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03)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03화(103/431)
제103화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살핀다.
1년이나 다녔지만 아직 싱그러움을 간직한 신입생이 지나친다.
이제는 대학의 꿈과 낭만을 잃어버린 신입생도.
진작에 내다 버린 고학년들도 마찬가지로 그를 지나쳐 정문을 넘는다.
여러 부류의 학생들.
그리고 지금 여기.
전재훈, 협을 위하여 닉네임 천하제1검객은 그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코트에 있는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입가에 건 채로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모습은 분명 그 자체만으로 위협적이었고 그도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국 최고의 명문대, 한국대.
‘이곳에는 괴물이 산다.’
비유적 의미가 아니다.
검객은 그렇게 생각하며 횡단보도의 불이 바뀌자 몰려드는 인파 속에 끼어들어 캠퍼스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하루 안 갔다고 이래야 하다니…….’
아침 6시에 일어나 체육관에 가 한 시간 정도 운동하는 건 분명 바람직한 일에 속한다.
그냥 운동도 좋다.
그런데 아침 운동은 몸을 깨워 줄 뿐만 아니라 루틴을 만들면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갖게 된다.
그러니 그에게 유익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은 몸에 좋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
만약에 인간이란 존재가 이로운 일만 하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회사는 망했을 것이다.
게임 시장은 몰락하고, 요식업 시장은 건강 위주로 재편되었겠지.
그러니!
그가 오늘 아침에 체육관에 나가지 않은 것은 게임 시장의 세계적인 성공만큼이나 당연한 사실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조금만 참자.’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는 곧 휴학한다고 했다.
그러니 딱 한 달 정도만 조심하고 붙잡히지 않으면 된다.
[무슨 일 있니?] [혹시 다쳤으면 푹 쉬고] [잘 쉬는 것도 운동이니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체육관에서 만나 친해진 형들이 걱정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들은 그가 운동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즐기는 자의 경지에 올랐고 막상 가면 또 할 거지만 그것과 운동하러 가는 건 별개의 문제다.
‘그래도 이런 격려를 들으니 또 하체를 하고 싶긴 한데.’
이건 중독이다.
운동도 도파민을 뿜어내고 중독이 된다.
괜히 헬창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의외로 이러한 성취감은 성공의 원동력이 되는 만큼 중독성이 강력하다.
인간 생존에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중독도 오늘 아침에 온 메시지 하나만 보면 싹 치료가 가능하다.
[진서준: ?]다른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물음표 하나.
저 물음표 하나만 보낸 게 너무 무섭다.
그래.
이제는 사제의 연을 끊을 때가 됐다.
전장도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지 않은가.
그는 인파 속에서 주변을 살폈다.
언제든 몸을 가릴 수 있게 지형지물과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파악한다.
‘야생동물은 매 순간이 이렇겠지.’
어째서 다람쥐나 다른 야생동물에게 먹을 걸 주기가 그렇게 힘든지 깨달았다.
그들은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한다.
학교가 얼마나 큰데 만날 걱정을 하냐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자연도 마찬가지다.
다만 몇 년을 살아남았어도 한순간의 방심, 혹은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게 피식자의 운명이기 때문에 그들은 경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툭툭.
누군가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보다 키가 살짝 더 큰 재수 없게 생긴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 이럴 위험이 있어서 오늘 조심하긴 했는데 진짜 만날 줄은 몰랐네.
차라리 그냥 일찍 등교하거나 내일부터 도망칠걸.
“뭐하냐?”
야생이란.
살아남기 힘든 거구나.
그는 방금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 * *
“아…… 그게. 몸살감기 때문에…… ”
“아. 마스크도 그래서 낀 거지?”
“네……? 네! 아. 당연하죠. 남한테 옮으면 안 되니깐요.”
“그래. 그러면 내일이면 다 낫겠네. 그렇지?”
검객은 마치 서준이 다 알고 있지만 한 번만 넘어가는 투로 말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몸살감기를 누가 하루 만에 다 나아!
그러니 저건 협박이 분명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두 번.
점점 빠르게.
“그래. 내일부터 다시 보자.”
“넵!”
그리고 서준이 눈치챘다는 그의 직감은 사실이었다.
서준은 속으로 웃으며 수업 잘 들으라고 한 뒤 정문에서 나왔다.
‘어딜 빠져나가려고.’
서준은 근처 음식점에 들어갔다.
시간은 2시라 점심을 먹기에는 좀 늦지만, 시간표가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여유롭게 밥이나 먹고 약속 장소에 나가야지.
‘그나저나.’
요즘 들어 자꾸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캠퍼스 내에서, 대학로에서.
기분 탓이나 도끼병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서준은 본인의 감각을 신뢰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 맞았다.
실제로 대학교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가끔 올라왔기 때문이다.
[한국대 최대 아웃풋. 천마14. ㅇㅈ???]-마교도가 또…
-그게 뭔데 ㅋㅋㅋㅋ
-한국대에 이렇게 사마외도의 길을 걷는 자들이 많을 줄이야. 갈!
-아튭 링크 들어가 보니 개잘생겼네
-한국대에서 나온 기업가들? 투자자? 개발자? 그래서 ㅋㅋ 걔들이 천마보다 검 잘 씀?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들
이런 게시글의 특징은 댓글이 조회수에 비해 엄청나게 적게 달린다는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협을 위하여는 마이너한 편에 속하기 때문.
그럼에도 서준에 대한 인지도는 저런 글들이 쌓이면서 학교 내에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스트리밍을 시작하기 전까진 SNS도 안 했던 서준으로선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음? 얘도 휴방했네.’
밥을 먹으며 아이튜브를 내리던 서준의 화면에 태우의 공지가 떴다.
구독은 해서 그렇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오늘은 휴방하겠습니다.]태우의 휴방 공지였다.
아까 나간다고 하더니 늦게 들어오려고 그러는 건가?
아무래도 미팅 이후 저녁은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준은 자연스레 댓글을 확인했다.
그와 비슷할까?
-첫…살인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련하네
└태우야 밤길 조심해라 ㅋㅋㅋ
└미친ㅋㅋㅋㅋ
-그럼 도대체 날이 어때야 휴방을 안 하는지 심히 궁금합니다.
-이 새끼 초심 언제 찾음? 맨날 휴방이야
└초창기 방송 안 봄? 맨날 엄크 터져서 급방종에 휴방에, 절대 초심 찾으면 안 된다 태우야
비슷하군.
비슷하네.
‘역시.’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서준은 생각했다.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태우는 성공적인 스트리머다.
캡슐 초창기라 할 수 있는 7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성장해 온 스트리머.
그러니.
‘더 배워야겠군.’
서준은 순간 자신에게 부족함을 느끼며 학습의 열의를 불태웠다는 무슨.
이렇게 보니 그가 오늘 쓴 휴방 공지가 얼마나 시청자 입장에서 열받는지 깨달았다.
[오늘 방송? 아아. 새 시대에 두고 왔다!]-양심도 함께 두고 오셨나 보네요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모두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배가 아파서 좋은 하루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 방송은 아시죠?]-집 주소 대면 유산균 보내주겠습니다. ㅎㅎㅎ 어서 대시죠?
[집에서 키우는 참새가 캡슐 내부 회선을 쪼아 먹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처구니가 없네
-참새 키우면 불법입니다. 앞으로 계속 휴방하실 수 있게 신고해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무한 휴방 부럽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
좋은 반면교사였다.
* * *
“안녕하세요. 인디 게임 개발사 몬스터의 박혁수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오고 싶어 하셨는데 아무래도 신작 출시까지 3일밖에 안 남아서 많이 바쁘시거든요.”
“괜찮습니다.”
이해하고 말고도 없다.
아무리 소규모 개발사라 하더라도 이런 일에 대표가 나오는 것과 안 나오는 것 둘 중 하나를 굳이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안 나오는 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네네. 그러면……. 음. 다른 한 분이 오시면 설명을 시작할까요?”
아직 2분 정도 남아 있다.
“그렇게 하시죠.”
서준은 탁자 위에 놓인 음료수를 쭉 빨아 먹었다.
그리고 2분이 지났다.
안 왔다.
박혁수가 당황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두드렸다.
“하하, 아무래도 다른 스트리머 분께서 좀 늦을 것 같다네요.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얼마나요?”
“30분 정도…….”
“음…….”
그럴 수 있지.
“그럼 이제 그 상대가 누군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서프라이즈가 낫지 않을까요?”
3일 남았는데? 정말로?
“만약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저 진짜로 계약서에 도장 안 찍을 수 있습니다. 진짜로요.”
“걱정마시죠! 서준 님도 아시는 분입니다!”
음. 알파카 님인가?
아니면 협을 위하여에서 좀 친한 사람 중 스트리머가 있었나?
방주는 이런 게임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불길하다.
태우가 생각나서 그렇다.
그러나 정말로 그 자식이라면.
태우는 4시에 있을 미팅을 위해 아침부터 나갈 준비를 했단 뜻이 된다.
그렇게 일찍 준비하던 놈이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렇게 일찍 준비해놓고 30분이나 늦는다고?
‘에이 설마 사람이라면 이러지는 않겠지.’
서준은 그렇게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태우를 배제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원망하지 마시고. 일단 게임부터 먼저 설명해 주세요.”
“넵. 우선 저희 게임 제목은 메일로 확인하셨다시피 Two Heads are Better입니다.”
한지민이 수많은 게임을 분류하고 요약해준 덕분에 메일로 왔던 대부분의 게임에 대해서 전반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일단 이 게임을 선택한 만큼 개발자 입장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Two Heads are Better.
정확히는 영어 속담인 Two heads are better than one에서 뒷부분만 간략하게 자른 제목이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협력 게임의 특징을 잘 설명하는 글이다.
“기본 스토리는 게임을 개발하던 두 친구가 거하게 싸우고 개발이 중지되자 마법의 힘이 그 둘을 개발이 중지된 게임 속으로 넣어 버리는 걸로 시작하죠.”
개발자.
이 대목에서 서준은 계속해서 묻고 싶던 걸 말했다.
“혹시 반쯤은 경험담인가요?”
“……사심이 안 들어갔다고는 할 수 없죠. 하하. 어쨌든 진행은 꽤 정석적입니다.”
서로 협동해서 기믹을 풀어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코옵게임의 정수다.
그리고 이런 게임은 상대방이 똑똑하거나 피지컬이 좋아야 보통은 이가 안 갈린다.
그때.
짤랑.
카페의 유리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어서…….”
그리고 상대를 확인한 서준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뭐야.
진짜 태우잖아?
“안 하겠습니다.”
즉시 결론을 내렸다.
“예. 예?”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협동 게임은 답답하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일정 수준 이상의 지능과 실력이 필요하다.
더 말하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