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2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21화(121/431)
제121화
더 리그는 과거에 존재했던 영웅적 존재들의 기억을 받아들여 싸우는 게임이다.
그 매개체는 기억의 탑이라 불리는 영웅들의 전당.
다른 말로는 그냥 게임의 상점이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는 여러 이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서준은 전날 이곳에 들러 한 영웅을 샀다. 게임 포인트는 없기에 현금으로.
이 영웅은 과거에 서준이 즐겨하던 영웅이었다.
기억의 탑 중앙에 서서 게임을 잡은 서준은 잠시 눈을 돌려 스트리밍 상태를 확인했다.
[진서준- 2.2만 명이 시청 중]시청자 숫자가 늘고 있다.
카테고리를 들어가면 정렬되는 기본 설정이 시청자 수가 높은 순이라서, 서준의 방송은 스크롤을 아주 조금만 내리면 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더 리그 카테고리에서 6번째, 그의 스트리밍의 위치였다.
중견 중에서도 상위권이니만큼 이로 인한 서준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청자도 있을 거다.
“무슨 영웅 할 거냐고요? 검은 들 거냐고요? 곧바로 볼 테니 스포일러는 자중하겠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준비 안 됐으면서 ㅋㅋㅋㅋ
-이러고 바로 픽 창에서 영웅 사서 하는 거 아님?ㅋㅋㅋ
-여러분 뭐가 좋아요? 빨리 말해주세요! 곧 시작이에요!
-보인다 보여
안 믿는군.
“제가 경력직 신입이 뭔지 보여드리죠.”
서준의 자신 넘치는 목소리가 방송에 흘러나왔다.
하지만 언제는 서준이 안 그랬던가?
암살단의 여명을 할 때도, 협을 위하여를 처음 할 때도 서준은 한결같았기에, 그의 진심이 닿는 일은 없었다.
-그러시겠죠
-신입인데 피지컬로 경력을 스킵함 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
-자꾸 개소리하지 말고 뉴비다운 모습이나 보여주쇼
이제 시청자들은 서준이 못할 거라곤 단 1도 기대하지 않았다.
서준 정도의 피지컬이라면 뭘 해도 잘할 거란 걸 오랜 경험 끝에 학습한 것이다.
다만, 서준이 틈을 보이는 유일한 시기가 바로 게임을 처음 할 때이기에 그들은 이를 기대하고 있다.
또 무슨 이상한 트롤 짓을 할까!
서준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을 그때 매칭이 잡혔다.
수락을 누르자 그의 몸이 대기실로 전송이 되었다.
총 10명이 다섯 명씩 일렬로 서서 마주 보고 있었고, 서준의 반대편은 어두운 그림자에 뒤덮여 있었다.
“미드 나왔네요.”
더 리그는 매칭 전에 미리 희망 포지션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포지션은일반적인 AOS 규칙을 따른다.
총 5개로 나뉘는 게임의 포지션을 설명하자면.
탑.
위, 중간, 아래로 나뉜 라인 중 위쪽 라인을 가며, 주로 탱커나, 싸움을 여는 포지션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에 성격이 조금 이상해지기 쉬운 편이다.
미드.
중간에 있는 라인을 가는 포지션이다.
지형적 특성상 아래나 위의 라인으로 가기 용이한 만큼, 게임 내 전투에서 영향력이 크다.
원딜.
아래 라인, 바텀으로 가는 원거리 딜러다.
서폿.
원딜과 함께 아래 라인으로 가서 원딜을 보조하는 직군이다.
정글.
게임 내 라인 사이사이를 정글이라 부르는데, 이 정글의 몬스터들을 잡으며 각 라인을 도와주러 가는 포지션이다.
이게 가장 일반적인 포지션별 역할이고, 변주를 주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그건 대회에서 팀원들과 미리 전략을 상의했을 때나 아주 가끔 보이는 일이다.
지금처럼 랜덤하게 매칭된 게임의 거의 99%는 그냥 각자 라인에서 뭘 하든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었다.
정말 대놓고 트롤 캐릭터를 고르면 또 모를까.
그리고 서준이 고른 캐릭터는 반쯤은 그 범주에 있는 캐릭터였다.
[광휘의 대리자 카엘의 기억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반갑다. 어서 악을 심판하러 가지.]서준이 선택을 마치자마자 옆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아…….”
딱히 싸우고 싶지 않아서 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그 한숨의 의미는 제대로 전달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카엘을 샀었네?
-첫판 만에 충캐 꺼내 드는 방장ㅋㅋㅋㅋ
-이렇게 된 거 그냥 벌레 영웅들 다 하자!
광휘의 대리자 카엘.
게임 속 배경은 빛의 신의 축복을 받은 교단의 심판자이자 검사다.
주의할 점은 운용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과.
카엘의 궁극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검을 소환해 적을 처형하는 스킬이라는 거다.
그렇다.
카엘의 궁극기는 멋지다.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낭만이 있다.
높은 난이도에 화려한 플레이.
그 뜻은?
-방장은 그래도 카엘충 아닐 듯
-하늘에서 떨어지는 심판검은 아무리 검신이어도 못 참지ㅋㅋㅋㅋ
-누가 어제 카엘 영상 방장한테 틀어줬냐ㅋㅋㅋㅋ
-어제 만난 카엘충 새끼 생각나 또 화나네
-갑자기 단체 PTSD 호소 중ㅋㅋㅋㅋㅋ
충이 많이 생성된다.
여기서 영웅의 이름 뒤에 붙는 충은 어떤 상황과 상성에도 본인의 재미를 위해 그냥 그 영웅을 선택하는 실력도 없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과 같은 팀원이 되면 그 판은 지는 게 거의 확정이다.
서준이 잘할 거라 당연히 생각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욕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그들에게 당한 게 많아서 그렇다.
카엘은 대표적인 6개의 충 캐릭터 중 하나였다.
‘인식이 7년 전이랑 똑같네.’
7년이면 게임 속에서 상전벽해가 몇 번이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그런데도 똑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는 건.
‘카엘은 클래식이군.’
쉽게 변하지 않는 가치.
마음에 든다.
아마 더 리그의 유저들이 들었다면 온갖 물음표와 욕을 수집했을 생각이었다.
서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선택의 시간이 끝났다.
[3] [2] [1] [게임이 시작됩니다.]그들은 우물이라 불리는 리스폰 포인트에 소환이 되었다.
서준은 그의 포지션에 해당하는 중간의 길, 미드 라인으로 갔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적과 마주쳤다.
-인베나 인베 방어 따윈 없음ㅋㅋㅋ
-초보들이니까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맞지
AOS 장르에는 주기적으로 세 라인에 계속 나오는 몬스터가 있는데(협을 위하여의 병사들처럼), 이를 미니언이라 부른다.
그리고 인베는 이 미니언이 나오기 전 초반에 다 같이 적 진영으로 몰려 들어가 싸우는 걸 의미한다.
이곳은 언랭크, 즉 초보자들의 구간인 만큼 이런 요소는 잘 신경 쓰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닉네임 멋있네요!”
적은 서준의 머리 위를 석궁으로 가리켰다.
상대편에게 기억이 깃든 영웅은 도굴꾼 샨. 석궁을 쓰는 영웅이다.
“감사합니다.”
서준은 고마움을 표하며 뒤로 살짝 빠졌다.
-왜 반말 안 하시는 거죠?
-이제 정파라는 겁니까!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아주 가식적이네요
“이리 와봐요.”
“싫은데요.”
“아, 까비.”
서준은 근거리고 적은 원거리다.
미니언이 와서 방패가 돼 줄 수 없는 지금은 아무리 서준이 잘 싸운다 해도 이득을 보기 어렵다.
[좋은 선택이다.]카엘의 경건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오랜만이네.’
더 리그는 기억을 받아들인 영웅과의 대화 모드가 있었다.
이 대화 모드는 잡담을 통해 게임 중간중간의 재미를 높여주거나, 몰입을 증가시켜주기도 하지만.
본래 목적은 어디까지나 지금처럼 초보자한테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것이었다.
[검은 석궁에 못 미칠 수밖에 없지.] [이를 무마할 수단이 몇 가지 있다. 광휘의 축복이 바로 그 방법으로…….]그리고 지금 내용은 서준이 튜토리얼을 안 해서 나오는 대화가 확실했다.
서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자잘한 게임의 팁이 아닌 본인의 스킬을 처음부터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거 누가 봐도 튜토리얼 내용이지?
-게임사가 이렇게 유저들을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아니 방장아 어제 다 봐 뒀다면서요!
시청자들의 눈치가 역시나 빠르다.
서준은 곧바로 설정창을 불러온 뒤 대화 모드를 껐다.
“필요 없습니다.”
열심히 설명하던 경건한 목소리가 전화가 뚝 끊기듯 사라졌다.
-엌ㅋㅋㅋㅋ
-설명충 out!
-게임사: 아 좀 들으라고! ㅋㅋㅋㅋ
[미니언이 생성됩니다.]시야 한구석에 있는 지도에 미니언들이 진격하고 있는 게 표시됐다. 곧 도착한다.
“이제부터는 나한테 일방적으로 맞을 준비나 하세요.”
적이 어깨에 걸치던 석궁을 두 손으로 잡고 서준을 조준한 뒤 도발을 시작했다.
사거리에만 들어오면 바로 쏠 기세다.
포탑의 사격 범위 앞까지 와서 서준에게 깐족거린다.
-사거리 하나 믿고 방장한테 까부네ㅋㅋㅋㅋ
-근데 근접이 안 좋긴 함
-웬만해선 일방적으로 처맞지 ㅋㅋㅋㅋ
싸움에서 사거리는 거의 절대적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게임사는 여러 가지 조정을 줘 밸런스를 맞춘다.
원거리 캐릭터의 기본 공격 수치와 몸의 체력, 방어력을 낮게 설정하는 식으로.
그리고 근접 캐릭터에게는 그 사거리를 극복할 구조를 만들어 준다.
“카엘은 이동 속도와 무적기죠. 맞죠?”
서준이 나직하게 말했다.
미니언이 다가온다.
그리고 서준은 미니언을 방패 삼아 거리를 좁혀나갔다.
적은 석궁으로 미니언의 체력을 깎으면서 뒤로 물러나 서준과의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서준은 적의 몸을 유심히 살폈다.
카엘의 패시브.
[전신의 눈]빛의 신의 이명은 전투의 신이기도 하다.
그런 신의 대리자 카엘은 몇 가지 축복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적의 급소를 상시 볼 수 있는 패시브 전신의 눈이다.
현재 적의 몸의 한 지점에는 신성한 백색 빛이 작은 원을 그리며 일렁이고 있었다.
그곳을 계속해서 바라보자 웅웅거리는 효과음이 들렸다.
“저곳을 찌르면 순간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얻죠.”
추가 데미지도 들어가는 만큼 카엘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저 급소를 노리는 능력이다.
급소는 계속해서 바뀐다.
멀리 떨어졌다가 다시 다가가도, 공격을 안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도.
마지막으로 급소 공격에 성공해도 바뀐다.
만일 그가 급소 공격에 성공하면 바로 다음 급소가 생성될 것이다.
그건 지금처럼 찔러야 하는 원이 될 수도 있었고 그어야 하는 궤적이 될 수도 있었다.
다음 급소를 공격하면 또 다음 급소가 나온다.
그렇게 급소를 일정 시간 안에 총 3번 공격에 성공하면 그때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스택이 하나 쌓인다.
[광휘의 축복]일시적으로 CC기 면역에 무적이 되는 스킬.
근거리를 극복할 두 번째 스킬이다.
“광휘의 축복이 그렇게 좋다면서요?”
조건 대신 순수하게 효과만 본다면 가장 좋은 스킬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성능은 좋다.
“그 무적기? 검신님, 그거 쓸 수 있겠어요? 지금까지 만나본 카엘 중에 그 스킬을 쓴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는데.”
그런데 적이 묻는다. 그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나 보다.
-카엘충이 이걸 ㅋㅋㅋ
-다른 애들이 이상한 자신감을 심어줘 버렸네ㅋㅋㅋㅋㅋ
-괜히 충 소리 듣는 게 아니긴 하지ㅋㅋㅋ
-솔직히 급소 베기도 꽤 난이도 있는데 랜덤하게 생성되는 급소를 일정 시간 안에 3개 공격해야 한다? 헬임 ㅋㅋㅋ
-심지어 상대도 본인한테 생긴 급소는 볼 수 있어서 대처가 가능함ㅋㅋㅋ
-방장은 스킬 정도는 쉽게 쓸 듯
시청자의 말대로 카엘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랜덤하게 생성된다고 알려진 급소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게임사가 규칙성을 싫어할까?
서준은 그 답을 7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한 번 바뀌었는지 보자고.’
서준은 곧바로 미니언 뒤에서 튀어 나갔다.
미니언을 처리하던 적의 석궁이 서준에게 겨눠졌다.
“죽어!”
푹!
첫발은 서준이 변칙적으로 방향을 틀어 못 맞췄다.
두 번째 화살은 살짝 스쳤고 체력이 닳았다.
한 발 한 발이 강력한 대신 장전이 조금 느린 샨이 세 번째 화살을 장전할 때, 서준의 사거리 끝에 적이 들어왔다.
챙!
유리가 깨지는 파열음이 들렸다.
서준의 뻗은 검이 백색 빛의 원, 급소를 찌른 것이다.
“크흑.”
이어서 새로운 급소가 생기기도 전에 서준의 검은 빨라진 속도를 십분 활용하며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급소가 나타났다. 그리고 서준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이어 나갔다.
챙!
대각선으로 새롭게 생긴 빛의 선이 깨진다.
그리고 그때 적은 서준의 머리를 겨냥해 세 번째 화살을 쏠 준비를 마쳤다.
“잘 가라.”
가까이 다가온 만큼 머리에 적중만 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적은 생각했다.
챙!
하지만 그 사이에도 서준은 망설임 없이 세 번째 급소까지 공격한 상태였다.
‘축복.’
스택을 쌓은 서준의 몸이 은은한 백색 빛에 둘러싸였다.
[광휘의 축복]피융!
세 번째 화살은 정확히 서준의 머리로 날아갔다.
하지만, 서준을 꿰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어?”
화살을 쏜 적의 눈이 커졌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로 놀랐다.
-???
-뭐야
-ㅅㅂ ㅈㄴ 빠른데?
-급소 외운 건가???
-급소가 외울 수 있는 거면 개나 소나 카엘 하게?
-아니 진짜 뭔데??ㅋㅋㅋㅋㅋㅋ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서준이 첫 급소를 벤 이후부터 스킬을 사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2초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보셨네요? 카엘의 스킬.”
“네……, 네?”
“앞으로도 실컷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