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49)
암살검가 로이넨-49화(49/258)
제49화. 톨로이스 경매장 (2)
“반갑습니다. 6321번님.”
“빨리 진행했으면 합니다.”
이번 담당자 또한 물범 가죽을 둘러쓴 사람이었다. 다만 그의 가죽은 특이하게도 적색이었다. 경매장 내 중요 직급 중 하나라는 뜻이었다.
담당자는 씩 웃었다. 빨리 진행하는 건, 경매장에서 선호하는 방식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의뢰 물건을 확인하기에 앞서, 보증금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3천만 릴크.”
“……!”
루빈의 대답에 크게 놀란 쪽은 당연히 쿠제였다. 위장생활을 위한 자금 전부를 넣겠다고?
“오호.”
감별사 또한 흥미가 동했는지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코흘리개 꼬마인 줄 알았는데 잘못 본 듯했다.
“참고로, 보증금은 경매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경매장에 지불하는 금액입니다.”
“알아요. 그리고 보증금 액수에 따라 경매 물품 홍보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도요.”
“…처음 오신 분은 아닌 것 같군요. 그렇다면 경매가 성사될 시 낙찰자의 거래 금액 중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하셔야 한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군요.”
루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별사는 루빈과 쿠제를 빠르게 살폈다.
신분의 개념이 없는 톨로이스 경매장. 그럼에도 감별사 정도 되는 인물에겐 축적된 경험이란 게 있다.
감별사의 역할은 경매 물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 당연하게도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썰미가 생명이었다.
감별사의 눈썰미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의 맞은편에 앉은 의뢰자 역시 물건과 다르지 않았다. 이제껏 다양한 의뢰자들을 제대로 감별해왔다고 자부하는 그였다.
‘보아하니 귀족이긴 한데, 해봤자 3등귀족…. 그런데 보증금으로 3천만을 태워?’
건방진 속마음과는 달리, 그는 선량한 얼굴과 함께 고객을 응대했다.
“3천만 릴크는 저희 경매장 기준에서 고가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의외군요. 어떤 물건이기에……?”
툭.
그렇지 않아도 이미 ‘화운석’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루빈이었다.
감별사는 눈을 크게 뜨고 화운석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건…….”
지켜보던 쿠제가 침을 꿀꺽 삼켰다. 도련님만이 그 가치를 알고 있는 것 같던 나뭇가지다. 정말로 뭔가가 있는 걸까.
“이건…….”
“…….”
말해. 말하라고! 쿠제는 괜히 주먹을 꽉 쥐었다.
“…뭔지 모르겠군요.”
지켜보던 쿠제가 자기도 모르게 숨을 턱 내뱉었다. 톨로이스의 감별사도 뭔지 모른다고? 그렇다면 말 그대로 무가치하다는 건데.
감별사는 화운석을 집어 들어 위아래로 살폈다.
“그냥 나뭇가지의 일종으로 보이는군요. 혹, 유명인과 얽힌 사연이 있는 물건인가요? 그렇다면 물건의 가치가 상승하죠.”
“그런 건 아닙니다.”
감별사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방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아시다시피, 저는 하급 감별사입니다. 저희 톨로이스 경매장에는 마법을 이용하는 감별사님들도 계시지요. 원하신다면 상위 감별 절차를 받으시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돈이 더 들 텐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물건의 가치를 확신하신다면, 그 절차를 밟으시는 걸 추천해드리겠습니다. 가치를 제대로 증명받으시는 편이 의뢰인 분께도 좋은 일이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물건의 가치가 높을수록 입찰 시작가가 높아질 테니까요.”
“됐습니다. 저는 그저 보증금에 맞는 권리만 부여받으면 되니까요.”
루빈은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상급 감별사가 얽히면 곤란하다. 자칫 그의 마법이 깃든 눈에 화운석의 가치가 드러나면 안 되니까. 파리가 꼬이면 피곤해진다.
루빈이 원하는 파리는 오로지 티스 킹븐뿐이었다.
‘이제부터는 티스 킹븐을 찾아내기만 하면 돼.’
그때, 감별사가 의자를 밀며 일어났다. 의뢰자의 의지가 확고하니 감별 절차도 이렇게 끝맺겠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경매 실패로 인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여긴 경매장의 도시였다. 경매 의뢰자가 길거리의 돌멩이를 들고 와도, 수수료만 지불하면 경매로 이어지는 구조.
경매장은 그에 따르는 수익만 챙기면 되는 것이다.
“아, 그리고.”
루빈이 잠시 감별사를 멈춰 세웠다.
“……?”
“경매 물품에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요. ‘화운석’으로 기재해 주세요.”
“…화운석이요? 알겠습니다.”
감별사는 예의 바른 태도로 상체를 숙였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걸 참는 중이다. 나뭇가지에 붙인 이름치곤 너무 거창했으니.
감별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놈의 톨로이스 경매장 탐방쯤으로 치부해버렸다. 돈 있는 상인 집안의 망나니 아들이라도 되나 보다 생각하면서.
“…도련님.”
감별사가 나간 뒤.
쿠제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감별사도 못 알아본 물건에 보증금 3천만 릴크라니.
“물론 저희는 위급 상황 시 본가에 추가 지원금을 요청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쿠제였다. 그나마 본가의 자제이기에 망정이지, 다른 방계가였다면 어림도 없었다.
실제로도 로이넨서와의 위장생활을 궁핍하게 만드는 자제들이 허다했다.
“가자, 쿠제. 숙소에 가서 좀 쉬어야겠어.”
그러거나 말거나, 루빈은 태연하기만 했다.
둘은 산꼭대기에서 벗어나 다시 차양층 구역으로 내려왔다.
차양층 구역엔 경매 의뢰자들을 위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입찰자들의 숙소와는 대비될 정도로 고급스러웠고, 또 독채였다.
이 도시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곳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결국 경매장에 돈을 벌어주는 건 의뢰자들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
숙소의 침대에 누운 루빈. 쿠제에게는 쉬겠다고 말했지만, 중요한 일을 앞둔 시점에서 마음 놓고 쉴 수는 없었다.
그는 생각에 빠져들어 계획을 정리했다.
‘일단 킹븐을 찾아내야 해. 어딨을까? 분명 이맘때 이 근처에 있을 텐데.’
지금쯤 화운석을 찾아 대륙을 유랑하고 있을 킹븐. 그와의 협상을 통해 막대한 대가를 받아낼 자신은 있었다.
다만, 킹븐을 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모든 이용객들은 신분이 철저히 감춰져 있기에, 킹븐이 경매장에 와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물론 신분을 밝히는 건 자유지만, 바보라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테고.
그래서 루빈은 일부러 ‘화운석’이라는 이름을 흘렸다. 어쨌든 화운석이라 이름 붙인 건 다름 아닌 킹븐이었으니까.
루빈은 티스 킹븐이 쓴 일대기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화운석이라는 이름은, 화운석을 발견하기 전부터 간직해오던 것이다. 꿈에서 본 것인지, 오래되고 낡은 책 한 모퉁이에서 우연히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주 오래전부터 내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이름이다. 화운석을 발견하면, 이 화운석이란 이름을 반드시 붙이리라고 생각하면서…….
-…그게 무슨 말이지? 티스 킹븐이라는 자, 괴짜인가?
루빈은 그저 웃었다. 괴짜든 진짜든, 현재 티스 킹븐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임엔 틀림없었으니.
‘그래도 이것만으로 안심하긴 부족해.’
이건 일차적인 전략일 뿐. 루빈에게는 다음 수 또한 준비되어 있었다.
다음 날.
루빈의 ‘화운석’이 경매 홍보지에 이름을 올렸다. 경매 홍보지는 상, 중, 하로 나뉘는데 대부분 의뢰자들은 중, 하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하급 홍보지는 경매장에 입장해 있는 사람들한테만 전달된다. 경매장 내의 모든 숙소로 매일 새벽 발송되는 것이다.
중급 홍보지는 경매장뿐만 아니라, 지상층의 도시를 비롯해 인근 지역에까지 발송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상급 홍보지.
이건 ‘특매 주간’에만 맞춰 발송되는 것으로, 감별사들에 의해 엄청난 귀품으로 감별된 경우에만 여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상급 홍보지는 대륙의 모든 왕가에 직접 전달된다. 물론 그에 따른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루빈은 3천만 릴크를 보증금으로 내걸었기에, 중급 홍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하급 홍보지만 이용했다.
“…하급 홍보지를 이용하는 대신, 유찰권을 2회 사용하시겠다고요?”
‘화운석’을 담당하게 된 하인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루빈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훨씬 손해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톨로이스 경매장에서 ‘유찰권’이란, 말 그대로 의뢰자가 의도적으로 경매를 유찰시키는 권리였다. 더 비싼 값을 치러줄 입찰자를 찾기 위함이다.
하지만 감별사에게 아무런 코멘트도 받지 못한, 고작 평범한 나뭇가지의 경매를 며칠씩 기다려줄 사람이 있을까?
“제 ‘화운석’이 자꾸 유찰되는 이유를 묻는 입찰자가 있으면, 이렇게 말해주세요. 입찰자가 40명 이상 모여야 ‘화운석’을 공개할 거라고요.”
“…뭐, 알겠습니다.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죠. 그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인은 ‘손해는 네 몫’이라는 경매장의 오래된 잠언을 떠올리며, 경매 준비 절차를 마무리했다.
‘40명이 모여야 공개한다고? 과연 유찰 이유를 묻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타날지…….’
그날 이후부턴 지루한 경매장에서의 나날이었다. 루빈은 철저하게 폐쇄적인 활동으로만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을 제공받은 숙소에 처박혔고, 외출하더라도 아주 잠깐 산책 삼아 톨로이스 산을 올라가는 것뿐이었다.
경매장의 규칙에 의하면, 의뢰자 신분이어도 얼마든지 다른 경매에 입찰자로 참여할 수 있었지만, 루빈은 그러지 않았다.
애초부터 루빈에겐 그만한 돈이 없기도 했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도련님은… 산에 올라가 계신 건가?’
쿠제는 오늘도 ‘화운석’을 담당하는 하인을 만나, 진행 상황을 묻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숙소에 루빈이 없다는 걸 확인한 그는, 루빈을 찾아 톨로이스 산에 올랐다.
어느덧, 경매장에 들어온 지 5일째.
루빈으로부터 아무런 계획을 전해 듣지 못한 쿠제는,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3천만 릴크를 잃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면서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간 루빈이 요구했던 대로 두 번의 유찰이 있었다는 점이다. 당연하게도 첫 번째와 두 번째 경매 때 입찰을 희망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40명이 모여야 경매를 진행하겠다니. 이러다 진짜 돈만 날리겠어.’
좌석이 텅텅 비어있던 입찰장을 떠올리며, 쿠제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나저나 티나 님은 왜 안 돌아오는 거지?’
도련님의 지시에 따라 길리필드 수목원으로 향했던 티나. 그녀는 로이네크로우로 변신하여 날아갔었다. 이토록 늦어지는 게 이상했다.
‘설마…….’
배신 혹은 죽음.
두 가지 찝찝한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그중 그나마 나은 시나리오는 후자였다. 도련님을 모시는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 생각하는 게 편했다.
‘만약 도련님을 배신한 거라면…….’
쿠제는 주먹을 그러쥐었다. 아무리 도련님의 결정이었다지만,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
“쿠제?”
돌아보니 어느새 루빈이 다가와 있었다.
“왜 그렇게 눈에 힘을 주고 있어? 무슨 일 있는 거야?”
“아… 아닙니다!”
티나가 배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살기를 띠었나 보다. 쿠제는 서둘러 암연을 정돈했다.
“담당자는 만났어?”
“예, 이제 유찰권을 다 소진했으니 다음에는 입찰자가 한 명도 없어도 무조건 경매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 알았어.”
루빈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곤 산 아래를 내다보았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산의 중층부에 위치한 여러 전망대 중 하나. 경매장에 와서 한가하게 이곳 전망이나 구경할 사람들은 없기에, 늘 한산한 곳이었다.
“도련님, 마지막 경매 일자는 내일 저녁입니다.”
“음. 그래.”
루빈은 난간 쪽으로 다가갔다.
휘이이.
바람이 불어와 그의 머리칼을 흩날렸다.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당장 3천만 릴크를 날리게 생겼는데!
‘어쩌면 우울해하시는 걸지도… 아닌가? 담대한 건가?’
쿠제 눈에는 루빈의 침착함이 너무나 불안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렴, 지금껏 성공 가도만 달려오던 도련님이다. 실패를 맛볼 때도 됐지.
“여기선 경매장이 모두 내려다 보여.”
“…예, 그렇군요.”
쿠제도 루빈과 함께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차양층 구역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톨로이스 산 중간에 만들어진 인공의 거대한 차양. 그 차양을 채우고 있는 게 바로 거대한 경매장이었다.
하루에도 엄청난 수의 경매가 벌어지는 현장은 지상의 도시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
때마침, 저녁이 오면서, 경매장 골목골목 불빛들이 하나둘씩 돋아난다.
“이 경매장의 사방위(四方位)가 뭘 뜻하는지 알지?”
경매장은 동서남북으로 나눌 수 있었다. 각각의 구역엔 취급 물품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북쪽은 장신구와 무기류, 동쪽은 보석과 잡화류, 그리고 서쪽은 마도구입니다.”
그렇게 대답한 쿠제. 자연스럽게 그의 눈길은, 말하지 않은 단 하나의 구역으로 향했다.
‘경매장의 남쪽 구역.’
톨로이스 경매장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쿠제였지만, 남쪽 구역에서는 뭘 취급하는지 알지 못했다.
사실, 그만 모르는 게 아니다.
그건 이 세상의 비밀 중 하나였으니까.
다른 구역들이 불빛을 밝혀둔 이 시간, 남쪽구역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마치 케이크에서 그쪽만 도려낸 것처럼.
“남쪽 구역에도 다른 곳처럼 골목과 건물들이 있어. 다만 사용하지만 않을 뿐이지.”
루빈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기억과 각오의 경매장.’
루빈이 알고 있기로, 남쪽 구역은 기억과 각오를 취급하는 경매장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쿠제에게 이 사실을 알려줄 시기는 아니었다.
-기억과 각오의 경매장?
하네케만이 그가 삼킨 말에 반응할 뿐.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죽기 전에 어머니한테 들었던 이야기니까.’
-저곳 역시 텔마흐와 관련된 장소던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당연한 일 아닐까.
어머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니었지만, 기억도 각오도, 누구의 손에 쥐어져 있는지는 자명했다.
‘저 경매장 구역은 비정기적으로 개방된다고 했습니다. 저곳을 관할하는 건 아마 제국의 황제일 겁니다. 어쩌면 저게 톨로이스가 릴리크 제국의 시대에도 본래의 형태로 유지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고요.’
기억과 각오를 경매한다니. 설명만으로는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머니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차단된 구역에서 대체 어떤 기억을, 어떤 각오를 경매한다는 거지? 어떻게? 왜?
그때였다.
“도련님.”
“음?”
“티나 님이 아직까지 오지 않는 게 심상치 않습니다. 혹시…….”
루빈은 쿠제의 말을 잘랐다.
“길을 잃었겠지.”
“…….”
“그것보다 쿠제, 지금 네 통신석이 반응하고 있어.”
“아……!”
쿠제는 자신이 움켜쥐고 있던 그 통신석이 푸르게 빛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경매장 담당자에게 지급받은 통신석이었다.
경매장이 워낙 크고 넓었기에, 담당자는 의뢰자와 통신석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일종의 호출기였던 셈.
“담당자가 왜 찾는지 모르겠지만, 곧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난 숙소에 가 있을게.”
쿠제는 빠른 걸음으로 전망대를 내려갔다. 루빈은 슬쩍 남쪽구역을 쳐다본 뒤, 숙소로 이동했다.
‘기억과 각오의 경매장의 실체가 뭘지. 지금은 때가 아니다. 나중에 힘을 기른 후에 제대로 마주할 때가 오겠지. 그나저나…….’
루빈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쿠제가 어떤 호출을 받았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드디어 킹븐이 나선 건가?’
아닌 게 아니라, 담당자를 만난 쿠제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을 마주하고 있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사레까지 들린 쿠제가 되물었다.
“…지, 진짜입니까?”
“하… 이것 참, 저도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희소식 아닙니까.”
“희소식…이긴 한데.”
“그쪽 도련님께 전해드리십시오. 내일 경매장에 정확히 41명의 입찰자가 모일 예정이라고요.”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딱 맞아떨어지는 숫자네요. 혹시 경매장에서 어떤 조치를 해주신 겁니까?”
담당자는 물범의 가죽을 만지작대며 피식 웃었다.
경매장에서 조치를 해준다고? 신분이 철저히 가려진 이곳에서 무엇을 알고, 또 무얼 믿고 그런 조치를 해줄 수 있겠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
“엄밀히 말해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죠. 6321번 의뢰자께선 입찰 희망자 40명을 바라셨던 모양인데, 정확히 41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