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8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84화(184/431)
제184화
감각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설령 개인차가 있는 감각기관을 통해서가 아닌 같은 정보를 기계가 직접 뇌에 전송하는 가상현실 안이라도 말이다.
한 폭의 풍경을 봐도 각자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지점이 다를 것이다.
노을빛 속에서 붉어진 구름. 한적한 오두막, 수면에 반사되는 광원.
같은 음을 들어도 음감이 있는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무슨 음인지가 재생될 것이고.
아니라면 그저 흥얼거리는 게 전부다.
심지어 통각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맞았는지 제대로 분간이 안 되는 사람과 맞은 통증으로 어떻게 맞았는지까지 가늠하는 사람이 있으니.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다.
그리고 이 해석하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
다른 말로는.
‘기를 수 있다는 거지.’
앞서 말한 음을 구분하는 능력을 얻거나.
사소한 디테일을 포착할 수 있는 시야를 갖는 것은 후천적으로 가능하다.
이는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수영장의 라이프가드들은 물에 빠진 사람들을 잘 포착하는 방법을 만들고 훈련한다.
서준이 보기에 이러한 종류의 모든 능력들은 가상현실에서 꽤나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우우웅!
지금처럼.
-방장 결국 게임 던짐?ㅋㅋㅋㅋㅋㅋ
-뒤는 포기한다 이건가?ㅋㅋㅋㅋㅋㅋㅋ 끝났네
-아니 얘들아 이거 좀 이상한데?
-하윤호 방송으로 보셈
-아니 뭔데?
일곱 번째 웨이브.
뒤쪽에 나타난 표적은 한 개.
펑! 펑! 펑! 펑!
오브가 최적의 경로로 정면의 절반을 처리하고 다음 절반을 처리할 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뒤를 확인하고 날려야 하지만 서준은 그러한 과정이 필요 없었다.
위치를 소리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오브가 앞으로 쏘아진다.
펑! 펑!
한 개는 포물선을 그리며 이어서 다음 표적을 노리러 간다.
또 하나는 일직선으로 쏘아졌었다. 왜냐하면 표적을 맞힌 후.
쐐애애액!
오브가 서준에게 빠르게 날아왔다. 그리고 얼굴 옆면을 지나쳐 사라진다.
이윽고 뒤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
펑!
“안 들리시냐니까요?”
서준의 말에 그제야 조금씩 시청자들이 깨닫기 시작한다.
-아니 뭔데???
-빨리 하윤호 방송 켜라
-비상 비상! 쵸비상!
-저 새끼 지금 뒤도 안 돌아보고 맞추는 중인데?
-??? 그게 됨? 예측이 됨??
-방장이 안 들리냐잖아 ㅋㅋㅋㅋㅋ ㅅㅍ
당연히 처음 봤을 때는 정확하진 않았다.
소리를 듣고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다른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약간 틀렸다는 걸 확인했으니 정보를 해석하는 감각을 수정하면 그만이다.
물론 확인한 후에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모험이라 했던 거였는데, 잘 됐지.’
서준이 한 일은 훈련만 받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한 백 년?’
그 정도로 열심히 훈련하면 된다. 아니면 전생을 떠올리든가.
서준은 속으로 웃으며 걸었다.
일곱 번째 웨이브에서도 성공했다고 느슨해질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이제부터 시작일뿐더러 기회는 한 번.
남은 40번의 웨이브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랭커들의 기록에 닿지 못하고 그대로 실패다.
그럼에도 서준은 여유롭게 앞으로 나아간다.
“뭐 하는 거냐고요? 예측을 제가 어떻게 합니까. 다 듣고 하는 겁니다.”
스트리머의 의무인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면서.
쐐애애액!
표적들이 날아오고 오브가 쏘아진다.
날아다니는 구체들이 혼잡하게 뒤섞인다.
“그러니까 다들 하는 그거 있잖아요. 이 정도는 해야죠.”
-진짜 사운드 플레이임??
-미친놈인가?
-뒤에 표적이 나온 이후 랭커들보다 훨씬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짐 ㄷㄷㄷ
-사플이 말이 됨? 지금까지 어떤 랭커도 못 했는데?
‘몰라서 못 한 거지.’
앞으로 이게 된다는 걸 알게 됐으니 도전하고 연구해서 해내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 게임에서 이런 경우는 흔하다.
전혀 할 수 없을 거라 여겼는데 알고 보니 조금만 생각을 바꾸거나 너무나 간단한 방법을 찾으면 해결이 되는 문제들 말이다.
랭커들이라면 충분히 훈련해서 구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있는 사람도 있겠고.
그렇게 되면 어쩌면 지금의 랭킹 기준이 훨씬 더 높아지겠지만.
서준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번만 랭킹 안에 들면 되니.
-그러면… 내 돈은?
-어라????
-안전자산 어디???
-듣는 걸로 위치를 파악하네ㅋㅋㅋㅋㅋ ㅅㅂ
-아니ㅋㅋㅋㅋㅋ 아 방장 또 버그 써요!
-그 와중에 개 멋있네
-ㄹㅇ 다른 랭커들은 모양 빠지게 주머니에 손 넣고 뒤돌아보는데 방장은 그냥 걷기만 함ㅋㅋㅋㅋ
-고개 안 돌리는 것 봐
-그래서 우리 어떡함?
“어떡하긴요. 파산하세요.”
우우웅.
쐐애애액!
펑! 펑!
바쁘다.
걷고, 표적을 포착하고 소환하고 쏘아내고.
쉴 새 없이 일련의 행위들을 하는데도 표적이 점차 쌓이기 시작한다.
이전에 기억해 둔 위치에 오브를 날리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표적들의 위치를 머리에 박아야 한다.
거기에 표적이 파괴되면 내는 약하지만 귀에 들어오는 소음이 방해한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소통은 멈추면 안 되죠. 그것이 스트리머니까!”
그럼에도 파산 위기의 시청자들을 놀린다.
안전자산이라고 얼마나 얘기했던가.
-제발 실수해라
-제발
-아 방장아 여기서 그런 버그 사플은 아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자산! 어디 갔어!
-아냐 아직 희망 있다!
20번째 걸음.
결국 처리하지 못하고 밀리게 된 표적의 개수는.
-몇 개냐?
-모르겠음
-하윤호 방송에서 뒤까지 세고 왔다. 지금 방장 12개 밀려 있다.
1.5사이클?
지연된 시간이 1.5초보다 조금 안 되게 밀린 것 같은데 이 정도라면.
“되겠네요. 10등 안에.”
표적은 50걸음 동안 총 392개 소환된다. 마지막 걸음에서는 안 나타난다.
그러면 랭커들이 지금 시점에서 밀린 숫자는?
그에 대해서 묻는 채팅도 있었다.
서준은 아까 본 10위 랭커의 영상을 기억 속에서 떠올렸다.
“그 10위분이요? 똑같이 12개 정도 밀렸던 것 같네요. 아마 그쪽이 조금 더 우위인 것 같긴 한데.”
-오 ㅋㅋ 기억력!
-이러면 가능성 있는 건가?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랭커가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보인다 하더라도 이거 결국 역전됨
-그러면 실수를 해야 되는 건가!
그렇다.
30걸음이나 남은 상황에서 비슷해졌으면 결국 역전될 것이다.
서준은 명백히 표적이 뒤에 소환되기 시작한 웨이브부터 랭커들보다 빠르게 표적을 쌓아가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2개로 처리하는 거라 완벽히 1초 안에는 못 끝내도 이건 결국 상대 평가다.
카운트를 실시간으로 집계해주면 더 편하겠지만 뭐.
이게 더 긴장감 있긴 하지.
펑! 펑! 펑! 펑!
걷는다. 생성한다. 파괴한다. 포착한다.
쌓이고 또 쌓이지만, 랭커의 영상과 지금 서준의 스트리밍을 동시에 틀어놓고 비교해보면 아마 실시간으로 추적해 오는 랭커가 처리하지 못한 표적의 개수를 보고 시청자들은 절망하리라.
30걸음.
‘지금쯤이면 역전됐으려나?’
-근데 아까 그 국어는 뭔 개소리였음?
-청각의 시각화라고 뉴비들은 모르는 게 있다
-아 ㅋㅋ 그거? 시발 국어 공부를 또 하게 생겼네
-우리 ㅈ된 듯?
-미국채도 무너질 수 있구나
-국어 선생님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국어 선생님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국어 선생님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문학은 어려워요! 문학은 어려워요! 문학은 어려워요! 문학은 어려워요!
35걸음.
-진짜 이 악물고 한 번도 실수 안 하는 것 보면 좀 킹받네
-딱히 이 악문 것 같지는 않은데?
-ㄹㅇㅋㅋㅋㅋ 웃으며 채팅 읽어 주잖음
-웃기겠지. 이제 곧 천만 원 버는데ㅋㅋㅋㅋ
-거기에 지분 1% 정도 있는 사람은 개추 ㅋㅋ
-10만 원이나 건 호구가 여기 있네
40걸음.
-나 이번엔 진짜 안전할 줄 알고 30만 원 걸었다고ㅠㅠㅠㅠ
-30만 원 ㅅㅍㅋㅋㅋ 치킨이 몇 마리야
-포기해
-인 10위 가뿐하다
45걸음.
-아모른직다
-난 알아 여기서 실수할지
-누가 이거 안전자산이라 했냐? 빨리 나와
-진짜 바람잡이 있었던 거 아닐까?
-아니 ㅋㅋ 이드 시련이 사운드 플레이가 되는 줄 누가 알았겠냐고
마지막 50걸음.
서준은 10m는 넘을 것 같은 장벽 앞에 섰다.
후우우.
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여기까지 오면서 시청자들을 살살 긁느라 떠들긴 했지만 그도 실수할 뻔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물론 결국 안 했지만.
그의 주위를 감싸던 표적들이 사라졌다. 대충 30개 넘어가 보이던데.
“끝났군요. 랭킹 봅시다, 이제. 아 1등이 몇 개였었죠? 랭킹을 제대로 안 보고 시작했네요.”
영상을 봐서 가늠하는 건 충분하긴 했지만 말이다.
-무친놈아 ㅋㅋㅋㅋ
-근데 이 정도면 10위가 아니라…
-어?
* * *
한편, 같은 시각.
한국과 6,900마일 넘게 떨어진 곳.
이공계에게는 너무나 증오스러운 야드파운드법을 바꾸면 11,000킬로미터쯤 떨어진 세계 3대 도시.
그중에서도 굳이 서열을 매기자면 1황인, 가끔 미국의 수도가 어디냐고 상식 질문을 하는 영상에 자주 출현하는 도시.
미국 뉴욕.
뉴욕의 브루클린의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로프트 하우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유명 미국인 여성 프로 선수에게도 서준의 조금 와전된 소식이 한발 늦게 전해졌다.
“누나. 이드 지금 1위가 누나였지? 이제 곧 깨진다는데?”
커뮤니티를 보는 동생의 친구를 통해서.
“뭐래.”
그녀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 있었다. 베개 반대 방향에 머리를 댄 채.
그녀는 꾸물꾸물 침대의 끝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침대 끝에 목이 닿았을 때 머리를 그대로 늘어뜨려 침대 앞 컴퓨터 책상에 앉아있는 동생을 거꾸로 봤다.
몸을 일으키고 돌릴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휴가 중이니까!
금발의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는다.
괜찮다. 신발은 벗고 생활한다.
“내 친구 데이빗이 말하기를 한국에서 실력으로 프로를 이긴 유명한 스트리머가 지금 오브 2개만으로 누나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고 했대!”
“개소리네.”
대충 힘없이 쇠똥을 말한 그녀는 동생 보고 빨리 학교나 가라고 말했다.
“동생이 누나의 꿀 같은 휴가를 방해해서 쓰나.”
슬슬 머리에 피가 몰린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꾸물꾸물 원래 위치로 복귀했다.
“여기 살던 건 난데 왜 내가 누나의 휴가를 방해한 게 된 거지?”
“그래서 이 집 누가 구해줬지?”
“누님이요.”
“할 말 없지?”
“넵. 근데 만약 누나 기록 깨지면 어떡할 거야?”
“참 내. 별걱정을 다 한다. 만약 오브 두 개로 랭킹 10위 안에만 들어도, 내가 그 사람 이번 역사서에 나오면 꽁무니 따라다니며 하인 역할 한다. 무슨 목표든 간에 버리고 무조건 그냥.”
“전세계 리그 유저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거 재밌겠네. 근데 1위 해서 누나 자리 빼앗으면?”
“내가 다시 뺏으면 되지.”
“그게 돼? 지금 기록도 한계 아니야?”
“그니까. 애초에 안 되는 걸 왜 그래.”
그녀는 리그의 이벤트에 이드가 나오길 몇 년째 기다리고 있었다.
이드는 무소속이어서 이벤트 속에서 합법적 개인플레이가 확실하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영웅들도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각 세력의 팬들에게 욕먹을 수 있다. 왜 트롤하냐고.
이벤트에서, 그녀는 다른 무소속 영웅을 노리는 선택지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녀가 평소에 잘하는 모스트 영웅이 아닌 이상 시련의 1등은 장담할 수 없다.
“이드 안 나오면?”
참고로 이드는 그녀의 모스트 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이드가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영웅도 다 준비되어 있긴 하거든.”
자신감 있게 말했지만 글쎄.
쟁쟁한 사람들이 워낙 많아야지. 한 가지만 하는 장인 유저들 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랭킹 10위 안에 들긴 했는데 그 이벤트에 안 나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아니, 애초에 두 개로 어떻게 하냐고!”
“그으래? 하긴 뭐.”
“그냥 나가! 아니 휴가 중에도 가상현실 관련된 거 하나도 알고 싶지 않거든? 그래서 여기 온 거거든? 그러니 자꾸 개소리할 거면 나가줄래?”
가상현실을 좋아하긴 하지만 쉴 때는 몇 주간만이라도 아예 멀리 떨어져야 하는 법이다.
이게 정신 건강에도, 성적에도 좋다.
그리고 일을 사랑하긴 하지만 일이 곧 취미가 되는 것까지는 사양이다.
그렇게 미국의 신하연(본인은 신하연이 한국의 그녀라고 주장한다) 레이첼은 침대 속에 다시 파묻혔다.
동생은 안 나갔고.
10초 후.
동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누나 깨졌다는데?”
“뭐?”
“1등 기록이.”
“자꾸 똥 같은 소리 좀…….”
“직접 봐.”
드르륵.
동생이 의자를 옆으로 모니터가 보이게 비켜줬고, 레이첼은 다시 조금 전처럼 꾸물꾸물 기어가 침대 끝에 머리를 늘어뜨린 채 거꾸로 모니터를 봤다가.
[이드의 시련 랭킹]#1 – 검신 (한국) – 360
#2 – 레이첼 (미국) – 356
#3 – 버나드(미국) – 344
랭킹을 본 순간 벌떡 몸을 뒤집고 일어났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버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