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8)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8화(18/431)
제18화
취이이익!
뜨겁게 달궈진 불판 위에 소고기가 얹어졌다.
마늘, 버섯, 파, 김치도 빈 곳에 자리를 잡아 불판 위로.
자글자글.
육즙이 걸쭉하게 잦아들면서 잇따라 맛있는 소리를 내면서 끓는다.
“배고파. 맛있겠다.”
태우가 서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서준은 태우의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은 가상현실에 접속하고 난 뒤에는 특히나 더 배가 고팠다.
‘보통 고3 시기에는 살이 찌지.’
그 이유는 공부 같은 정신활동이 의외로 열량 소모가 은근히 적기 때문이다.
뇌를 아무리 열심히 사용해도 1분에 약 1.5kcal를 소모하는 반면, 가볍게 걷기만 하면 1분당 4kcal가 소모된다고 한다.
격한 운동으로는 10kcal까지 태울 수 있는데, 끊임없이 공부하는 수험생의 체감 소모칼로리는 높을 수밖에 없어서 사용한 에너지에 비해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그 반대고.’
정신적인 활동이지만, 공부처럼 체감 소모칼로리도 높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서준과 같이 심한 공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없다.
서준은 아마 원인이 그의 낮은 동화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화율이 높은 사람들은, 가상현실에서 온종일 있어도 피로감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뇌가 가상현실에 적합해서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서준은 필연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렇게 현실에서 스트리밍을 하는 게 훨씬 편하다고 느끼니 말 다 했다.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태우가 탁자 끝에 세워진 송출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태하
-개 맛있어 보인다.
-침 고여
-나도 고기 ‘줘’
그들은 각자의 휴대폰으로 채팅창을 바라봤다.
현재 시청자 수는 2만 명 중반대.
피크 타임에는 순간이지만, 3만 명대를 넘어섰다고 알파카가 말해줬었다.
그만큼 대박이 났다는 뜻이다.
현재는 트래블 방송 카테고리를 먹방으로 바꾼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편하게 잡담하며 밥 먹고 해산하는 것.
-이래서 오늘 휴방이야?
-태우야 그거 다 먹고 방송 키자. 건강보단 방송이다.
-태하
-넌 왜 거기 끼는 거냐?
태우의 방송 시청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채팅이 올라왔다.
그도 중견 스트리머였기에 지금 보는 2만 명의 시청자 중 그의 시청자도 많이 있을 게 분명했다.
알파카가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태우 님이 왜 여기 있냐고요? 저도 되게 인연이란 게 신기하다고 느꼈는데 서준 님하고 태우 님하고 친한 친구라고 하더라고요. 합방 제의도 태우 님을 통해서 연락이 왔죠.”
-오?
-태우쉑 이런 개쩌는 친구 있었으면 진작에 방송에 출연시켰어야지 ㅋㅋㅋ
-ㄹㅇㅋㅋ
“맞습니다. 제가 얘를 방송의 길로 이끌었죠.”
태우가 서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고 서준은 쳐내서 막아냈다.
-여기서도 패링치냐 ㅋㅋㅋㅋㅋ
-스턴 먹었다ㅋㅋㅋㅋ
-되게 신기하다.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
서준이 대답했다.
“얘랑 고등학교 때 만나서 친해졌어요. 그리고 졸업 후 같이 생활하는데…….”
그런데 반응이 이상했다.
-엌ㅋㅋㅋㅋㅋㅋ
-ㅁㅊ 그 동거남이 서준 님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놈’ㅋㅋㅋㅋㅋㅋ
태우를 아는 시청자들은 웃기 바빴고, 모르는 사람들은 그들이 왜 웃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나머지 셋의 고개도 태우 쪽으로 돌아갔다.
-?? 뭔데
-왜 니들만 웃는데
태우는 순간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 님들 딱히 재밌는 거 아닌데. 안 그래요? 하하. 야. 우리 방 시청자들은 좀 눈치 챙겨.”
[‘어림도없지’님이 1,000원 통 큰 기부! – travel clip]영상 도네이션이 켜졌다.
줄여서 영도라 부르는데, 트래블 클립이나 저작권 문제가 없는 아이튜브 영상을 보여주는 형태의 도네이션이었다.
지금 시청자가 보낸 클립은 태우의 클립이었다.
영상이 재생되고 태우가 말하기 시작했다.
[님들, 제가 같이 사는 친구가 있다고 했잖아요? 얘가 평소에 되게 차분하고 어른스러운데 가끔 보면 이게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짓 하거든요?]화면 속 태우는 방송을 막 켠 듯했다.
[네네. 그 저번에 휴대폰 비누로 빡빡 씻었다는 걔 맞아요. 아니 걔가 어제 뭘 했냐 하면 크흡, 제가 어제 방송을 오래 했잖아요.]알파카와 이수한이 이번엔 서준을 바라봤다. 그런 일이 있었냐고.
[그래서 방종하고 나오니 캡슐이 너무 뜨거워서 추가로 쿨러를 계속 틀어야 할 것 같아서 걔한테 캡슐 좀 식혀달라 하고 씻었거든요?] [그러고 씻고 나오니깐 걔가 캡슐 옆에 쪼그려 앉아서 부채질하고 있었음. 진지한 표정으로. 엌. 아니 님들 주작 아니고 실화에요. 차라리 선풍기 튼다고요? 그거 인정.]-ㄹㅇ 실화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 형신이야?
-이걸로 아까 도네 유도 주작 의혹이 아예 날아갔습니다ㅋㅋㅋ
-그냥 뭐 만지지 마라ㅋㅋㅋㅋㅋ
-속보) 이수한 혹시 자기 캡슐이 고장 났는지 확인하러 갔음ㅋㅋㅋ
-다른 레전드 썰 많다 ㅋㅋㅋ
서준은 탁자 아래에서 태우의 발을 꽉 밟으면서 태연하게 잘 익은 고기를 집었다.
“쯧. 빨리 먹어.”
* * *
서준은 태우와 알파카의 여러 가지 스트리머의 고충 같은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알파카와 이수한의 성공 스토리도 들었다.
원래 이수한은 알파카의 초창기 시청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알파카는 당시 편집자를 구할 돈이 없어 채널을 만들기만 하고 방치하던 상황이었다.
생방송 시청자도 100명 단위로 노는 하꼬 스트리머. 그게 과거의 알파카였다.
그런 알파카에게 이수한은 가능성을 봤다고 아이튜브 채널을 같이 키우자고 제안했다.
당시 이수한은 회사에서 높은 대우를 받던 편집자였다.
캡슐 게임 특성상 시청자의 시점은 자유로운 만큼 어지러웠고, 이를 깔끔하게 잘 살리는 편집자는 귀했기 때문이다.
아이튜브로 얻는 수익을 알파카와 반으로 나누기 때문에 이수한은 지금이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지만.
당시에는 큰 리스크를 진 선택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편집자의 합류로 알파카의 유튜브는 성장했고, 그 덕분에 생방송 시청자도 늘었다고 한다.
“편집자라.”
이수한은 서준에게 특별히 편집자를 구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서준의 영상까지 편집해 주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서준은 복잡한 머리를 환기하기 위해 맥주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베란다 너머로 서준이 심은 매실나무가 보였다.
서준은 저 매실나무가 화려하게 피울 붉은 꽃들을 상상하며 차디찬 베란다의 바닥을 손으로 쓸었다.
마치 스승님을 처음 만난 그날 같다.
엄청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왜인지 모르게 차분해진다.
“흠. 어쩌지.”
지금 서준이 고민하는 주제는 바로 아이튜브.
오늘 만난 그들은 서준이 당연하게도 아이튜브를 시작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스트리머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아이튜브는 무조건 하는 게 맞으니깐.
하지만.
서준의 계획은 어떻게든 리오스 대회에 들어가 우승하고 캡슐만 얻은 뒤 스트리머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럴 작정으로 시작했다.
문제는.
스트리밍이 재밌다.
사람들이랑 같이 게임을 하는 게 재밌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여러 방식으로 반응해 주고 서로 놀리고 또 함께하는 게.
재밌다.
치이익.
딱.
서준은 맥주캔을 딴 뒤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덤덤하게 바깥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외로웠었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전생을 기억한다는 건.
평생을 그리워하면서도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가지는 것과 같으니.
“어떻게 하지.”
생각이 깊어지는 날이었다.
이럴 때는 단순하게.
“오랜만에 체육관이나 가야겠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 * *
이동수는 유명 프로게임단의 주전 선수였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유명인들이 많이 다니는 체육관에 도착했다.
이동수가 속한 팀은 이번 세계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준수한 아니 어찌 보면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스포츠의 세계에선 우승이 아니라면 아무 의미가 없는 법이었다.
감독은 내년을 준비하면서 선수에게 각자 필요한 파격적인 특훈을 지시했다.
이동수에게 내려진 특훈은 현실에서의 싸움을 배워보라는 것.
‘겸사겸사 체력단련도 하고.’
구단의 프런트는 수소문을 통해, 유명 연예인들이 다수 다닐 정도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면서 격투기 선수들도 가르치는 하나의 체육관을 찾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딱히 특별한 점은 없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자기 할 일만 조용히 하고 가는 정도였고, 선수들은 시끄럽긴 하지만 정이 많은 정도?
“동수 왔냐? 가서 러닝머신이나 뛰어.”
체육관의 관장이 이동수를 내려다봤다.
키도 덩치도 더럽게 큰데다가 얼굴도 험악하게 생겼다.
“아니 관장님. 오늘도요?”
“그래. 여기는 가상현실이 아니니깐, 네 체력이 우선 뒷받침돼야지.”
이동수는 그 말에 불만을 품었다.
아무리 자신이 이곳에 다닌 지 2주밖에 안 됐지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기본기랑 체력단련만 하는 건 너무하잖아요.”
이런 대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프로다.
그것도 세계에서 2번째로 강한 게임단의 프로.
가상현실과 현실의 차이가 있다지만, 자신 정도 되는 실력이면 몸을 다루는 일에는 도가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막말로 게임 속에서 매번 변하는 육체의 스펙을 전부 인지해가며 적응해 내는 게 프로들 아닌가.
“제대로 된 실전을 배우고 싶다고요. 예?”
관장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귀찮은 애 달래듯, 손짓하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오늘 대충 스파링 한 번 하면 되지. 그니깐 빨리 러닝이나 뛰어.”
“아싸! 그러면 스파링 상대는 제가 정해도 되죠?”
“그러던가. 어차피 다 못 이겨.”
훠이 훠이.
이동수는 흥분하며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18살.
학교를 자퇴하고 뛰어난 프로 선수로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혈기 왕성한 고등학생이었다.
‘다 덤벼.’
아마 오늘 붙을 상대도 격투기 선수겠지만, 그는 진지하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최근 들어 운동하면서 부쩍 몸이 좋아진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런닝을 뛰면서 사람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누구와 처음에 싸우는 게 좋을지.
‘체급 차이만 너무 나지 않는다면…….’
그때.
입구의 문이 열리고 왜인지 어제 본 스트리머와 닮은 사람이 걸어들어왔다.
재수 없게 잘생긴 얼굴.
그냥 닮은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이었다.
하도 잘한다고 팀 동료가 호들갑 떨어서 짧게 클립으로 플레이를 봤던 스트리머.
‘그렇게 잘하진 않던데.’
그의 동료이자 친한 형 덕분에 그는 서준이란 스트리머에 대해 알기 싫은 자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었다.
‘얼굴은 진짜 아바타 그대로네. 그나저나 방송 3일 차 하꼬 아니었어? 그런데 여기를 어떻게 온 거지?’
어쨌든 상관없다.
관장이랑 인사하는 거 보니 친해 보이고.
근육도 딱히 우락부락해 보이지도 않고.
‘딱이네.’
그의 첫 스파링 상대가 되기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