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46)
암살검가 로이넨-46화(46/258)
제46화. 화운석 (2)
다음 날. 플로니카 영지.
플로니카의 영지는 수목이 우거진 산악지대 한복판에 위치했다. 가파른 협곡을 등지고 영주 성이 우뚝 서 있고, 정면에는 영주민들이 거주했다.
얀 플로니카는 맨커스 형제가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고 영지로 막 돌아왔다. 그러고는 늘 그랬듯, 한밤이 될 때까지 검술 연습에 매진했다.
…그런 그를 저 멀리서 지켜보는 눈.
“루빈.”
보기 드물게 티나가 진지한 투로 루빈을 불렀다. 지금 그녀는 참새 모습으로 쿠제의 정수리 위에 올라탄 상태. 쿠제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막무가내라지만… 십 대 꼬마가 이렇게까지 탈선하는 건 권장하고 싶지 않아. 너, 가주가 누군지 알지? 세이렌이라고.”
“도련님.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저도 티나 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흰 서둘러 위장별채가 있는 카포티니로 가야 합니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의 두 사람.
당연했다.
어제 낮에 얀과 헤어진 후, 루빈은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한밤을 틈타 플로니카 영지에 침투했으니까.
‘설명해봤자 이해하지 못하겠지.’
지금 루빈의 행동은, 얀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얀과는 최대한 접촉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래야 얀이 루빈이 알고 있는 미래대로 ‘은발의 반란자’, 아니 ‘은발의 징벌자’로 성장할 테니까.
“슬슬 움직이자.”
“아니,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여전히 묵묵부답. 루빈은 대답 대신 암연으로 기척을 더 죽였다. 그 상태로 플로니카 영주 성을 우회하여 협곡 깊숙한 지점까지 들어갔다.
도련님의 안전을 내팽개칠 수 없는 쿠제는 울상이 되어 뒤를 따랐고, 참새 티나도 툴툴거리며 쪼로롱 날아올랐다.
‘사전에 수집한 정보로는 플로니카 가주는 현재 출타 중. 지금이 기회야.’
오러의 경지로 루빈 일행의 은밀한 움직임을 감지하려면 최소한 5성은 되어야 할 터. 플로니카 가주가 없는 지금, 유일한 위험 요소는 오직 얀뿐이었다.
‘얀의 위치를 파악해놨으니, 안심하고 협곡을 돌아다녀도 되겠군.’
타닷, 타닷, 타닷.
루빈이 협곡을 누비기 시작했다.
갈수록 뒤따르는 쿠제의 눈빛엔 의문이 가득해질 수밖에 없었다. 초행인 게 분명할 텐데도, 루빈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뭘 찾으시는 건가?’
애초부터 목적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루빈의 탐색엔 일정한 패턴이 있었기 때문이다.
협곡의 무수한 동굴들. 매번 동굴에 들어갈 때마다 왼쪽 벽만 확인하고 있는 루빈이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오른쪽을 살피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동굴이 너무 많아. 이래선 밤새도 안 되겠는데.’
협곡의 동굴들을 살핀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결국 루빈은 티나와 쿠제를 둘러앉혔다.
“이제야 뭘 찾는지 말해주는 거야?”
“말씀만 해주시면 저희도 돕겠습니다.”
“…….”
루빈은 말없이 플로니카 영주 성을 힐긋 보았다. 저쪽에선 아직까지 루빈 일행의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텅텅 빈 동굴에서 뭘 찾는 거냐고. 아, 궁금해.”
티나는 애꿎은 동굴 벽만 콩콩 쪼아대다, 머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파르르 도리질했다. 답답해 죽겠다는 날갯짓은 덤이었다.
티나 말처럼, 이 근방의 동굴엔 아무것도 없다. 그 흔한 괴수들조차도 오래 전 플로니카에 의해 박멸됐으니까.
대개 괴수들 서식지에는 인간들에게 유용한 자원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괴수가 없다는 건 이 근방엔 쓸 만한 자원이라곤 하나도 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
루빈은 회귀자다. 당장은 가치가 없어도 머지않은 미래에 수만 배 이상 가치가 뛰어오를 물건이 어떤 것인지, 루빈은 잘 알았다.
다만, 정확한 위치가 헷갈릴 뿐.
마침내 루빈은 자신이 찾고 있는 게 무엇인지 공개했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면 알려줄 건 알려줘야겠지. 내가 찾고 있는 건, 붉은색 나무야.”
하지만 제한된 정보.
회귀 전에 습득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었으니, 곧이곧대로 공개할 순 없었다. 모든 걸 순순히 털어놓는다면 두 사람을 설득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이다.
“붉은색 나무요? 도련님께선 지금까지 동굴에 들어오자마자 왼쪽 벽만 확인하셨는데요.”
“맞아. 너희들도 다른 동굴들을 돌아다니면서 그렇게 찾으면 돼. 들어가는 방향에서 왼쪽 벽만 살펴.”
“왼쪽 벽만……?”
“만약 왼쪽 벽에 버섯처럼 들러붙어 있는 붉은색 나뭇가지가 보이면, 바로 날 불러.”
나무가 벽에 들러붙어 자란다?
당장은 상상이 되지 않는 개념이었기에 티나와 쿠제는 서로를 멍하니 쳐다봤다. 앞뒤 딱 잘라서 지시를 내리니, 의문이 더 증폭된다.
“그게 다야? 난 또 산적이라도 찾아 죽이려고 그러는 알았는데. 고작 식물 채집이었어? 그럼 당연히 따라야지.”
“…흠. 생각보다 건전한 일이네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래도 그들은 최악은 면했다는 생각에, 곧바로 루빈의 지시에 응했다. 둘은 각각 다른 방향을 잡아 탐색을 시작했다.
루빈도 곧바로 새로운 동굴을 찾아 나섰다. 이 협곡엔 동굴이 꽤 많다지만, 흩어져서 찾으면 아무리 못해도 두 시간 안에 모든 동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루빈이 찾는 ‘붉은색 나무’도 발견할 수 있겠지.
‘플로니카 영지 근처, 깊은 협곡에서 자라는 붉은 기의 나무. 화운석.’
그게 루빈이 찾으려는 것이었다. 루빈이 죽기 전, 확인된 서식지는 이곳이 유일했다. 적어도 루빈이 아는 바로는 그랬다.
-화운석? 나무인지 돌인지 모르겠네만. 그게 그리도 중요한 자원인가?
‘물론이죠.’
화운석은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자원이었다.
하나는 경제적 가치. 5년 안에 대륙 널리 이용되는 특수 건축자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왜 널리 쓰이게 되는지, 그 이유만큼은 썩 유쾌하진 않지만, 어쨌든.
‘자원 선점의 의미가 크지.’
한마디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가 왔을 때, 독점적으로 팔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한테는 그보다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어요. 5년쯤 뒤에 일어나는 로이네크로우 폐사 사건을, 이 화운석이 막아줄 수 있거든요.’
-로이네크로우 폐사?
‘길리필드 수목원에 서식하는 로이네크로우 한 세대 전부가 그대로 폐사한 사건입니다. 폐사가 있고 나서야 그 예방법이 화운석이라는 걸 알아냈죠.’
길리필드 영감과 퓌닉이 다방면으로 연구한 결과였다.
‘사실 3년쯤 뒤에는 화운석의 양산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니 로이네크로우의 폐사를 막는 건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죠. 다만…….’
-다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얻지 못할 ‘이득’이 있거든요’
그 이득이란,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극한의 이득을 뜻했다.
바로 지금, ‘화운석’의 진짜 가치를 아는 사람은 루빈을 제외하고 딱 한 명뿐이다.
바로 독보적인 재력가인 ‘티스 킹븐’.
일명 ‘미래에서 온 상인’이다.
물론, 그가 진짜 미래에서 왔다는 뜻은 아니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을 귀신처럼 붙잡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티스는 우연히 화운석의 결정체를 손에 넣었고, 그보다 더한 우연으로 그 놀라운 가치를 알아봤다.
‘이 협곡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화운석은 총 두 개라고 했습니다. 회귀 전에, 티스 킹븐 본인이 말해줬죠.’
-그를 만난 적이 있었나?
‘아니요.’
훗날, 화운석 양산화에 성공한 티스는 자신의 일대기를 다룬 책을 내는데, 거기에 화운석을 발견하게 된 계기를 상세히 적어놓았다. 루빈은 그중 몇몇 구절들을 또렷이 기억했다.
-요즘 대륙을 떠들썩하게 하는 ‘은발의 반란자’ 얀. 곧 그의 머리는 효수되겠지만, 아직까진 그 반란이 진압 중이니 조심히 언급해야겠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화운석 모종을 발견하게 된 곳이, 실은 얀의 위장 가문 영지였다. 어떻게 알았냐고? 글쎄. 행운이 억세게 따라줬다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아무튼, 그 반란자가 ‘어느 가문’에 숨어 제국 전복이라는 헛된 꿈을 꾸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세상에 알려진 온갖 괴담이나 소문들을 미친 듯이 수집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그럴듯했던 소문이 바로 ‘화운석’이었다.
화운석의 가치나 효능이야 이젠 너무나 유명하니 넘어가도록 하고.
어쨌든 소문에 의하면, 화운석은 얀이 숨은 ‘어느 가문’ 근처, 험준한 협곡 어딘가에서 서식한다고 했다. 그날로 나는 짐을 챙겨 떠났고, 협곡에 존재하는 모든 동굴들을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결국 화운석 모종을 발견했다…….
얀과 티스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루빈은, 티스가 남긴 빈칸들을 어렵지 않게 채워넣을 수 있었다.
티스는 얀이 플로니카 공자로 위장해 있던 시기에, 바로 이곳에서 화운석을 채집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미래에서 온 사람은 티스가 아닌 루빈이 될 터였다. 화운석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또 다른 세계의 비밀이라… 흥미롭구만. 그럼 이제 말해보시게. ‘화운석’엔 어떤 가치가 숨어 있는 겐가? 찾으면 뭘 할 거지?
‘간단합니다. 전 이곳에서 화운석 두 개를 찾아낼 겁니다. 하나는 길리필드 수목원에 심어놓을 거고, 나머지 하나는 티스 킹븐한테 팔 겁니다.’
돈. 그게 루빈의 목적이었다.
암살검가 본가의 재력만 따지자면, 어지간한 왕가를 뛰어넘는다.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거점 창고’에서는 암살자들이 임무 수행에 필요한 자금과 무구를 제공해주고, 칙명부 또한 자금적인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지.’
이제 겨우 로이넨서와 위장 생활을 막 시작한 시점이었으니까. 게다가 앞으로 루빈이 하려는 일은 황제나 칙명부의 눈을 속여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루빈은 원할 때 언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목돈을 만들어 놓겠다? 좋은 수로군. 그런데 수목원에는 왜 가져다 놓는다는 거지? 폐사는 5년 뒤라고 했잖나? 3년 뒤 화운석이 양산화되면 그때 싸게 구해서 조치하면 될 텐데.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미 고려한 것이기도 했다. 루빈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회귀 전, 화운석의 양산화는 티스 킹븐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때 그는 두 개의 화운석을 찾았어요. 그런데 이번 생에선, 딱 하나만 얻게 되겠죠.’
-…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군.
‘예, 맞습니다. 제가 개입해 화운석을 선점, 유통 개수를 조절했기 때문에 미래가 바뀔 수도 있는 겁니다. 예를 들면, 양산화에 실패한다든지요.’
-만약을 대비해 하나를 숨겨두겠다는 게로군. 가장 안전한 곳에 말이야. 양산화에 실패하면, 그때 하나 더 팔아도 늦지 않으니까.
‘네. 하지만 제일 좋은 경우는 단 하나만으로도 양산화에 성공하는 거겠죠. 양산화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게 제 복수에도 유리한 길이니까요.’
그때, 전음이 울렸다.
티나가 조그마한 날개를 파닥거리며 동굴 안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찾았어! 바위에서 버섯처럼 자라는 붉은색 나무! 정말 네 말대로 왼쪽 벽에 피어 있던데!”
티나를 따라 도착한 곳은 협곡 가장 아래편의 동굴.
달빛이 조그맣게 들어오고 있었다. 정말로 동굴의 왼편, 붉은색의 나무가 돋아나 있었다. 잘못 보면 벽에다가 사슴 대가리를 하나 박제해놓은 것 같았다.
“어……?”
“왜? 네가 찾던 거 아냐?”
“아니, 맞아. 그런데…….”
손목 두께만 한 나뭇가지 하나가 벽에서 솟아나 있고, 그 외 잔가지가 뻗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타오르는 불같기도 하고, 구름 같기도 한 무늬가 나뭇가지 겉에 빼곡했다. 그래서 화운석(火雲石)인 것이다.
‘근데 왜 두 개가 아니라, 세 개나 있는 거지?’
티스 킹븐의 회고록에는, 협곡에서 ‘두 개’의 화운석을 발견했다고 쓰여 있었다.
물론, 티스 킹븐의 기록이 모두 진실일 거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가 착각했거나, 의도적으로 숫자를 조정한 걸 수도 있었다.
‘상관없다. 오히려 더 잘 됐지. 계획대로 하나는 수목원에 숨겨두고, 다른 하나는 티스 킹븐한테 팔아버리면 된다. 마지막 하나는… 내가 보관해야지.’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것이다. 화운석, 그것도 양산이 이뤄지기 전 단계의 자연산이다. 순수함의 결정체였다.
‘어쩌면 영약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지도.’
저벅저벅.
이윽고, 루빈은 화운석 세 개를 망설이지 않고 뜯어냈다. 뜯는 방법은 간단했다. 벽면에 접한 부분을 그냥 비틀면 툭 하고 떨어져 나온다.
-고작 팔뚝만 한 나무가 아닌가? 이게 건축 자재가 된다니. 게다가 생김새는 ‘나무’면서, 왜 이름은 화운석인가? 아무리 봐도 돌은 아닌데?
당연한 의문이었다.
화운석은 특이한 식물이었다. 지금은 팔뚝만 한 두께에 불과하지만, 만약 이걸 흙 속에 파묻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엄청나게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는 것이다.
그뿐일까. 바위와 접해두면 저절로 바위 면에 들러붙는다. 그러면서 ‘본질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본질 변화?
맞닿은 바위의 재질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화운석의 가치가 높은 이유였다.
마치 독을 품은 뱀 한 마리가 사람 발목을 물었을 때 온몸에 독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화운석은 접합한 물질의 성분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이 세상 그 어떤 물질에도 없는, ‘특별한 효능의 건축자재’로 말이죠.’
몇 년 후, 이 세상에 큰 혼란이 찾아오면, 건축자재로서의 화운석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양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화운석 하나가 바위에 접하면, 최소 2년은 지나야 변환되거든요.’
지금 화운석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도, 화운석을 양산할 수 있는 사람도 오직 티스 킹븐뿐이다. 그러니 그와의 거래는 필연적이었다.
‘단순한 주고받는 거래여서는 안 되겠지.’
‘미래에서 온 상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업 수완이 대단한 남자의 미래를 사는 것이어야 한다.
“루빈! 내가 찾아냈는데, 뭐 상품이라도 안 줘?”
이제는 참새가 지겨웠는지 검고 날렵한 사냥개로 변한 티나였다. 그녀는 화운석을 발견한 벽을 마구 긁어댔다.
때마침 다른 동굴을 탐색하던 쿠제도 합류했다.
“도련님, 이제 카포티니로 가나요?”
루빈은 쿠제에게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미소의 의미가 뭘까 불안해진 쿠제는 괜히 침을 꿀꺽 삼켰다. 로이넨서 생활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요란해질 줄이야.
“티나.”
“드디어 상품 주는 거냐, 드디어?”
티나가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너, 경매장 좋아해?”
그 한마디에 꼬리를 흔드는 속도가 배가된 것 같았다. 눈빛이 초롱초롱해진 티나는 잔뜩 흥분해 루빈을 향해 앞발을 들어 올렸다.
“경매장? 경매장! 경매장?”
되묻지만 그 의미는 명백하다. 도박과 승부를 즐기는 티나는 경매장에도 환장했다. 대부분의 경매장엔 환혈족의 눈을 사로잡는 장신구나 보석들이 많았으니.
“단, 경매장에 가기 전에 먼저 해줄 일이 있어.”
루빈은 티나에게 화운석 하나를 내주었다.
“최대한 빨리 길리필드로 날아가서, 몰래 이걸 심어놓고 와. 이 나무가 안개고목과 토양을 공유하도록.”
“야! 거기까지 가려면 며칠은 쉬지 않고 날아야 돼!”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다녀와야지. 그래야, 제때에 ‘톨로이스 경매장’에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토, 톨로이스 경매장! 와우! 봐, 봤지, 나 지금 바로 로이네크로우로 변한 거? 그것만 심고 오면 된다 이거죠, 루빈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