온 검식.
하네케와 나란히 라유비아를 관찰해보니, 이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닮은 구석들이 하나씩 눈에 띄었다. 눈썹이며 입술이며 성격까지.
“그래, 다시 제대로 소개해야겠네. 나는 루빈 로이넨이라고 한다. 암연의 일족이자 ‘선택받은 자’이지.”
라유비아도 마찬가지로 저를 소개했다. 처음 투흔초원에서 마주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인사말로.
“나는 누블라의 딸이자, 투흔 쇄골부족 사람. 라유비아… 브리온이야.”
고작 열세 살의 아이일 뿐이지만, 라유비아는 씩씩하게 그리고 똑 부러지게 제 소개를 끝마쳤다.
“…네가 라유비아 브리온.”
하네케가 몸을 숙여 라유비아와 눈높이를 맞췄다. 말없이 아이의 몸에 새겨진 브리온 검식을 손끝으로 따라가던 그는, 결국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
‘빛과 반역의 탑’에 그림으로 남아있는 펠키온의 모습이 떠오른다. 잘린 머리로만 남아, 시장통 개의 입질용 장난감이 되어버린, 그 참혹한 그림이.
“…….”
하네케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이어서 들려오는 작은 흐느낌. 낮고 긴 울음이었다.
“할아버지.”
라유비아가 노인의 손 위에 제 손을 포갰다. 안쓰러웠다. 노인의 흐느낌은, 방금 꿈속에서 마주했던 저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으니까.
잠시 후.
라유비아가 루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루빈. 부탁이 있어.”
“말해.”
“…내가 브리온 오러를 익히도록 도와줘. 부탁이야.”
루빈은 흔쾌히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되물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응?”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라유비아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루빈은 냉담하기만 했다.
“난 너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이제 막 두 번째 만났을 뿐이지. 그런데 내가 왜 널 도와야 하지?”
“그야…….”
“네가 단지 하네케의 증손녀라서?”
싸늘해진 분위기. 하지만 루빈에게도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이전에 하네케에게 말했듯, 라유비아가 브리온 혈통인 이상 이 아이가 브리온 오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은 물론 있었다.
다만, 아무 대가 없이 무작정 도와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금의 루빈은, 자신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전념을 다 해도 시간이 모자랐으니까.
“고작 그것뿐이라면 사양하지.”
“…….”
아랫입술을 질근 깨무는 라유비아.
사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기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부탁한다는 것은, 아무런 이유 없이 거절당할 각오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쯤은 그녀도 잘 알았으니.
그래도 섭섭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기도 우리 증조할아버지한테서 배웠으면서……!’
루한 멜라스로 만났을 때는 그저 잘생긴 제국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의 진짜 모습을 보자 자신을 공격했던 블라네와 다를 바 없었다.
루빈은 너무나 차갑고 냉정했다. 단칼에 거절당했다는 것에 자존심도 상했고.
‘그래도… 배워야만 해.’
라유비아는 재빨리 합당한 이유를 찾았다.
“오러의 경지를 올려야만 ‘적운’을 불러올 수 있어.”
“그래서?”
“적운은 ‘하늘 위의 성’이야. 나는 그곳의 주인이고.”
하늘 위의 성이라.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선 쉬이 상상되지 않았다. 저 말이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아메릭마나처럼 창공의 섬인가? 아니면 그랑버드 같은 거대한 생물체?’
일단 루빈은 사실 확인을 위해 그녀의 신수인 엘키오를 쳐다보았다.
“엘키오, 사실인가?”
“사실이다.”
“좋아. 그럼 라유비아, 네가 온전한 ‘적운의 성주’가 된다면 내가 얻는 건 뭐지?”
“엘키오가 말했어. ‘적운의 성주’와 ‘적운의 파수’는 그랑버드의 천적이라고.”
루빈은 새어나오려는 미소를 꾹 참았다. 라유비아에게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점점 그가 원하는 모습이 갖춰지고 있었다.
눈동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라유비아에게 느껴지는 건 복수심이었다. 루빈과 하네케에겐 너무나 익숙한 감정인 복수심.
“그랑버드의 천적이라. 캄누이트, 이번엔 당신에게 물어야겠군요. 정말입니까?”
“맞아. 적운이 나타나고, 성주와 파수가 본연의 모습을 갖춘다면 그 주변엔 아무리 그랑버드라도 얼씬도 못 할 걸세.”
“흠…….”
루빈은 고민하는 척 라유비아를 바라봤다.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원하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내-
“황제를 죽일 거야. 투흔을 위해, 브리온을 위해,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기다리던 말이 나왔다. 황제를 죽이겠다는 각오. 그게 필요했던 것이다.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 옆에 있는 그 할아버지, 각오 단단히 해야 할걸. 증손녀라고 해서 사정 봐주지 않을 테니까.”
루빈의 표현에 하네케는 허허 웃으면서도, 루빈을 향해 감사의 눈짓을 보냈다.
엘키오 또한 머리를 땅에 대고 눈을 내리깔으며 감사를 표했다.
이로써 루빈은 ‘파휘의 마법사’ 오스카에 이어 ‘적운의 성주’ 라유비아, 그리고 둘의 신수인 셀록과 엘키오까지. 마나와 오러의 ‘선택받은 자’들을 제 편으로 만들었다.
“캄누이트, 아까 검의 형태를 단검으로 할 거냐고 물었죠?”
다시 캄누이트 곁으로 다가온 루빈. 이제 무구 제작 의뢰를 마무리할 때였다.
“장검 규격에 약간 못 미치게 해주십시오.”
“단검이 아니라? 자네가 쓸 게 아니었나?”
대답 대신 루빈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캄누이트 손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제작할 때 이것도 같이 사용해 주세요.”
“이게 뭐지?”
캄누이트보다 먼저 그걸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루빈 곁으로 다가온 하네케. 그는 놀란 얼굴로 루빈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거, 검날 조각이잖나?”
바로 하네케의 검혼이 서려 있는 검날 조각이었다.
처음 재회했을 때만 해도, 검날 조각을 쥐어야만 내면의 하네케와 대화를 할 수 있었던 루빈이다. 하네케가 루빈 몸에 깃들긴 했지만, 소통하려면 반드시 매개가 필요했던 때였다.
그러나 루빈이 오러의 경지를 끌어올리고 내면세계를 다스릴 수 있게 된 이후로는, 검날 조각이라는 매개는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
캄누이트 또한 검날 조각의 용도를 알아챘는지 당황해하며 물었다.
“루빈. 이건 대장군의 검혼이 실려 있는 매개체 아닌가? 이걸 검의 재료로 쓰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서 부탁하는 건가?”
“예, 알고 있습니다”
검날 조각은 하네케와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 검에 이것을 녹인다면, 이를 쥔 자는 그게 누구든 하네케와 교감할 수 있게 된다. 과거, 루빈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거지?”
하네케가 물어왔다. 하지만 그렇게 묻는 그도 사실은 정답을 알고 있었다.
“검을 쥔 자에게로 옮겨가겠죠. 제 내면세계를 떠나 잠시 파견을 다녀오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뭐라?”
하네케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섭섭함과 설렘이 뒤섞인 듯한 묘한 얼굴.
그런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루빈은 덧붙였다.
“하네케. 이번 임무가 마무리되면 전 황제의 또 다른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라유비아는 ‘적운의 성주’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죠.”
“…….”
“대장군의 검날 조각이 녹아든 이 검은, 라유비아의 검이 될 겁니다. 라유비아가 검을 쥘 때마다 곁에서 함께 싸워주십시오. 검에 녹아든 ‘신의 조각’이 대장군을 육화해줄 겁니다. 그리고 검을 놓았을 땐, 다시 제 내면세계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단지 라유비아의 성장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이는 소통과 신변 확인의 문제이기도 했다.
라유비아 곁에 루빈이 없더라도, 하네케를 통해 언제든 그녀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을 테니.
“그럼 캄누이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