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5)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5화(15/431)
제15화
눈을 감은 서준이 앞발을 내딛고 공간을 장악하며 검을 천천히 내리그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 중 그 한 번의 발걸음에 어떤 수가 담겼는지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가가각.
서준의 검 끝이 방패에 닿았다. 그리고 표면을 긁기 시작했다.
분명 느리지는 않지만, 충분히 ai가 반응할 수 있는 속도 같아 보였다.
하지만 어째선지 ai는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가가가각.
검이 방패의 표면에 선을 그리다가 어느 순간 빨라졌고.
촤아악!
서준은 용도를 다한 검을 회수하며 눈을 떴다.
그리고.
콰직!
방패가 파괴되며 조각들이 비산했다.
단 2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와아! 미친!”
알파카가 소리를 질렀다.
-??????
-저게 된다고?
-한 번에 한 건가?
-뭘 본 거냐 ㄷㄷ
“찾아냈어요! 그것도 눈 감고! 뭐지? 진짜 외계인인가?”
알파카는 자동반사적으로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의 입은 이미 더 늘어날 공간이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ㄹㅇㅋㅋ
-아니 진짜 뭐가 보이는 거지?
-이게 천재다!
-이제야 진짜 장인 같네 ㅋㅋㅋ
-주작 치네. 어제 확인했던 거 아님?
“아니 주작이라뇨! 절대 아니에요. 방금까지만 해도 나는 서준 님이 허세 부리는 줄 알았어. 근데 아니었네. 와. 뭐가 보이나? 난 진짜 하나도 모르겠는데.”
-엌ㅋㅋㅋㅋㅋ 정배들 화났다
-그러게 정배를 왜 걸어? 그러게 정배를 왜 걸어? 그러게 정배를 왜 걸어?
-정신이 좀 들어? 정신이 좀 들어? 정신이 좀 들어?
서준이 사실상 방패를 부순 시점에서 결을 못 찾는다는 것에 건 55%는 전부 포인트를 잃는 게 확정이 났고.
채팅창이 점차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내 전재산 돌려줘! 내 전재산 돌려줘! 내 전재산 돌려줘!
-이건 사기야! 이건 사기야! 이건 사기야! 이건 사기야!
-방장! 그거 내 대학 등록금이야! 한 번만 봐줘……
-우리가 함께한 추억이 삭제가 된다니깐!!!!!!!!!
실성한 시청자부터.
-정배들 꼴 좋다 ㅋㅋㅋㅋㅋㅋ
-정배=쫄보
-무명좌를 믿었어야지!
정배를 놀리는 시청자들이 섞인 혼돈의 도가니였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채널 포인트 예측의 재미기도 하다.
어느새 서준이 알파카에게 다가왔다.
알파카는 서준의 너머로 보이는 그로기 상태의 경비병들을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
소통을 위해 서준이 잠시 무력화만 시키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런데 서준이 이곳으로 오자마자 광역 도발을 시전했다.
“크흠. 그러게, 여러분 왜 정배에 거셨어요. 와 어떤 분은 25만 포인트나 거셨네. 아이디가 킹전자산? 닉값 못 하시네요.”
참고로 채널 포인트 예측 시스템에는 각 베팅 중 가장 많이 베팅한 사람의 닉네임과 그 액수가 공개된다.
그리고 25만 포인트는 한 번에 걸 수 있는 포인트의 최대치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5만 포인트를 한 번에 날렸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쪽박 찬 놈 아이디가 안전자산ㅋㅋㅋㅋ
“그리고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하지? 이거 정배만 위험한 게 아닐 텐데?”
서준은 베팅 현황을 읊었다.
“어디 보자. 제가 4개 이상 찾는다에 건 사람들은 1%밖에 안 되는데, 지금 채팅 치는 여러분들이 전부 1%인가요?”
서준은 지금 이렇게 묻는 거다.
너희들은 안전하냐고.
-앗!
-그러네?
-엌ㅋㅋㅋㅋㅋㅋㅋ 방금 한 번에 성공한 거 보면 솔직히 뭐 알고 있다는 거 아님? 99%는 잃겠네ㅋㅋㅋ
-다행히 다 같이 망한 것 같다.
서준의 발언에 미쳐가던 정배들은 활력을 찾았다.
그들을 놀리던 사람들도 같이 망할 것 같으니까 축제 분위기가 된 것이다.
아, 쟤들도 망했어? 오히려 좋아!
이런 마인드다.
“그니깐 믿고 거시라고 했잖아요.”
-님이 늦게 말했잖아요 ㅠㅠ
[‘희망회로’님이 10,000원 통 큰 기부!] [솔직히 뽀록일 수도 있는 거 아님? 앞으로 1개만 더 찾을 수도 있잖아.]-응 이미 나는 어차피 잃는 게 확정이야
-넌 저게 뽀록으로 보이냐 ㅋㅋ
-눈도 감고 부수는데 눈 뜨면 백 개는 찾을 듯 ㄹㅇ
서준은 도네이션을 보고 웃으며 검을 들고 경비병 쪽으로 돌아갔다.
“하하. 뽀록일 수도 있죠. 암요. 그럼요.”
일련의 과정을 본 알파카는 작게 감탄을 했다.
시청자들을 놀리면서도 비호감을 사지 않고 자연스레 진행까지 한 것이다.
“이야.”
게임뿐만 아니라 방송에도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알파카는 이번 합방은 그가 이끌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시청자 3만 명]많은 사람이 들어와 보고 있다.
아마 서준은 이번 기회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될 것이다.
“네 이놈! 감히 저택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서 네빌가의 병사인 내 방패를 부수다니!”
그로기 상태였던 병사가 일어나 서준에게 검을 겨눴다.
그리고 옆에 쓰러졌던 병사도 일어나 옆에 섰다.
서로 도와 합격(合擊)하려는 것 같았다.
튜토리얼에서 겪은 병사들의 특징 중 하나였다.
‘그러고 보니 드레이크 잡을 때는 애들이 합격을 안 했었지.’
아마 개판 오 분 전인 갱단의 조직원과 정예 병사의 차이점이리라.
서준은 하면 할수록 게임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디테일이 대단하네.’
패링이나 결 같은 시스템을 넣어놔서 서준 같은 싸움을 잘하는 플레이어도 즐길 수 있게 만든 제작자의 정성이 느껴진다.
또한 커뮤니티로 봤던 기상천외한 암살 방법들은 자유도의 끝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에게 방패를 잃은 병사는 아직 방패가 남아있는 병사의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패링을 사용하면 정말 쉽게 잡겠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방패도 파괴하면서 병사의 검도 같이 파괴하는 것이다.
조금 전에는 솔직히 운이 좋았다.
그는 방패의 결의 후보를 하나로 좁히지 못했었다.
그래서 3개 중에서 1개를 선택해 우선 그은 것이었는데 당첨이어서 그림이 살았던 것이다.
검도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에서.
경비병의 롱소드의 검신에 4개의 곡선이 그어졌다.
저 곡선 중 한 개는 따라 긋기만 한다면 무기를 파괴할 수 있다.
서준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직감은 인지하지 못할 뿐인 또 다른 감각. 무의식이 정보를 처리하고 보내는 신호다.
그렇기에 경험이 쌓일수록 직감의 정확도는 올라간다.
예시로 사람들은 종종 무아의 경지에 빠지곤 한다.
공부나 게임 혹은 악기를 연주할 때 그 행위에 극도로 집중해 자신조차 잊어버리는 순간, 사람들은 평소의 한계를 넘어선다.
그리고 이 무아의 경지가 바로 인지를 벗어나 무의식이 몸을 지배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에 무의식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정신이 없는 전투 상황에서 말이다.
‘지금이야 고작해야 병사 두 명을 상대하는 상황이지만.’
서준은 최대한 검 끝에 집중했다.
그리고 발을 뗐다.
“막고 공격……!”
서준과 가까워진 방패를 든 병사가 외치는 순간, 약간의 빈틈을 노려 아까 파악한 방패의 결을 따라 그었다.
쾌검이었다.
파직!
나무로 된 방패가 갈라지며 파괴됐고, 나뭇조각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여기까지는 쉽다.
방패가 파괴된 병사는 당황했고 한 발짝 뒤에 있던 병사는 서준의 빈틈을 노리고 검을 내려친다.
‘아니야.’
서준은 한 번에 4개의 곡선을 노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이마로 떨어지는 병사의 검은 한 번에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은 각도였다.
그래서 서준은 병사의 검을 튕겨냈다.
패링 판정은 나지 않았다.
의도한 것이다.
그리고 반발력으로 서준의 검도 튕겨 나오자 방패가 부서진 병사가 오른쪽에서 서준의 허리로 검을 찔러왔다.
‘지금이다.’
서준이 순간적으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검을 들어 올려 일직선으로 뻗어오는 적의 검신에 그의 검날을 맞댔다.
“흡.”
그리고 검날을 적의 검신에 딱 붙여 곡선들을 별자리 이어가듯 그었다.
또다시 운에 기댈 수는 없기에, 검을 일격에 파괴하기 위한 서준만이 할 수 있는 꼼수였다.
첫 번째 선. 아니었다.
두 번째 선. 마찬가지.
세 번째 선. 운이 나빴다.
병사의 검 끝이 서준에게 거의 다가왔다.
그러나 이 타이밍까지 계산한 서준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결국 허리에 닿기 직전. 서준의 검은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곡선을 그었고.
째앵!
병사의 검이 파괴되었다.
결을 찾은 것이다.
후드득.
파괴된 검날의 조각들이 유리처럼 쪼개지며 잔디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지막이라. 운이 좀 안 좋았네.’
후우우우.
서준은 깊은 심호흡을 내뱉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런 세밀하고 비효율적인 움직임은 엄청난 집중을 요하는 법이었다.
-와 ㅁㅊ
-?????
-실화냐???
-어이없네.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
순식간에 올라오는 갈고리들.
-또, 한 번에 컷!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ㅋㅋㅋㅋㅋㅋ
-이번 건 진짜 어려워 보이는데?
-ㅈㄴ 멋있어 오빠 나 반했어. (덜렁덜렁)
서준은 다시 내려치는 두 번째 병사의 검에 날아다니는 파리 잡듯이 후려치며 패링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두 병사를 정리했다.
-진짜 컨트롤 실력 하나는 미쳤네 ㅋㅋㅋ
-지금 알파카 표정=내 표정
-ㄴㄴ 우리 표정
“와! 서준 님! 저도 반했습니다.”
알파카가 심호흡을 고르는 서준에게 달려오면서 말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걸 보시고 움직이시는 거예요?”
알파카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워낙 멋진 장면을 본 탓이었다.
어마어마한 난이도와 극적인 연출.
‘이 정도는 해야 신하연을 이기는구나!’
알파카는 하마터면 생각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보내 비밀을 밝힐 뻔했다.
“그건 영업 비밀인데요?”
서준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진짜로 궁금한데 ㅋㅋㅋ
-아니 결을 보는 건 외계인이라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저 실력을 어떻게 쌓았는지가 궁금함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채팅창을 보다가 실소를 흘렸다.
도대체 왜 외계인인 게 그럴 수 있는 건데.
-참고로 게임한 지 3일임
-현생에서 뭘 하길래 도대체
-진짜로 실제 직업이 뭔지 궁금하다 ㅋㅋㅋ
“현생은, 음. 평범한 20대 청년…….”
“아니죠! 평범하진 않죠.”
옆에서 알파카가 서준의 말을 끊으며 반박했다.
“네? 왜요?”
“아니, 그 얼굴로 평범하다고 하는 건 기만이에요.”
-?
-서준 님 잘생김?
-그냥 스트리머끼리 하는 흔한 소리겠지 ㅋㅋ
-ㄹㅇㅋㅋ
-동료 스트리머 보고 못생겼다 할 순 없잖아
“여러분들, 지금 서준 님이 쓰고 계신 아바타 있잖아요, 이거 현실 얼굴 그대로예요.”
-????
-??
-에이 ㅋㅋㅋㅋㅋㅋ
-아, 저 실력에 잘생긴 건 진짜 개오반데;;;
-벨런스 패치 안 하냐?
-지구 운영자 뭐 하냐…
-그래도 조금은 만진 거겠지……
“아바타 만진 거 아니에요. 제가 직접 봤어요.”
-아 안 믿어요.
-나도 그냥 만진 거라고 믿으련다
-구라 ㄴ
“이따 서준 님이랑 스튜디오에서 뒤풀이 회식할 건데 제가 왜 거짓말을 해요. 그때 확인해 보세요.”
-오?
-에라이 진짠가 보네 ㅋㅋㅋㅋ
-뒤풀이 재밌겠다
자연스레 스트리밍을 끝까지 봐야 할 이유를 흘리는 진행 실력에 서준은 감탄했다.
그리고 도네가 울렸다.
[‘그건’님이 10,000원 통 큰 기부!] [작을 거야! 내가 봤어!]“스읍.”
알파카가 혀를 차며 채팅창에 손을 올리자 순식간에 도네가 다시 올라왔다.
[‘그건’님이 100,000원 통 큰 기부!] [키요. 키.]알파카는 서준을 돌아보았고, 서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그냥 넘어가라는 뜻을 내비치자 알파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번 한 번만 봐줍니다.”
-방금 매니저가 칼 들고 지나감ㅋㅋㅋㅋㅋㅋㅋ
-하마터면 밴 당할 뻔
-바로 보석금 내는 순발력 보소
-너도 장인 해라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