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25)
암살검가 로이넨-25화(25/258)
제25화. 길리필드 영감의 수목원 (2)
루빈과 티나는 울창한 나무 사이를 지나쳐 수목원으로 향했다.
걸어갈 때마다 수풀들 속에 은신해 있던 암살검가의 가신들이 한 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둘러쓴 로브의 끄트머리를 손에 쥐고 목례를 하는 것으로 로이넨 혈통에게 예를 표했다.
“잘도 은신해 있었네. 역시 으스스한 놈들이라니까.”
그러곤 대뜸 물어왔다.
“혹시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저런 거야? 망보는 거?”
“아니. 네가 할 일은 따로 있어. 이곳에서 지내면서 로이네크로우를 연구하는 거지.”
“연구라? 말만 들어도 풀숲에 쭈그리고 숨어 있는 게 훨씬 재밌을 것 같은데.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을 연구하는 거면 몰라도.”
마침 그들 맞은편 쪽에서 다가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루빈 또래의 꼬마 하나.
그리고 완고한 인상을 풍기는 노인.
루빈은 그들을 알아보았다.
‘길리필드 영감과 퓌닉이군.’
“저 노인이 로이네크로우들의 유모야?”
“앞으로 너랑 함께 지낼 사람들. 영감은 좀 괴팍하긴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괴팍해……?”
회귀 전에 루빈은 길리필드 영감을 만난 적 있었다. 장성한 루빈을 마주하고도 그 괴팍한 성격을 숨기지 않던 자였다.
그랬던 자가, 가주를 대신해 방문한 아홉 살짜리 막내아들을 보고 예의를 갖출 리 없었다.
“제기랄! 가주가 올 줄 알았더니만.”
역시나 길리필드 영감은 루빈 면전에서 거친 말을 삼가지 않았다.
티나가 속삭였다.
“루빈, 암살검가 사람이 로이넨 혈통을 저렇게 막무가내로 대해도 괜찮은 거야?”
“오히려 저 정도면 양호한 편이지.”
700년 전, 길리필드 영감의 가문과 암살검가는 맹약을 맺었다. 대략, 서로 동등한 관계라는 내용이었다.
영감의 조상은 로이네크로우 탄생지를 처음으로 발견한 조류학자. 그들 가문은 대대로 이 신비로운 까마귀들을 연구하는 걸 숙원으로 여겼다.
그들은 로이네크로우를 연구하면서 자연스레 암연의 신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암연의 존재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외부인이라는 뜻이었다.
덕분에 그들은 암살검가의 비호 속에서 로이네크로우를 길러올 수 있었다.
“저는 루빈 로이넨이라고 합니다.”
“로이넨? 세이렌의 아들인가?”
“네, 로이넨가 막내아들입니다. 가주님께서 절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영감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고 오라고요.”
“장성하지도 않은 막내아들? 잘해봐야 퓌닉 또래겠군. 도대체 가주는 무슨 생각인 건지…….”
길리필드 영감은 몸을 휙 하니 돌렸다.
“실망스럽군. 700년 맹약을 이토록 가볍게 여기다니!”
그러면서 루빈을 놔둔 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런 무례함을 뒷수습하는 건 언제나 영감의 손자 퓌닉의 몫이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부디 화를 풀어주세요. 평상시에도 늘 저러세요. 평생을 로이네크로우들과 지내시다 보니 성깔이 보통이 아니셔서…….”
“괜찮아. 문제가 심각한가 보지?”
“네. 문제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많이 심각하다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세이렌 로이넨 가주님만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계속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퓌닉은 루빈을 슬쩍 쳐다보곤 말끝을 흐렸다. 그러곤 곧 본인의 실수를 깨닫고 화들짝 놀랐다.
“앗, 죄송합니다. 전 그런 뜻이 아니라…….”
퓌닉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본가의 자제라 해도 고작 아홉 살짜리 꼬마가 뭘 어쩌겠느냐고.
“괜찮아. 문제는 걱정하지 마. 두고 보면 알겠지만.”
“아, 네! 그렇게 믿습니다.”
그렇게 말하긴 했어도 여전히 의구심을 지닌 퓌닉이었다. 그래도 로이넨 가문의 적자이니 어쩌면…….
‘해결해 주실지도 몰라.’
할아버지에게서 꾸준히 로이넨 혈통의 위엄에 대해서 들어왔다.
특히 세이렌 로이넨에 대한 일화는 대단했다. 하나 같이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기에 퓌닉은 눈앞의 꼬마가 그 전설적인 로이넨 가주의 아들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일단 어떤 상황인지부터 설명드려야겠지? 아니, 먼 길 오셨으니까 일단 휴식부터…….’
퓌닉이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며 입을 뗐다.
“일단은…….”
“안개의 고목부터 확인해 볼게.”
휴식을 제안할 걸 알고 말을 잘라내는 루빈. 퓌닉은 속마음이라도 읽힌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아, 예. 그렇다면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안개의 고목? 루빈, 그게 뭔데?”
티나는 암살검가의 일원으로서 로이네크로우나 수목원에 관해 기본적인 정보만 알고 있었다. 앞으로 쭉 지내게 될 테니 대충 설명해 줘도 괜찮겠지.
“여왕까마귀를 보러 가는 거야.”
“아하! 난 또. 고목이래서 나무 보러 가는 줄 알았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티나의 말에 퓌닉이 키득거렸다.
그렇게 그들이 수풀을 헤쳐 나간 지 어느덧 한 시간 째.
“뭐야. 웬 절벽이?”
난데없이 길이 막히자 티나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건 절벽이 아니었다.
루빈은 고개를 들었다.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나무 기둥. 끝까지 고개를 들어도 꼭대기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이거… 나무야?”
“‘안개의 고목’이랬잖아.”
“여왕까마귀라며! 알 낳고 품는 엄청 커다란 까마귀일 줄 알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엥?”
‘안개의 고목’은 보이는 그대로 거대한 나무. ‘거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만큼 비현실적인 크기의 나무였다.
나무 줄기의 둘레가 어지간한 요새만 했다. 나뭇가지 위에 마을을 짓고,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도 가능할 정도의 크기.
완전히 넋을 잃은 티나의 모습에 퓌닉이 킥킥 웃었다.
루빈이 물었다.
“퓌닉. 알 서식지까지 가장 빨리 가는 길이 있겠지?”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도련님!”
퓌닉의 안내를 따라 좀 더 걸어 들어갔다. 곧 가문 대대로 구축해 왔던, 지상과 상층부 간 연결로가 나타났다. 거기엔 영감이 이용하는 자동수레가 놓여 있었다.
수레에 올라타며 티나가 소리쳤다.
“점점 흥미진진해지는데? 이런 승강기는 수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마 이게 그것보다 훨씬 오래됐을걸요?”
퓌닉이 웃으며 수레를 출발시키자, 덩굴처럼 나무줄기를 휘감은 철로를 따라 수레가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끼리릭. 끼리릭.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지만, 나무의 거대함 때문에 그마저도 시간이 꽤 걸렸다.
곧 상층부에 도착했다. 그들을 맞이한 건 다름 아닌 안개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에 루빈과 티나는 당황했다. 이건 루빈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 안개는 아직 독성이 없습니다만, 여기에서 더 올라가면 독성이 밴 안개를 만나실 거예요.”
독성 안개라면, 로이넨 저택을 둘러싼 안개와 비슷한 성질이겠지.
“치명적이진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뭐, 여러분들은 암연을 지닌 분들이니까 저보다는 훨씬 견디기 쉽겠지만요.”
퓌닉의 말에서 부러움이 묻어났다.
암연이 없다는 건 로이네크로우를 연구하는 데에 큰 제약이었다. 그래서 길리필드 영감의 가문은 독성이 가미되지 않은 안개 지역에 집을 짓고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
곧 길리필드 영감의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너희 집이구나. 그리고 저 뒤에 있는 건…….”
길리필드 영감의 집 뒤편으로, 줄기에서 뻗친 굵직한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그들은 그것들을 밟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저기, 안개가 뭉쳐지는 게 보이시나요?”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나뭇가지 끝으로 안개가 구형을 이루었다.
어떤 안개는 이제 막 뭉쳐졌는지 엷어 보였지만, 다른 안개는 뭉쳐진 지 꽤 지났기에 잿빛을 띤 백색의 알이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티나는 처음엔 저게 뭔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깨달았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 저거 알이잖아?”
티나는 정말 놀란 듯했다.
“나뭇가지에 안개가 뭉치고, 안개는 까마귀 알이 된다? 미친! 그럼 저건 알인 거야, 열매인 거야? 아니, 동물인 거야, 식물인 거야?”
진심으로 궁금한 티나였지만 퓌닉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게 바로 저희의 연구 과제죠, 하하.”
그때 루빈이 나직하게 티나를 불렀다.
“티나.”
이제는 이곳에 온 목적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네가 해줄 일을 말해줄게.”
그건 바로 수목원에 닥친 심각한 문제를 파악하는 것.
퓌닉에게 설명을 들어도 되지만, 그럼 티나가 금방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티나는 호기심이 많으니, 직접 알아보게 하는 게 좋겠지.
“무슨 일인데?”
“일단은 로이네크로우로 변신해서 상층부로 올라가. 그다음 다른 로이네크로우들 속에 섞여. 자연스럽게 지금 까마귀들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내는 거야.”
또 다른 이유로, 루빈은 자신이 짐작하고 있는 게 맞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회귀 전과 다르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
“파악하게 되면, 길리필드 영감의 집으로 돌아와.”
“쳇, 쉴 틈이 없구만.”
그러나 이어지는 루빈의 말이 티나의 툴툴거림을 곧바로 사그라뜨렸다.
“이 거대한 나무에 얼마나 많은 광석이 숨어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 세공만 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보석이 될지… 아, 맞다! 서고에 그 위치를 정리해 둔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딴 얄팍한 수에 내가… 그르르르, 까아아아악!”
로이네크로우로 변신한 티나가 줄기의 상층부를 향해 비상했다. 이쯤 되면 반짝이는 거 좋아하는 건 거의 본능이 아닌가 싶은데 말이지.
한편, 퓌닉은 환혈족의 변신을 바로 앞에서 보았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환혈족도 함께 올 거란 얘길 할아버지한테 미리 듣긴 했지만. 역시나 직접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우와!”
“환혈족 처음 봐?”
“네. 여기서 나가본 적이 거의 없거든요.”
그렇겠지. 앞으로도 그럴 거고. 이들은 평생 로이네크로우를 기르며 살아가는 ‘고목지기’의 숙명을 지녔으니까.
그새 멀리 날아가는 티나를, 퓌닉은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루빈은 슬쩍 조언했다.
“환혈족은 반짝이는 걸 좋아해. 보석이나 반딧불이나 별 같은. 티나랑 지낼 때 알아두면 좋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이제 길리필드 영감과 이야기해 보고 싶은데.”
루빈은 영감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길리필드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세이렌의 결정에 불만이 가시지 않은 것이다. 루빈은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저녁 무렵.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루빈은 연구실에서 올라오는 길리필드 영감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 화가 완전히 풀린 것 같진 않았다.
조촐하게 차려진 식탁 주변으로 영감과 퓌닉, 그리고 루빈이 둘러앉았다.
“같이 온 환혈족 녀석은 어디로 갔지?”
“이제 곧 올 겁니다.”
“완전히 제멋대로군. 나는 아직도 가주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겠단 말이야. 루빈이라고 했나? 너도 곧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다. 보통 문제가 아니니까. 근데 어차피 해결하지도 못할 거, 일단 배부터 채우고 이야기하지.”
그렇게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루빈이 현관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마침 돌아왔네요.”
“흐음.”
퓌닉이 문을 열자 웬 처음 보는, 기진맥진한 상태의 소녀가 서 있었다.
몇 시간 전 로이네크로우로 변신했던 티나는 이번엔 루빈 또래의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 본연의 민트색 긴 머리카락과 함께.
“또 변신했나? 그래, 밥상 앞에서 깃털 날리는 것보단 낫지.”
다행히 티나는 영감의 투덜거림을 듣지 못한 듯했다.
‘안개의 고목’ 상층부를 한참 동안 돌아다닌 티나였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루빈 옆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식탁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후하! 하루 종일 날갯짓했더니 어깨가 다 쑤시네.”
“좀 알아냈어?”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그러곤 조그마한 목소리로 루빈에게 자신의 조사 내용을 소곤소곤 알려주었다.
“음.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루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짐작했던 대로였다. 이 시기, 길리필드 영감의 수목원에서 벌어진 사건은 회귀 전과 똑같았다.
‘확인했으니 이제 해결하는 것만 남았군.’
무슨 말이 오갔는지 궁금해하는 길리필드 영감과 퓌닉. 루빈은 설명을 시작했다.
“한 달 전쯤, 여기에서 실종 사건이 있었군요. 제 말이 맞나요?”
“그래. 어찌 알았지? 저 환혈족 애가 알아낸 건가?”
그러자 티나가 버럭했다.
“애 아니거든? 내가 몇 살인지 알기나 해, 영감탱이야?”
“뭐, 뭐라고!”
그도 그럴 게, 겉보기엔 어려 보여도 티나의 실제 나이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길리필드 영감보다 많을 수도 있었다
“그만해, 티나. 대화 중이잖아. 길리필드 영감님, 계속 설명해도 될까요?”
“크흠. 그러게.”
“실종된 건, 차기 제왕으로 올라서는 게 유력했던 로이네크로우였죠.”
길리필드와 퓌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티나만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차기 제왕 후보 로이네크로우가 실종됐다고?”
“그래. 맞아.”
이번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로이네크로우들의 습성을 알아야 한다.
수백 마리로 이루어진 로이네크로우 무리엔 항상 우두머리가 있다. 무리는 그를 ‘제왕’으로 여기며 따랐다.
“왜 사라진 건데? 죽은 거야?”
“네가 조사한 거 아니냐? 근데 왜 모르는 거냐?”
길리필드 영감이 따져 묻자 티나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웃기고 있네. 까마귀들이 무슨 바본 줄 알아? 처음 보는 녀석이 물어본다고 다 알려주게? 놈들도 낯을 가린다고.”
맞는 말이다. 티나가 로이네크로우로 변신해 무리에 섞여들었더라도 처음부터 환대받진 못했을 거다. 그러니 자세한 내막도 모르겠지.
“아무도 제대로 안 알려줘서 나도 잘 몰라. 어쨌든 다들 좀 불안해 보였어. 좀 뭐랄까, 통제가 안 되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정확하게 봤어, 티나.”
루빈은 설명을 이어받았다.
“다시 설명하자면, 차기 제왕으로 유력하던 로이네크로우가 갑자기 실종됐어요. 그사이 늙고 병들었던 기존 제왕이 죽었고요. 지금은 제왕의 자리가 비어버려서 다들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죠. 제 말이 맞죠?”
길리필드 영감은 크흠,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루빈이 추리한 내용이 맞았다.
“맞아. 하지만 더 정확히는, 텅 빈 제왕 자리를 놓고 다툼이 일어나려 한다는 거지.”
늙은 제왕은 죽었고, 차기 제왕 후보는 실종됐다. 남은 건 억눌려 왔던 어지간한 로이네크로우들뿐.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기미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나?”
“새로운 로이네크로우를 제왕으로 옹립시켜야죠.”
“잘 알고 있군. 하지만 그게 문제야. 제왕의 자격을 갖춘 로이네크로우를 찾는 게.”
“그거라면 이미 준비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루빈이 자신 있게 말하자 영감의 표정이 미세하게 밝아졌다.
“설마 세이렌의 로이네크로우라도 데려왔나?”
“아뇨.”
그러자 다시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길리필드의 얼굴.
“나 참. 제왕 자리엔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줄 아나? 세이렌의 로이네크로우라도 보장할 수 없을 텐데, 대체 무슨 수로?”
루빈은 대답 대신, 옆에 앉은 티나를 쳐다보았다.
무심하게 자신의 민트색 머리카락을 돌돌 말고 있던 티나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야! 설마 나보고 제왕 되라는 소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