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4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44화(144/431)
제144화
황소가 수류탄을 살포시 놓고 서준이 피신한 순간.
“아! 이겼어요! 이걸 이깁니다! 말도 안 되는 플레이에요!”
해설 데스크에선 환호성이 울렸다. 아린과 방주의 환호성이었다.
“아니, 프라이팬으로 총알을 막다니. 황소 선수가 얼마나 황당한 표정을 지었는지 모두 똑똑히 보셨을 겁니다. 저희도 딱 그런 표정을 지으신 분이 두 분이나 계시거든요.”
아린은 말을 계속하면서 양옆을 슬쩍 바라봤다.
그 둘은 펭귄과 태양이었다.
펭귄과 태양은 서준의 빠르고 정확한 에임을 설명하면서도 서준이 황소와 싸우기로 결정한 건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장비는 극복하기 힘들다고, 차라리 체력을 회복한 뒤 싸우거나 스팟을 어떻게든 떠나는 게 낫다고.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했을 뿐이다.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교전에서 보여준 건.
“프라이팬으로, 이렇게도 게임이 되는 게 신기하네요! 결국 승리합니다! 스쿼드 두 개 완파! 조끼나 헬멧은 못 가져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방주가 물었다.
“왜죠?”
“프라이팬이 있잖아요!”
서준의 채팅창과 비슷한 반응들이 나왔다.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
-프라이팬 하나면 파밍 다 한 거 맞지
-총알도 못 뚫는 절대 무적의 방팬데 이런 레어템 파밍하면 된 거 아님?
-레어템이라기엔 프라이팬은 너무 쉽게 구하는데ㅋㅋㅋㅋ
그만큼 서준이 보인 플레이의 임팩트가 컸다.
순간 깨달은 방주가 우쭐댔다.
“그건 그렇군요! 그런데 아십니까? 사실 저는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프라이팬으로 해결할 걸 예상하셨다고요?”
“네, 당연하죠. 딱 프라이팬을 집는 순간 심상치 않음은 모두가 느끼지 않았습니까!”
“전혀 아닌데요.”
“옛 고구려 수박도에도 프라이팬으로 총알을 막는 행위가 기록되었을 정도로 이게 아예 없는 플레이는 아니거든요.”
수박도는 고구려 고분 벽화다.
“아! 그런가요?”
-고구려 수박도는 인정이지 ㅋㅋㅋㅋㅋㅋㅋ
-유서 깊은 스킬이었구만 ㄷㄷ
-하긴 왜 프라이팬을 저렇게 단단하게 했겠음. 사실 용도 그대로 쓴 거임!
-고구려 때 프라이팬이 있었음?
-그럼 없었냐? 새끼야?
-이 새끼는 뭔데 당당한데 ㅅㅍㅋㅋㅋㅋㅋㅋㅋ
“네. 위급한 상황에 임기응변식으로 방패 대신 프라이팬을 쓰는 건 없던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서 프라이팬을 오리하르콘과 티타늄을 섞어서 만든 것 아니겠습니까.”
개소리의 향연이었다.
“주재료가 오리하르콘이랑 티타늄이었나요? 어쩐지!”
어쨌든 뜻은 통한다. 총알을 막아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지금까지는 주로 먼 거리에서 머리를 보호하는 식으로, 임기응변으로 나왔지. 그냥 대놓고 막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그것도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여러 번! 말도 안 되는 반사신경입니다.”
총알을 보고 움직이는 반사신경은 아니다. 그게 되면 초인이지.
그래도 총구를 보고 쳐내는 것도 충분히 엄청난 반사신경이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죠?”
“저런 뛰어난 반사신경을 가진 검신에게 검이 쥐어진 이상 게임은 끝났다는 거죠.”
-여기서도 검 이러네 ㅋㅋㅋㅋ
-저쪽 방 기존 시청자들도 이러던데, 서준과 관련된 놈들은 다 프라이팬은 검이다 시전 중 ㅋㅋㅋㅋ
-이건 서준이 사람들을 그렇게 맛 가게 만든 걸까 그런 놈들만 친해진 걸까
“어쩌면 오늘 대회를 기점으로 그라운드 제로에는 프라이팬 혁명이 시작될 수도 있겠습니다. 자, 그 말을 하는 순간 다른 곳에서도 교전이 일어납니다!”
화면이 전환된다. 위치는 비행장.
병원은 한가하고, 서준의 스쿼드는 유유자적하게 파밍하고 있고, 캠프에는 서준밖에 안 남았으니, 사실상 싸움이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유저들이 엄폐물에 숨은 채 분주하게 서로에게 총을 쏘고 있었다.
아린이 이전 상황을 파악하고 설명했다.
“벙커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푼 님을 멘탈 님 팀이 갑자기 급습하면서 교전이 시작됐군요! 역시 그대로 넘어갈 리가 없죠.”
이제까지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던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인기 스팟에 같이 착지했으면서, 서로 적당히 구역을 나눠서 파밍하고 넘어가는 그림이 나올 뻔하다니. 스트리머로서 실격이죠, 이건.”
그래서 결국 두 팀은 부딪혔다.
멘탈 팀의 A급 유저는 파도였다.
서준의 표현을 빌리자면 팬티맨, 즉 게임의 고인물이었다.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다. 파도가 이 게임에 한해서는 최고수라는 것을.
그런 파도가 처음 스푼에게 공격을 적중시키면서 싸움은 시작되었다.
비행장 스팟.
그곳에 있는 벙커 입구의 정확한 위치는 비행장을 둘러싼 외벽 너머에 있었다.
생김새는 비행장 안에서 보면 흔한 한국의 산소(山所)처럼 둥글게 흙이 쌓아 올려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와보면 꽤 크다는 것과, 반대편에서 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입구 쪽이 파여 있다는 점이 달랐다. 여담으로 병원의 벙커 입구는 지하 1층에 있다.
처음에 총격을 맞은 스푼은 바로 그 파여 있는 입구로 가서 치료 아이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원들은 벙커 주변에 있는 상자 같은 지형지물들과 본인들이 주차한 자동차를 통해 엄폐했고, 적들이 더 다가오지 못하게 총을 쏘며 스푼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스푼 팀은 조금만 더 버틴 다음에 바로 지하로 들어갈 생각인가 봅니다. 방어적이죠? 일단 두 팀 다 연막탄을 깐 상태입니다.”
“그렇네요.”
“곧 열릴 텐데요. 일단 스푼 스쿼드가 먼저 지하로 들어가게 되면, 아무래도 후발주자는 들어가기 꺼림칙합니다. 그 전에 어떻게 해야 할 텐데요.”
탕!
자욱한 안개 너머에서 총알들이 오가고.
“아! 파도가 맞췄습니다! 이래서 연막을 깐 뒤 엄폐했던 위치를 바꿔야 하거든요. 적은 이왕이면 봤던 자리를 노릴 텐데, 그곳에 그대로 있다면 연막을 깐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세 해설진이 현재의 전투를 풀어주고 있었다.
“아, 그 순간! 파도 선수의 팀원들이 자동차를 탑니다. 설마 정면 돌파?”
자욱한 안개 속에서 자동차가 튀어나왔다.
당연히 벙커 앞에 있던 스푼의 팀원들은 차를 향해 총을 쏘려 했으나, 파도의 팀원들의 무차별 총알 세례에 제대로 막지 못했다.
또한 자동차는 정면으로 오는 대신 벙커를 빙 돌았다.
“벙커는 포기하나요? 빠른 판단?”
“모르죠.”
“아! 뒷자리에 앉은 선수가 무언갈 던질 준비를 하는데요?”
그건 수류탄이었다.
“하지만 사거리상 저렇게 넘겨도 벙커 앞에 자리 잡은 팀원들한테는 안 닿을……. 아! 스푼 님이 있었습니다!”
이제 거의 다 응급 키트 사용이 끝나가는 스푼 쪽으로 자동차에서 수류탄이 날아간다.
하지만 수류탄은 언덕 끝자락에 걸쳐서 넘어가질 못했다.
“이런 우연이! 잡초 선수 머쓱해하고 있어요!”
“하필 끝자락에 걸리다니! 하하하! 기가 막힌 우연입니다.”
“그러게요…… 어?”
그때였다. 운전대를 잡았던 팬티맨. 아니, 파도가 팔을 창밖으로 뻗은 뒤 무언가를 향해 총을 쏜 것은.
탕!
언덕 끝자락에 걸쳐 있던 수류탄에 총알이 맞았다.
바로 터지지는 않았다. 물리엔진이 그렇다.
대신 수류탄은 밑으로 떨어졌고.
화면은 스푼의 시점으로 바뀐다.
스푼은 체력을 막 다 회복하고 일어서는 중이었다.
그리고 위를 본 순간.
수류탄이 떨어지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공중에서 폭파한다.
스푼의 머리 위에서.
“아! 즉사! 수류탄으로 A급을 잃습니다!”
“파도 님은 그대로 비행장으로 돌아갑니다. 뒷좌석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면서요! 하지만 어깨를 잡는 등의 스킨십이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맨살이어서겠죠?”
환호는 해주되 가까이 가지는 않는다.
파도가 운전대를 잡고 있기에 안전운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맨살이어서였다.
“어쨌든 처음부터 지하를 노린 게 아닌 듯합니다! 짧게 깽판 치고 바로 원래부터 계획되었다는 듯 비행기 타러 가고 있어요.”
“이러면 하늘을 날면서 보급을 노릴 생각인가 보군요. 하긴, 꼭 비밀의 방을 갈 필요는 없죠?”
비행장의 가장 큰 장점은 비행기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쉽게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재 이곳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거의 대부분 지하로 갔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급은 거의 그들의 것이 확정된다.
“지하의 승자와 파도의 팀이 붙겠군요.”
“가히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거기에 파도 님의 미친 임기응변이 또 한 번 발휘되면 우승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하. 걸치자마자 총으로 바로 쏠 생각을 하다니. 역시 팬티를 조심해야 합니다.”
“아니, 이 게임에서 명장면이 몇 개나 쏟아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ㄹㅇㅋㅋ
-하여간에 고인물들이란
-A급들의 클라스긴 함
-총 맞고 치료하다 뒤진 스푼은 A급 아님?
-어딜 숟가락이
-다들 개쩐다 ㄷㄷㄷ
-근데 서준은 첫판인데 고인물 취급하는 게 맞아?
-응 ㅈㄴ 맞아
[폭풍이 곧 주변을 감쌉니다.]소강상태가 왔고 아린이 상황을 정리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이들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은 바로 가까운 입구였다.
“자 이렇게 약간 허탈해 보이는 스푼 없는 스푼 스쿼드 두 명이!”
빠르게 내려가는 두 명을 비춘다.
“그리고 풀 파밍한, 특히 도핑제가 두둑한 병원 스쿼드가!”
이윽고 병원 팀도 내려가고 있었다. 어둡고 길이 좁기도 하면서 광활한 지하 쪽으로.
“마지막 선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선수가 지하를 먹은 뒤, 파도 선수하고 최후의 싸움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프라이팬으로 총알을 튕기고 두 스쿼드를 잡았으니 ……어? 뭐하죠? 지금 총을 뒤로 버리는데요? 어? 어? 그대로 지하로 내려갑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아린은 벙쪘다.
“옵저버 님 인벤토리 확인 가능한가요?”
방주가 재빨리 부탁했고, 화면에 떠오른 서준의 인벤토리에는.
“음. 3레벨 조끼도, 헬멧도 없고 무엇보다…….”
아린이 말했다.
“……총도 없네요. 뭐죠?”
방주는 크게 웃었다. 정말 매 순간 기상천외한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며.
“하하하! 시청자들 채팅 보니 알 수 있네요. 프라이팬이 검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하고 던졌다는군요!”
-미친놈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저럼?
-원래 저럼! 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빨리 니들도 서준 방도 같이 틀라고 ㅋㅋㅋ 개재밌다고
-진정한 검이 뭔지 보여준다잖아
그리고 펭귄이 탄식하듯 내뱉었다.
“아. 이러면 우승에는 멀어지죠.”
“네? 펭귄 님 그게 무슨 소리죠?”
또한 그러는 와중 화면에선 서준이 시청자와 대화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태우 내려온다고요? 하…… 무조건 그놈만은 잡겠습니다. 무조건.]* * *
병원에서 여유로운 파밍을 마친 후, 계단을 내려가던 태우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어 채팅창을 봤다.
주변이 어두워서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게 채팅창과 인터페이스뿐이었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왜 웃고 있어.’
불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