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68)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68화(168/431)
제168화
세상은 생각보다 바쁘게 돌아간다.
“다들 부지런하네.”
지금 나온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할까?
하윤호는 자동차 유리 너머를 보며 생각했다.
한강 대로변을 따라서 하루를 시작하는 수많은 자동차와 공원에서 운동으로 몸을 깨우는 사람들.
신기한 광경이었다.
이런 걸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그는 늦으면 새벽 4시에서 5시까지 방송을 하고 잠에 든다.
평소에는 조금 더 일찍 자고 늦잠을 잔다.
즉 지금 이 시간대는 스트리머 생활을 한 근 몇 년간 일어나 있었던 적이 없는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아침을 깨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뭐, 막히지는 않네.”
일반적인 출근 시간은 아니긴 하니.
그렇다면 지금 움직이는 사람들은 뭐 때문일까.
하는 일 특성상 일찍 움직여야 해서?
아니면 자기 계발을 해서?
출근 시간에 차 막히는 게 싫어서 그런 거면 되게 웃플 것 같다.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어찌 되었든 중요한 건.”
기분이 상쾌하다는 거다.
단순히 이동수 선수를 만나게 된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그는 어제 평소보다 3시간 정도 일찍 자고 오늘 7시간 일찍 일어났다.
‘이렇게 생각하니 평소에 잠을 정말 더럽게 많이 잤네.’
주변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아서 새벽에 자면 다음 날 오후 12시나 1시에 일어나는 건 정상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6시간도 충분한 숙면 시간이라기엔 부족한 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어쨌든 몸이 가볍고 개운하다.
“앞으로는 방송 시간을 좀 앞당기고 일찍 일어날까?”
건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가 30대는 아니지만. 30대도 안 되었는데도 요즘 늙은 것 같다고 느껴지면 그건 그냥 건강이 안 좋은 거라고 하던데, 하윤호가 딱 그 상태였다.
이래봤자 작심삼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대회 준비 때문에 삼일은 충분히 넘길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작심칠일은 한 달로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습관이 만들어지면 일 년도 될 것이고.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 뭐 하냐고?
“서준 님 운동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좀 더 친해지고 좋지 뭐.”
나쁠 건 없지 않겠는가.
“여기였나?”
어느샌가 도착했다.
이동에 걸린 시간도 20분 내외로 적당하다.
“와 건물 두 층을 쓰고 있는 거야?”
밖에서 유리를 통해 본 헬스장은 딱 봐도 규모가 있어 보였다.
꽤 큰 건물의 두 개의 층을 임대하고 있는 것 같다.
“지하 주차장 나이스.”
주차를 해결한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4층으로 오라고 했지.”
일반적으로 3층은 일반 회원들이고 4층은 일반 회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 * *
‘도대체 어떤 곳일까?’
엘리베이터 위에 표시된 층수가 바뀌는 걸 지켜보면서 하윤호는 상상했다.
‘엄청난 시설을 가지고 있겠지?’
각 구단별로 전용 헬스 센터가 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현실의 신체 컨디션부터 가상현실에 접속했을 때의 상태까지 모든 걸 케어해 줄 수 있는 전용 시설.
그런데 이동수 선수가 그곳을 내버려 두고 이곳을 찾은 정도라면 무언가 특별함이 있어서 그렇다는 게 분명하다.
어쩌면 우승 상품인 1억짜리 캡슐보다 훨씬 더 비싼 도시 괴담 수준의 커스텀 기기가 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찾아서 무술 도장이 있을 수도 있고.
무술이 가상현실이 나오면서 훨씬 더 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건 유명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건 구단에서도 준비하기 힘든 특별함이다.
그렇기에 하윤호는 기대했다.
그리고 4층에 도착해 문이 열렸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팡! 팡!
한눈에 들어온 시설은 깔끔했다.
온갖 종류의 기구(하윤호는 헬스를 잘 몰라서 용도는 몰랐다)들이 오와 열을 맞춰서 나열되어 있었고 벌써부터 사람이 꽤 보였다.
아주, 정말 아주 열심히 운동을 하는 젊은 남자도 보였고.
‘뭔가 저분 방송에서 봤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리고 기대하던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다.
팡! 팡!
어떤 소리가 공간을 울리는 것 빼고는 말이다.
조금 더 움직이자 유리 벽으로 분리된 다른 용도의 공간이 나왔다.
그 공간의 크기는 헬스장만큼이나 컸는데 여러 개의 링과 사람, 아니 형님들이 우루루 몰려 있었다.
실제로 나이가 어떻게 되었든 저런 비주얼이라면 분명히 형님이다. 형님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팡! 팡!
‘서준 님인가?’
유리 벽 너머에서 잠시 다가가지 못 한 채 파악 중이던 하윤호는 링 위의 사람이 잘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한눈에 구별되는 진한 저 이목구비와 옷의 태는 약간 멀리서도 특정을 가능하게 해 준다.
‘현실에서도 진짜 똑같네. 나는 아주 조금. 조오오금 만졌는데.’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오프라인 방송 때문에 정말 조금 만졌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누구랑 스파링을 하는 걸까.
그는 서준이란 걸 알게 된 뒤 가까이 다가가 안으로 들어갔다.
팡! 팡! 팡!
소리의 정체는 누군가가 서준에게 맞는 소리였다. 공간 안으로 들어가자 더 크게 울린다.
살벌하다.
상대는 격투기 쪽으로 선수를 준비하는 것 같다.
이동수 선수는 어디 있을까? 오늘 분명 만난다고 했는데.
하윤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였다.
“안녕하세요.”
웬 산적이 걸걸한 목소리로 그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 새끼, 아니 서준이 동료 스트리머분 맞나요?”
“아! 네 맞습니다.”
산적의 시선이 하윤호의 손에 들린 싸인 용지와 팬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그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뭐지?
왜 단번에 알아볼 정도로 불쌍하게 바라보는 거지?
산적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 아닙니다. 야, 이 새끼야! 니 동료분 오셨다! 그만 해!”
팡!
“아. 관장님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윤호 님.”
그러나 서준은 멈추지 않았다.
“그만하라고! 아니, 너보다 백배는 귀한 손을!”
“저보다 귀하다니요.”
웬 귀한 손?
역시나 상대는 격투기 선수였나 보다.
“이제 멈춰!”
“넵.”
서준을 상대하던 사람은 그 말이 나오자마자 드러누웠다.
“휴. 오늘도 겨우 버텼다. 기절 안 하고.”
기절까지 하는구나.
“유효타 24대면 잘했네.”
“저는 한 대도 못 때리고요?”
“응.”
“3분 동안 처맞은 게 24대인데요?”
“뭐 잘했네.”
“흐흐흐. 그렇죠!”
뭘까 저 저세상 대화는.
하윤호는 서준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서준은 링에 기댄 채 하윤호를 반겨줬다.
“일찍 오시고 아주 바람직합니다. 역시 팀장님.”
“하하. 저만 먼저 와서 욕먹는 건 아니겠죠?”
하윤호의 그 말에 서준은 빙그레 웃어줬고.
옆에 드러누운 누군가는 그저 웃었다.
“흐흐흐. 흐흐흐. 흐흐흐흐.”
뭐야. 기분 나쁘게.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실성한 것 같기도 하고.
“욕 안 할 걸요?”
“그런가요.”
“그럼요. 팀의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미리 훈련받겠다는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흐흐흐흐. 흐흐흐.”
자꾸 웃네, 저 사람.
“그런데 이동수 선수는 어디 계신가요?”
하윤호는 마침내 서준에게 궁금한 걸 물을 수 있었다.
시설이고 뭐고 아무래도 좋다.
이동수만 만날 수 있다면!
그제야 서준이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말했다.
“아, 인사 하시죠. 이분이 이동수 선수입니다.”
서준은 옆에 누워있던 그 사람을 가리켰고 실성했던 그 사람이 일어나 헤드기어를 벗자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흐흐흐. 안녕하세요, 하윤호 형! 코치 이동수입니다! 잘 오셨어요. 정말 잘 오셨다고요…….”
뭐지?
잠시만.
아까부터 맞고 있던 사람이 이동수였다고?
혼란스러운 하윤호를 향해 서준이 생긋 웃었다.
“오늘은 가볍게 해 드릴게요.”
네?
코치님은 이동수 선수 아니었나요?
“윤호 형. 우리 이제부터 동지에요.”
도대체 뭔데.
이윽고 서준이 링에서 내려왔다.
* * *
“훈련을 같이해…….”
“오오!”
“아니, 같이 한다고…….”
“오오오!”
“아니, 진짜로 같이 한다니까?”
““오오오오!””
다 같이 바보가 된 팀원들을 보며 하윤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더는 말할 수가 없다.
서준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 좀 더 나아가면 분명 그는 다음에 더 맞을 것이다.
서준은 일부러 오늘 보란 듯이 다른 사람들과 스파링을 하면서 살벌한 모습을 훈련이 끝난 후에 보여줬다.
하윤호에게 무언으로 입단속을 시킨 것이다.
‘아닌가?’
거기 있던 다른 형님들은 그냥 평온했으니 늘상 있는 일인 건가?
아무튼 무섭다.
그래서 하윤호는 그저 팀원들이 알아들어 주길 바랄 뿐이다.
문제는.
“무려 그 이동수 선수랑 같이 훈련할 수 있는 기회라니!”
“윤호 네가 먼저 만난 건 좀 꼽지만 그래도 팀장님이시니까. 인정한다! 우리도 결국 만날 수 있다는 거 아니야.”
“일이 아무리 쌓여 있어도 정시 출근인 저 바람검! 앞으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앞으로 매일 6시 꼬박 일어나 출발하겠습니다!”
현재 가상현실인데도 온몸이 쑤신다. 팔이 욱신욱신 저리는 것 같다.
환상통이다. 진짜로.
운동선수들의 고강도 훈련? 오늘 한 훈련에 비하면 약과라고 하윤호는 자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훈련을.
“아니, 같이 한다고…….”
정확히는 같이 훈련을 받는다고.
“아. 몇 번을 말하는 거예요. 우리 안 그래도 진짜 제대로 받을 생각이니까 그만 말해요.”
“그니까. 팀장으로서의 의무감 뭐 그런 건가?”
“나도 그냥 내일부터 가면 안 되나?”
아.
대화가 안 된다 판단한 하윤호는 로비에서 즉시 한 아이템을 꺼냈다.
당근 인형이었다.
그리고 그걸 쥐고 흔들었다.
적어도 이런 밈이나 드립에 취약한 서준은 이해 못 할 거라 판단한 그의 구조 요청이었다.
-하윤호 왜 바보처럼 저러고 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웬 당근?ㅋㅋㅋㅋ
-영혼 없이 당근 흔드는 거 개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흐음.
서준은 당근을 열심히 흔드는 하윤호를 지켜봤다.
‘아무래도 몸이 좀 편했나?’
더 힘들어야 저런 생각도 안 할 텐데 말이다.
서준이 보기에 실력을 올리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현실의 몸을 움직이는 감각을 좀 더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전생에서는 검을 아주 느리게 휘두르는 수련법이 있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휘두르는 것이 더 어렵다.
그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휘두르는 것보다는 한없이 느리지만 흔들림 없이 휘두르는 건 몇 배나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 수련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몸의 움직임을 느린 속도 속에서 확대해서 하나하나 다 살펴보는 것이다.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지, 다만 단순한 반복운동이어도 좋으니.’
몸의 움직임을 인지해 봐야 한다.
그것도 안 되어 있는 게 보였다.
거기에 기초 체력도 올리면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시킨 게 단순 반복운동이었다.
자세를 정확히 하려고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객관적으로도 하윤호 주관적으로도 그게 좀 과했던 건 사실이었지만.
‘부족했군.’
서준의 주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만 해산합시다! 내일 경기도 파이팅!”
하윤호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서 당근을 흔들다가 방송을 종료했다.
* * *
캡슐 밖으로 나온 서준을 태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과자 부스러기를 흘릴락 말락 하면서.
서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뭔데. 왜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 괜찮다. 청소시키면 그만이다.
“치킨은 시켰냐?”
먹는 동안 청소하라 해야지.
“시켰어. 아니, 근데 왜 내가 맨날 시켜야 하냐? 어?”
“배달비 아까워서 너보고 포장 받아 오라고 안 하는 게 어디냐.”
“그건 그렇네.”
태우는 이번에도 납득이 빨랐다.
“…….”
“야. 근데 내일 전략 있냐?”
뜬금없이 무슨 전략을 말하는 거지?
“내가 우리 팀이랑 좀 상의를 해 봤거든.”
“그런데.”
“우리 팀에서 결론을 내렸어.”
“뭐.”
“너한테 정보를 캐 오라고.”
“그러냐.”
“우리 팀을 상대하면서 대충 어디를 공략할지 전략을 짰을 거 아니야. 그것 좀 알려달라고.”
“내가 왜?”
“그냥. 어차피 안 해도 이길 거잖아, 안 그래?”
“그렇긴 하지.”
“그러니 알려줘. 우리 안 그래도 약팀이라서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너네가 0승 2패였나?”
“맞아. 그리고 내일 지면 3패. 그래도 내일 경기와는 상관없이 그냥 우리 상대하는 팀 입장도 좀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묻는 거야. 그러니 좀 도와줘 봐.”
“알았어.”
“오!”
“우리 팀 전략은 상대 미드 탈주시키기야. 그러면 게임에서 쉽게 이길 수 있거든.”
“…….”
“어제 말한 대로 내 목표는 너다, 태우야.”
허허.
허허허.
태우는 잠시 눈으로 욕을 하다가 말했다.
“그건 내 대사야, 이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