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0)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0화(10/431)
제10화
드레이크의 앞에 선 서준의 눈에 상대의 얼굴이 비친다.
검은 수염과 깊게 파인 눈, 굳게 다문 입술에 잘생긴 중년 아저씨 같은 인상.
“흠. 이름이 뭐지?”
드레이크는 수염을 연신 쓸어댔다.
-드레이크 좀 놀란 듯 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이름 안 묻는데 많이 당황하셨나 보네 ㅋㅋㅋㅋㅋ
“무명.”
“좋은 이름이군. 무명. 강자는 존중받는 게 마땅하지.”
-캬
-그것들을 쳐내고 온 게 많이 당황스러우시죠? 저희도요 ㅎㅎ
-아니, 어떤 사람은 첫 번째 칼도 못 피해서 죽었는데ㅋㅋㅋㅋ 말이 되나 이게?
“그래서 내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
서준이 알기론 드레이크는 장비나 스킬로 어떻게든 칼을 피해 온 사람한테도 전력을 다했다.
촤르르르륵!
드레이크의 뒤편에서 끝부분에 뾰족한 날이 박힌 2개의 사슬이 부유해 서준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춤에 달린 쌍검을 뽑았다.
드레이크와 싸울 때는 튜토리얼의 에토르와 달리 조건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장비도, 스킬도 쓸 수 있고 기본 능력치를 올리고 도전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째서 지금까지 그를 못 깬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저 특유의 비산하는 무기에 있었다.
두 개의 허공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사슬은 공격이 불가능한 각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드레이크의 쌍검과 빈틈없이 연계해서 플레이어를 몰아세우는 게 가능했다.
허공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사슬이 서준의 눈에 들어왔다.
“암살하는 게임인데 싸움에 많이 진심이네요.”
-사실 게임사는 무쌍을 장려했던 게 아닐까?ㅋㅋㅋㅋ
-그렇다고 단순히 무쌍 막겠다고 피통만 늘려버리면 사람들이 욕해서 안 됨. 그리고 나는 이런 전투의 다변화도 좋은 듯.
-애초에 암살단의 여명에서 전투는 중요한 요소임.
서준은 채팅창을 힐끗 보며 웃고는 파이프를 마치 검이라 생각하며 자세를 취했다.
“크흐흐. 내가 먼저 가겠다!”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챙!!
드레이크의 쌍검과 서준의 파이프가 맞부딪혔다.
그리고 연이어 드레이크의 등 뒤에서 사슬이 그를 향해 쏘아졌다.
챙! 챙!
서준은 뒤로 물러나며 파이프를 연달아 휘둘러 쳐냈지만, 바로 이어서 드레이크가 다시 달려와 쌍검을 휘둘렀다.
드레이크가 주도권을 쥐었고 서준은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무명좌도 드레이크한텐 안 되나 봄
-애초에 저 연계를 어떻게 이기냐 불가능하다고 본다.
-파이프도 ㅈㄴ 오만이었지.
적어도 시청자들에겐 그렇게 보였다.
‘열세 명이랑 싸울 때보다 어렵긴 한데.’
하지만.
서준의 눈이 한층 더 깊어지고 사고가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떠오르는 것은 전생의 기억.
그것도 적진에 혼자 고립되었을 때.
‘그때는 4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검날이 날아들었지.’
그런 극악한 상황에서도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오히려 공격하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말이다.
서준이 순간 자세를 낮추며 드레이크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콰직!
드레이크의 뒤에서 날아오던 사슬의 날이 그가 직전까지 서 있던 곳에 박히고.
서준은 접근한 자신을 향해 내리치는 검을 튕겨냈다.
패링.
잡몹들에게는 즉사가 가능한 그로기 상태를 이끌지만, 드레이크 같은 보스에게는 공격 한 번 정도 넣을 수 있는, 보스가 잠깐 뒤로 주춤거리는 시간밖에 벌지 못한다.
그마저도 드레이크는 사슬이 비호 해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수만 번 검을 내려친 기억은 그에게 아주 익숙한 동작을 눈감고도 펼칠 수 있게 도와준다.
발을 딛고 단단한 하체에서부터 힘을 전달한다.
‘상단세.’
콰아아앙!
머리.
“크아아악!”
그 순간 채팅창에 올라오는 내용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 드레이크 왜 이리 쉽냐?
-ㄹㅇ 쉬워 보이네.
-팩트) 누가 하는 게 ㅈ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은 씹고수일 확률이 높다.
즐겁다.
검을 들고 맞부딪히고 내려치고 휘두르고 베는 이 순간만이 유일한 전생의 증거였다.
다시 연계가 시작되고, 서준이 패링을 쳤다.
즉시 사슬이 날아들었고.
서준은 매끄럽게 둘을 쳐내며 양손으로 검을 쥐고 상단세를 잡았다.
일련의 과정은 수십 년간 반복한 가장 익숙한 초식을 펼치는 무인의 그것처럼 부드러웠으나 방금 동작은 서준이 상황에 맞춰 임기응변으로 움직인 것이었다.
그 후에는 다시 무인의 기본인 종 베기.
즉.
머리.
콰아아앙!
몸이 바뀌었기에, 그리고 가상현실이기에 큰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오히려 반대였다.
그는 형과 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단 한 번의 휘두름에도.
발 딛음, 다리의 자세, 상체의 비틀림, 팔의 동작, 전부 매 순간 최적의 자세로 조율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몸이라도 말이다.
콰아아앙!
사슬을 파훼하고 드레이크의 머리를 내리치는 일을 쉴 새 없이 반복하자.
콰아아앙!
콰아아앙!
어느새 드레이크의 HP가 전부 소진되었다.
[디셈블러의 보스 드레이크가 죽었습니다] [질서의 파편(1/4)을 획득합니다]알림창이 떠오르고 드레이크도 쓰러지자 전투로 잔뜩 고양됐던 감정이 차분해졌다.
이어서 채팅창을 보자.
-무명은 신이야! 무명은 신이야! 무명은 신이야! 무명은 신이야!
-엄마 내가 또 퍼클을 봤어요! 엄마 내가 또 퍼클을 봤어요! 엄마 내가 또 퍼클을 봤어요!
-아니 진짜 개 쉬워 보이네. 한 대도 안 맞고. 드레이크 오늘 딱 대라 ㅋㅋㅋ
[‘조선의암살자’님이 100,000원 후원!] [이게 무쌍의 희망이다!]“조선의 암살자님 십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아, 근데 이것도 최초로 클리어였어요?”
-ㅇㅇ
-네
-실력 검증을 이런 식으로 해? 미쳤다.
-그냥 혼자 다른 게임 하네ㅋㅋㅋㅋ
[‘숟가락살인마’님이 10,000원 후원!] [난 그것보다 파이프로 꾸역꾸역 잡은 게 소름임ㅋㅋㅋㅋ 데미지 증가 버프 없었으면 어쨌냐.]-파이프 살인마 씹ㅋㅋㅋㅋㅋㅋㅋ
-어쩌긴 뭘 어째. 그래도 잡았겠지 ㅋㅋ 이게 더 소름이네ㅋㅋㅋ
“숟가락 살인마님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서준은 웃으며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시청자 447명]어느새 시청자가 늘어나 있는 걸 확인한 서준의 눈이 커졌다.
팔로워 수보다 조금 더 많은 수의 사람들.
방송하다 보면 시청자에 연연하지 않는 게 좋다지만, 초반보다 늘어난 시청자 수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들이 이탈하는 것보다 들어온 수가 많다는 뜻이니.
“자 근데, 경비대는 안 오죠?”
-ㅇㅇ
-이 세계 경비대는 K 웹툰 속 경찰들 급임ㅋㅋㅋㅋㅋ 임무 할 때는 절대 안 나타남
-하지만 소매치기할 때는 나타나지.
-K 웹툰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군요. 그러면 이제 극단에서 나가야겠네요.”
서준은 반파된 무대와 시체가 쌓인 계단, 그리고 깨진 유리 조각들이 널브러진 입구를 지나쳐왔다.
그렇게 극단에서 나오자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적인가 싶었지만, 그 아래에서 찰랑이는 금발을 보고 금방 정체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서준을 보고는 후드를 벗었다.
예상대로 크리스티나였다.
“무명. 드레이크를 처리한 건가? 수고했어.”
크리스티나가 말했다.
“네 덕분에 우리는 한층 더 압제에서 벗어났다. 고맙다.”
[돈을 획득합니다.] [평판이 오릅니다.]크리스티나가 건네는 주머니를 받자 알림이 떠올랐다.
“임무 받고 잡은 게 아닌데 보상을 주네요. 돈은 쓸 데도 없는데.”
-ㅇㅇ 의뢰받지 않아도 보상은 줘요.
-하긴 파이프가 길거리에 넘치는데, 돈이 왜 필요함 ㅋㅋ
-진짜 드레이크도 어이 없겠누
서준은 아무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리에 서서 반쯤 엉망이 된 극단을 마주 봤다.
“그러면 이제, 암살 성공인가?”
누가 봐도 패싸움을 한 것 같은 극단의 모습이었지만 서준은 표정 하나 안 바뀐 채로 말했다.
-???
-?????
-우린 이걸 암살이라 합의한 적이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 표정 하나도 안 바뀌네
-이런 뻔뻔한 게 매력이지.
“저도 동의합니다. 암살하는 게임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요, 뭐.”
채팅창엔 갈고리(?)와 ‘ㅋㅋㅋ’ 가 반반씩 올라왔다.
-음! 그것이 암살이니깐!
-펀쿨섹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서준은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느꼈다.
“자, 그럼 방종할게요. 오늘 할 거 다 했네요.”
-아 잠만….
-좀만 더 놀자
-왜 이렇게 쉽게 끝났어 ㅠㅠ
-난 최소 오늘 10시간은 할 줄 알았는데….
-칼 방종 멈춰!
“트바!”
* * *
“후.”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서준은 헤드기어를 벗었다.
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손을 쥐었다 펴보고, 다리도 쫙 뻗어 기지개도 켜면서 몸을 푼 뒤 일어났다.
‘쟨 뭐냐.’
캡슐에서 나오자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던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야, 내 방에서 뭐 해?”
“어, 나 오늘 휴방이라 너 방송 보고 있었지. 재밌더라.”
태우는 휴대폰을 돌려 서준에게 흔들었다.
“지금은 커뮤 보고 있고.”
“반응은 있냐?”
커뮤니티의 위력을 실감했던 서준으로서는 나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뭐 440명이 본 것 치고는 화력이 뜨겁다.”
턱.
서준은 태우가 던진 휴대폰을 받고, 무슨 내용이 쓰여있는지 확인했다.
[드레이크 위치 정보 신루트 정리]서준이 조직원 한 명만 남겨두고 계속해서 묻는 장면이 클립 (스트리머의 방송화면 중 일부분의 구간을 잘라서 하이라이트를 만드는 기능) 형태로 올라와 있었다.
-오. 저런 방법이 훨씬 편할 듯.
└ 패링 치기 꽤 어려움.
-진짜 악마다 ㅋㅋㅋㅋㅋㅋ
-저 사람 누구임?
└어제 무명좌임.
[얘들아 근데 질서의 파편은 뭐냐? 나 게임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나도 베타도 했었고 오픈하고 엔딩도 봤는데 저거 본 적 없음.
└??? 뭐야.
-드레이크 잡으면 주는 거 아님?
└ ㄴㄴ 드레이크 잡는다고 저런 거 안 줌. 무쌍으로만 잡아야 주나 본데? 저거 뭔지 ㅈㄴ 궁금하다…
이런 정보 글들이 우선적으로 올라왔고.
[무명좌 방송 보고 왔다.]===
한 줄 요약: 무쌍의 시대가 열렸다!
===
-무쌍의 시대가 열렸다! (어제 에토르한테 처맞음.)
└ + 오늘은 드레이크한테 맞을 예정.
└ 너희 둘 다 내 캡슐 해킹함? ㅁㅊㅋㅋㅋㅋㅋ (글 작성자) -이제부터 무명좌 의심하는 새끼는 전부 내 적이다.
-에토르 퍼클 실력을 검증하라 해서 드레이크도 퍼클 했습니다만 문제라도?
└라노벨 제목 같네 ㅋㅋㅋㅋㅋ
방송 내용을 두고 떠드는 유저들도 있었다.
그리고 서준의 방송 내용을 정확히(?) 요약한 게시글도 있었다.
[요즘 느와르 각본 줄거리: 소매치기나 하던 소시민 은둔 고수를 조직원이 잘못 건드려서 파이프로 조직이 몰살당함.]-팩트)다
-작가 수듄ㅋㅋㅋㅋ
-영화 소프트는 반성해라
하나둘 서준과 관련된 게시글들이 추천을 받고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야 이렇게 커뮤니티가 돌아간 거였구나.”
[인방 얘기 그만해라 ㅈ방충 놈들아!] [지들만 아는 거 신나서 떠드는 거 찐 같으면 개추.]서준에 관한 내용이 30추 글이 넘어서 사람들이 많이 보기 시작하자 어제와 같이 그들을 욕하는 내용의 글이 자유 게시판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 원래 빠가 생기면 까도 생기는 거야. 관심만 받을 때는 좋았지?”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데?”
“뭘 어떡해. 시청자 수가 400명이었는데. 커뮤 보는 사람은 만 명이 넘어요.”
즉 유명해지라는 말이었다.
대부분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문제는 ‘어떻게’다.
그때 한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드레이크가 잡혀서 덜덜 떨고 있는 알파카는 발굽을 들어 올려 주세요ㅋㅋㅋㅋ]서준은 눈을 빛내며 게시글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중견 스트리머가 호언장담하며 켠왕을 하는 발언이 담긴 클립이 있었다.
서준은 클립 링크를 타고 그 스트리머의 방송에 들어갔다. 생방송 중이었다.
가만히 방송을 지켜보던 서준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어쩌면.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너 알파카란 스트리머분 알아?”
“알파카 형? 어, 몇 번 합방한 적도 있고, 친구 되어 있긴 한데 왜?”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서준은 그의 침대에서 부스러기를 흘려가며 과자를 까먹는 태우를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럼. 뭐 좀 하나 부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