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62)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62화(162/431)
제162화
파도는 일말의 고민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위치가 바뀐 상태에서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게 없다.
서준의 스킬이 한 번 더 돌아오기라도 하면 큰일이고 적 정글이 와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파도 팀의 정글이 도와주러 오면 전세가 역전될 수 있지만.
“멀리 있나 보죠?”
서준이 눈치를 채고 말했다.
“그러게요. 우리 팀 정글이 오기는 좀 힘든 것 같네요. 서준 님 정글도 마찬가지인가 보죠?”
“아닌데요.”
“그러면요?”
거리가 금세 좁혀진다. 파도가 돌아서 가려 하자 서준이 따라붙었다.
서준은 파도가 자리를 원상복구 하는 걸 막는 게 아니라, 자리를 잡는 파도를 최대한 공격해서 이득을 취하는 게 목적이었다.
“저는 정글이 필요 없어서.”
즉, 순순히 보내주지 않는다.
“거참…… 아!”
파도는 좋은 생각을 떠올렸는지 미니언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카마를 크게 돌렸다.
미니언들이 카마에 맞고 표식을 띄웠다.
지척에 다가온 서준은 주변을 빠르게 눈으로 담았다.
뭘 하려는지 알 것 같다.
서준의 예상대로 파도는 미니언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낙인 추적]파도가 보는 세상이 뒤집혔다.
파도는 위치가 금방 특정될 것이라 여겼다.
낙인이 사라진 미니언을 찾으면 되니까.
찰나의 순간에 어떤 미니언에 낙인이 생겼는지, 그리고 그 미니언 중 어디가 사라졌는지, 파악하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그래도 도망치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여겼지만.
‘저기군.’
정말로 서준에겐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서준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팔을 찔러 넣었다.
푸욱.
“이건 너무하죠!”
파도는 스킬을 사용한 뒤라 투명 상태였다.
1초.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파도는 무난하게 스킬을 소모해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
스킬의 쿨타임이 조금 길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만했다.
그런데 서준은 순식간에 바로 어느 미니언의 낙인이 사라졌는지 파악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을 향해 팔을 내질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도 위치는 다시 뒤바뀌었다.
‘전투를 보는 시야가 다르다는 건가?’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거다.
‘스킬 하나 쓴 거 하고 평타 한 대면 괜찮네…….’
짧은 딜교환이 끝났고 파도는 잠시 뒤로 빠졌다.
파도의 체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있었다.
조금만 삐끗하면 죽을 위기다.
그러나 파도는 집에 가지 않았다.
“이제부턴 정말 쉽게 안 당할 겁니다, 서준 님. 네 다음 고라니라고요?”
파도의 혼잣말을 들은 서준이 피식 웃었다.
“도대체 언제요.”
“방금 눈으로 하셨잖아요!”
카마에 연결된 줄을 최대한 넓게 잡고 돌리기 시작한 파도가 억지를 부렸고.
미니언을 치며 서준이 말했다.
“저 젠 처음 하는 거 아니냐고요? 맞는데요?”
파도는 이를 보고 서준이 자신을 따라 한 것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제 마음도 읽으시는 건가요?”
“아니요. 채팅창한테 한 말이에요. 분명 그런 얘기 나왔을 것 같아서.”
정확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독심술도 하네 이제 ㅋㅋㅋㅋㅋㅋ
-실제로 채팅이 있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위에 진짜 처음 한 거 아니냐고 채팅 친 새끼들 니네 방장 첩자 아니지?
“자. 또 시간이 됐네요.”
서준은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발밑의 그림자가 몸을 뒤덮는다.
[그림자 비술]“이번엔 뭡니까?”
“분신이요.”
“안 믿어요.”
파도는 뒤로 물러섰다.
* * *
[시작부터 카운터 픽을 상대로 기분 좋은 딜교환을 하는 서준 선수!]옵저버가 미드를 잡은 상황 속 아린이 말했다.
방주가 이어서 설명했다.
[이게 우연히도 잘 맞아떨어졌거든요. 파도 선수가 분신을 본체라고 깊게 믿은 덕분이죠.] [처음에 튜토리얼을 한 덕분일까요?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일까요?] [저 상황에 선 누구라도 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면 도깨비 선수도 비슷하게 당한 기억이 있지 않나요?] [네? 언제요?] [낙하산 때요.] [아.]맥락이 비슷하다.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서준에게 유리하게 상대방이 오해를 하거나 인식하고 달려든 뒤 서준이 승리를 가져간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실력이 뒷받침돼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튜토리얼 얘기할 때 진짜 미친놈인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진짜 함ㅋㅋㅋ
-진짜 소나무같이 한결같은 자식
[둘 다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이 참으로 서준 선수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잡담은 여기까지다.
제대로 된 해설의 시간이다.
펭귄이 먼저 시작했다.
[아린 캐스터님. 혹시 젠이 본체가 먼저 다가가며 딜교환을 하는 게 정석적이게 된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추가 데미지 때문 아닌가요?] [뭐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뭔가요!]-ㅋㅋㅋㅋㅋㅋ ㅈㄴ 간단한 이유지
-들으면 너무 당연한 거임
-아린도 알고 있다 트수들아
[그냥 그게 더 쉬우니까 입니다!] [아! 그런 심오하고 깊은 유저들의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되다니!]아린은 연기를 못했다.
교과서를 읽는 톤이었다.
[네, 분신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요. 정확히는 분신을 자기 몸 쓰듯 하는 게 어럽죠. 사실 당연한 얘기입니다. 무형의 마나도, 새로운 신체도, 전부 우리가 평상시에는 사용하지도 않고 사용할 수도 없는 감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걸 자신의 평소에 신체처럼 다루는 게 쉬울까요?] [분명 아니겠죠.] [그러니 분신 대신 본체를 보내는 겁니다. 게임사도 이를 고려해 설계한 거고요. 또한 그냥 분신을 사용하게 하면 너무 노 리스크 딜교환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죠?] [그냥 그림자 비술만 돌 때마다 분신으로만 딜교환을 하면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는 게 가능하단 말이죠. 물론 스킬이 빠진 상태가 되어서 이후에 원거리 영웅들에게 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어쨌든 스킬을 사용할 때는 분신으로 아무런 피해 없는 싸움을 할 수 있다. 이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분신에 게임사는 힘을 더 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군요.]본체의 추가 데미지와 분신의 난이도.
이 두 가지 이유가 혼합되어서 젠은 본체가 갔다가 분신과 바꿔치기하는 딜교환 방식이 정립되었다.
[탈리는 그런 얄밉게 치고 빠지는 젠을 잡기가 쉬운 카운터 영웅입니다. 하지만 젠이 분신을 잘 쓰는 경우도 있겠죠? 조금 전 싸움처럼요.] [그럼 젠이 계속 분신만 내보내면 되겠네요! 추가 데미지를 조금 포기해서라도! 탈리가 이렇게 무력화된 건가요?] [하하, 아니죠. 그림자가 다가오면 안 싸워주면 그만입니다. 탈리가 스킬을 사용한 직후 은신이 되듯 젠도 스킬을 사용한 직후 이동속도에 보정이 있지만, 탈리의 사거리는 꽤 길거든요. 원거리보다는 못 하지만요. 그러니 여전히 카운터는 맞습니다. 지금 파도 님이 잘 버티고 있듯이.]서준이 다음 그림자를 보냈고 파도가 안 그래도 벌어져 있던 거리에서 무난히 뒤로 빠진다.
갈 곳 잃은 서준의 그림자는 머쓱하게 미니언이나 쳤다.
화면은 바뀌었다.
그리고 해설들은 금세 그에 맞는 얘기들을 했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가 미드로 돌아와서.
무난하게 흘러갈 거는 상황 속 아린이 시청자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토스했다.
[그것 또한 마찬가지로 탈리가 유리합니다.]이번에는 방주가 받았다.
[왜인가요?] [젠은 궁극기까지 포함하더라도 세 번의 위치를 바꾸는 게 가능합니다. 물론 룬으로 강화가 가능하지만 이건 탈리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탈리는 현재만 세 번입니다. 그것도 일단 표식만 있으면 어디든 가능하죠.]성능의 차이보다는 설계의 차이다.
다만 그게 맞물리면 상성이 나오는 거고.
[젠은 한 명을 자르고 나오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실로 암살자 답죠. 그렇다면 탈리는? 마찬가지로 암살자지만 조금 다릅니다. 탈리는 적을 헤집는 데 특화되어 있거든요.] [대규모 교전, 즉 한타 상황에서 탈리가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네요.] [영웅의 스킬셋만 보면 그렇죠. 거기다가 탈리가 자르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젠을 왜 쓰는 거죠?] [그림자가 멋있으니까요.] […….]-중대 사항이긴 하지 ㅋㅋ
-카엘도 그렇고 충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다ㅋㅋㅋㅋㅋ
[농담이고 젠이 탈리보다는 더 안정적입니다. 탈리는 들어가고 들어가고 또 들어가는 영웅이라면 젠은 좀 치다가 뒤로 빠질 수 있으니까요. 뒤로 빠진 상태에서도 분신으로 공격할 수도 있고요. 장단점이 있는 겁니다. 탈리가 좀 더 리스크가 있으니 더 높은 파괴력을 가졌다고 해서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거죠.] [아, 그렇군요. 어? 그런데 지금 서준 선수가 하는 건 뭡니까?]해설진은 아린의 말에 화면을 집중해서 바라봤고 이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닫고 침음을 흘렸다.
[음……. 저걸 시도하려고 하나?] [가능만 하면 팀원이 복사가 되긴 하는데…….] [파도 님은 눈치 못 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서준은 앞으로 분신을 보내놓고 본체로 미니언을 공격하고 있었다.
마치 연습하듯이.
그리고 약간씩 버벅이는 게 조금이지만 파악이 됐다.
[뭘 하는 거죠?] [젠이라는 신 영웅이 나오며 모두가 기대했던 한 가지 플레이가 있었죠.] [그게 뭔가요?] [바로 동시에 두 개의 몸을 움직이며 싸우는 것이죠.] [아…….] [매번 신규 뉴비들이 이 플레이에 도전했지만 다들 접고 그냥 한 번에 한 신체에만 집중했죠.]-ㅋㅋㅋㅋㅋㅋㅋㅋ 뉴비답다!
-저거 믿고 젠 한 거 생각하니 귀여운 뉴비 그 자체네 대회에서 대놓고 튜토리얼 하는 미친놈이지만ㅋㅋㅋㅋ
-저거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면 멀티태스킹 가능해도 전투에서 그런다? 불가능
[그게 아예 불가능한 겁니까? 젠의 장인에게도?] [캐스터님. 두 손을 들어 올려 주세요.] [네, 했습니다.] [왼손으로는 세모를 오른손으론 네모를 그려주세요. 동시에.]아린이 군말 없이 그대로 따랐다.
그리고.
-엌ㅋㅋㅋㅋ
-왜 시작부터 같이 움직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다르게 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라고!
-그거 앎? 젠 분신이랑 가위바위보 하는 것도 어려움 처음 한 번은 쉬운데 계속하면 그냥 둘이 같은 거만 냄ㅋㅋㅋㅋ
[여러분 저 노력 한 거예요! 아니!] [그것도 힘든데 두 개의 신체를 움직인다고요?] [네, 납득했습니다. 그러면 서준 선수는 ]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뭔가요?] [장인들이 가끔 보여주는 게 있으니…….]방주는 뒷말을 삼켰다.
일단 가능하기만 하다면 서준이 보여줄 것 같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니 장인들도 진짜 한순간에 운 좋게 맞아떨어지는 거고
-그래서 카엘 장인들 카엘 급소 봤음?
-그게 있었네 ㄷㄷ
-그래도 저 새끼만 뇌가 2개냐? 어?
* * *
[적 정글 미드로 갈 것 같습니다. 정글 제대로 알자 고급편에서 나왔는데 현재 시간에 갱킹을 한 번 갔던 정글의 위치는…….]알파카의 팀 보이스다.
사족이 길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역갱 갈까요?]역갱은 적의 갱킹을 역으로 받아치는 걸 말한다.
현재 그들의 레벨은 4.
궁극기를 배우지 않은 초반이다.
갱킹을 오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정정당당하게 싸운다고 하지 않았나?’
정글러를 부르다니 서준은 실망했다.
물론 정정당당하게 싸운다고 한 적이 없는 파도에게는 억울한 일이었다.
[괜찮습니다. 혼자 한번 해 보죠.] [네.]‘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서준은 작게 중얼거렸다.
파도는 못 듣고 시청자들은 들을 수 있게.
“님들 하지 말라고요? 싫은데요?”
실제로 서준이 몇 번 몸을 동시에 다루는 걸 시도해봤지만, 잠깐잠깐 멈칫했었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계속 포기나 하라고 채팅을 치고 있었다.
전투 상황도 아니고 분신 보낸 뒤 연습하는 건데도 힘들지 않냐고.
서준도 채팅에 이런 내용들이 올라왔을 거랑 예상하고 있었고 그래서 한 말이었다.
“다 신중히 감각을 익히느라 그랬던 겁니다.”
-아니 방장 왜 자꾸 채팅창이랑 대화 시도하냐고 ㅋㅋㅋ
-1년도 안 된 스트리머가 트수를 너무 잘 앎
-우리가 한결같은 거 아닐까?
-내가 볼 때는 그냥 몸 두 개 하다가 힘들어서 때려치고 순수 피지컬로 하려 할 듯
-ㄹㅇ 고도로 발달된 신체는 마법과 구분할 수 없음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고 ㅋㅋ
하지만 서준이라도 이런 시청자들의 잡소리들은 알 수 없었다.
‘이제 오겠네.’
멀리 계속해서 뒤로 가던 파도가 눈 깜짝하는 순간 자취를 감췄다.
파도가 뒤로 빠지던 이유는 서준을 최대한 앞쪽으로 끌어오기 위함이었고, 당연히 서준은 그 의도를 알고도 응해줬다.
그렇기에 현재 그의 앞에 있던 같은 팀 미니언에 새겨진 낙인이 없어진 상태였다.
[낙인 추적]파도가 투명한 상태로 서준의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동시에.
서준의 그림자도 몸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