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Assassin of the Ronan RAW novel - Chapter (7)
암살검가 로이넨-7화(7/258)
제7화. 첫 번째 시험 (1)
다시 1년이 흘렀다.
아홉 살로 맞이하는 겨울, 1차 선택을 하루 앞둔 밤이었다.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선택 의식. 폭풍전야라 할 법도 하건만,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
물론 기대하지도 않았다. 가주로서 엄중한 태도를 고수하는 어머니에게서 어떤 응원도 받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도리언과 매피스에게도 그랬고, 회귀 전 나에게도 그랬으니까.
‘그래도 걱정 많은 퓌레는 내 곁을 지켜줬지.’
역시나, 불안과 초조가 뒤섞인 얼굴의 퓌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유모는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루빈 도련님, 후계자들이 암살검가에서 맞이하는 아홉 번째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하답니다. 특히 로이넨가 아이들에게는 더더욱이요.”
퓌레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창밖엔 눈이 퍼붓고 있었고,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신기한 눈으로 창밖을 보았다.
“와, 퓌레! 저기 봐, 눈이 내리고 있어!
그 천진한 모습에 퓌레는 피식 웃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아이다우시네요?”
“난 원래 아이인걸.”
문득 내 걱정이 됐는지, 퓌레가 미간을 좁혔다.
“다른 방계 가문의 자제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바깥세상을 체험했겠지만, 루빈 도련님은 이번 외출이 처음이시지요. 골목과 집들, 사람들과 물건들…. 이 모든 게 얼마나 낯설지!”
퓌레가 걱정하는 것처럼, 방계 가문의 아이들과 로이넨가의 아이들은 약간 다른 성장 환경을 갖는다.
방계 가문의 아이들은, 고립된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오직 로이넨가의 자제들만이 안개 성벽 안에서 비밀스럽게 자라는 것이다.
도리언과 매피스가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그들이 애초에 그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차 선택 이전에 한 번도 바깥세상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바깥세상이 처음인 아이에게, 눈에 보이는 모든 건 신기한 정도가 아니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테니. 이런 환경에서 본가의 성적이 좋기는 어려운 법이다.
“퓌레, 시험 장소는 어딜까?”
“그건 저도 모른답니다. 작은 마을일 수도, 요새일 수도, 어쩌면 사람 하나 없는 밀림 속일 수도 있어요. 오직 ‘칙명부’만이 알고 있겠지요.”
암살검가의 1차 선택이란, 이처럼 비밀스럽다. 하지만 이는 매년 치러지는 커다란 행사였다.
황제의 암살 명령을 암살검가에게 전달하는 비밀 조직 ‘칙명부’의 수장도 매년 직접 참관하여, 차후 황제의 비수가 될 아이들을 관찰했으니. 결코 가벼운 행사는 아닌 셈이다.
나는 목표 성적을 가늠했다.
‘현실적으로는 3위나 4위가 적당하겠지. 벌써부터 황제의 칙명부에게 눈도장 찍히는 건 좋지 않을 테니까.’
상식적으로는 그게 맞았다.
하지만 그 정도 결과론 안 된다는 걸 난 잘 알았다. 칙명부의 관심을 끌게 될지라도 이번에는 무조건 1위를 해야 할 이유가 있었으니.
‘복수를 위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보구가 있으니까.’
긴장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내 태도에, 퓌레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얼른 주무세요, 루빈 도련님. 내일은 힘든 하루가 될 거예요.”
내가 맞이할 폭풍이 걱정되었는지, 퓌레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애잔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아이답게, 해맑은 미소로 답했다.
“걱정하지 마, 퓌레. 깜짝 놀랄 결과를 가져올 테니까.”
* * *
그랑버드.
말 그대로 거대한 새.
부리는 성벽의 망루만 하고, 깃털 하나는 사람 하나를 능히 덮을 크기다. 날개를 활짝 펼치면, 로이넨 저택 부지 전체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새.
누군가에겐 전설 속 동물, 소원을 이뤄주는 신수, 좋은 일을 예견하는 길조이지만…….
나에게 그랑버드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그랑버드는 내 살을 파고드는 서늘한 칼날처럼, 비극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회귀 전, 로이넨가의 모든 것이 무너졌던 그때.
온 세상에 암살검가의 존재가 드러나고, 황제의 명에 따라 소집된 귀족 가문들이 조작된 정의를 기치로 내세웠던 그날.
우리 암살검가는 온 세상을 상대로 필사적으로 싸웠다.
전쟁터라는 무대는 암살검가에겐 낯선 곳이었지만, 우리는 올라야 했다. 병장기를 들고, 갑옷을 입었다. 암연을 펼쳐 우리의 영역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싸웠다.
하지만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수많은 적의 목을 베고, 쇄골을 부숴 검을 찔러넣었을지라도, 결코 극복하지 못할 존재가 있었다.
피로 물든 전장 위에, 갑자기 그늘이 드리워지던 그 순간.
날개를 펼친 그랑버드의 출현이었다.
활공하는 거대한 새를 보며, 나는 이를 갈았다.
무려 열세 마리의 그랑버드였다. 새들은 하늘을 지배하며, 지상 위의 모든 암살검가를 세상에서 지워내고 있었다.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을 난생처음 느꼈던 순간도 바로 그때였을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옆에 선 사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나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나. 어쩌면 그랑버드를 보고 겁먹은 꼬마처럼 보이겠는데.
“괜찮아. 좀 어지러워서.”
“처음에는 다 그렇습니다. 저리 난폭해 보여도 안전합니다. 잘 훈련된 그랑버드니까요. 괜찮으실 겁니다.”
내게 말을 건넨 자는 시험장까지 우리를 이끄는 ‘안내자’. 그들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황제의 하수인이라는 것밖엔.
안내자들은 검은 베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그들의 목적은 목적지까지 각 가문의 자제들을 안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다른 가문의 자제들이 하나씩 그랑버드 위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크로키슨, 레인크로키, 갤리오트릭, 스토네, 크리거, 칼크리드, 쿠니틀리, 본도그.
그리고 로이넨.
이번에 첫 번째 선택을 치르는 암살검가는 모두 아홉. 회귀 전의 그때와 같았다.
나는 가장 마지막에 그랑버드 위에 올라탔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각 가문의 자제들이 나를 향해 예를 표했다.
나와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는 쿤이 있었다.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쿤. 마음속으로 얼마나 욕을 해대고 있을지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휘이이이이잉.
곧 그랑버드가 날아올랐다.
거대한 날갯짓에 뒤따르는 광포한 바람 소리.
새벽이 끝나고 날이 밝아오는 하늘 위.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랑버드의 푹신한 깃털은 마치 땅 위에 선 것 같은 안정감을 준다. 이 거대한 새가 지상으로부터 수백 미터 위를 날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문득 지상을 내려다보고 싶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새의 등허리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몇몇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일어나 내 뒤를 따랐다.
“와아…….”
몇몇 아이들의 탄성.
지상의 숲과 강, 도시들이 조그만 점처럼 보였다. 다른 녀석들 모두 처음 보는 광경이겠지.
바람은 우리를 떨어트릴 것처럼 난폭했지만, 아이들은 암살검가의 자제들답게 두려움 없이 중심을 잡았다.
“이제 곧 시험에 대한 안내가 있을 것입니다.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 옆에 있던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나는 새의 어깻죽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거기엔 줄곧 침묵을 지키고 서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저자가 칙명부의 시험관이구나.’
칙명부는 황제와 직접 연결된 거대하고 막강한 기관.
지금쯤 시험 장소에는, 참가하는 가문의 가주들과 내 어머니 그리고 칙명부의 수장이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꼬맹이들. 잘 들어라.”
그랑버드에 우리를 태우고, 시험장까지 우리를 실어 나르는 이 시험관은 칙명부의 중간관리. 암살검가의 자제들쯤은 충분히 하대할 수 있는 자였다.
“두 번 설명하진 않겠다.”
물론 칙명부에 대한 암살검가의 태도도, 굴종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그저 황제의 말을 전달하는 것뿐이니.
하지만 지금 그랑버드 위에 타 있는 암살검가 사람들은 이제 막 시험을 앞둔 아홉 살 꼬마들에 불과하다.
이제껏 자신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나서는 외부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아이들 표정에 불안이 드리우는 건 당연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칙명부의 시험관은 오만한 얼굴로 웃는다.
“그랑버드 위에 올라탔다고 기뻐하지 마라. 여긴 놀이터가 아니다. 자칫 발을 헛디뎌 누구 하나 떨어진다고 해서, 시체 따위 주우려 착륙하지는 않을 테니까.”
중간관리의 표정에선 심지어 귀찮음마저 묻어난다. 매해 이렇게 암살검가 아이들을 태우며, 아이들에게 으름장을 놓았겠지.
“이번에 너희가 시험을 치르는 장소가 어딘지 아느냐? 바로 트룸벨이다. 트룸벨은 제국 중남부에 위치한 평화롭고 낙천적인 도시다. 근 100년간 가장 소란스러운 일이라고 해봐야, 오늘 너희 꼬맹이들의 시험 장소가 되었다는 것뿐이지.”
역시 칙명부에 소속된 자답게, 암살검가에 대한 존중 따위는 없다.
“지금 당장은 고작 아홉 살 꼬맹이들에 불과하지만, 너희들은 먼 훗날 제국에 괴담을 남길 암살자로 자라날 것이다. 폐하의 충직하고 날카로운 암살검이 될 너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트룸벨의 모든 귀족들께선 이웃 요새로 피신해 있는 상태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재밌는 표현이다. 다른 아홉 살 꼬마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다르다.
이 말은 시험과 무관한 행위를 하더라도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뜻이었다.
살생과 약탈, 그 이상까지도 방관하겠다는 말.
“하지만 너희들 모두 아직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했겠지. 아마 여덟 살 이후부터 훈련을 받는다지? 그게 너희들의 오랜 전통이라는 걸 안다.”
그는 양팔을 허리께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시험이 폐하의 검이 되기 위한 담금질이라고 생각해라. 여기서 너희는 실력을 겨루는 게 아니라, 너희의 지능과 재능, 본능을 겨루게 될 것이다. 올해엔 얼마나 괜찮은 떡잎들이 있을지 궁금하군.”
그 순간, 그랑버드가 날개를 접고 지상으로 급강하했다. 온 사방에서 바람을 찢는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후우우우웅.
온몸이 휘청거렸다. 아이들은 몸체만 한 깃털을 부여잡고 날아가지 않기 위해 버텼다. 이 순간까지 맨손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건, 쿤과 나뿐이었다.
시험관은 그런 우리 둘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내게 닿았을 때, 나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랑버드가 다시 적당한 고공에서 날개를 펼치며 활공으로 들어섰다.
“용케 안 날아가고 버텼군. 이어 설명하겠다. 이번 시험도,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방식 그대로다.”
시험관은 양쪽 허벅지에 매단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한참을 뒤적인 끝에, 그가 뽑은 건 작은 유리병과 시뻘건 쥐였다.
끼기긱. 끼기긱.
그랑버드의 거대한 날갯짓이 만드는 굉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관 손에 들린 쥐의 울음소리가 귀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나는 그걸 쉬이 알아보았다.
저건, 그냥 쥐가 아니다.
“내 왼손에 들린 건 이른바 ‘유령쥐’다. 아주 지독한 추적자지. 이 시뻘건 털로 뒤덮인 이 쥐는 조그맣지만, 귀여움이라고는 없는 놈이다. 너희 꼬맹이들과 친구 될 일은 없으니, 집에 돌아가더라도 괜한 떼를 부리지 말도록.”
암살검가의 아홉 살은 일반적인 아홉 살이 아니다. 암살검가에서 죽음이라는 단어의 울림이 남다르듯이.
계속되는 시험관의 조롱에 암살검가의 아이들 표정이 하나씩 구겨진다. 하지만 나서서 상황을 전복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이들은 잠자코 설명을 새겨 들었다.
“너희는 안내자와 함께 지상으로 착지하자마자, 이 유리병을 몸에 끼얹게 될 거다. 유리병 속에 담긴 특제가루를 충분히 몸에 묻히는 과정이지. 그 가루로 인해 너희는 유령쥐들의 추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유령쥐는 지독한 추적자였다.
특제가루가 묻은 표적과 유령쥐,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추적은 계속된다. 유령쥐는 도시 어디서든, 그 특제가루를 따라 참가자들을 찾아낼 것이다.
“너희 한 사람당 다섯 마리의 유령쥐가 따라붙을 것이다. 너희가 입고 있는 옷의 등 쪽에는 유령쥐가 뜯어내기에 좋은 리본이 꿰매져 있다. 유령쥐에게 그 리본이 뜯기는 순간, 그 꼬맹이는 탈락이다.”
칙명부 시험관은 참가 아이들을 쭉 훑어보더니 말을 이었다.
“유령쥐에게서 최대한 도망치는 것. 그게 이 시험의 첫 번째 득점 방법이다.”
그때 쿤이 손을 번쩍 들더니 시험관에게 질문했다.
“유령쥐한테서 도망치기만 해야 합니까?”
“무슨 뜻이지?”
“재량껏 유령쥐를 처리해도 실점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쿤을 관찰했다.
1년 사이 쿤의 신체적 성장은 놀라웠다. 아홉 살의 체격이라기엔 너무 컸고, 균형감각도 좋아 보였다. 저대로라면, 10년 후에는 완벽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의 육체가 될 것이다.
쿤의 암연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궁금했지만, 칙명부 앞에서 섣불리 암연을 드러낼 수는 없는 법. 나는 다음을 기약했다.
시험관이 몸을 돌려 쿤을 마주했다.
“이름이 뭔가?”
“쿤 크로키슨입니다.”
“아, 크로키슨 가문의 적자가 너로구나. 먼저 칙명부 수장께서도 너를 기대하고 계신다는 걸 알려주지.”
시험관의 만족스러운 표정.
“유령쥐에게 리본을 뜯기지 않으면 그만이다. 유령쥐를 처리하는 건 자유지만, 그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괜히 유령쥐에게 덤볐다가, 몸 어느 한군데를 잃을 수 있으니. 그래도 너라면 문제없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쿤 크로키슨.”
쿤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뒤, 시험관의 눈길이 나를 향했다. 일말의 호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눈빛. 필시 내가 본가의 자제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혈통만 좋다고 다 뛰어난 건 아니니까.”
시험관의 도발적인 한마디. 나를 보며 말한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닐 테지.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시험관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 너머로 쿤의 얼굴이 보였다. 시험관이 날 조롱하는 장면이 통쾌할 만도 하건만. 나를 쳐다보는 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1년 전의 그날을 떠올리는지, 쿤의 표정은 오히려 심각해졌다.
시험관은 목소리를 높여 설명을 계속해 나아갔다.
“유령쥐에게 리본을 뜯기지 말 것. 이것이 첫 번째 득점 기회다. 거기에 더해, 너희에겐 최종 승리를 위한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
최종 승리를 위한 조건. 이게 핵심이다.
그때, 그랑버드가 또다시 지상을 향해 날개를 접었다. 중심을 잃는 아이들이 있음에도, 시험관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지금 트룸벨 시민들은 영주의 명에 따라 모두 똑같은 예복을 입은 상태다. 그중 단 한 명의 목깃에, 조그마한 빨간 표식이 붙어 있다. 바로 그자가 표적이다. 그 본인조차 자신이 표적이라는 걸 몰라. 그냥 평범한 일상을 보낼 뿐이지.”
누구보다 먼저 그 사람을 발견하고, 그 빨간 표식을 떼어내는 것, 그것이 1차 선택의 승리 조건이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직업인지. 그런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다만.
“딱 한 가지, 표적에 대한 단서를 주겠다. 꼬맹이들, 잘 들어라. 머리를 굴려서 이 수수께끼를 잘 생각해 보란 뜻이다.”
시험관은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당신은 사라져 버린다.”
한 줄의 수수께끼. 그게 끝이었다.
아이들은 술렁거렸다.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과 정답을 아는 듯한 얼굴들이 뒤섞인다.
“자, 이 수수께끼로 마음껏 표적을 유추해 보도록!”
그랑버드는 어느덧 트룸벨 상공에 도착하여 떠다니는 구름들 곁에 멈추었다.
“꼬맹이들, 겁먹었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나? 폐하의 검이 되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너희 가문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축복일 테지. 있는 힘껏, 어떻게든 몸부림을 쳐서라도 시험에 성실히 임해라. 알겠나!”
나를 시작으로, 암살검가의 자제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방향을 선택해, 그랑버드의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꼬맹이들아, 이제 지상으로 내려가라! 시험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