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13)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13화(113/431)
제113화
개발사 몬스터가 만든 게임 Two Heads are Better는 2인 협동 어드벤처 게임이다.
그렇기에 첫 챕터의 테마, 컨셉이 공포라고 해도 제대로 된 공포 게임은 아닐 게 분명했다.
공포 게임이 플레이어한테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라면.
컨셉을 공포로 잡은 건, 그냥 그럴듯한 고성을 배경으로 한 뒤 놀라게 하는 요소를 하나도 집어넣지 않는 것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방과 후 영어 시간에 원어민 선생님하고 아이들이 할로윈 분장하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공포를 느끼겠는가?
뭐 거기서 선생님이 티비로 공포 영화를 틀면 무섭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포 영화 때문이다.
무섭게 꾸민 교실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집이나 방에서 영화를 봤어도 똑같이 무서웠을 것이다.
물론 원론적인 부분은 그렇다는 거고, 이전에 개발사에서 직접 공포 게임을 잘하냐고 물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공포 게임적인 요소는 존재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풉.’
서준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냈다.
일단 시청자들은 이번 컨셉이 공포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그가 웃으며 이유를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는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그냥.
“…….”
“왜, 뭐!”
이렇게 지긋이 바라보기만 해도 태우가 충분히 발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실실 쪼개냐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다.
태우는 괜히 성을 냈고 서준은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태우가 해명을 해야 할 곳은 서준이 아니지 않겠는가.
이런 반응을 보이면 시청자들이 더 궁금해하지 않을까?
서준의 시선이 왼쪽, 태우의 채팅창으로 옮겨졌다.
-왜 그럼?
-태우 너야말로 뭔데 소리치냐고! ㅋㅋㅋㅋ
-쥐한테 어떤 떡밥이 있는 거야?
-혹시 가스 밸브 잠그는 거 깜빡한 건가? ㄷㄷ
-뭐 발견한 듯!
서준은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멈췄다.
“하하, 아니에요. 제가 뭐 깜빡한 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니었더라고요.”
그거는 오답인 것 같았다.
누가 믿을까.
-의심스러운데
-쥐 보고 놀란 게 맞는 듯? ㅋㅋㅋㅋㅋㅋㅋ
-새가슴이었냐
-쥐가 좀 크긴 해
-ㄹㅇ 징그러움
-예이. 빨리 진행이나 하시죠
“넵! 빨리 진행하겠습니다!”
찍찍!
다른 쥐가 나타났다.
실제로 크기가 징그러울 정도로 크긴 했다.
소형 개보다 조금 안 되는 뉴트리아 정도의 크기.
아마 그들의 몸이 조금 작아졌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태우는 괜히 새로 나타난 쥐를 발로 찼다.
서준은 뒤에서 엄중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동물 학대로 신고해야 할 것 같네요.”
“저거 데이터 쪼가리거든?”
“그러면 폭력을 조장…….”
“너가 평소에 검으로 사람들 패고 다니는 건 폭력 아니냐! 어! 이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새끼야!”
태우가 평소보다 더 까칠하게 반응한다.
그에 반해 점점 더 여유로워지는 서준은 과거를 떠올려봤다.
‘얘가 겁이 많았나?’
그렇게 되짚어 보니 의외로 확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긴.
‘초등학교 동창이었다면 확인했을 수도 있겠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다 보면 수련회를 많이 가게 되고 한 번쯤은 담력 훈련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중고등학생 때부터는 수련회는 수학여행으로 명칭을 바꾸고 그런 프로그램들이 거의 사라진다.
태우와 만난 건 고등학생 때였고.
그런데 오늘 알게 된 것 같네?
“야. 그렇게 웃지 마라.”
“…….”
“웃지 말라고!”
“그래 가자.”
태우는 저 미친놈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봤고 서준은 그들이 올라 온 주변 지형을 훑었다.
“아직도 비밀 통로인가?”
서준은 정면의 어두운 땅굴 같은 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건물 내부라 보기에는 힘들었다.
서준은 양보의 미덕을 발휘했다.
“먼저 가.”
“아. 이 씨…….”
태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정면의 길은 아까처럼 어둡긴 했지만 비좁지는 않았다. 오히려 넓었다.
둘이 가다 못해 다섯 명이 일렬로 손잡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보고 먼저 가라고 한 이유?
‘저 나쁜 새끼.’
눈치를 챈 게 분명하다.
태우는 공포에 은근 내성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걸 테스트할 기회가 없었다.
그의 MCN 사장인 스트리머는 소속 스트리머들에게 계속해서 공포 게임을 먹이려는 사악한 스트리머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태우에게는 그냥 재미없을 것 같다고 공포 게임을 권하지 않았다.
이유?
‘실실 웃고 나같이 대놓고 멍청한 애들은 의외로 내실이 단단하다고 했지.’
사장은 그가 재미없어 보인다고 선입견을 가졌다.
태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딱히 공포 게임을 할 일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게임에 들어와 어두운 길을 걷자 태우는 깨달았다.
어두운 길을 처음 걷는 건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게임이 몇 개인데.
다만, 무서운 게 있을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안 하고의 차이.
딱 그 차이가 그의 말수를 줄어들게 하고 약간 멈칫하게 만들며 약간 평소보다 더 깜짝 놀랐게 했을 뿐이다.
즉, 그는 겁이 꽤 많았다.
서준은 이를 한 번에 파악했고.
“그래, 가자고.”
태우가 애써 감정을 숨기며 동굴 같은 통로를 앞장섰고 서준은 뒤따랐다.
[그, 비밀 통로라는 거 원래 이렇게 구상했던 거 아니지?] [어. 왜 이렇게 엉망이지? 마치 만들다 만 것처럼.]낭떠러지가 나타나자 캐릭터들이 대화했다.
시작부터 조금씩 파손되어 있던 비밀 통로가 지금에 와서는 아예 뛰어넘어야 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 균열의 길이가 족히 5m는 넘는 것 같다.
물론 게임상의 점프력이라면 충분하다.
“흐읍!”
태우는 긴장 때문에 제대로 뛰질 못했고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풉.”
“실수야.”
다시 살아난 태우는 이번에는 제대로 뛰고 착지했다.
-저 쉬운걸 ㅋㅋㅋㅋㅋㅋㅋ
-방장도 한 번 죽나?
“저는 잘하죠.”
그다음에 나온 균열은 일반적인 점프로는 안 닿을 정도로 멀었다.
대신 위에 갈고리를 걸 만한 틈에 표시가 있었다.
점프해서 갈고리를 날린 뒤, 로프를 통해 반대편에 착지하면 된다.
참으로 간단하다.
“이번에는 잘하겠지?”
“물론.”
태우는 심기일전을 하며 몸의 긴장을 빼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게임 보정 덕에 적당히 던져도 어렵지 않게 갈고리를 걸 수 있는 난이도라지만.
아까 절벽에서 떨어진 건 뭐 어려워서 실패했나.
‘더 이상 티를 내면 안 돼.’
일단 서준은 그가 쫄았다는 사실을 당장은 안 밝혔고, 해서 태우는 그가 공포에 약하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기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의 공포 게임 합방 요청이 올지 그도 가늠이 안 됐기 때문이다.
결국 서준이 이를 비밀로 하는 이유는 이걸 가지고 무언가를 요청하기 위함이겠지만 그게 더 싸게 먹힐 수도 있었다.
태우가 먼저 뛰었다.
지이잉!
턱!
갈고리가 잘 걸렸고 태우는 그대로 로프를 이용해 반대편에 착지했다.
‘됐다!’
태우는 엄청난 성취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제 몸의 긴장이 풀려간다.
서준도 뒤따랐다.
[그러면 이 비밀 통로의 끝이 너가 구상한 곳도 아닐 가능성이 높잖아!] [아마 그럴 것 같네.] [그러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일단 가보자고.]그다음은 2연속 갈고리를 걸어서 반대편으로 건너야 했다.
태우는 이번에도 실수 없이 성공해냈다.
점차 자신감이 붙었다.
이건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지 공포 게임이 아니다.
무서운 건 괜한 기우다!
“오, 이건 뭐냐?”
“마지막 같은데.”
해적의 조타륜 같은 게 지면과 평행하게 눕혀진 채로 그들을 반겼다.
조타륜은 그 위 천장의 홈에 연결된 봉에 매달려 있었는데 눈으로 그 홈을 쭉 쫓아가니 건너편이 보였다.
“아까 집라인 같은 막대랑 비슷한 종류 같네.”
“여기에 걸라고?”
“응. 너가 먼저 해봐.”
“내가 왜?”
“쫄았냐?”
쫄았냐고?
하, 참.
태우가 어이없다는 듯 헛기침을 한다.
“그래! 내가 먼저 한다! 넌 겁이 많으니까!”
서준은 참으로 단순한 친구라 생각하며 경과를 지켜봤다.
태우가 도움닫기를 해 뛰었고 조타륜의 한 고리에 갈고리를 걸었다.
기기기기.
기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우는 마치 그네 놀이기구를 타듯 조타륜과 함께 회전하면서 홈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저런 방식이군.’
그러나 얼마 못 가 조타륜은 멈췄다.
더 나아갈 힘이 부족해 보였다.
조타륜은 이내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태우도 그에 따라 회전했다.
“돌아왔네?”
“이거 둘이 같이 해야 하나 보네.”
“그러게.”
“그럼 내가 지금 돌아갈 테니, 다시 뛸 준비를 하자고.”
태우가 놀이터 그네 타듯 앞뒤로 몸을 흔들었다.
조타륜에 매달린 상태에서 바로 뛰면 서준이 서 있는 곳에 닿지 않기 때문에 도약할 힘을 모으는 것이다.
서준은 그냥 쉬운 방법을 제시했다.
“그냥 떨어져.”
“하, 내가 왜?”
“쫄았냐?”
“아니.”
태우가 손을 놨다.
그리고 서준의 옆에서 부활했다.
-마법의 단어 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우야 이쯤이면 그냥 쫄아라
-그냥 쪼는 게 덜 추할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던 태우는 서준의 채팅창을 못 봤다.
더 뽑아먹어야 하는데 말이지.
“아마, 우리 둘이 정확히 180도를 이루게 정 반대편에 걸어야 저 조타륜이 안 멈추고 쭉 갈 것 같은데.”
똑같이 생각하고 있던 서준이 말했다.
“그러면 내가 나중에 뛰어야겠네.”
먼저 뛴 사람이야 어디에 걸어도 상관없지만 두 번째 뛴 사람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난이도가 꽤 있어 보였고 그런 건 그가 하는 게 편했다.
“뭐래, 나 안 쫄았거든?”
그거 아니야.
“실력 멍청아.”
“아하!”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자존심이냐고 ㅋㅋㅋㅋ
-쫄?
-근데 뭔가 신기하다
태우가 도움닫기를 하며 뛰었다.
조타륜에 갈고리가 걸리고 빠른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타이밍을 잰 서준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철컥.
앞으로 이동하던 조타륜에 두 번째 갈고리가 걸렸고 다시 힘이 가해진 조타륜이 더 힘차게 돌기 시작했다.
무게중심도 맞춰졌겠다, 그렇게 끝까지 도착한 그들은 조타륜에서 내려왔고 조타륜은 다시 역방향으로 회전하며 돌아갔다.
-오
-ㅅㅅ
-놀이기구 재밌겠다!
“재밌네.”
“인정.”
바닥에 착지한 서준은 초록색 빛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의 바닥에는 구멍이 있었다.
구멍을 내려다보자 마찬가지로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는 환풍구가 보였다.
“들어가자.”
환풍구 통로에 들어가자 튜토리얼이 끝났다는 듯이 어떤 몽환적인 타종 소리가 들렸다.
이제부터 공포인가?
“뒤쪽은 막혀 있네요.”
“한 방향인가 봐.”
서준과 태우는 앞으로 쭉 걸어갔고 다시 초록빛을 발견했다.
표시가 있는 곳은 빛이 새어 나오는 환풍구의 틈.
서준과 태우가 밑을 내려다보자 틈 사이로 실내가 보였다.
서준이 말했다.
“장난감 엄청 많네요, 여러분.”
“좀 기괴해.”
실내에는 온갖 장난감이 포장된 채로 진열되어 있었다.
손님을 위한 진열은 아닌 것 같았다.
진열대 없이 그냥 내용물만 확인할 수 있게 박스째로 쌓여 있었으니.
이를 확인하자 캐릭터들의 대화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 여기 주인공이 있는 곳 아니야?] [확실해?] [내가 그렸고 구현했는데 안 확실하겠냐? 저기 벽 쪽 보면 B-2구역 맞아.] [그래? 그러면 도대체 왜 저기에 주인공이 없는 건데?] [뭐?] [저기 봐. 비어 있잖아.]“어디 말하는 거지?”
“잘 봐봐.”
둘이 실내를 집중하며 살피던 그때.
쾅!
굉음과 함께 환풍구 너머, 바로 코앞에 무언가가 갑작스레 나타났다.
그 정체는 기괴하게 생긴 인형의 머리.
“흠. 쟤한테는 천장일 텐데 이걸 달라붙었네요.”
-어우 진짜
-개깜놀 ㅅㅂㅋㅋㅋㅋㅋㅋㅋ
-나 방금 육성으로 소리 지름ㅋㅋㅋㅋㅋ
-방장은 여기서도 침착하네
물론 서준도 갑작스레 툭 튀어나온 인형에 살짝 놀라긴 했다.
딱 거기까지였지만.
그런데 그 누구보다 시끄러워야 할 태우가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