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185)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185화(185/431)
제185화
“버그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응.”
“아닐 리가 없는데?”
“에휴.”
벌떡 일어난 레이첼은 성큼성큼 동생의 옆으로 갔다.
똑바로 보다 못해 이제는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본다.
“진짜 버그 아니야?”
“버그일 리가 있겠어? 참고로 이거 캡처도 아니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조회한 거야.”
“페이크 사이트일 가능성은?”
말하고도 어이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이거 시련 페이크를 만들어서 도대체 뭐 하게.”
“그건 그렇네. 비켜봐.”
동생의 컴퓨터를 빼앗은 그녀는 일단 사실확인부터 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안 믿기는 건 마찬가지.
‘맞네. 뭐지? 도대체 어떻게?’
이번엔 게임 속 버그인가?
앞서 말한 버그는 웹사이트의 버그를 얘기하는 거였다.
가상현실 안에서 버그는 용납되지 않으니.
하지만 이쯤 되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완벽한 시스템이 있을 리가 없긴 하지.
‘음.’
물론 이렇게나 못 믿는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최고의 자리를 놓친 게 충격적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기 위해 메신저 사이트에 들어갔다.
스마트폰은 없었다.
휴가 중엔 스마트폰도 사용하면 안 되니.
“뭐야. 방금 연락이 왔네?”
[버나드: 방금 봤냐?]그녀와 같은 팀의 동료였다.
원래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가?
아니.
그들은 한국에 당연히 관심이 많다.
게임 강국.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좁은 인재풀임에도 최강의 자리를 먹는 전쟁 기술에 통달한 고요한 새벽의 나라.
세계 대회에서 그들에게 패배를 안기는 팀은 대부분 한국이었고 당연히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개 스트리머에게까지 그 관심이 닿는 건 그저 신기할 노릇.
[레이첼: 넌 어떻게 바로 알았냐?] [버나드: 네 동생이 얘기했지.]아.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동생이 열심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팀 동료들이랑 친분이 있는 그녀의 동생.
분명 쓸데없는 소리까지 계속하고 있으리라.
“멈춰!”
“싫어!”
“젠장.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 먼저 해야겠으니 메시지 보내는 것 좀 멈추지 않을래?”
“응, 이미 다 말했어. 아까 뭐라 했더라? 애초에 안 된다고? 그럼 이건 뭐지?”
동생이 깐족댄다.
“우리 동생이 살인적인 뉴욕 집세의 맛을 봐야 정신 차리려나?”
“죄송합니다!”
그럼 뭐하나. 이미 팀원들에게 퍼졌을 텐데.
미국 프로들은 역사서를 좋아한다. 한국 프로리그보다 조금 더 늦게 시작하는 미국 프로리그의 특성상 일정이 여유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팀이고 뭐고 없다. 경쟁한다. 분명 할 말을 지키라 하겠지.
‘그냥 무시할까?’
아니.
그것도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확인부터 해야 한다.
[버나드: 여기 이 클립 좀 봐] [버나드: 50초짜리 클립이야.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겠지?] [레이첼: 넌 봤어?] [버나드: 아니, 이제 확인해 보려고. 이 클립도 네 동생이 보내준 거야.] [레이첼: 일단 확인해 보고 얘기하자]랭킹 2위 레이첼.
랭킹 3위 버나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둘은 1, 2위였다. 그래서 동생이 바로 그에게 연락한 것이고 그녀도 그에게 의견을 구하러 메신저 사이트에 들어온 것이다.
레이첼은 영상을 틀었다.
옆으로 밀려났던 동생도 그걸 보고는 고개를 들이밀었다.
“넌 본 거 아니었어?”
“아니거든. 그냥 링크만 보낸 거거든.”
“그래. 일단은 좀 보자.”
한국 스트리밍이라 해서 아예 못 보는 건 아니다.
영상 속 스트리머의 말은 자막으로 동시 번역이 되니.
극한까지 디테일을 살리는 전문가의 손길 뺨치는 정도는 아니어도 웬만한 디테일은 다 살린다.
하지만 볼 일은 없을 터다.
누가 이드의 시련을 하는데 집중도 안 하고 말을 하겠는가.
“진짜 두 개였네? 이러다가 나중에 네 개 하는 거 아니야?”
“아닐걸. 동화율이 10이래. 그래서 두 개라는데?”
동생은 핸드폰도 같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다른 정보도 찾으려나 보다.
레이첼의 눈이 더 깊어졌다. 이제 비밀이 밝혀질 차례다.
* * *
영상을 다 본 레이첼의 감상은 가장 먼저 이것이었다.
“말을 하네?”
말을 한다. 스트리머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행위. 그런데.
“말을 한다니까?”
“응. 나도 봤어, 누나. 더 말 안 해도…….”
“아니, 말을 한다고!”
레이첼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레이첼: 봤어?] [버나드: 어… 꽤 놀랍더군.] [레이첼: 뭐지?]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기 위해서 하는 시련이다.
말도 못 할 정도는 무슨 모든 잡념을 버리고 집중해야 하는데.
[버나드: 오브의 궤적을 최단 거리로 매번 잘 그리더군, 딱 봐도 알겠어. 오브를 저렇게 날리는 게 가장 짧다고.]어.
그것도 신기하긴 하지.
그런데 그 신기한 걸 말하면서 했다니까?
저 스트리머는 도대체 뭐지?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누나. 버나드 형도 그렇고 사플에는 안 놀라?”
레이첼이 입가를 톡톡 치면서 말했다.
“아니, 뭐 놀랍긴 한데……. 그것보다는 다른 게 더 충격적이어서 말이지.”
사운드플레이가 된다는 거에는 놀랐지만 그걸 하는 것 자체에는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녀도 연습한다면 아마 가능하리라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다른 것들은.
[버나드: 궤적을 그리는 것도, 한 번도 실수를 안 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전부 미쳤군.] [버나드: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 혹시 영상을 합성한 거 아닐까?] [버나드: 안 되겠어. 일단 통화 좀 받아 봐.]통화를 받은 그녀는 바로 분석을 시작했다.
“버나드 우리가 8개의 표적을 처리하는데 밀리는 시간은?”
8개는 한 걸음에 나타나는, 매초 나타나는 표적의 개수다.
[정면에만 소환될 때는 완벽하지. 1초 안에 다 처리해서 지연은 없고.]“그래. 그럼, 뒤에 소환될 때는?”
[0.1초에서 0.3초? 8개 처리할 때마다 그 정도 걸렸나? 뒤에서 44번 정면에서만 나오는 게 다섯 번이고.]“맞아. 잘 기억하고 있네.”
그들은 뒤에서 생성되는 44번의 걸음에서 집중력을 극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고의 플레이로 표적을 처리하면 0.1초고,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치면 0.3초.”
[그랬던 것 같군. 그리고 레이첼 네가 세운 기록 356개가 바로 그보다 높은 기록은 안 나올 거라고 유저들이 말했었던 기록이었지? 내가 그때 포기했었고. 그게 몇 달 전이었나?]표적이 뒤에서 나오는 44번의 웨이브에서 평균 0.1초의 지연만으로 처리해 냈을 때 나올 수 있는 기록이 바로 356개다.
즉 레이첼은 랭커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44번이나 반복한 것이다.
그 기록을 세운 판에서 레이첼은 특별한 감각을 느꼈었다.
수백 수천 판을 해도 다시 나오리란 보장이 없는 자아마저 잊었던 완전한 몰입상태.
우연히도 닿았던 그 순간을 다시 잡기 위해서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던가.
“저 남자가 그 상태에 들어간 걸까?”
그 사실을 팀원인 버나드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기에는…….]시청자랑 잘만 소통하던데?
사라진 버나드의 뒷말을 유추해봤다.
이것이 레이첼이 그렇게나 놀라워했던 이유였다.
“젠장. 사운드 플레이를 했을 때 저 스트리머는 몇 초의 지연이 걸린 거야?”
[기다려봐. 프레임으로 확인해 줄 테니.]“네가?”
[아니, 여기 있는 코치님이.]“그래.”
레이첼은 피식 웃은 뒤 한숨을 내쉬었다.
충격적인 걸 봐서 그런가. 어느샌가 몸에 긴장이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차분히 식힌 뒤 금발의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생각에 잠겼다.
신하연, 그녀의 영원한 라이벌(자칭)이자 숙적(자칭)의 조국 한국.
그곳에서 또 그녀를 이렇게 방해하다니.
레이첼이 마른침을 삼켰다.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 거지?
[확인해 봤어. 정면에서 생성될 때는 0.06초 정도 지연됐고.]풀집중 상태라는 뜻이다.
오브 두 개로 할 수 있는 최선일 터.
하지만 이때 그 스트리머는 말을 안 했었다.
본격적으로 시청자들과 조금은 이상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건 그다음부터.
[뒤에서 생성됐을 때는 평균 0.08초 정도 지연됐네.]“하…….”
그들보다 빠르다. 그러니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겠지만.
“44번 전부?”
[응. 전부.]“그게 최선이었을까?”
[음, 레이첼. 너도 봤잖아. 표적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어떻게 봐도 그것보다 빠르게 단축하는 건 불가능해. 아무리 네가 말하는 그 상태에 들어간다 하더라도.]오브 두 개를 기준으로 말하는 거였다.
두 개로 처리할 때 0.08초 이하로 줄이는 건 그냥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
[아마 우리가 사운드 플레이를 하게 되면 오브가 네 개니 좀 더 단축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어쨌든 그 사람은 계속해서 최고의 플레이를 했다는 거야. 시청자들하고 소통하면서. 사람의 뇌가 이게 가능한가 싶군.]“젠장……. 나 한국 갈까?”
[뭐? 미쳤어? 너 팀 버려?]“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가서 만나볼까 해서. 시간은 많잖아. 아니면 우리 팀이랑 저쪽 팀이랑 친선 경기를 한번 잡아 보는 건 어떨까?”
“누나 그건 안 돼.”
“왜?”
“저분 순수 스트리머거든.”
“아, 진짜?”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때.]“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역사서에서 시종처럼 졸졸 따라다니면서 배워봐. 아니면, 대가로 비법을 묻던가. 크하하하!]“이 새끼가?”
[뭐, 거기서 만날 텐데 굳이 한국까지 갈 필요는 없잖아. 아. 그러면 너는 다른 영웅을 찾아봐야 하나? 무소속인데 이번에 나올만한 영웅이 뭐가 있지?]정리되자 바로 팀원을 살살 긁기 시작하는 버나드였다.
진작에 이드에 관심을 꺼서 그런지 타격이 적나 보다.
그녀는 바로 통화를 끊었다. 더 말하면 손해다.
후.
일단 분석을 했으니 직접 확인도 해 봐야겠지?
“동생아.”
“응? 아 잠만.”
“뭐 보는데.”
“지금 그 사람이……. 아니, 이게 맞나?”
“왜.”
“방금 누나하고 저 형하고 분석하는 동안 카엘도 1위 찍었다는데? 압도적으로?”
어.
음.
뭐지?
“왜 저번에 카엘 다음 급소 예측한다던 그 사람. 그 사람이 저 스트리머야.”
“아! 기억났어.”
얼마 전.
몇 주째 휴가 중이던 그녀에게 갑자기 코치가 동생을 통해서까지 연락해서 할 수 있냐 물어봤던 것.
카엘은 어차피 잘하지도 않기에 자신 있게 불가능하다 답한 뒤 다시 침대에 파묻혔었는데.
카엘 그 유저였다고?
그 스트리머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단순히 이드의 시련만큼은 겁나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유의해야 한다고.
레이첼은 다시 한번 마른침을 삼켰다.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 거지?
나라가 어떻길래 저런 플레이어가 자꾸 나오는 거지?
신하연.
그녀를 이긴 백도율.
그리고 지금 이 스트리머까지.
“안 되겠다. 동생아.”
“왜.”
“나 나갔다 오는 동안 저 스트리머에 대해서 모든 정보를 모아 와.”
“싫…….”
“집세.”
“넵!”
“그리고 여기 근처 캡슐방 어딨냐?”
“어? 게임 하게? 휴가 중이잖아.”
레이첼은 팔을 쫙쫙 늘리고 목을 꺾었다.
“쉴 수가 있어야지. 휴가는 끝났다.”
* * *
캡슐방에 도착해 가상현실 안으로 들어온 레이첼.
‘검신. 검신.’
그 스트리머의 아이디가 입에 착착 감긴다.
이름이 아니란 건 알지만 무슨 뜻인지는 아직 모른다.
뭐, 집세가 걸린 동생이 알아서 잘 정리해 오겠지.
이름도 얼핏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한국식 이름은 그녀에겐 너무나 어색할 뿐이다.
몇 번 부딪힌 상대 팀도 아니고 이제야 겨우 한 번 들은 타국식 이름이 뇌에 남을 리가 없었다.
레이첼은 그녀의 로비에서 잠시 감각을 되살린 뒤 연무장에 들어갔다.
그녀가 휴가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들어와 몸을 푸는 곳이 연무장이다.
검을 쓰는 영웅을 잘 안 한다고 못 하는 건 아니다.
검은 기본이다.
‘흠.’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10단계 AI를 소환하기 위해 설정을 찾았다.
‘타섭은 오랜만인가? 아니, 그냥 가상현실이 오랜만이라 타섭이 오랜만이었군.’
가상현실에서는 서버라는 게 나뉘어져 있다.
북미, 남미, 서유럽, 동유럽, 한국, 일본 등등등.
중국은 심지어 10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뭐, 나누기만 했을 뿐 원한다면 어느 서버에 가서도 게임 할 수 있긴 하지만.
‘여기 있네.’
지금 그녀가 한국 서버에 접속한 것처럼.
그녀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10단계 AI를 소환했다.
영어로 표기된 세 글자.
“진. 서. 준? 신하연이 아니네?”
10단계 AI가 바뀌었나?
그녀의 라이벌(아님)이자 숙적(아님)이 이 자리를 뺏긴 채로 둘 리가 없을 텐데? 그 성격에.
“서준 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한국식 이름은 역시나 어색하다.
“어디 프로팀에 입단했었나 보군. 기억에는 잘 안 남는 거 보니 신입이거나 벤치여서 그 이후로는 안 들어본 거겠지.”
한번 붙어봐야겠다.
오랜만의 싸움이다.
그녀는 검을 고쳐 쥐었다.
이윽고 상대가 달려들었다.
캉!
“어?”
이렇게 싸움을 스타팅하는 건…….
신하연?
캉! 캉!
“어?”
이번엔 뭔가…….
백도율?
“어? 어?”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뭐, 뭐지? 백도율하고 신하연이 합동했나?”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는 건 이 사람이 둘의 검을 섞었다는 건데.
검을 이 정도의 완성도로 섞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프로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
레이첼은 다시 한번 마른침을 삼켰다.
‘벤치일 리는 없으니, 루키인가? 또 이 정도의 실력자가 나타난다고? 이번엔 검술로?’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