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7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74화(174/431)
제174화
새하얀 빛무리는 사람의 형태를 갖춰나갔다.
연무장이란 시스템 속에서 오직 9단계 AI를 이긴 자들에게만 겸상이 허락되는 존재다.
그렇다.
지금 눈앞의 존재는 꽤 비싼 몸이었다.
[unknown]소환된 실루엣의 머리 위에 이름이 떠올랐다.
서준은 아니었다. 그는 연무장에 안 들어간 지 꽤 오래됐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빼앗겼을 것이다.
앞서 말한 AI의 한계점 때문이다.
차라리 컴퓨터가 계산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실력을 10단계에 주입했으면 어쩌면 아무도 못 이긴 채로 난공불락의, 최강의 ‘철수’(참고로 서준도 AI의 이름을 철수로 지었다)가 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니다.
상대하는 유저들의 움직임을 통해 학습해 나간 게 10단계 AI였다.
그렇기에 10단계는 한 사람의 모든 걸 학습하지 않는 이상 본인보다는 못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신하연이 1주일 만에 AI 잡아서 장하다고 가르침을 내려 줬었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하연은 그를, 정확히는 10단계를 바로 못 이긴 게 아니었다.
그때 당시의 10단계 AI 정도라면 며칠 동안 고전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시간이 걸렸으니.
‘자기 실력의 제물로 이용한 거겠지.’
역시.
무서운 놈이다.
물론 서준도 그럴 거라고 어느 정도 짐작했기에 또 바로 갱신해 준 거긴 하다.
절대 한 번에 빼앗긴 걸 되찾고 싶어서, 그리고 자신을 드러낼 최적의 타이밍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후학을 위해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간간이 들어가다가 그냥 말았다.
한계가 있기도 하고 굳이 그 자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없기에.
굳이 자리를 유지하려는 사람은 지금까지는 신하연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력이 뒷받침되니 가능한 거지만.
‘어쨌든 성격이…….’
어우.
서준도 감탄할 정도로 더럽다.
어쨌든 지금 앞에 나타난 존재의 성별은 남자였다.
한눈에 봐도.
남자.
정보 비공개라서 제대로 특정되진 않지만 남자 여자는 당연히 구분이 된다.
차라리 중성적으로 디자인하지.
아무튼.
처음…… 은 아니고 7년 만에 가상현실에 들어온 뒤 연무장에서 검을 잡았을 때가 생각난다.
이 정도로 잘 왔으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는데.
초심을 다지자는 의미에서 상대를 잡아야겠다.
누군지는 몰라도 수준은 이전보다 높을 것이다.
그런 메커니즘이니까.
“형…….”
“어. 왜. 좀 기다려? 먼저 이거랑 싸워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초심이란 단어를 떠올려서 그런가.
몸이 끓어오르지는…… 않았고.
그냥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도 하고 정보도 한번 얻어봐야겠다고 서준은 생각했다.
뭐가 되었든 연무장의 왕좌라는 건 흥미로운 요소였으니까.
“오! 맞아요!”
“우리 팀의 에이스부터 제대로 된 실력을 봐야죠!”
“근데 서준 님 보고 우리 실력 보면 역체감 오질 듯?”
봐라.
팀원들도 흥미진진해하지 않고 있던가.
시청자도 되게 좋아하네.
-오?ㅋㅋㅋㅋㅋ 다시 탈환 가나?
-지금 10단계 누구였지?
-일단 unknown임ㅋㅋㅋ
-정보) 한동안 신하연 백도율 테이커 이 셋이서 계속 차지하다가 신하연이 갑자기 정보 비공개로 바꾼 이후 남은 둘도 따라 해서 현재 상대가 백도율인지 테이커인지는 모름.
-왜 신하연은 아님?
-이겠냐? 미친놈아 ㅋㅋㅋ
서준은 하윤호의 채팅창을 보면서 정보를 습득했다.
‘어?’
후보 둘 다 지금 리오스에 나오지 않았나?
‘과연 관종들이라서 이런 일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건가?’
오히려 좋아.
서준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진해졌다.
그리고 정확히 서준과 같은 채팅을 읽은 이동수는 한 번 더 경악했다.
‘아! 테이커!’
그는 백도율만 신경 썼고 저 unknown의 정체가 백도율인 걸 알고 있었다.
그 이유에는 연무장에 별 관심이 없었고, 그냥 결국 누구를 끝으로 다들 그만뒀는지만 궁금해서 신하연한테 물어봤을 때 백도율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만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다.’
어쨌든 저 분신은 백도율이지만 만약 서준이 어그로를 끈다면?
하하하.
이동수는 의외로 논란과 욕에 약한 편이었다.
그렇게 이목이 끌리고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는 프로 선수를 하면서도 잘 버틴 이유는 그냥 외면해서 그렇다.
안 보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인터넷 글들은 괜히 보면 자기만 손해인 게 많았다.
적당한 비판, 피드백보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많았으니.
그래서 안 보는 건데.
스트리밍을 해서 좀 더 가까이서 제대로 된, 그리고 덜한 반응 좀 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서준이 평소처럼 어그로를 끈다?
참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방송을 종종 봐서 안다. 서준이 어디 정상이던가.
웬만해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잘못되어서 서준만 욕먹는다 해도 부담스럽다.
그는 적당한 관심은 좋지만 과한 관심은 사양이었다.
“형.”
제발.
‘방송 중이라 자세히 설명도 못 하고. 아오, 시작부터 어그로를 끌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고 10단계를 소환할 줄은 정말 몰랐네. 젠장.’
평소엔 눈치 뒤지게 빠르니 이번에 무슨 생각하는지 읽어주면 안 되나?
이동수는 간절한 눈빛을 서준에게 보냈다.
물론.
‘저 형이라면 오히려 그 뒤지게 빠른 눈치로 읽은 뒤, 씨익 웃고 싫어하는 거 하겠지만.’
아무튼 그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있다면 백도율과 테이커가 그나마 이성적이라 아무런 반응을 안 하는 것 정도?
‘그런데 그럴 사람이었으면 연무장에서 하연이 누나랑 자존심 싸움을 안 했겠지.’
서준과 시선이 마주친다.
제발 뭐 하지 말고 그냥 끄길.
그게 베스트다.
차선은 10단계 자리를 탈환하더라도 도발을 안 하는 거다.
서준이 씨익 웃는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불안감이 더 증폭됐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윤호가 서준에게 검을 건네줬다.
“그러면 한번 보실까요? 그렇게 잘한다는 서준 님의 검술.”
바람검도 말했다.
“협을 위하여는 안 해봤지만 거기서 완전 미쳤던데요. 검신 매드무비 가끔 봅니다,”
-ㄹㅇㅋㅋㅋ
-천마 님의 검술은 진짜…
-생각해보니 방장 연무장에서 본 적 없는데?
-사실 협을 위하여가 연무장이나 마찬가지 아님?
-모르겠고 다 닥쳐. 이거 보자
-미친ㅋㅋㅋ 한동안 또 봇물 터진 것처럼 ㅈㄴ 레벨업한 10레벨 AI랑 방장이랑 싸운다? 이거 못 참거든요?
-맨날 못 참아 이 새끼들은
-좀 참아!
-근데 방장만이 아님. 프로들 연무장도 영상도 공개된 게 없긴 함
마찬가지로 채팅을 읽던 루미도 한마디 보탰다.
“와.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챔피언 바뀌는 영상은 거의 없지 않나? 그것도 초창기 거나 있지. 신하연 선수님이 강점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영상이 없었다.
초창기는 AI의 수준이 그렇게까지 높아지지 않았을 때고.
점차 장벽이 생겨서 9단계를 이긴 실력자라도 건들 수 없고 오로지 프로들만이 건들 수 있게 된 이후의 영상 말이다.
“흐흐흐. 한번 봅시다.”
알파카는 본 적이 있었다.
일전의 태우가 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도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는데?”
어느샌가 이동수의 걱정을 얼굴을 통해 읽은 서준이 검을 몇 번 돌려보았다.
이동수는 차마 말리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캬
-이걸 보여주네
-10단계 AI 이기는 영상 진짜 ㅈㄴ 귀한데
-소문 듣고 왔습니다
-뭘 이기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겼니 귀한 영상이니 ㅇㅈㄹㅋㅋㅋㅋ
-솔직히 본인도 아니고 AI인데 못 이기겠음? 이미 전적도 있는데
-모르지. 괜히 다른 두 프로들이 여기서 경쟁을 멈췄겠음? 수준이 진짜 ㅈㄴ게 높아진 건 일단 확실함
-이전보단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럴 거 같긴 함
-근데 서준 방송 안 키나? 시점이 이왕이면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게 좋지. 멀리서 보는 게 더 눈에 잘 들어오긴 하지만
“서준 님 그냥 일찍 방송 켜실래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같은데.”
“네, 알겠습니다.”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원래 서준이었다면 여기서 방제로 도발을 했을 수도 있었다.
어그로를 끌어서 시청자를 모은다거나.
프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은 그 순간 생각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리라.
그게 재밌으니까.
다만, 서준은 이동수를 배려하기로 했다.
그래야.
‘여기서 무슨 일 터져서 다음에 안 나온다고 하면 어떡해.’
서준은 미래를 봤다.
리오스가 끝난 이후의 미래를.
협을 위하여 때도 그렇고 이동수 정도의 실력자의 도움을 받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니.
‘아쉽지만.’
검을 고쳐 쥔다. 서준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갑니다.”
[시청자 수 – 1.5만 명]그리고 동시에.
서준과 철수의 몸이 서로를 향해 쇄도했다.
룰은 간단하다.
누가 먼저 10번의 공격을 성공시키느냐다.
캉!
금속이 부딪쳤다 떨어진다.
캉! 캉! 캉!
검을 교환하는 한 수 한 수가 이전보다 더 깊어져 있었다.
철수는.
성장했다.
그를 찌르기 위해 날아오는 검이 마치 쾌속한 매와 같았다.
간결하고 빠르다.
누구의 특징일까.
백도율? 테이커?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쉽지.’
둘의 속도가 같은 상황에서 빠르다 함은 과감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반 박자 빠르게 타이밍을 잡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 싸움에서는.
이 AI는, 그리고 백도율 혹은 테이커는 절대 서준을 이길 수 없다.
캉! 캉! 캉!
검이 쉴 새 없이 현란하게 변화하는 동안 AI의 체력은 어느샌가 죽죽 닳고 있었다.
그에 반해 서준의 체력은 그대로였다.
‘그냥 빨리 끝내야지.’
도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써먹을 수도 없으니.
그렇기에 서준은 처음부터 그냥 별다른 것 없이 끝내기로 한 것이다.
-뭐임?ㅋㅋㅋㅋ
-저 둘만 연무장에서 속도 부스트 쓴 거 아님?
-10단계에 그런 기능이 있다고?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니들 눈이 수준 낮아서 파악을 못 하는 거임. 나는 그것보다 낮아서 아예 모르겠음! ㅎㅎ
이전에는 데미지 판정이 안 나는 주먹이나 발로 찬다거나 혹은 다른 여러 가지 동작을 시험해봤다면.
지금은 오로지 빨리 끝내기 위한 움직임뿐이었다.
그래서.
[HP 3] [HP 2] [HP 1] [HP 0]1분쯤 지났을까.
[대련에 승리하셨습니다.]상대의 체력이 전부 소진되었다.
“크!”
“아니 뭐지? 왜 이렇게 스무스하지?”
“와아아아! 잘 봤습니다!”
서준은 팀원들을 향해 돌아보았다.
[10단계 AI가 사용자를 모방하려 합니다.]서준이 수락을 누르자 순식간에 10단계에 서준의 이름이 올라갔다.
“어? 이거 무슨 데이터 쌓는 거 그런 거 필요하지 않나요? 바로 바뀌네.”
하윤호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이미 제 데이터는 학습돼 있으니까요. 이번 것만 학습하면 되니 간단한 거겠죠. 그러니 이제부터는 제가 10단계입니다.”
서준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여준 뒤 웃으며 이동수를 바라봤다.
자.
이 정도면 잘 참아줬지? 도발도 아니고 적당히 넘어간 거다.
이걸 어그로라 하면 세상이 서준을 억까하는 거다.
‘이제 훈수나 둬야지.’
그런데.
이동수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왜.
또.
뭔데.
* * *
잡담 중이던 멘탈의 채팅창은 서준에 대한 얘기로 도배되었다.
사실 이 정도는 당연한 거고 잠깐 얘기하다 말 일이다.
하지만.
-뭔데 왜 한 대도 안 맞는데?
-잡은 것도 잡은 건데 한 대도 안 맞았음
-그것보단 시간이 ㅈㄴ 레전드지 ㅅㅍㅋㅋㅋㅋ 1분도 안 걸렸는데요?
-나 보러 가니 잡혀 있었엌ㅋㅋㅋㅋ
-아무리 10단계라도 AI라서 그런 건가?????? ㅈㄴㅈㄴㅈㄴ 쉽게 잡는데?
-아니 진짜 뭔데? 원래 이런 거 맞지?
-프로들도 저렇게 다들 잡는 듯?
-그냥 10단계가 거품인 걸 수도 ㄷㄷ
-저쪽 방장은 거품 제조기네ㅋㅋㅋㅋㅋ 정파도 거품으로 만들더니
“…….”
“하하……. 트수들이 다 저 얘기 중이네요. 백도율 코치님! 우리도 영상 한번 볼까요?”
멘탈이 백도율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혼자만의 방송이면 당장 보러 달려갔을 멘탈이었다.
“음…….”
“…….”
“한번 봐 보죠.”
백도율의 눈이 가늘어졌고 그 순간.
‘10단계를 한 대도 안 맞고 1분 안에 끝냈다고?’
하.
‘재밌네.’
어그로가 끌렸다.
그리고 이 어그로는 다른 선수들한테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