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249)
암살검가 로이넨-249화(249/258)
제249화. 낙뢰탄
대장군의 반격이 있기 직전.
철커덕.
공격을 예상한 블라네는 암연뢰의 총열에 변화를 주었다. 그녀의 암연이 스며들면서 탄환도 바뀌었다.
‘점멸탄’
암연에 의해 조형되는 탄환이다. 총구에서 격발되는 게 아닌, 허공 한가운데에서 점멸하여 그대로 발사되는 기술.
탓다다다다.
네 다리로 질주하고 있는 이마카룸의 등에 타고 있기에 시야가 들썩거린다. 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 눈만이 아니라 암연으로도 조준하고 있었으니까.
그때, 대장군의 반격이 펼쳐졌다. 기계수에 움켜졌다가 오러로 인해 불타버린 마법사. 대장군이 힘껏 내던지자, 마치 화염구처럼 날아들었다. 슈우우우웅!
이어지는 암연뢰의 격발. 그것도 흔들림 없는 연사(連射)였다. 허공에 점멸하며 나타난 탄환이 그대로 마법사 시체에 적중했다.
펑! 펑!
그렇게 불덩이는 바닥에 처박혔는데-
“……!”
그 사이를 노리고, 대장군이 눈을 부릅뜨며 달려들고 있었다. 기계수를 감싼 오러가 은빛과 푸른빛을 발했다.
타닷, 타닷, 타닷!
이마카룸이 본능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블라네는 다시 한번 ‘점멸탄’을 이어나갔다.
씨익.
레먼리브는 비릿한 웃음까지 지어 보인다. 한 차례 보았던 기술이기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방법까지 강구한 터였다.
‘격발되기 직전에 공기가 뒤틀리는구나. 그렇다면-’
주먹을 움켜쥔 레먼리브는 점멸탄이 격발되기 직전에 허공을 그어나갔다.
‘은벽의 필체’
기계수를 장착한 이래, 그가 창안한 권법의 하나. 오러의 잔상이 허공에 글을 쓰는 듯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펑! 펑! 펑!
점멸탄이 공중에서 그대로 불발된다.
“내가 포크나 쥐려고 기계수를 장착한 것 같더냐?”
레먼리브는 틈을 주지 않았다. 그의 반격이 이어졌다.
기계수를 통한 권법이라 해서 근접전의 성질만 지닌 건 아니었다. 거리를 벌린다 해도, 기계수의 영역 안에 있다면 문제없었다.
‘은벽의 어뢰.’
이마카룸을 쫓을 필요가 없다. 레먼리브는 주먹을 그대로 땅에 박아 넣었다. 굉음과 함께 발밑의 땅이 움푹 들어갔다.
그 순간, 이마카룸은 수인의 감각 덕분에, 블라네는 암연 덕분에 땅이 출렁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아래에 뭔가가 움틀대는 것까지.
대장군은 고개를 내려 움푹 들어간 땅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연속하여 주먹을 내질렀다. 보기엔 의미 없는 주먹질 같지만, 이 순간 그가 내지르는 땅은 어뢰의 폭발 스위치가 수십 개 있는 것과 같았다.
레먼리브가 만들어낸 울림에 공명하여 근방에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것도 무분별한 폭발이 아닌, 모든 게 레먼리브의 의도에 따라서.
여진의 지점과 시점, 그리고 강도까지 레먼리브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어디에 주먹을 내리꽂느냐에 따라, 눈앞의 땅이 뒤틀리며 솟구쳤다. 범위 마법으로 착각될 정도였다.
콰쾅! 콰콰쾅! 콰콰콰쾅!
솟구치는 땅을 밟아가며 움직이던 이마카룸. 결국 블라네와 떨어지고 말았다.
“어서 나와라. ‘은벽의 어뢰’ 정도로 끝장날 수준은 아니라는 거 아니까. 둘 다.”
레먼리브가 시야에서 사라진 둘을 향해 말했다. 이윽고 이마카룸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발톱으로 검은 털을 쓱쓱 만지면서.
“뭐? ‘은벽의 어뢰?’ 그게 방금 기술의 이름이야? 하여간, 제국 놈들은 어쩜 그렇게 이름 붙이길 좋아하는지.”
그때, 블라네도 모습을 드러내며 빈정댔는데, 그 대상은 대장군이 아닌 이마카룸이었다.
“투흔이라고 다른가. 별자리를 보고 ‘하늘의 문신’이라며.”
“그건 다르지!”
“다르긴 뭐가 달라.”
“아하, 너도 똑같은 제국 사람이라, 이거지.”
한가롭게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레먼리브가 크하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대장군에 오른 뒤로 실전을 치를 기회가 희귀해질 지경이었다. 서운하던 차에 괜찮은 상대를 만난 것 같았다.
사태의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미리 기계수를 정비하길 잘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복면 저격수. 이마카룸 말대로 네가 제국민이라면, 필시 너를 붙잡아야 의문이 좀 풀리겠구나. 너를 심문하면 작전을 방해하는 세력이 누군지도 알아낼 수 있겠지.”
“…….”
블라네가 침묵하는 대신 이마카룸이 목소리를 높였다. 레먼리브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오자 놀란 것이다.
“어, 근데 노인네. 너 나를 어떻게 알아봤지?”
“노인네라. 날 잊었나 보군.”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
“하긴, 그때 너는 정신이 오락가락했지. 감옥에 갇혀서 피만 뽑히는 실험체 신세였으니까.”
“…너도 ‘협곡 감옥’에 있었나?”
끝까지 자신을 못 알아보자 그는 피식 웃었다. 보다 못한 블라네가 나섰다.
“이마카룸, 이 바보야. 저 사람, 대장군이야.”
“뭐, 대장군!”
“그래, 저 팔을 보고도 모르겠어? 대장군 레먼리브잖아.”
이마카룸은 발톱이 돋아난 앞발을 휙휙 내저었다.
“기억은 안 나. 그리고 대장군이라면 최근에 알게 된 하네케밖에 모르겠는데.”
꿈틀.
레먼리브가 인상을 찌푸렸다. 죽은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전대 대장군의 이름은 망령이 되어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무인으로서나 지휘관으로서나 언제나 자신보다 앞서는 죽은 자의 이름, 하네케 브리온.
그가 전대 대장군의 이름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건 유명했다. 그래서 누구도 쉬이 그 이름을 올리지 않았건만, 다름 아닌 투흔인의 입에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오랜만에 꿈틀대는 열패감에 레먼리브가 허탈하게 웃었다.
“내가 앞으로의 상황을 알려주마. 반역자들이여. 이마카룸은 죽을 것이고, 얼굴을 가린 저격수는 생포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우리가 널 못 막는다 해도 네 말처럼은 안 될걸.”
“흠, 믿는 구석이 또 있다는 건가. 쓸 만한 수인이 더 있나 보군?”
“수인? 아닌데. 하네케는 수인은 아니니까.”
가끔은 거짓보다 더욱 거짓 같은 진실도 있는 법이다. 지금이 딱 그러했다. 이미 오래전에 죽은 하네케를 운운하다니.
자신을 자극하려는 농담으로만 받아들이는 레먼리브. 피식 웃는 그에게, 이번엔 이마카룸이 달려들었다.
“이봐, 노인네! 내가 먼저 공격한다!”
그 발톱에 투흔의 오러가 서렸다. 표범의 포효와 함께 맹공이 이어졌다.
“대가리 침몰시키기! 내가 방금 지어낸 기술 이름이다!”
검식이나 권법이 아닌, 맹수 본연의 움직임.
그러나 막아내는 기계수의 움직임은 유려하기 그지없었다. 호기롭게 달려들었던 이마카룸은 빠르게 열세에 처했다. 기계수와 발톱이 부딪칠 때마다 내부의 장기까지 출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타앙! 타앙!
블라네도 협공에 나섰다. 한데 엉켜 싸우고 있으니, 원거리에서 암연뢰를 쏠 순 없었다. 그녀 역시 근접전에 합세했다.
한 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휘두르며 대장군을 압박해가는 한편, 틈이 날 때마다 다리를 노리고 암연뢰를 쏘았다.
“오호.”
단순히 저격수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다가들어 몰아치는 공격도 일품이다. 레먼리브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제국에 이런 검식이 있었던가? 이 의문도 당연한 것이, 노회한 대장군으로서도 암살검가 검식을 마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의 감탄과는 별개로 블라네는 절망하는 중이었지만.
‘한 방이라도 들어맞는다면!’
단검도 암연뢰도 모두 대장군에게 닿지 않는다. 대장군은 둘을 상대로도 결코 열세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는 협공하는 그들에게 더 빈번할 뿐.
‘화염거(火焰鋸).’
일명 불의 톱니. 피이이잉, 소리와 함께 기계수의 팔목 부근에서 눈부신 빛이 꿈틀댔다. 그러더니 오러가 회전하는 톱니가 되어, 기계수를 감쌌다.
오러를 강화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단순히 겹을 늘리는 게 아니라, 기이하게 조형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러는 최초에 조형된 모습에서 크게 바뀔 수 없다. 그랬기에 무기를 감싸는 오러의 모양과 색으로 가문을 유추하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기계수는 전투 중에 오러를 다양하게 조형할 수 있었다. 돌아가는 원형 톱니는 그중 하나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거대한 낫의 형태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
푸슉!
“크흑!”
오러의 즉흥적인 변환에 당하고 마는 블라네. 다행히 급소는 피해갔지만, 허벅지 위에 피가 번지며 작열의 고통이 이어졌다.
루빈을 통해 놀라운 성장을 이루고, 암연뢰라는 고유한 무기를 얻어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진 이마카룸에도 못 미치는 게 사실이었다.
그보다 몇 수는 위인 레먼리브에게 못 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괜찮냐?”
이마카룸이 뒤를 슬쩍 돌아보며 소리쳤다.
물론, 그라고 해서 여유로운 건 아니었다. 대장군한테서 땀을 몇 방울 흘리게 했지만, 딱 그 정도. 정작 피를 흘리게 하지는 못했고, 오히려 흑표의 가죽만 붉게 물들이는 중이었다.
“안 되겠다! 너, 엊그제 보여준 그거 해라.”
이마카룸이 블라네를 향해 소리쳤다. 엊그제 보여준 그거라고? 뭘 말하는 건가 싶어 블라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 있잖아, 연습했던 거! 하늘의 닻!”
‘하늘의 닻’은 이마카룸이 제멋대로 붙인 투흔식의 이름이었다. 블라네가 이계의 대장장이를 통해 알게 된 본래 이름은 ‘낙뢰탄’이었다.
“못 하겠어?”
이마카룸이 가까스로 기계수의 공격을 피해내며 소리쳤다.
블라네는 아랫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낙뢰탄이 명중한다면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대장군이 순순히 맞아주겠냐는 것이었다.
‘이 기술의 난점을 내가 말했을 텐데, 벌써 까먹은 건가?’
아니, 잊은 게 아니었다. 이마카룸도 낙뢰탄의 명중률이 낮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낮은 명중률에라도 기대야만 했다. 이대로라면 아무 변수 없이 패배할 뿐이니까.
블라네와 호흡을 맞춰오면서 기꺼이 연습 상대가 되어주었던 이마카룸이었다. 그래서 낙뢰탄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게 현재로선 기계수를 무력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도.
“빨리!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얼른 시도해!”
블라네는 암연뢰를 내려다봤다. 망설이는 것 같아도, 아까부터 탄환은 낙뢰탄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마카룸, 네가 기꺼이 희생한다면야.”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전력을 다해 레먼리브를 붙잡겠다는 뜻이리라. 그 역시 낙뢰탄의 피해를 볼 수도 있음에도.
철컥, 철컥, 철컥.
암연뢰의 골격이 변해간다. 비상하는 까마귀를 연상시키는 외형이 되었다. 마지막엔 블라네의 암연이 물감을 칠하듯, 암연뢰 전체를 물들였다.
‘암연을 기반으로 한 탄환 무기. 상당히 신선한 작업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문득, 이계의 대장장이 캄누이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암연뢰를 수령하는 자리에서 들었던 말.
‘처음엔 탄환의 종류가 한정되겠지만, 주인의 성장에 따라 점차 늘어날 거야.’
‘얼마나 늘어나죠?’
‘얼마든지. 주인의 성장에 따라.’
‘그렇게 말씀하시니 왠지 무서운데요.’
‘무서움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자칫 주인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 무기니까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캄누이트. 그런데 지금의 탄환 중에선 가장 강력한 탄환이 뭘까요?’
‘가장 강력한 탄환이라…. 역시 암연의 일족은 겁이란 게 없다니깐.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연 낙뢰탄일 거야.’
‘낙뢰탄? 번개를 일으키는 건가요?’
‘점을 여러 개 찍으면서 선을 잇는다고 생각하면 쉽겠군.’
캄누이트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다시 울렸다.
점을 여러 개 찍어서 선을 잇는다. 그땐 더 헷갈리게 하는 비유였지만, 몇 번 연습하고 나서는 그럴싸한 설명이었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점은 허공에 쏘는 탄환이고, 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뢰였으니까.
“이제 슬슬 끝낼 때가 됐구나, 이마카룸.”
레먼리브의 살기 어린 한마디. 협공의 흐름이 바뀐 걸 보니, 저격수가 뭔가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그 공격이 자신을 얼마나 놀라게 할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출력… 50퍼센트.”
대장군의 명령어에 따라 기계수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기계수의 한계치 중 5할이 개방됐다. 5할까지 개방한 것도 대장군으로서는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수년 전 7할까지 개방했던 적이 있긴 했다. 6성의 지휘관 오크 칼란타를 태어나게 하고, 그놈을 제압하는 과정이었지.
그리고 단 한 번, 9할까지 개방했었던 적도 있었다.
‘그게 언제였더라…….’
9할. 기계수의 주인이 경험한 최대치였다. 제국군 내부에서 장군들끼리만 치러졌던 비공식 비무대회였을 것이다. 하네케를 상대로 딱 한 번 시도해봤던 경지.
하네케가 딱 9할 정도의 경지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상 개방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몰랐기에 거기에 그친 것일 뿐.
만약 그때, 전력을 다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건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 가지 있었다.
‘다시는 그만한 몰아(沒我)를 경험할 수도 없겠지.’
레먼리브는 자신의 눈앞에서 튀어 오르는 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쉬움이 감돌았다. 저격수와 투흔의 협공도 고작 5할에서 끝이 날 것 같았으니까.
“으, 윽!”
늘어난 출력에 따라 그 움직임이 더 광포해진 기계수. 결국 공수의 균형을 깨트리며 이마카룸의 목을 움켜쥐는 데 성공했다.
“아까 말했잖느냐. 너는 죽을 거고, 저 저격수는 생포될 거라고.”
“크흐으윽…….”
기계수에 힘이 들어갔다. 그대로 목을 터뜨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탕!
격발음이 울린다.
저격수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레먼리브. 동시에, 움켜쥐고 있는 이마카룸의 등이 저격수한테 보이도록 움직였다.
동료의 몸을 뚫으면서까지 날 맞힐 수 있을까.
탕! 탕! 탕!
격발음이 계속 이어졌지만, 이상하게도 날아드는 탄환은 없었다. 그때, 이마카룸은 기계수에서 벗어나려 애쓰며 말했다.
“내가 알려줄게, 이 괴물 팔을 가진 노인네야.”
“……?”
“저 저격수의 기술 이름은 ‘하늘의 닻’이라는 거다.”
하늘의 닻?
그때였다. 이마카룸이 몸을 반등시키며 기계수를 휘감는가 싶더니, 결국엔 레먼리브의 등 뒤로 돌아가 그를 붙들었다.
“‘하늘의 닻’에 따라, 너의 항해를 끝내라는 뜻이지.”
수인으로서의 전력을 다하는 건지, 붙드는 힘이 엄청났다. 대장군으로서도 쉽게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엄습해오는 무언가.
“……!”
레먼리브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서부터 노란빛의 번개가 떨어지고 있었다.
낙뢰는 통제되지 않는 야생마처럼 경로를 이탈하려는 것 같았다. 그때마다 격발음이 연달아 울렸다.
탕! 탕! 탕!
격발음과 함께 벗어나려는 낙뢰가 다시 끌려왔다.
‘저격수의 탄환이 낙뢰를 이끌고 있다. 게다가-’
탄환의 자리를 한번 지나칠 때마다 낙뢰의 힘은 한층 강화되는 것 같았다.
여덟 발의 탄환이 만들어낸 낙뢰는 그저 위험한 정도였지만, 아홉 발에 이르자 무시무시한 수준이 되었다.
기계수의 출력과 비슷한 원리. 탄환이 늘어날수록, 저격수가 감당해야 하는 몫도 늘어나는 것 같았다.
“아홉 발이라니. 저 녀석, 최대가 일곱 발이라고 했었거든. 너, 정말 아프겠다.”
대장군을 최대한 붙들며 이마카룸이 숨을 토해냈다.
“이거, 어쩔 수 없군.”
“음?”
“출력… 70퍼센트.”
레먼리브가 새로운 명령어를 말했다. 소폭 상승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알았기에 단번에 20퍼센트를 더 개방했다.
“아, 안 돼!”
이제, 이마카룸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를 그대로 낙뢰를 향해 내던지는 것까지.
“항해는 내가 아니라, 네놈이 멈춰야겠구나!”
이마카룸이 하늘로 솟구쳤다. 블라네 얼굴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그게 무엇이든 표적이 될 만한 것이 가까워지면, 낙뢰탄은 그곳으로 저절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정통으로 낙뢰탄에 맞으면 이마카룸은 중상, 아니 죽을지도 몰랐다.
그때.
레먼리브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낙뢰가 이마카룸에 명중하기 직전. 이마카룸과 낙뢰 사이로, 장검을 쥔 백발노인이 뛰어든 것이다.
콰콰콰콰쾅!
흑칠의 오러가 낙뢰 앞에서 흩날렸다. 낙뢰를 갈기갈기 찢어내는 검의 길.
오러뿐만 아니라, 그 검식마저도 레먼리브에겐 너무도 선연함과 동시에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략 10년 전,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들이었기에.
저 오러와 검식을 쓸 수 있는 자는 오직…….
“…하네케?”
이윽고 이어지는 전대 대장군의 대답.
“레먼리브, 내 전사(戰死) 통지서에 서명했던 게 바로 너로군. 그걸 좀 고쳐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