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1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11화(111/431)
제111화
코옵 게임에서는 게임을 진행하려면 보통은 둘 이상의 유저의 협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팀 게임과는 다르다.
팀 게임에서는 한 명이 못 하거나 나가도 다른 사람들이 잘해주면 조금 어렵긴 해도 구멍을 메꿀 수 있다.
하지만 코옵 게임은?
그 구멍을 메우기가 시스템적으로 힘들다.
물론 예외는 있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협동을 가르쳐 줘야 하는 튜토리얼이라서 그렇다.
튜토리얼은 가장 기본적인 협동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혼자서 뭘 할 수 있게 만들까?
“어쩐지 튜토리얼인데 그렇게 어려울 줄이야.”
쾅!
쾅!
압축 로봇이 쓰레기 산의 밑동을 내려치는 걸 보며 서준은 말했다.
“그러게. 괜히 난이도에 악몽이 붙은 게 아닌가. 캐리 가능?”
“가능.”
“캬, 아니 겁나 든든하네?”
“앞으로 조심해라. 너 죽으면 끝나.”
어느새 백만 원 가까이 모인 미션비.
태우랑 나눈다 해도 오십만 원이면 굉장히 큰돈이다.
최근에 전장을 우승하며 하루 만에 워낙 큰돈을 벌어서 작아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전장은 시급이 아니라 21일 치 3 주급이다.
그에 반해 이건 시급이다.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금액이 오르고 있기도 하고.
“나 먼저 일단 내려가서 패턴이랑 어떻게 깨야 하는지 좀 볼 테니 너는 뒤에서 기다려봐.”
“넵!”
-태우야 그냥 평소대로만 하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평소대로만 하면 미션 바로 실패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방장을 믿는다. ㅈㄴ 잘하겠지. 하지만 나는 저쪽 방장도 믿는다. 트롤 부탁한다!
-솔직히 일반인 수준은 아니지만, 소울류를 한 번에 깨는 재능충은 아니잖아?
촤르르륵.
서준은 태우처럼 스키 타듯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아까 봤던 로프의 길이를 재면서 뛸 준비를 했다.
역시 압축 로봇이 바로 팔을 들어 올린 뒤 서준을 안에 가두려고 내려찍었다.
그 충격에 서준이 밟고 있는 바닥이 흔들리고 위에 서 있는 사람을 중심을 잃게 만들기 직전.
서준이 먼저 뛰어올랐다.
쾅!
압축 로봇은 팔을 내려찍은 뒤 바로 쓰레기들을 쓸어 담았지만, 서준은 이미 공중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하지만 공중에 무한정 떠오를 순 없었고 안쪽으로 당겨진 긁개와 밑으로 떨어지는 서준의 몸이 충돌하려는 순간.
서준은 로프를 로봇의 오른쪽 어깨로 날리면서 동시에 허공에 발을 박찼다.
촤아악.
뒤로 공중제비하며 긁개를 피한 서준은 땅을 긁으며 안전하게 착지했다.
그런 서준의 손에는 팽팽하게 당겨진 로프가 있었다.
갈고리는 걸렸다.
‘게임 보정 좀 편하네.’
적당히 날렸는데 갈고리가 촥 감겼다.
보정이 없었어도 걸렸을 테지만.
“흐읍.”
순간 팔에 힘이 들어갔다.
어깨에 갈고리가 걸린 로봇이 빼내려고 당겼기 때문이다.
서준과 로봇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중장비하고 힘이 비슷한 거 보니 굉장한 괴력인데요?”
팽팽한 힘의 평형이 이루어졌다.
-괴력 맞네ㅋㅋㅋㅋㅋㅋ
-거의 쓰레기 산의 절반 크기인데 저걸 비기네
-최소 팔씨름 지구 goat일 듯
현실이라면 누가 봐도 불가능하고 전생의 신력을 타고난 이들을 데려와도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차피 게임이니깐.
발이 쓰레기로 이루어진 바닥을 파고들며 시간이 지난다.
1초.
2초.
3초.
[나 혼자라면 버티는 게 한계야!]그때 나레이션이 울리고 로봇이 갑자기 팽팽하던 줄을 자르듯이 당기던 힘을 빼고 서준에게 달려들었다.
높이 쳐 들은 긁개와 그로 인해 빠진 로프.
‘3초가 한계인가?’
다른 사람이었으면 갑작스럽게 균형이 깨지면서 앞으로 쏠렸겠지만, 전투 중에 한눈을 팔지 않는 서준은 로봇이 힘을 풀자마자 마찬가지로 손에 힘을 놓았기에 딱히 위기랄 건 없었다.
로봇은 다시 서준을 감싸듯 그의 뒤에 긁개를 내려친 뒤 쓸어 담고, 서준은 가뿐히 뛰면서 갈고리를 날렸다.
철컥.
-크
-한 번 봤으니 여유롭죠
-처음으로 봤을 때도 안 당하는 게 방장인데 똑같은 공격이 먹히겠냐!
-ㄹㅇㅋㅋㅋㅋㅋ
다시 기다린다.
1초.
2초.
3초.
콰앙!
‘역시, 저 시간 안에 한 명 더 걸어야 하나 보군.’
서준은 신중을 기해 몇 번을 더 반복했고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태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내려와도 될 듯?”
패턴은 한 개만 있으니 이 정도는 다 익혔겠지?
“나만 믿어라. 마스터했다.”
“그래.”
서준은 자신만만하게 내려오는 태우를 기다리며 다시 공격을 피했다.
서준은 태우를 믿고 있었다.
다른 의미긴 했다.
‘분명 실수하겠지.’
믿는다!
너가 실수할 거란 사실을!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혹시 발끈해서 진짜 고의로 몸을 던져 자살할 수도 있기에.
이 또한 태우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명분만 쥐여 주면 미션과 백만 원 따위는 내다 버리고 서준을 엿 먹이기 위해 바로 갖다 박을 거라는 걸 믿었다.
원래 친구란 이런 존재다.
촤아악.
서준이 착지하며 밧줄을 당겼다.
“던져.”
“알았어!”
촤르륵 내려오던 태우가 갈고리를 왼쪽 어깨로 날린다.
갈고리는 곧게 뻗어 날아가 제대로 감겼다.
“오, 이런 느낌이었구나. 근데 이제 어떡하냐.”
-이것도 3초 룰이 적용될까?
-3초 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음 떨어진 음식 3초 안에 주워먹으면 안전하지
-농구 말한 건데요?
-3초 룰을 지켜서 안전 운전 하시길 바랍니다!
-다들 개소리하네. 무학의 선배가 후배한테 3초식 양보하는 걸 말하는 거잖아.
진짜 온갖 얘기를 다 하는 채팅창을 어이없게 바라보던 서준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3초는 훌쩍 지났는데도 적은 별 반응을 못 한다.
“야. 당겨볼까?”
상황을 봐가며 혹시 위험해지면 바로 도망칠 준비를 하던 태우에게 말했다.
“당겨서 어디로?”
“여기 쓰레기 더미로?”
뭔가 게임에서 그런 류로 말했던 것 같은데.
-그니깐 묻자는 거지? ㄷㄷ
-방장 본성 나온다!
-야산에 파묻으려 하다니 역시. 트수들은 진짜 조심해라
“일단 해 보자.”
“그래.”
서준은 힘껏 팔을 당겼다.
혼자였을 때도 팽팽했었다. 지금은 둘이 같이 힘을 주는데 안 끌릴 리가 없었다.
서준과 태우는 본능적으로 양옆의 봉우리로 퍼지며 줄을 당겼다.
뛰면서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그들이 서 있는 산에 로봇을 박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은 그들에게 끌려가며,
(>△<)
이런 표정을 지으며 굉음과 함께 쓰레기 산에 처박혔다.
쓰레기들이 사방으로 비산했고 화면 위쪽에 로봇의 체력으로 추정되는 하트 3개가 떠올랐다.
그리고 하트 하나가 빨간색을 잃고 텅 비게 되었다.
“빙고. 서준아 나이스다.”
“이렇게 하나 보네요.”
-방법 찾았다
-이대로만 하면 또 잃는 거냐?
-안전자산은 개뿔 또 쉬워 보이네
-난 태우를 아직 믿는다
[나이스!] [잠만, 쟤 아직 안 죽었다.]정신을 차린 로봇이 스르륵 빠져나왔다.
하얗던 놈이 열이 난 듯 빨개진 건 기분 탓이 아니리라.
투두둑.
머리 위와 어깨 그리고 지표면과 수평인 로봇의 모든 부위에 쓰레기가 있었고 로봇이 움직이면서 조금씩 떨어진다.
(@ @)
로봇은 헤롱헤롱한 상태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정신을 차렸다.
(\ /)
로봇은 곧바로 서준의 반대편에 있는 태우 쪽으로 빠르게 굴러갔다.
태우는 로봇을 마주 보며 한 마디 내뱉었다.
“또 나야?”
-ㅋㅋㅋㅋ 원수졌냐
-무슨 기준이지? 진짜 아까 태우가 인사해서 빡쳤나?
-전투력 측정기가 있는 거지. 그래서 방장을 피하는 거 아닐까?
아마 더 가까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서준은 태우의 방송 채팅을 봤다.
-너가 못생겨서 그런 거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꼬우면 잘 피하던가
-한 번 보여줘
-도전 가자
-언제까지 떠먹여 주는 걸 받을 거냐 태우야!
그들은 도발을 하고 있었다.
다들 안전자산이라 생각하고 미션비를 추가했는데 초조해 보인다.
이래서 확실하지 않으면 뭘 걸면 안 되는 거다.
전장을 처음 시작할 때 공략을 걸었다가 심장이 철렁했던 경험이 있던 서준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때도 반쯤은 확신을 가지고 공략을 건 거였는데도 불구하고 쫄렸지 않았던가.
“아니, 제가 못 하는 게 아니라니깐요? 보여 드리죠.”
그래.
서준이 태우와 로봇이 있는 쪽으로 가는 동안 로봇이 태우에게 다가가 팔을 들어올렸다.
태우가 미리 위로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서준은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태우도 아마 자신이 있어서 미리 올라가지 않았을 터.
저 정도까지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오.”
태우가 서준처럼 공중으로 뛴 뒤, 뒤로 발을 박차며 피했다.
동시에 갈고리까지 날렸다.
-?
-원트에 성공하네
-태우를 너무 무시했던 건가ㅋㅋㅋㅋ
-젠장!
물론 그렇다고 서준은 태우에게 다가가는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빨리 와서 걸어!”
협동해서 체력을 또 하나 까야 하기 때문은 아니다.
팽팽했던 줄이 순간 긴장을 놓쳤다.
3초?
아니다.
1초도 안 됐을 때쯤 힘의 평형이 깨졌다.
태우를 받치고 있는 땅이 문제였다.
쉽게 흘러내리고 좀만 힘을 주거나 이단 점프로 착지하면 파이는 쓰레기 땅.
농산물을 길러내기 힘든 지력이 쓰레기인 땅이 아니라 진짜 쓰레기로 이루어진 바닥.
항상 염두에 두지 않으면 지금 태우처럼 살짝 비틀릴 수 있고 팽팽하던 힘이 약해진 그 순간을 로봇은 놓치지 않고 즉시 달려들었다.
태우는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에 대비하지 못했고 뛸 타이밍을 놓쳤다.
태우는 꼼짝없이 그의 머리 위를 지나는 거대한 긁개를 바라봤다.
후우웅.
그 순간.
태우의 뒤에 도착한 서준이 태우의 뒷덜미를 잡고 끌어당겼다.
태우는 뒤쪽으로 엉덩방아를 찧었고.
쾅.
태우의 발 한 치 앞에 긁개가 박혔다.
-캬! 이거지!
-와…
-아니 사기 치지 마시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슈퍼 세이브 개 멋있네
정확한 사거리 계산이었다.
“와 씨. 믿고 있었다!”
“나도.”
“응?”
“나도 믿고 있었다고.”
믿음을 배신당하지 않은 서준은 시원하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웃었다.
역시 실수할 줄 알았다.
그럼에도 약간 아슬아슬했지만 어쨌든 살렸다.
믿길 잘했다.
“뭐지? 왜 기분이 나쁘지?”
“시끄럽고 로프 걸 준비나 해.”
이어서 서준은 태우를 내버려 두며 앞으로 쏘아나갔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와 공격하는 팔을 피하며 로봇을 뛰어넘어 어깨에 갈고리를 걸며 지나갔다.
로봇은 그 힘으로 인해 옆으로 90도 돌게 됐고.
태우는 손쉽게 무방비하게 노출된 어깨에 갈고리를 날렸다.
“걸었어! 나이스!”
-신나 보이네
-캐리 받으면 기분 좋지
-진짜 다 떠먹여 주네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또 위험자산이었잖아? 젠장
그들은 다시 힘을 줘 로봇을 근처 쓰레기 더미에 박았다.
* * *
콰아앙!
세 번째 하트의 빨간색이 사라지고 잿빛이 되었다.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태우의 캐릭터, 아트가 말했다.
[해치웠나?] [야 씨.] [뭐?] [너 때문에 쟤 다시 움직인다.]그 말대로 쓰레기 더미에 박힌 장난감은 그 상태에서 부르르 떨더니 천천히 쓰레기 산에서 후진해 빠져나왔다.
서준은 약간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후진하는 모습은 처량했고 외향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군데군데 파손된 게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망가져 있는 놈은 적이라도 걱정해줘야 할 수준이었다.
또한.
놈이 무언가를 직감했는지 팔을 아주 살살 움직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더 조심했어야 했던 것 같았다.
뽀각.
앞에 달려 있던 긴 날이 두 동강이 났다.
지금 저 장난감의 표정이 절망적인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불쌍해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2페이즈 시작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우 긁개가 쌍검이 됐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왜 이렇게 질겨.] [그러게. 어? 저기 봐봐. 저 문은 뭔데 갑자기 열리냐?]서준은 나레이션을 따라 시선을 열리는 문 쪽으로 돌렸다.
드르륵.
귀를 울리는 무언가 거대한 물체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로봇이 들어왔던 입구의 반대편에 있던 거대한 문이 위로 열렸다.
화르륵!
그리고 문 너머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주 새빨갛고 보기만 해도 뜨거운.
불.
왜 열렸는지는 안 봐도 알 것 같은 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소각로네.”
태우가 말했다.
“저건 좀.”
[저 자식. 저기에 넣을까?] [당장 하자!]-아아…
-ㅈ간이 미안해 ㅜㅜㅜ
-먼저 공격한 놈은 쟤인데 괜히 미안해지냐 왜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정당방위라고요!
-누가 봐도 인간이 나쁜 쪽이잖아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