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0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04화(104/431)
제104화
순간 박혁수가 당황했는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방금 막 들어온 태우는 뭐가 뭔지 모르지만 일단 음료를 시키고 오겠다고 했다.
“어, 어…….”
어만 반복하는 박혁수를 보며 서준은 웃었다.
계약 안 하겠다는 건 농담이다.
괜히 서프라이즈로 계속 숨겼길래 그도 장난 좀 쳐 본 거다.
“서준 님 한 번만 재고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3일 남았어요!”
그러게 누가 그렇게 늦게 연락하래?
아마도 그의 시청자가 빠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렇게 일정이 촉박해진 것 같은데, 거기다가 또 서프라이즈랍시고 상대방을 숨긴 거에 대한 사소한 복수다.
판단이 옳기는 했다.
합방 상대가 태우라면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합방을 아직 한 번도 한 적이 없기도 하고.
알파카와의 뒤풀이에서 친구인 걸 밝혀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기도 했다.
“제발 한 번만 재고해주세요! 혹시 무슨 일 생기셨어요? 싸우셨나요?”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문장이 얼굴에 떠올랐다.
“농담입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박혁수는 그제야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리고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서준의 뛰어난 청력은 이를 캐치했다.
“상승장에 못 타는 줄 알았네…….”
상승장?
갑자기 무슨 상승장을 말하는 거지?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김태우입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태우가 음료를 받아 와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일 적으로 만난 게 조금 생소한 서준과 달리 태우는 크게 당황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태우가 귓가에 속닥였다.
“뭐야 넌 왜 여기 있냐?”
“나도 섭외됐으니깐?”
“아하. 근데 왜 나랑 같이 미팅을 잡은 거지?”
음.
이놈 이거 2인 협동 게임인 걸 까먹은 게 분명하다.
처음엔 농담으로 하지 않겠다고 한 건데 뭔가 진짜로 같이 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그때 태우가 무언가 뒤늦게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무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농담.”
그걸 누가 믿냐.
태우는 MCN에 속한 스트리머다.
그러니 광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쪽에서 알아서 다 조건을 협상하고 광고 내용도 요약해주기 때문이다.
그저 적당히 듣고 판단한 뒤에 하라는 거 하면 되는 편리함, 그게 바로 MCN에 들어가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해도 게임이 2인 플레이인지 1인 플레이인지 까먹는 건 좀…….
항상 느끼지만, 얘는 7년 동안 어떻게 스트리머를 해 온 건지 참으로 궁금하다.
알고 보면 스트리머 쉬운 직업일 수도?
“그래서 게임 스토리가 뭔가요?”
박혁수는 늦게 온 태우를 위해 다시 기본적인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2인 협동 게임을 우리 둘 보고 하라는 거죠?”
“네. 또한 같은 날에 플레이할 스트리머 분들이 한 팀 더 있을 예정입니다.”
“흠. 그쪽 팀이랑 경쟁은 없고요?”
“네? 아니 경쟁을 왜 합니까?”
“누가 먼저 클리어하는지 내기하면 재밌을 것 같잖아요.”
“하하…….”
“그래서 그 다른 팀은 누군데요? 아는 사람이면 한번…….”
박혁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게, 경쟁을 통해 홍보가 되면 저희야 좋긴 하지만 그렇게 큰 효과가 없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들의 목적은 홍보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경쟁하면서 빨리 깨는 데에 급급해지면 게임의 매력을 다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박혁수로서는 이를 반드시 막아야 했다.
“누구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그렇겠죠.”
“그러면 왜…….”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서요. 흐흐. 얘 실력 알잖아요.”
태우는 서준을 믿고 있었다.
하아.
같은 한숨 소리가 박혁수의 얼굴에 다시 떠올랐다.
피곤해 보이시네.
“하하…….”
“농담이고요. 아무튼 재밌을 것 같네요.”
“그것 참……. 다행이네요.”
벌써 진이 다 빠져 보이자 갑자기 아까 장난친 게 괜히 미안해진 서준이었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저희 게임의 첫 번째 챕터의 테마가 공포에요. 다행히 서준 님은 겁이 많으시다고 하셨죠?”
“네?”
“네?”
* * *
산 넘어 산이다.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박혁수는 갑자기 회사의 대표님이 보고 싶어졌다.
대표님.
우리 망한 것 같아요.
진짜로요.
“저희 잘못이네요.”
“…….”
“메일을 괜히 꼬아서 쓰고, 이상한 부분을 못 느껴서 확인도 못 하고, 일정도 빠듯하게 잡은 저희 잘못…….”
“에이. 이런 일 해보신 것도 아니잖아요.”
태우의 위로에 박혁수는 더더욱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이신데 이 정도면 잘한 거예요.”
그런가.
“저하고 얘를 선택했잖아요. 그 정도면 다 한 거죠.”
박혁수는 다시 한번 큰 한숨을 내쉬었다.
공포를 못 느낀다니. 아예 못 느끼는 수준이라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허세 부리네 라며 넘어갈 수 있지만, 저 스트리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허세를 부린 적이 없었다.
지난 방송 역사를 살펴보면 하는 말마다 듣기엔 황당했지만, 결과적으로 진실만 말한 스트리머 아닌가.
이런 일로 허세를 부릴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메일을 잘못 써서 보낸 그의 잘못이 명확하다.
‘스트리머로서’를 강조하거나 아예 다르게 물었어야 했다.
후우우.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박혁수는 양 볼을 손바닥으로 짝! 내리쳤다.
어쨌든.
인제 와서 무르려면 무를 수 있긴 하지만, 다른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
다른 후보군을 짜둔 게 있지만, 그들이 받아줄까?
3일, 아니 이제 2일하고 8시간 남은 일정에서?
‘좋게 좋게 생각하자. 오히려 좋을 수 있어.’
그래.
다른 한 팀은 공포를 잘 느끼는 스트리머들인 건 확실하다.
어쩌면 각각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게 그림이 더 잘 나올 수도?
어떻게든 합리화를 끝마친 박혁수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말했다.
“잠시 전화 좀요.”
“넵.”
생각해 보니 어차피 그가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눈에 생기가 돈 이유였다.
약 30분 정도 후 박혁수는 전화를 끝마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좋습니다.”
“그대로 가시는 건가요?”
서준이 말했다.
“네.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일단 바꿀 수 없으니 그냥 밀고 나가자.
이게 팀원들의 결정이었다.
박혁수는 서준과 태우에게 미리 말했던 조건들이 적힌 계약서를 건넸다.
“조건은 게임 발매일 날 스트리밍을 4시간 이상 하는 것과 아이튜브에 1주일 내로 영상 2편을 올리는 것입니다.”
“네 맞네요.”
“확인했습니다.”
미팅이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다.
아니. 잘 마무리된 건지는 모르겠다.
모든 건 결과가 말해주겠지.
상승장에 물렸는지, 아니면 상폐될 건지, 혹은 전고점을 돌파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미리 정해 두시면 좋은 게 있는데 보통 협동 게임에서는 보조하는 역할과 직접 기믹을 수행하는 역할이 나뉘어요.”
특히나 2인 협동 게임일 경우 그렇다.
“그래서 둘 중 누가 보조를 할지 미리 정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챕터가 넘어가면서 그 역할을 공평하게 바꿔주긴 하지만, 챕터 내에서는 안 바뀌니깐.
그런데 딱히 의미는 없다.
굳이 역할을 구분하긴 했지만, 협력 게임은 보통 둘 중 누군가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거나 더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 내가 기믹 해야지. 서준아 너는 보조나 해라.”
“왜? 내가 더 잘하는데?”
박혁수는 둘의 대화를 듣다가 수긍했다.
저 스트리머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겠지.
“뭐래……. 는 맞긴 하네. 그래. 너가 더 잘하긴 하겠지. 근데 원래 보조를 더 잘하는 사람이 맡아야 게임이 더 쉬워져.”
“어렵게 해도 상관없는데?”
“내가 상관있거든.”
뭔가 싸움이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에 박혁수는 오해를 정정하기 위해 말해줬다.
“보조라고 해도 비중이나 난이도가 더 낮거나 높지는 않아요. 정말 상관없어요. 그러니…….”
서준이 말했다.
“들었지? 그러니 너가 보조해.”
“싫어.”
흠.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건가?
박혁수는 둘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왜 서로 보조를 안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그냥요?”
“얘가 하고 싶다고 해서요.”
첫 번째 질문은 태우의 대답이었고 두 번째가 서준의 대답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박혁수는 해맑게 웃었다.
‘이 광고 잘 될까?’
그들 회사의 상장 폐지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제발 잘 되길.
* * *
다음 날.
[10단계 AI를 생성합니다.]연무장.
가상의 세계 속에서 한 여성이 10단계 AI를 소환했다.
10단계 AI와 싸울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9단계 AI를 이긴 자들뿐.
그러니 여성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자명했다.
그러나.
여성의 정체를 알면 단순히 뛰어나단 수식어만으론 그녀를 설명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신하연.
3회 연속 세계대회에서 우승했고, 작년에는 다시 왕좌를 쟁취하고 올해에는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초창기 프로 게이머.
초창기 프로 게이머라 함은 6년 전 대회가 생기면서부터 존재했던 선수들을 말한다.
그리고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버텨 온 선수들은 레전드 취급을 받았다.
6년은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그러니 그 기간을 버텼다고 레전드 소리 듣는 게 이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사람들의 수가 정말 적었다.
바꿔 말하자면 지난 6년 동안 사람들의 수가 정말 적은 정도에서 사회 현상이 될 정도로 가상현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압도적인 성장.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재풀과 유망주들.
그 새로운 물결을 버티지 못하고 은퇴한 프로게이머가 몇 명이던가.
그래서 처음부터 버텨 온 그들을 사람들은 전설이라 부른다.
그중 신하연은 지난 6번의 대회 중 4번을 제패한 아이콘이다.
그런 그녀가 지금 10단계 AI 앞에 섰다.
지난 몇 년간 사수했던 10단계 AI의 자리를 빼앗은 자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한 스트리머.
신하연은 그 스트리머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 있었다.
“거의 다 했나?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던 그녀는 검을 똑바로 고쳐 쥐었다.
“다시 붙어 보면 생각나겠지.”
신하연은 몸을 앞쪽으로 서서히 기울이다 갑자기 달려들었다.
비무가 시작되었다.
검과 검이 얽힌다.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시도한다.
하나하나 이전에 AI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되짚어 보면서, 점차 AI의 체력이 20에서 하나씩 닳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신하연의 체력은 하나도 닳지 않았다.
AI의 수준은 진작에 넘었다.
그럼에도 다시 10단계 AI의 자리를 되찾지 않은 이유.
신하연의 검 끝이 AI의 목 앞에서 멈췄다.
[남은 체력 1]“어차피 이건 진짜가 아니야.”
이기는 건 의미가 없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게임을 마무리 짓지 않고 중지했다.
“이 정도면 볼 수 있는 패턴은 다 나온 건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곰곰이 생각에 잠긴 와중 그녀의 시야 한 모퉁이에 메시지 알림이 떠올랐다.
[백도율: 야.]백도율.
올해 우승을 가져간 놈들 중 하나였다.
자연스레 신하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신하연: ?] [백도율: 어떤 스트리머가 나만 가지고 있던 게임 칭호를 가져갔거든?] [백도율: 그런데 마침 너도 관심 있을 것 같아서 말인데.]신하연은 잠시 눈앞에 멈춰 있는 AI와 메시지를 번갈아 보다가 답장을 보냈다.
[신하연: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