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2)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2화(12/431)
제12화
때는 어제로 돌아가서.
“대화 나눌 게 있냐?”
“뭐가. 인마.”
알파카는 그의 편집자 겸 매니저인 이수한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에 합방하는 사람, 방송한 지 2일 됐다며. 근데 방송에서 풀 소스가 있냐는 거지.”
바로 새로운 스트리머와의 합방에 대해서 말이다.
이수한이 의문을 품으며 말했다.
보통 신인 발굴 컨텐츠는 이제 막 떠오르는 스트리머들이 주 대상이었다.
그것이 어떤 대회든, 누군가와의 합방이든, 어떠한 계기든 상관없이 하꼬 스트리머가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
알파카는 본인 방송 컨텐츠도 살리고, 그들도 도와줄 겸 스트리머를 초대한다.
그렇게 초대한 스트리머의 시청자 대다수는 신규 시청자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런 신규 시청자들에게 스트리머의 과거 행적들, 쉽게 말해 하꼬 시절 흑역사를 파내서 웃음거리를 제공해주며 유대감을 만들어주는 컨텐츠.
그게 바로 신인 발굴 컨텐츠였다.
스트리머들마다 조명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방송한 지 2일밖에 안 된 스트리머는 처음이었다.
“근데 수한아. 네가 착각하는 게 하나 있어.”
“뭔데?”
“그 사람은 장인 초대석 느낌으로 오는 거야.”
“장인 초대석? 너 그런 거 해본 적 없잖아. 아니 그것보다 방송 2일 차……. 아!”
이수한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쳤다.
“유명한 장인이 방송 시작한 거구나! 무슨 게임 장인이야?”
알파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방송만 봤으면 일의 전말을 전부 알 텐데.
그러나 알파카의 아이튜브 관리와 매니저, 편집일까지 맡은 그에게 매 방송을 모두 챙겨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암살단의 여명.”
“뭐? 그런 게임에 무슨 장인. 풉.”
이수한은 그의 방송을 바빠서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것이었다.
‘더 리그’라는 게임에 빠져서 말이다.
벌써 몇 년 됐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너도 영상 보면 생각이 바뀔걸?”
알파카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갈 보여줄 낌새를 보이자, 이수한이 코웃음을 쳤다.
“참 내. 암살게임에서 잘해봤자지. 안 봐요. 안 사요.”
너 어차피 편집할 때 봐야 해.
알파카는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PvE가 뭐가 재밌고 어렵다고 말이야. 응? 그런 게임들 특징이 다 좀만 노력하면 깰 수 있다는 거야.”
PvE(Player Vs Environment)라는 뜻으로 쉽게 요약하자면 유저가 ai와 싸우는 것을 말한다. PvP와 반대되는 말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알파카가 열심히 암살단의 여명을 해보라 했지만, 이수한은 기계들과 싸우는 건 아무런 재미가 없다고 거부했었다.
“뭐, 아무튼 장인 초대석 같은 거라는 거지?”
“응.”
“그럼 뭐 알아서 하시고. 나는 한 판 더 뛰어야겠다.”
이수한이 방으로 들어갈 때였다.
“아, 맞다.”
알파카는 잊고 있던 걸 떠올렸다. 처음 합방한다고 말을 꺼냈던 이유가 말이다.
“내일 오는 스트리머분한테 너 캡슐 좀 빌려줄 수 있냐.”
“뭐? 여분의 캡슐 있잖아.”
이수한이 정색하며 말했다.
“네 캡슐이 아니면 안 된대. 너 최근에 가장 비싼 거로 바꿨잖아. 그분이 동화율이 좀 낮아서 말이야.”
“장인이 동화율이 어떻게 낮을 수가 있는데?”
동화율.
가상현실 세계를 얼마나 현실과 같이 인지하는가에 대한 수치.
동화율이 높아야 캡슐 게임을 잘한다는 고정관념은 반쯤은, 아니, 대부분 사실이었다.
여담으로 이 수치가 100을 뛰어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환상의 세계에 깊게 빠졌다가 잠수를 마치고 캡슐 밖으로 나오면 오히려 이질감을 느낀다.
마치 다이버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잠수병을 앓는 것 같이 말이다.
이를 환상 잠수병이라 부르는데, 이런 증상을 앓는 사람들의 특징은 높은 동화율로 가상현실 세계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수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짧게 대답했다.
“아, 싫어. 안 돼.”
“왜.”
“얼마 써보지도 못한 따끈따끈한 애마를 나보다 게임 못 하는 사람이 쓰게 하라고?”
이수한은 틈틈이 게임을 하면서도 더 리그의 높은 티어를 유지하는 실력자였다.
“그분이 더 잘하실걸.”
하지만 알파카는 지극히 객관적인 눈으로 봤을 때, 진서준이란 스트리머가 더 잘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PvE라고 해도 그런 움직임을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문제는 이수한이 영상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보고도 인정하지 않을 놈이라는 것이다.
‘에휴. 내 거 쓰시라고 해야겠네.’
그의 캡슐도 나쁘진 않았다.
아무리 서준이 당연히 이긴다고 하더라도, 캡슐을 빌리기 위해서 그의 편집자랑 싸우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문뜩 이수한의 의문에 알파카는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깐 동화율이 낮은데도…… 그러니깐 적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플레이를 보여준 거잖아.’
와.
그렇다면 현실에서 얼마나 더 잘 싸운다는 거야?
혹시 깡패?
아니지, 검을 쓰니깐…… 야쿠자?
알파카의 머릿속에 얼굴에 큰 흉터를 가진 남자가 꽃무늬 남방을 입고 회칼을 들고 오는 상상이 그려졌다.
* * *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알파카입니다.”
살짝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연 알파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준의 얼굴이 가상현실 속에서 보여주던 아바타와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
‘아바타가 현실 얼굴 스캔한 거라 해서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적당히 만졌겠구나 싶었는데, 진짜로 스캔한 그대로였잖아!’
다행히도 서준의 얼굴은 그의 상상과는 달리 멀끔하고 잘생긴 젊은 청년이었다.
전날 이상한 상상을 한 자신이 죄스러울 정도로.
“네,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진서준입니다.”
한편 서준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30대 초반의 롱런하는 스트리머의 스튜디오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형, 오랜만이에요. 저도 왔어요.”
“태우도 오랜만이네. 자, 이쪽으로 오시죠.”
서준은 알파카와 악수를 한 뒤 안내를 따라 널찍한 거실로 따라갔다.
겉으로 봐서는 평범한 가정집 같았지만, 일하는 장소와 휴식하는 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해놓은 느낌이 들었다.
그하고 태우가 소파에 앉자 알파카는 커피를 타러 주방으로 갔고, 닫혀있던 방이 열리면서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편집자, 이수한이라고 합니다.”
이수한은 서준에게 손을 뻗으며 씨익 웃었다.
“저는 스트리머 진서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서준은 꽉 맞잡은 손에서 힘이 느껴졌다. 기선제압인가?
“동화율이 낮으시다고.”
“네.”
“근데 게임은 잘하신다고.”
“뭐, 잘하는 편이죠.”
이수한은 어제 짧고 간략한 합방 예고 영상을 만들면서, 서준의 플레이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좋은 실력에 호승심을 느끼고 있었다.
탁.
묘한 긴장감이 깨졌다.
알파카가 컵을 소리 나게 탁자에 내려놓은 것이다.
알파카는 곁눈질로 이수한을 째려보고 서준을 자리에 앉혔다.
“자, 자. 인사도 했으니 방송 얘기나 나눕시다. 예고 영상은 보셨어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카의 팬 카페와 아이튜브에 합방 공지와 함께 올라온 영상.
서준의 플레이를 화려하게 재탄생 시키면서, 알파카가 호언장담하는 장면과 교차시켜 재미를 담은 영상은 간략했지만, 홍보용으로 딱 맞았다.
“서준 님 덕분에 반응이 뜨거워요. 확실히 실력이 있으니깐 영상도 살고, 보는 맛이 생겨서 캬.”
그 반응이 진짜일지 아닐지는 조금 뒤에 밝혀질 것이다.
“편집자님이 다 했던데요. 뭘.”
이수한이 칭찬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목덜미를 긁었다.
“하하하. 아니에요. 근데 편집하면서 보니깐 게임을 잘하시던데 진짜로 게임을 한 지 2일밖에 안 된 건가요?”
“음, 아니요. 이왕이면 비밀로 해주셔야 하는데, 사실은 옛날에 잠깐 한 적 있어요.”
서준은 과거에 게임을 했었다는 사실 자체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옛날이면 언제?”
“7년 전에 더 리그를 잠깐 했었죠.”
알파카는 7년 전이라는 얘기에, 이수한은 더 리그라는 소리에 꽂혔다.
“그때도 잘했나요? 티어는 어디였어요?”
이수한의 눈에 광채가 일었다.
티어는 계급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다.
주로 게임에서는 아이템의 단계나, 플레이어의 급을 나눌 때 쓴다.
“실버요.”
실버는 평범한 대다수의 유저가 배치된 티어였다.
“아닐 것 같은데. 갑자기 오랜만에 게임 해서 잘하게 됐을 리가 없잖아요.”
“뭐…….”
서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수한은 결국 납득했다. 본인이 아니라는데 뭐.
하지만, 영상을 통해 본 현재의 서준의 실력이 그와 비슷한 급인 건 사실이다.
그래서.
“서준 님. 저랑 연무장에서 한 번 붙어 보실래요?”
이수한은 한번 서준과 부딪혀보고 싶었다.
이수한은 말을 한 뒤 눈동자를 굴려 가며 반응을 살폈다.
서준은 곤란한 기색을 보였고.
옆에 있던 태우가 오히려 반색하며 물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면서 말이다.
“서준이랑 연무장이요? 왜요?”
“실력을 겨뤄보고 싶어서.”
“얘랑요?”
“응.”
하하하!
갑자기 태우가 폭소를 일으켰다.
이수한은 뭐가 좋은지 웃는 그를 기분 나쁘게 쳐다봤고, 생각에 잠겼던 알파카는 고개를 들어 태우를 쳐다봤다.
그리고 서준은 그가 왜 웃는지 알 것 같았다.
“형님. 그거 하지 마요.”
“응?”
“아무튼 하지 마세요. 크흡.”
“……?”
어느샌가 태우는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로.
서준은 저 시선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말해도 되냐는 뜻이다.
서준은 태우가 이들과 친분이 있기도 하고 설령 이야기가 새어나가도 증거가 없을 테니 허락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비밀인데, 연무장에서 쟤랑 뜨고 싶으면 그냥 10단계에 도전하세요.”
사실상 서준이 unknown이라는 발언.
그 의미를 이해한 알파카와 이수한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진짜?”
“물론이죠.”
태우는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틀고 알파카에게 넘겼고 이수한은 영상을 보기 위해 벌떡 일어서 알파카의 옆으로 갔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감탄사.
“와.”
“오.”
“이걸?”
“저거 신하연인데?”
“이거 생각보다 더 대단하신 분을 모신 거네.”
“나 오늘 합방이 갑자기 부담스러워졌는데?”
“잠만, 한 대도 안 맞았잖아?”
“진짜 일방적이네.”
“캬.”
“마지막 간지 미쳤다.”
알파카는 확신이 조금은 더 깃든 눈으로 영상과 서준을 번갈아 보다 7년 전이라 중얼거리며 생각에 다시 잠겼고, 이수한은 영상을 다 보고 서준을 향해 말했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아까부터 경쟁자로 바라보던 이수한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예?”
“게임 잘하면 형님이죠.”
서준은 당황해서 입을 뻐끔거렸다.
따지고 보면 형님 취급이 아니라 어르신 취급 받아도 이상하지 않긴 한데.
서준은 괜히 낄낄대는 김태우나 한 대 쳤다. 그냥 치고 싶었다.
그리고 이수한은 시계를 보고 알파카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야, 넌 뭐하냐. 이제 곧 형님 방송 시간인데.”
“어? 아무것도 아니야. 자! 방송 시작하러 갑시다. 여기 제 캡슐을…….”
“이쪽으로 오시죠. 형님.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알파카는 서준을 자신의 캡슐이 있는 작업실로 데려가는 이수한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세팅 다시 해야 하잖아. 이 새끼야.
서준은 이수한을 따라 작업실로 들어갔고 알파카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방송용 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캡슐의 설정값을 바꿨다.
이따가 게임이 끝나고 방종 후에 있을 회식 재료도 챙기고.
그의 방송은 즉흥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이런 준비만큼은 꼼꼼히 하는 편이었다.
그나저나.
‘AI라지만 신하연을 이겼다니.’
알파카는 왠지 이번 방송이 끝나고도 서준과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만약 서준이 그가 짐작하는 그 유저라면…….
‘아니지. 너무 갔어.’
알파카는 고개를 저으며 캡슐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