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15)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15화(115/431)
제115화
환풍구에는 중간중간에 있는 철창 사이로 들어오는 미세한 빛이 전부였다.
그들의 시야는 한정되어 있었고 눈앞에는 오로지 어둠뿐.
그런 어둠 너머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텅, 텅, 텅, 텅.
경쾌한 발걸음 소리였다.
아니, 위협적인가?
태우는 움찔 떨었지만 얼어붙거나 괴성을 내지르지는 않았다.
서준은 가만히 기다렸다.
가까이 다가온 무언가는 모습을 슬쩍 내비쳤다.
“2D로 봤던 그 용사인가 봐요, 여러분.”
“아, 괜히 쫄았다.”
어둠에서 살짝 삐져나와 비친 그 모습은 정체를 유추하기에 충분했다.
[뭐야.] [주인공?]주인공은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뒤를 돌았다.
그리고 다시 달려 나갔다.
아무래도 경쾌한 발걸음이 맞았다고 서준은 생각하며 주인공을 따라갔다.
[잠만! 거기 서!] [왜 이렇게 빨라!]다급한 캐릭터들의 목소리와 다르게 서준은 여유롭게 거닐었다.
그리고 태우는 한 치 앞의 어둠 속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에 서준보다 먼저 나가지 못했다.
당연히 안 무서운 척, 본인도 걷는 게 좋은 편인 척하지만 서준에게는 다 느껴졌다.
-인지부조화 ㅋㅋㅋㅋㅋㅋㅋㅋ
-캐릭터들은 거기서! 이러는데 방장은 그냥 뒷짐 지고 마실 나왔음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사가 뛰어 달래잖아. 좀 뛰어 줘라
[뭔지 모르겠지만 당장 잡아야 해!]그렇게 여유롭게 걷다가 통로가 갑자기 확 밝아졌고 멀리서 주인공의 뒷모습이 보였다.
[잡아!]그리고 주인공이 갑자기 아래로 쑥 사라졌다.
가까이 다가가자 철창이 빠져 있는 구멍이 보였다.
확 밝아진 이유였다.
“건너편으로는 못 가게 설계해 놨네요.”
무조건 떨어지라는 뜻이다. 이러면 어쩔 수 없다.
쾅.
서준은 바닥에 착지한 뒤 주변을 둘러봤다. 그들은 드디어 실내로 들어왔다.
그런데 마침내 들어온 실내마저도 좀 이상했다.
“바닥이 안 보여.”
뒤따라온 태우의 말에 서준은 동의했다.
실내는 꽤 컸고 천장은 아주 높았다. 아래도 마찬가지로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어떻게 아래의 깊이를 아냐고?
그들이 서 있는 곳이 공중에 떠 있는 하나의 다리와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동굴이나 공사판에 임시로 설치할 법한 철망으로 이루어진 다리.
격자무늬로 짜인 바닥이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으니 안 보일 수가 있겠는가.
“서준아, 이거 떨어지면 죽고 다시 네 옆에서 태어나겠지?”
“한번 해 보던가.”
그래서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공간이 텅 비어 있는 데다가 분위기가 어두운 실내 속, 고개를 들자 그들이 닿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곳의 벽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여러 개 붙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문 닫는다!]시선을 돌리자 그들이 서 있는 길의 앞에는 다음 방으로 가는 문이 있었고 주인공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서준은 아주 살짝 주인공이 히죽 웃는 걸 본 것 같다고 느꼈다.
문이 닫혔고 문 위의 빛이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문의 바로 앞부터 일정 거리까지의 길이 아래로 내려갔다.
다리가 끊겼다.
-잠겼다 ㄷㄷ
-길도 내려감 ㄷㄷ
-여기 어디냐
-밑에서 뭐 튀어나올 것 같아서 무섭네…
저 문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철컥.
어떤 소리가 났고 동시에 허리춤에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건 뭐냐?] [네 손에 갑자기 생겼어!]서준의 손과 태우의 허리춤에 새로운 물체가 배달되었다.
“음, 못 그리고 총……?”
서준은 오른쪽에 생긴 총과 왼쪽에 생긴 작은 수납 가방을 살폈다.
그리고 태우는 가느다란 대롱을 가진 총과 그 총과 이어진 산소탱크 같은 게 등에 생겨 있었다.
-서로 총이 생겼네?
-자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태우는 딱 봐도 에어건이고 방장은 네일건이네. 둘이 싸우면 방장이 이길 듯!
그렇군.
“이걸로 뭐 어떻게 하라는 것 같네요.”
서준은 끊어진 길의 끝부분으로 다가갔고 문 옆에 카드를 대야 할 것 같은 전자식 출입 통제 장치를 확인했다.
제어판?
왜인지 당장 쏴 봐야 할 것 같다.
못을 꺼내고 네일건에 직접 넣어 장전했다.
그리고 앞을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피융!
퍽!
못이 제어판에 박히자 파지직 소리와 함께 터지며 아까 내려갔던 길이 올라오고 문이 열렸다.
“아하, 이런 식이군요.”
이해했다.
한 편 태우는 뒤에서 구시렁댔다.
“뭐야, 이러면 내가 쓸모없잖아. 내가 이래서 보조 안 한다고 했지?”
에어건을 작동시키고 허공에 휘두르면서.
서준은 ‘무서움에 덜덜 떨면서도 한결같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네가 참 부럽구나’ 같은 눈으로 흐뭇하게 태우를 바라봤다.
“생각 좀 해라. 쓸모가 없겠냐?”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역시.
“바로 나오잖아.”
길이 그의 코앞에서 순식간에 푹 꺼졌다.
“문이 왼쪽에 있을 것 같은데. 이제 또 방법을 찾아보자.”
지금 그들은 이 방의 형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기역 자인지, 아니면 소문자 n의 형태로 되어 있는지 왼쪽의 벽이 튀어나와 가리고 있어서 안 보였기 때문이다.
문은 또 어디 있을까.
아마 디귿 자였던 것 같은데, 각도상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저기로 가봐.”
서준이 앞을 가리켰다.
왼쪽 대각선으로 앞쪽에 작은 면적의 바닥이 내려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싫어.”
“쫄?”
“응, 쫄.”
이제 안 먹히네. 낭패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하니 얼마나 좋냐. 친구한테 이용도 안 당할 수 있고 ㅋㅋㅋㅋ
-그래서 어떻게 가는데?
딱 봐도 이단 점프로는 안 됐다.
그게 태우가 거절한 이유였다.
“아!”
태우가 손뼉을 쳤다.
“뭐 생각 났어?”
“아니, 안 그래도 이거 출력이 겁나 세더라고.”
태우가 에어건을 치이익, 분사했다.
에어건의 앞에 기류가 생성되고 태우가 뒤로 살짝 씩 밀려난다.
“어때? 참고로 이거 흡수하는 것도 가능한데, 아무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짧은 거리에서 태우가 도움닫기를 하며 뛴다.
이단 점프로도 안 되는 거리.
치이이익!
그러나 거기서 태우가 에어건을 아래로 조준하고 분사하자 태우의 몸이 한 번 더 떠올랐다.
-3단 점프! ㅎㄷㄷ
-그래, 2단 점프도 가능한데 저게 안 될 이유가 없지 ㅋㅋㅋㅋ
-오
과연 게임을 지금까지 허투루 하지는 않았다는 건가.
물론 꽤 뛰어난 추리력을 보여준 태우는 뛰어나지 못한 착지력(?) 때문에 아래로 떨어졌다.
-ㅋㅋㅋㅋㅋㅋ
-개웃겨 ㅋㅋㅋ
-멋질 뻔했는데 태우는 태우다!ㅋㅋㅋㅋㅋ
다시 시도한 태우는 한 번 만에 감을 잡았는지 제대로 착지했다.
“휴. 조금 어렵네.”
“뭐 보이냐?”
“응. 이거 형태가 대충 n이 맞기는 한데. 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문이 n의 끝에 있는 게 아니라 너를 기준으로 그냥 왼쪽에 바로 있어.”
아하.
들어온 상태에서 왼쪽에 바로 문이 있지만, 그걸 중간에 튀어나온 벽이 가로막고 있는 형태라는 거군.
문제는 못을 날릴 수 없게 만드는 저 벽이다.
“3단 점프로 어떻게 할 수 없지?”
“응.”
“그러면, 음. 야. 바람 네 정면으로 쏴 봐.”
“알았어.”
태우의 앞에 기류가 형성된다.
태우가 든 대롱의 끝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바람들은 회오리를 만들어 냈다.
-아하
-궤도를 틀려는 건가?
-가능할 듯. 애초에 그렇게 설계했겠지
피융!
서준이 태우가 있는 쪽으로 비스듬히 못을 날리자 못은 일직선으로 쭉 날아가다가 분사되는 바람에 맞고 궤적을 틀었다.
퍽.
못이 꽂히는 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오? 약간 아쉬웠다.”
보정도 있을 테니, 조금만 잘 조절하다 보면 금방 맞을 터.
“야, 나는 계속 못을 같은 곳에서 발사할 테니 네가 움직여 봐. 나는 제어판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파악 못 하잖아.”
“오케이.”
피융!
퍽!
피융!
퍽!
피융!
퍽!
그렇게 여러 번 궤적을 수정한 결과.
드디어 못이 벽이 아닌 제어판에 박혔는지 우르릉 소리와 함께 길이 올라와 서준이 서 있는 곳과 태우가 서 있는 중앙, 그리고 반대편의 다른 출구까지 이어졌다.
“이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다음 방으로 가자.”
다음 문으로 들어가자 마찬가지로 다리가 내려갔다.
그리고.
“오, 이번엔 갈림길이네?”
양옆으로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 갈림길의 끝에 있는 문은 잠겨있지 않았는데 서준과 태우는 방 내부를 하나하나 확인해 본 뒤 결론을 내렸다.
“왼쪽은 네가, 오른쪽은 나네.”
왼쪽의 방에 있는 퍼즐은 네일건을 든 서준이 풀어야 했고, 오른쪽 방은 태우가 해야 했다.
“문은 어디 있지?”
“오른쪽이란 것만 다르고 나머지는 똑같아. 제어판이든 뭐든.”
태우가 3단 점프를 해서 희생을 한 뒤 말해줬다.
이번에는 문이 있는 곳이 오른쪽이라는 점과 중간에 남아 있던 길이 없다는 게 달랐다.
중간에 튀어나온 벽이 문을 가리고 있는 건 똑같았고 제어판도 마찬가지.
“퍼즐을 빨리 풀고 오자.”
태우는 그렇게 말하며 오른쪽 방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튀어나와 가리고 있는 그 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간 태우.
흠.
그런데 혼자 남은 서준은 순간 궁금증이 일었다.
“여러분, 이거 꼭 둘이 해야 할까요?”
-?
-협동 게임인데 둘이 안 하면 뭘 하나요?
-이 게임 최고사양 친구라니깐…
-방장 또 개소리 시전하려 하네ㅋㅋㅋㅋㅋ
-슬슬 발동할 때 되었지. 바로 천마의 ㅈㄹ!
-저 ㅈㄹ 친 새끼 정파임. 내가 앎
“아니, 생각 해 보면 못만 맞추면 되는 거잖아요. 제가 제어판의 위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전 방에서 구조는 파악해 뒀다.
서준은 손가락의 틈에 못을 하나 끼며 말했다.
“으아아악!”
옆 방에서 비명이 들린다.
뭔가 깜짝 놀랄만한 게 있었나 보다.
당장 서준의 알 바는 아니었다.
“한번 해 보죠.”
-뭘 한다는 겁니까 도대체
-이런 협동 어드벤처에서 뭘 하겠다고요 ㅋㅋㅋ
-천마시여 돌아오셨군요!
서준이 팔을 휘두르며 손 틈에 끼어 있던 못을 한 번 날린다.
못은 네일건을 사용할 때와 별다를 게 없이 벽에 꽂혔다.
다시 한번 낀 뒤 날린다.
속도를 확인한다.
감각을 익힌다.
그런 뒤.
네일건을 장전하고 오른손 못을 끼우며 주먹을 쥔다.
오른쪽에 있는 문, 그리고 그걸 가로막은 벽.
-???
-뭔 짓을 하려고 하시냐고요 도대체!
-정상인들은 알기 힘들지
-점프한 상태에서 하면 철창이 나와서 막잖아
맞았다.
만약 서준이 뛰어서 제어판이 보일 때 못을 날리면, 제어판 바로 옆에서 어떤 철판이 솟아나 가로막는다.
게임사가 그렇게 설정한 거야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편법성 플레이를 막는 게임이 한두 개도 아니고 이 정도도 이해 못 해 주겠는가.’라고 태우가 말했고 서준도 동의했다.
그런데.
과연 뛰지 않고 못을 날릴 때도 철판이 나와서 가로막을까?
서준은 심호흡을 한 뒤 팔을 휘둘렀다.
그의 손끝에서 떠난 못은 오른쪽으로 조금 약하게 날아간다.
서준은 동시에 빠른 속도로 왼손을 움직여 미리 장전된 네일건을 쐈다.
피융!
네일건에서 날아가는 못의 속도는 그가 던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슈우욱!
그렇기에 네일건에서 날아간 못은 서준이 앞서 날린 못을 순식간에 따라잡아 끝부분을 맞췄다.
앞서 날아가던 못은 충격에 힘을 잃고 팽그르르 돌지만.
그래도 궤도는 오른쪽으로 틀어졌다.
-??
-뭐함?
-왜 나는 미래가 보이지?
퍽!
못이 제어판을 망가뜨린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서준 본인도 스스로 감탄하며 제 손을 내려봤다.
“이야……. 이게 되네요.”
밑에서 길이 올라온다.
아무래도.
새로운 암기술을 발견한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ㅋ ㅈㄴ 어이없어서 웃음만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협동 게임에서도 이런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게임 자기 맘대로 하는 것 보소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무친 실력
-역시 암살단 goat!
-ㅅㅂ 저 새끼 또 사기치네 ㅅㅂ
-위에 정파 한 놈 검거 ㅋㅋㅋㅋㅋㅋ
-코이츠 www PTSD 온 wwww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