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41)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41화(141/431)
제141화
-무친놈 무친놈 무친놈 무친놈 무친놈
-이걸 도발을 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스트리머랑 초면 아닌 거지? ㅋㅋㅋㅋㅋ
-초면이 아닐 리가 있겠냐. 그냥 하는 거지
-상대방이 동료 스트리머가 아니라 일반 유저라고 생각하고 도발한 건 아닐 거라 믿어
아, 맞다.
서준은 채팅을 읽다가 놀랐다.
착지한 뒤 경황이 없어서 그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도발을 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방송을 너무 오래 한 것 같네.’
원래 이런 도발은 서준의 성격이 아니다. 그가 얼마나 선하고 곧은 심성을 가지고 있던가.
도발은 오로지 방송에서 재미를 챙기기 위한, 그의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였다.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저질렀으니 아무래도 몸에 익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방송을 너무 오래 했다는 말은 이 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음. 맞지.’
서준은 말을 덧붙였다.
“저기 오네요. 계획대로.”
닉네임이 도깨비?
누구였더라? 알 것 같은데.
-그 착지가 계획대로였다고?ㅋㅋㅋㅋㅋㅋ
-일부러 체력을 깎은 뒤 상대를 유인한 거군요!
-딸피로!
-그래서 한 대도 안 맞겠다고?
서준은 채팅에 대답해 줬다. 대회가 본 게임에 들어가면 채팅은 못 보기에 어쩌면 리오스에서는 유일하게 소통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순간이다.
“뭐, 한 대도 안 맞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그때였다.
휘리릭.
펄럭.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천천히 내려온 도깨비가 줄을 끊고 서준이 서 있는 옥상에 착지했다.
이어서 주변 건물들에서도 사람들이 하나둘 착지하는 게 보였다.
서준과 눈이 마주친 도깨비가 살갑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서준 님 맞으시죠? 저는 스트리머 도깨비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스트리머 진서준입니다.”
그래.
스트리머끼리는 이렇게 친절해야지.
조금 전 예의를 밥 말아 먹고 도발했던 건, 이미 기억에서 지운 지 오래였다.
“저도 서준 님처럼 A급 선수인데, 한 대도 안 맞겠다고요? 이건 좀 섭섭한데요.”
A급이었어?
-챌린저 정글임
-지금 공식 계정도 틀어놓고 해설도 듣는데 복싱도 준선수급으로 잘한다는데?
-애초에 영웅 무에타이 하는 김 신 장인이잖아
-김신 ㅋㅋㅋㅋ 그래서 도깨비였어? ㅋㅋㅋㅋ
-무에타이 아니야 이 새끼야. 이름도 김신 아니고 ㅅㅍ
빠르게 정보를 받아들인 서준은 멋쩍게 웃었다.
“이런, 하하. 들었나요?”
“네. 바로 위에 있어서 그런가, 잘 들리더라고요.”
“죄송합니다. 무시하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서준은 그렇게 딱 깔끔하게 말하고 자세를 잡았다.
도깨비는 더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마찬가지로 몸에 적절한 긴장을 불어 넣었다.
그도 서준의 말이 무시한 게 아니란 건 안다.
‘천재들은 저렇지.’
그는 서준이 무기를 던지고 자신을 도발한 이유가, 게임을 포기한 건 절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아무리 처음에 비행기에서 낙하하는 것부터 실수하고, 착지도 잘 몰라서 낙뎀을 받았어도, 거기까지는 의도치 않은 트롤링이라 넘어갈 수 있다.
애초에 신입 스트리머 아닌가. 가상현실도 신입이고.
하지만 대놓고 트롤링을 하면 그 뒤의 여파는 꽤 힘들 거라는 건, 항상 여론을 살피는 스트리머들이라면 다들 본능적으로 아는 법이다.
그러니 서준은.
‘정말로 한 대도 안 맞고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거겠지.’
도깨비.
그도 마찬가지로 천재라 서준의 생각을 알고 또 이해해서 넘어갈 수 있었다.
‘천재라……. 유감스럽게도 그건 마찬가지라서.’
지금 전투가 빨리 끝나서 서준이 너무 많은 욕을 먹지는 않기를 바라며, 도깨비는 주먹을 가볍게 내질렀다.
쐐애애액!
가벼운, 간 보는 잽이었다.
그러나 준비 동작이 최적화 되어 있었기에 위력적이었다.
한순간에 서준을 끝낼 수도 있는, 아마추어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도깨비의 공격.
하지만 도깨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점점 거대해지는 서준의 주먹이었다.
퍽!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다.
“죄송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순간 그는 방송 중이란 사실도 잊고 자존심 상하는 말을 입에서 꺼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퍽!
반대쪽 주먹이었다.
* * *
[도깨비 님이 당신의 주먹을 맞고 기절하셨습니다.]“오. 기절했다네요.”
서준은 그의 앞에 엎드린 도깨비를 내려다보았다.
도깨비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정말 한 대도 안 맞았네 ㅋㅋ
-나는 솔직히 이긴 거에 별 감흥 없음ㅋㅋㅋㅋㅋㅋㅋ
-ㄹㅇ 나도 방장이 맨손 격투기에서 한 대도 안 맞았는데 그리 놀랍지가 않아… 뭐야 이거
-챌린저 정글 현실 준선수? 아 ㅋㅋ 방장 체육관 한번 오라고
-도대체 그 체육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김태우와 천하제1검객이 그렇게 싫어하는 걸까??
-다들 눈이 너무 높아졌어. 대회 방 가보셈 옳게 된 반응들이 나올 거임ㅋㅋㅋ
도깨비는 충격에 빠졌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진짜 어떻게……? 아니 뭐지? 뭐에 당한 거지?”
원래 한 번 페이스를 잃으면 다시 정신을 붙잡기 전까지 당한 일들을 제대로 기억해내기 힘들다.
폭풍우가 휘몰아치듯 정신이 없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서준은 빠르게 끝낼 심산으로 처음부터 그렇게 몰아쳤다.
“일단 권총 좀 주워 올게요.”
뒤로 멀리 던졌지만, 다행히 밖으로 빠져서 밑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조금 전 도깨비가 도발에 응해준 이유는, 서준이 다시 권총을 주우러 가도 결국 한 대만 때려도 되니 괜찮다고 판단한 것일 터.
또한 혹시 몰라 서준과 권총 사이에 착지하기도 했고.
그럼 뭐하나. 결국 졌는데.
서준은 권총을 챙겨온 뒤 옥상을 마저 살폈다. 구급상자나 붕대 같은 회복 아이템은 없었다.
“저 왜 안 죽이시죠?”
그런 서준을 향해 도깨비가 물었다.
“죽인 거 아닌가요?”
“하하. 네 그렇죠. 저는 곧 로그아웃되죠.”
서준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무리 그가 이 게임이 처음이라 해도, 그리고 설령 팀원들에게 설명을 못 들었다 해도, 저 상태가 제대로 죽지 않은 거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더군다나 본인이 왜 안 죽이냐고 물었으면서.
삶에 대한 열망이란 이렇게까지 눈을 가릴 수도 있는 것이다.
서준은 순진무구하게 어깨를 으쓱인 뒤 도깨비 근처에 앉았다.
“구급상자가 없네요. 팀원들이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하나.”
“그게 좋을걸요?”
“그런가요? 제가 싸움은 잘하는데 게임은 못 해서요.”
“아, 그거 뭔지 알 것 같네요. 저도 옛날에 그랬거든요.”
“하하하.”
“하하하!”
도깨비와 자연스레 대화를 나눈다.
도움이 되는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뜬금 담소 타임ㅋㅋㅋㅋㅋㅋㅋ
-게임 못 한다고? 진심?
-참고로 도깨비 곧 로그아웃되는 거 아니니 조심해라 방장아
서준에게 정보를 알려주려는 채팅은 대부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서준도 현재 도깨비의 상태를 알고 있었으니.
기절.
팀원이 있는 판에서 체력이 다 닳으면 유저는 이 상태에 빠지는데, 기절 상태에서 만약에 추가적인 데미지를 받으면 완전히 죽고, 팀원이 도와주러 와서 소생시키면 살게 된다.
그래서 지금 도깨비는 최대한 서준이 눈치채지 못하게 주의를 끌고 있었다. 그의 팀원을 기다리면서.
‘분명 팀원들은 온다. 걔네가 한 대만 맞추면 돼…….’
그리고.
탕!
“죽어라!”
옥상으로 올라오는 입구에 누군가가 총구를 들이밀면서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총성은 입구 쪽이 아닌 도깨비의 옆, 서준의 손끝에서 울렸었던 것이고.
그 누군가는 머리를 아주 조금 드러낸 순간, 이마에 총알을 맞고 그대로 사망했다.
“어?”
[검신14–> 잔디77]킬 메시지가 떠 올랐다. 그리고 서준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진무구한 표정은 없었다.
서준은 재밌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헤드샷은 진짜 기절도 없이 한 방이군요. 자 그러면 건물에 몇 명이나 더 왔는지 보러 갑시다. 도깨비 님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다시 올게요.”
“어?”
지난 10분간 ‘어’만 몇 번 말했는지 모를 도깨비의 황망한 목소리를 뒤로한 채, 서준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도깨비는 아래에서 울리는 총성과 그의 눈앞에 떠오르는 킬로그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탕!
[검신14–> a13#5]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다음 싸움이 벌어졌다.
탕, 탕, 탕, 탕!
총성만 들어도 서준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었다. 아마 그의 팀원이 당황해서 위협용으로 쏘는 것일 거다.
팀원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차오른다.
마구잡이로 난사하던 총성이 사그라든다. 아래층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팽팽한 긴장감이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다.
기절 상태라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탕!
이후에 건물 내부에서 단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짐작한 대로 킬로그가…….
킬로그가 떠오른다.
[검신14–> 짜장맨]‘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어!’
A인 그가 죽으면 힘들어지기에 팀원들은 무전을 친 뒤 바로 도와주러 왔을 것이다.
그도 믿고 있었다. 그리고 서준도 믿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내려갔던 계단을 서준이 올라온다.
거침없이, 그러나 여유롭고 부드럽게 그에게 총구를 겨누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다녀왔습니다.”
탕!
그때 도깨비의 채팅창은 이랬다.
-ㅅㅂㅋㅋㅋㅋㅋㅋ
-느와르 한 편 뚝딱이네
-아 ㅋㅋ 이 새끼 때문에 팀도 다 죽고 이 새끼도 죽었으니 저쪽 방 가서 보러 감
-니들 도깨비 버려?
-버려!
* * *
[검신14–> 도깨비]“첫 팀은 쉽게 해결했네요.”
서준은 진짜로 죽은 도깨비의 시체를 내버려 두고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운이 좋았어요.”
-다 헤드샷이야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샷 원킬의 진수
-이 새끼는 못 쓰는 게 없음
-방금 도깨비 방 시청자인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그냥 보여서 머리를 쐈을 뿐이에요.”
정말로 그랬을 뿐이다. 적의 존재를 소리로 알게 되면 미리 대비했다가 보이면 쏘는 거다.
이 행위를 서준보다 빨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여기에는 두 가지 운이 작용했다.
첫 번째는 적 스쿼드 3명이 도깨비를 구하러 바로 와서 그런지 따로따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만약 함께 왔다면, 한 대만 맞으면 죽는 서준 입장에선 귀찮게 싸워야 했다.
두 번째는 서준이 먼저 자리를 잡고 상대가 서준을 뚫으려는 싸움의 구도다.
만약 자리를 잡은 상대를 뚫으려고 하면 이렇게 쉽게 싸움을 끝내지 못한다.
미리 자리를 잡은 상대는 서준보다 먼저 겨누고 격발하는 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뭔가 부족하네요.”
캠프 스팟에 내려온 스쿼드는 두 팀. 한 팀을 서준이 처리한 게 킬로그에 다 떴을 테니 그들은 분명 자리를 잡고 경계하고 있을 터.
현재 서준의 목적은 여포 메타인데 그렇게 되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그래서 서준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건물 구석에 있는 한 아이템이 서준의 눈에 띄었다.
“이건?”
서준은 본능적으로 그 아이템을 향해 총을 쐈다.
탕! 탕! 탕!
흠집도 안 난다.
“님들. 이거 뭐예요?”
설마 했는데 내구도가 무한인가?
서준이 허리를 숙여 아이템을 집었다.
-ㅈ됐다. 지상 최강의 무기가 방장 손에 들어갔다
-ㅅㅂㅋㅋㅋ 총알 튕기는 거 바로 시험해보는 것 봐. 아무도 안 알려줬는데 직감 쥑이네 ㅋㅋㅋㅋㅋㅋㅋ
-저 정도 해야 웨폰 마스터지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걸로 뚝배기 때리면 바로 기절임 ㅋㅋㅋㅋㅋ
서준의 손에 들린 아이템은.
프라이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