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46)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46화(146/431)
제146화
태우가 들고 있는 권총의 연발 속도는 0.4초다.
서준이 다가오는 동안 태우가 쏜 총알의 개수는 8발.
태우는 바로바로 연사했으니, 즉 서준은 3.2초 만에 다가온 것이다.
달리면 2초 안에도 올 수 있는 거리인 만큼 서준이 서두른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청나게 빠르게 느껴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와 ㅋㅋㅋㅋㅋㅋㅋ ㅈㄴ 공포 영화였네 ㄹㅇㅋㅋㅋㅋㅋ
-서준 말고 이쪽도 틀어놔서 이걸 봤네
-클립으로 당장 따!
-나 순간 좀비 게임 하는 줄 알았음ㅋㅋㅋㅋ
-좀비가 저러고 다가온다? 이거 못 참거든요
-달리는 좀비보다 무서운 프라이팬 든 좀비 ㅋㅋㅋㅋㅋㅋ
조금 전 벌어진 일을 선명히 눈에 담았던 태우는 기억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인류의 안전을 위해 저 새끼는 무조건 좀비가 안 되게 지켜야 하겠지.’
그는 기절 상태에 들어가 엎드린 채로 채팅을 읽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운 좋게 서준의 첫 번째 공격을 피한 태우는 건방지다고 기절 당한 뒤에도 한 대 더 프라이팬으로 맞아서 빈사 상태였다.
“여러분, 그놈이 저를 바로 안 죽인 이유가 뭘까요?”
3.2초는 전투에 있어서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짧은 시간이다.
태우의 팀원들이 총소리를 듣고 대비하고 도와주러 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싸움이 난 뒤 바로 오는 거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바로 왔다가 감시에 공백이 생겨서 적이 시야 밖으로 가는 것을 허용하면, 더 큰 패착이 되기에 도와주러 오는 시간이 걸렸고.
그 결과 태우는 팀원들이 오기 전에 죽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준이 그냥 밀고 들어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총알을 튕기는 것도 몇 번 튕긴 줄 알았지, 그냥 대놓고 오면서 튕겼다는 말은 없었잖아!
서준은 그를 내버려 두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좀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서준이 그들의 공간에 침투했다. 미리 자리를 잡은 위치가 의미 없어졌다.
‘그래도 케릴이라면 분명 저놈을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를 다시 살려내러 오지 않는 팀원들이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템이 있기도 하고.’
서준과 싸워서 이기려면 그 하나쯤은 이 게임에서 이탈이 되어도 좋다.
어떻게든 하겠지?
하하하.
챌린저 서폿에다가 특히 뇌지컬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 놈인데.
그것보다는.
-니를 살려둔 이유? 그냥 죽일 가치가 없어서겠지 ㅋㅋㄹㅃㅃ
-그래서 왜 넘어졌는데
-어떻게 피한 거냐? 진짜 쫄아서 넘어진 거냐?
-태우야 빨리 바른대로 불어라
-서준도 놀랐잖음. 피해서. 근데 내가 볼 때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저건 분명 주저앉은 게 맞음
쫄았다. 그리고 그걸 시청자들이 눈치챈 것 같다.
젠장.
그 미친놈은 등장할 때부터 압권이었다.
모퉁이에서 처음 뒷걸음질 치며 튀어나온 적, 그리고 그놈.
힘이 풀려도 합법 아닌가?
“그런 거 아닙니다.”
탕! 탕! 탕!
격전이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어떻게든 서준을 막았으면 한다.
다른 팀이 왔을 수도 있다. 저쪽 복도 끝에 그와 같은 처지인 사람이 있었다. 뒤로 빠져서 잘 안 보이지만.
탕! 탕! 탕!
내부도 보이지 않는다. 지하 공간은 수많은 엄폐물과 어둠이 깔린 곳이 많았으니.
처음부터 진입을 막으려 했던 이유였다.
[케릴–> 암막커튼이필요해] [검신14–> 물티슈]오, 나이스.
‘저 둘이 스푼 팀이었나?’
케릴이 다른 팀원을 죽이자 먼저 기절했던 사람이 죽은 것이다.
더 이상 그를 살릴 수 있는 팀원이 없으니 그렇다.
또한 서준이 아까 기절시켰으니, 서준이 죽인 걸로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고.
‘역시 저쪽도 와서 싸우고 있었군.’
현재 태우에게는 제세동기라는 좋은 아이템이 있었다.
병원에서 파밍 확률이 가장 높은 레어 아이템.
3레벨 방어구가 캠프에서 스폰될 확률이 가장 높다면 병원에선 이 제세동기가 있었다.
아이템의 효과는 기절 상태에서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것.
‘지금 쓸까? 그놈이 이걸 알았을 리는 없고. 그랬다면 죽였겠지.’
제세동기의 가장 큰 단점은 사용을 시작한 순간부터 엄청 큰 소리가 울린다는 것이다.
이 아이템은 사용자의 위치뿐만 아니라, ‘이 자식이 나를 사용해서 부활하고 있어요. 그러니 어서 잡아요.’라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사용했다가 전투를 방해하면 안 되는데.’
이게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다. 큰 소리란 갑작스러운 변화가 어떻게 싸움을 바꿀지 모르겠다는 것.
탕! 탕!
제세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케릴과 태우다. B등급 원딜은 의외로 그라운드 제로를 잘 못한다고 해서 그렇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걸 알 테니 소리를 내면 이걸 이용할 수도?’
챌린저 서폿의 뇌지컬을 믿어볼까?
어쩌면 이 소리를 활용해 서준을 잡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정보의 격차.
서준은 이 아이템의 존재 자체를 모를 확률이 높다.
그에 반해 케릴은 그가 제세동기를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으니.
[검신14 –> 궭벩]팀원이 죽어버렸다. 기절시킨 것도 아니고.
슬슬 사용하는 게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우는 아이템창을 연 뒤 한쪽 팔로 제세동기를 힘겹게 눌러서 사용하기를 눌렀다.
삐이이이이!
-드디어 사용하나?
-제세동기 나왔어요!
-이 새끼 도대체 왜 아직까지 안 쓴 거임?
-그래 서준이 살려두고 간 게 천운이지ㅋㅋㅋㅋㅋㅋ
거대한 사이렌 소리가 지하 내부를 울렸고 태우는 누운 상태가 되었다. 제세동기가 그의 몸에 붙었다.
‘누구든 와라.’
기다린다.
살아나면 좋고 어떻게 돼도 운명이다!
그 순간.
“와, 이 소리 뭐예요?”
복도의 반대편, 지하실 정면의 어둠 속에서 서준이 나타났다.
그리고.
“잡았다.”
탕!
케릴이 왼쪽에서 나타났다.
“어이쿠.”
하지만 서준은 얄밉게 뒤로 빠진 상태였다.
“하하하. 아니, 저 형 너무 날랜 거 아니에요? 어둠을 너무 잘 이용하는데.”
케릴이 태우에게 말하듯 서준에게 대화를 걸었다.
“그거 다 놀아준 거예요. 그냥 싸워도 되는데.”
그리고 서준이 장난스럽게 답했다.
서준과 케릴은 벌써 싸우면서 몇 번 말을 섞었는지 자연스레 대화하고 있었다.
“그러시겠죠. 그런데 둘이라면?”
그때였다.
탕!
서준의 뒤쪽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캉!
‘역시 저 새끼는 뒤에도 눈이 있는 게 분명해. 아니면 핵이거나. 근데 눈이 뒤에 있는 게 핵 아니야?’
부활하기 위해 누운 채로 있는 태우가 서준이 뒤를 돌며 프라이팬으로 총알을 막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그러는 와중 케릴은 빠르게 태우 쪽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계속 쳐 낸 형이라도 2 대 1은 안 되겠죠?”
서준을 가운데에 두고 두 명이 앞뒤로 포위하기 위해서.
‘그렇겠지! 아무리 저놈이라도 동시에 둘은 안 되지! 역시 챌린저! 믿고 있었다고!’
부활까지 15초 남은 태우는 당장 케릴에게 맛있는 치킨이라도 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분명 서준은 이리저리 누비면서 팀원이 약간이라도 고립된 순간을 노려서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완벽히 포위됐다.
‘아. 총알이 두 개인데 어쩌겠냐고. 한 번 막거나 피해 보라고.’
아무리 서준이라도 안 된다고 회심의 미소를 태우와 케릴이 짓는 순간.
턱.
“둘이면 뭐가 달라지나요? 안 그래, 태우야?”
서준이 피식 웃으며 왼손에 새로운 아이템을 꺼낸다.
오른손으로는 다시 쏘는 다른 팀원의 총탄을 막아내면서.
캉!
“그……런가?”
서준이 새로 꺼낸 아이템을 본 태우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 서준을 보던 상태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서준이 새로 꺼낸 아이템은 프라이팬.
분명 날아드는 총알이 2개니까.
프라이팬도 2개를 들면.
안 달라지는 건가??
정말로 그런 건가?
-저것은 이도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저러려고 계속 프라이팬 챙겼던 거임?
-에라이 지금 인벤에 프라이팬 4개 있는데 그냥 다 써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자식 강하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
-아예 입에 물기까지 하지 그러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케릴이 박스를 돌아서 서준을 포위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지만, 양손에 프라이팬을 든 서준의 얼굴은 태우가 보기엔 너무나 평온했다.
“제가 설마 이런 구도가 나올 줄 몰랐겠냐고요. 오세요, 케일 님.”
“케릴이라고요! 아 형! 몇 번 말해요!”
태우는 속으로 확신했다.
서준이 일부러 이름을 틀리고 있는 것이라는 걸.
너는 고등학생 속을 그렇게 긁고 싶냐?
탕!
싸움이 시작됐다.
* * *
탕!
총구에서 불이 튀어나오며 총알이 모습을 드러낸다.
빠른 속도로 쏜살같이, 아니 그보다 더 빠르게 날아와 체력을 잃게 만들 금속 덩어리다.
하지만 총구를 보고 먼저 움직인다면, 미리 그 위치로 방패를 갖다 대 막는 게 가능하다. 비단 막는 것뿐만 아니라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친놈.’
지금 서준이 몸을 회전시키며 피하는 것처럼 말이다.
태우가 보는 서준은 오묘한 놈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조금만 깊어져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는 오묘한 놈.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남을 놀리고, 소위 말해 인성질을 해 단단히 꼬여있나 싶다가도, 또 나쁜 짓은 싫어해서 선배들을 계도시키고.
선수들을 샌드백 삼아, 본인 스트레스 풀러 패지만 그래도 그 기이한 가르침으로 실력을 향상시켜주고.
태우 그를 맨날 놀리고 부려 먹지만, 막상 그가 방송에 도저히 답이 안 보일 때 ‘그냥 해.’라는 한 마디로 불안을 날린 놈이다.
그런 서준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다 자부한 태우는 지금 제대로 된 움직임을 처음 보면서 서준이 그들을 많이 봐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서준은 반 바퀴를 돈다.
그리고 서준의 앞뒤에서 불똥이 두 번 튄다.
캉!
반 바퀴를 회전하면서 뒤에서 오는 공격을 확인하고 그대로 쳐낸 것이다.
앞뒤 동시에.
왼발을 축으로 반 바퀴를 돌았으니 다음은 오른발을 축으로 삼는다.
그대로 반 바퀴를 돌면서 케릴에게 접근한다.
몸이 돌고 팔이 따라온다.
그리고 그 팔은 자연스레 뒤에서 오는 공격을 막는다.
스파크와 불똥이 다시 튄다.
하지만 울림은 하나였다.
탕!
케릴이 이대로 안 된다고 느꼈는지 공격을 늦게 한 것이다. 타이밍을 뺏으려는 시도였다.
단 한 수만에 변화가 필요함을 감지하고 행동한 것은 분명 뛰어난 소수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임기응변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타이밍을 읽었는지 그대로 뒤에서 온 공격을 막았던 팔을 끌어와 정면까지 막는다.
캉!
만약 케릴이 조금만 더 빨리 쐈어도 맞았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저 자식이라면 분명 그것도 막았을 것 같은데.’
그러는 사이 서준은 회전을 멈추지 않고 다가간다.
검을 잡은, 아니 프라이팬을 잡은 손끝을 예리하게, 그래서 단 한 번도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몸으로 말하듯이.
탕! 탕! 탕!
앞뒤로, 절대 막힐 수 없는 공격이 계속해서 막히고 서준이 지나간 자리를 스파크가 장식한다.
‘미친놈.’
진짜 미친놈이다.
신기(神奇).
사전의 정의는 신이 부리는 기술이다. 그리고 태우는 지금 그 기술을 목도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살아나면!’
그 순간.
케릴에게 거의 다가간 서준이 왼손을 놓았다.
그러자 주인을 잃은 프라이팬이 원심력에 의해 태우에게 날아왔다.
컥.
부활이 끊겼다.
태우는 당황해 소리쳤다.
“이걸 왜 버리냐!”
두 명을 상대하면서 프라이팬을 던지다니?
그런데 이유가 있었다.
케릴이 총을 쏘는 타이밍을 팀원과 다르게 잡아서, 프라이팬 하나로도 충분히 막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케릴은 그 즉시 다음발부터 팀원과 동시에 쏘려고 했지만, 이미 눈앞에 다가온 서준이 문제였다.
“케일 님. 님이 맞아주세요.”
그대로 뒤로 빠지려는 케릴에게 서준의 손이 쑥 찔러 들어갔다.
프라이팬으로 인한 타격을 대비하고 있던 케릴에게는 불의의 일격이었다.
턱.
서준은 케릴의 어깨를 붙잡고 당겼다.
그리고.
탕!
뒤에서 날아온 총알을 케릴이 대신 맞았고, 케릴이 뒤를 본 순간 서준은 프라이팬을 내려치고 있었다.
기절.
“이러면 하나면 충분하잖아. 그래서 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