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72)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72화(172/431)
제172화
“하나!”
다리가 굽혀지고 몸이 내려간다.
“둘!”
기합과 함께 중력을 이겨낸다. 바벨은 없는 초심자가 하기 쉬운 맨몸 스쿼트다.
“하나!”
하지만 그게 50개가 넘어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둘!”
그리고 그 스쿼트를 하는 사람이 평소에는 밖에도 잘 안 나가는 걷기 운동도 안 하는 스트리머라면 말이다.
“하……. 으으으! 저 죽어요.”
루미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멀리서 새로운 샌드백으로 교체하며 지켜보는 관장도 한눈에 그 진동을 알아볼 정도로 떨린다.
‘저러다 넘어지는 거 아니야?’
그러거나 말거나 서준은 재촉했다.
“괜찮아요. 하나.”
“…….”
“하나.”
“안 괜찮은데…….”
“하나.”
“하나아아!”
첫날이라서 그런지 일대일로 먼저 봐주고 있는 서준이었다.
‘헬스 트레이너가 따로 없네.’
시작 전에 온갖 기선제압을 했다는 점과 시작부터 약간은 어색해 거부하기 힘든 관계를 이용해서 웃는 얼굴로 한계까지 밀어붙인다는 게 좀 다르지만.
“여기서 하나 더는 진짜 안 돼요. 진짜로. 이러다가 가상현실에서도 똥 쌉니다. 서준 님? 서준 님?”
친하면 욕도 하고 대들 수도 있지만 약간 어색하다면 일단 말려든 이상 거부하기 힘들다.
‘이미 끝난 거야.’
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서준이 루미를 자세하게 살피더니 한마디 했다.
“하나만 더 하죠.”
미친놈.
이미 진작에 한계에 다다른 것 같은데 저기서 하나를 더 하라고?
그러나 관장은 알고 있었다.
서준의 눈은 누구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어서 해 봐요. 할 수 있어요.”
저 마지막 하나가 정말로 저 스트리머의 극한일 것이다.
그런 극한까지 몰아넣는 서준의 표정은 해맑았다. 비주얼이 좋아서 그런지 착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당하는 사람은 더 속 터질 것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샌드백을 교체하듯이.’
영차.
마침내 새것으로 교체를 완료한 관장은 샌드백을 탕탕 쳤다.
서준이 터뜨린 샌드백은 안 그래도 낡긴 했다.
그러나 1년 정도는 더 사용할 수 있었다.
샌드백을 험하게 사용하지 말라는 말이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적당히 사용한다면 2년 정도까지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준 저놈은.
-어우, 얼마나 낡았으면 샌드백이 터져요. 좀 미리미리 바꿔요. 돈도 잘 벌면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래.
한두 번이면 서준의 말대로 그가 잘못했나 싶었을 것이다.
교체할 게 있음에도 바꾸지 않았던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준이 지금까지 터뜨린 샌드백만 8개가 넘는다.
‘저 망할 놈. 지가 미국 대장이야, 뭐야. 뭐? 나보고 자린고비라고? 누가 봐도 팀원 협박용인데?’
서준의 성격을 모르겠는가.
아오.
다시 열불이 확 뻗쳐 서준을 노려봤다.
“하나!”
마침내 끝까지 한 루미가 결국 쓰러졌다.
이걸로 팀원들 전부 한계까지 몰아넣은 데 성공한 서준이었다.
그러나 관장은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럼 이제 루미 님은 좀 쉬어요. 그리고 윤호 님? 다 쉬었죠?”
* * *
지옥 같은 로테이션이 끝났다.
다들 반항 한 번 못 했다.
무엇 때문일까.
“그야 샌드백을 터뜨리는데 나라고 못 터뜨릴까…….”
알파카가 말했다.
서준이 잠시 링 위로 올라가 이동수와 대련하고 있었고 그들은 탈진의 거의 전 단계에서 반쯤 드러누운 채 링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으으…… 으…… 으으.”
루미는 할 말이 있지만 그걸 내뱉기 위해 혀를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서 바람만 내보냈다.
“뭐라고요?”
“죽을 것 같다고 하네요.”
“으으.”
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대요.”
“그건 저도 알아들은 것 같아요. 근데 바람검 님은 루미 님처럼 말할 기운도 없나?”
바람검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정면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이윽고 아주 희미하게 바람검의 고개가 움직였다.
너무 미세해서 긴가민가하지만 아마 움직였을 것이다.
링 위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오가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보던 알파카가 물었다.
“다들 내일 올 거예요?”
“…….”
“…….”
팀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팀워크가 실시간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걸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안 오면 어떻게 되는 거죠?”
“어떻게 되긴요.”
하윤호가 링 위를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이동수의 안면에 주먹이 꽂히고 있었다.
“프로도 자비 없네.”
“우리는요?”
“으으, 으으으으, 으, 으으으.”
“뭐라고?”
하윤호도 이번에는 해석에 실패했다.
루미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아아. 크흠. 나 방금 과연 친해지는 게 맞을까라고 했어.”
친해지면 맞을 것 같고 안 친해지면 거부를 못 하는 굴레에 빠져 버렸다.
* * *
“형. 그거 아세요?”
“뭐.”
이동수의 주먹이 날아온다.
전보다 더 매서워졌다.
주변의 것들을 흡수해내는 어린 나이답게 계속해서 성장하는 중이다.
재능 덕분에 특히나 빨라서 이제는 격투기 준선수급이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애초부터 가상현실에서 싸우는 일들을 해 온 경험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저 말고 다른 프로 선수도 리오스에 관심 가졌대요. 그래서 나올 수도 있다는데.”
“아, 진짜?”
그러나 그 주먹은 서준에게 닿지 않는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동수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냥 이런 사람이라 이미 받아들였으니.
“네. 듣기로는 그리폰의 이채린 선수가 저 나오는 거 보고 관심 생겨서 접선했다네요. 누구랑 했는지는 모르겠고.”
“다른 선수는?”
“모르겠어요. 근데 더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원래 프로가 이 대회에 나온 건 네가 처음 아니야?”
“맞아요. 아마도 제가 포문을 잘 열었나 봐요. 사실 프로들 중 스트리밍을 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은근 많거든요.”
“그래? 너네도 스트리밍하잖아.”
대화를 하면서도 그들은 싸움에 집중했다.
서준의 주먹이 꽂힌다.
“크흑. 우리도 하기는 하는데 스트리머처럼 각 잡고 소통하는 방송은 아니잖아요.”
“그래?”
“악. 게임에 집중해야 하기도 하고. 흡. 방송에 송출 가능한 일반 게임을 하는 시간이 엄청 많지도 않기도 하고. 그래서.”
퍽.
“아 살살 좀! 어쨌든 그냥 환경 자체가 스트리머처럼 하기 어렵다 보니 관심이 많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각 잡고 스트리머들하고 함께하는 대회에 참가한다? 이거 못 참거든…….”
퍽.
“아 좀! 말하잖아요!”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그냥 많이 맞으니까 이동수는 불평한 것이다.
“됐다.”
서준은 피식 웃으며 가드를 내렸다.
“수고했고.”
“네.”
“그나저나 만약에 다른 팀에서 선수가 코치로 많이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요. 경쟁으로 난리 나겠죠. 자연스레 자존심 싸움이 되는 거랄까.”
“시청자 숫자로? 아니면 코치한 팀의 결과로?”
“둘 다. 아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겁나 부담되네. 제발 한 명만 나와라 제발!”
서준은 낄낄 웃으며 팀원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조금 전 했던 운동으로 수준은 다 파악했다.
근력, 체력. 지구력뿐만 아니라 운동신경까지.
그 결과는.
‘기본이 조금 많이 떨어지긴 하던데.’
그나마 괜찮아 보이던 바람검도 서준의 생각보다 부족했다.
다른 팀의 스트리머들을 못 봐서 처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동수나 평소에 서준 때문에 자연스레 많은 걸 터득한 태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물론 괜찮다.
오늘부터 그가 제일 잘하는 방식으로 채워주면 되니까.
실전이다.
“윤호 팀장님? 다 쉬었죠? 이제 올라오세요.”
몸에 직접 주입하면 된다.
“아…….”
다시 팀원 네 명의 생각이 하이브 마인드처럼 연결되었다.
팀워크가 다시 한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살려줘.
* * *
[아 ㅋㅋ 오늘부터 어디 방송 볼 거임?]실시간으로 이런 종류의 글들이 리벤에 올라온다.
리그 오브 스트리밍은 어느 스트리머 팀이 제일 게임을 잘하는지를 보는 게 주인 대회가 아니다.
리그 오브 스트리밍은 대회라는 경쟁 속에서 스트리머들끼리 지지고 볶아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지를 보는 대회다.
그렇기에 연습 기간 동안, 송출되는 스트리밍 중 무엇을 볼지는 트수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선택이었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재미다.
결국 재밌는 합방이 더 많이 회자되고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프로가 스트리머들과 껴서 스트리밍을 하는 건 재미 없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빈부격차임ㅋㅋㅋ] [이동수를 어케 참냐?] [동수 형도 스트리밍 켜나? 그래서 채팅 읽고 후원에 답해주나?] [제대로 스트리밍하는 프로라 이거 귀하거든요]프로 선수의 대회 코치 출전.
강력한 어그로였고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고 트수들은 시작도 전부터 판단했다.
그리고.
“형. 그냥 평소대로 하면 된다고요?”
“그냥 할 거 하면 돼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수들의 대회에 비하면 훨씬 쉬울걸요?”
알파카가 약간은 긴장한 이동수에게 조언을 건네주고 있었다.
오늘 만났을 텐데 어느샌가 친해졌다.
둘을 친하게 만든 원인인 동지애를 주입한 서준은 그것도 모른 채 그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뭐 연극도 아니고 스트리밍이니까. 개인 방송은 뭘 보여줄 필요가 없어요. 그냥 게임 할 때는 게임 하면 되고 화나면 화내면 되는 거예요. 친구랑 놀 듯이.”
“그렇군요. 감 잡았습니다. 재밌겠네요.”
알파카의 말이 맞았다.
스트리밍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다들 6시에 방송 하나요? 지금 방송 중인 팀이 한 팀밖에 없네.”
“아마도 비슷하게 시작하지 않을까요.”
현재 시각은 5시 45분이다.
그리고 방송을 켠 팀은 5시부터 시작했던 레인의 팀뿐.
[근데 진짜로 우리 코치는 없어요?] [나 정도면. 충분.] [황소 형님. 진짜 코치 하실 거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동수 선수한테도 선전포고하는 건 어떤가요. 어차피 서준 님한테도 했는데.] […….]하윤호의 로비에 있는 대형 티비에서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저쪽 팀은 50분째 잡담 중이었는데 황소가 순간 눈에 띄게 당황했다.
“레인 님 팀은 아예 코치 없이 가는 건가.”
그리고 이동수는 혼잣말을 하며 저쪽 방송에 집중하고 있었다.
괜찮은 척해도 긴장한 티가 난다.
“모르는 거지. 저러고 갑자기 서프라이즈 코치 공개할 수도 있지 않겠냐? 프로 선수로?”
서준은 별생각 없이 말했다.
뭐, 어떤 가능성이든 나올 수 있으니까.
“그런가요. 이채린 선수가 저기로 갔나? 그래서 먼저 방송을 켠 거고?”
그때였다.
[황소 님, 사실 굳이 선전포고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도 코치가 있거든요!] [오?] [누구시길래 팀원들한테도 꽁꽁 숨긴 거죠?] [흐흐. 한 번 얼굴을 보시죠!]레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로비에 누군가 소환되었다.
“어?”
그리고 이동수가 소리쳤다.
“테이커?”
“뭐야.”
“우리랑 같은 선수야?”
테이커, 본명은 박범수.
이동수와 마찬가지로 프로 선수다.
[빈부격차만 프로 선수랑 친분 있습니까? 우리도 있습니다! 라고 하려 했지만 사실 초면이긴 합니다. 헤헤헤. 안녕하세요, 테이커 선수님!]레인이 코치를 공개한 순간 저쪽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믿고 있었다고.
빈부격차 보러 가려 했는데 안 가야겠다 같은 류의 채팅들이 올라오면서.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김태우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치사하면 프로 선수 모셔 오라고요? 그래서 모셔 왔습니다.] [도깨비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1일 차. 이채린 선수와 함께하는 훈련.]레인이 공개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른 팀들도 방송을 시작했다.
짜고 치는 것은 아닐 거다.
[태우 팀장님아. 6시에 시작한다며! 왜 갑자기 방송을 켜는데!] [시끄러! 어? 뭐야? 도깨비 팀은 또 왜???]그저 레인의 공개에 팀장들은 당황한 것일 거다.
비장의 수로 프로 선수를 준비했는데 갑자기 상대 팀에서도 튀어나오니.
“어우. 많이도 나오네.”
서준도 당황했다.
벌써 세 팀에서 나왔다. 서준의 팀까지 포함하면 네 팀.
과반수다.
왜인지 이동수가 많이 긴장한 듯했다.
“야 괜찮냐? 네 팀이면 많네.”
“아니요……. 그리고 네 팀이 아니라 다섯 팀이에요. 방금 한 팀 더 켰거든요.”
이동수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멘탈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현 챔피언 백도율. 이거 하나면 설명 끝 아닌가 ㅎㅎ]오만한 방제였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현 세계 챔피언이니까.
‘아니 도대체 이 형은 왜 나오는 건데!’
하.
“우리도 그냥 지금 바로 켜요?”
“아니요. 잠시만요. 제발 잠깐만요.”
이동수에게는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했다.
솔직히 예상은 못 했지만 모든 팀에서 프로가 나온다 해도 그는 지금만큼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유.
‘아. 오늘 컨텐츠 훈련장에서 하는 거 준비했는데…….’
다른 선수는 상관없다.
같은 팀의 다른 형들, 아니면 신하연이 나왔다 하더라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10단계 AI가 저 형이었나? 이거 분명…….’
맞붙는다. 어떤 식으로든.
‘저 챔피언 형이랑.’
이동수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좋네. 동수야. 걱정하지 말고 준비한 대로만 해라.”
‘여기 있는 이 미친 형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