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04)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04화(204/431)
제204화
[미니언이 생성됩니다.]평소처럼 서준의 쓸데없는 소리와 함께, 미니언이 넥서스에서부터 시작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황소는 발을 툭툭 털면서 생각했다.
‘버틴다. 잘. 가능?’
머릿속에서 마저 긴장해서 단답으로 나왔다.
황소는 서준과 리그에서 싸운 적이 없었다. 게임에서도 제대로 맞붙은 적이 없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프라이팬에 당하긴 했지만 그건 짧은 순간.
그러나 긴장할 수밖에 없다.
실력자라면 가져야 할 자신감과, 호승심이 황소에게는 없었으니.
그는 밤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감수성 충만한 남자였다.
이기는 싸움이면 몰라도 지는 싸움이면 그저 회피하고 싶은 게 그다.
‘그래서 노밴 카엘.’
상대의 말대로 극 카운터를 픽하기까지 했으니 미드로 완전히 가라고 부추긴 꼴이었다.
물론, 카엘을 살리느냐 안 살리느냐는 팀원들 사이에서 많은 의견이 있었고 결국 살리는 쪽에 아주 조금 더 기울었긴 했지만, 만약 황소가 원했다면 카엘을 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오직 상대를 미드로 보낼 방법이 극 카운터로 내쫓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
‘레인. 도움. 실패.’
아쉽게도 팀장의 생존을 위해 준비해 온 노력을 더 빛나게 해 줄 방법이 무산됐지만 괜찮았다.
‘바람검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러니 잘 버틴다면 1인분 넘어서 캐리를 하게 되는 거고.’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해 나가자 긴장이 자연스레 풀렸다.
‘각자 역할이 있는 거야. 자연처럼. 나는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
레인은 버텨서 적 팀 B급을 상대로 너무 크지 못하게 억제한다.
B급 원딜과 C급 정글은 승리의 포석을 쌓고.
A급인 그는 막는다.
저 사내를.
총을 어깨에 걸친 뒤 미니언이 오기를 기다리는, 프로마저도 승리하고 싶다면 무조건 한 번 더 유의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한 유저를.
‘음. 가능?’
할 수 있을까?
황소는 마른침을 삼켰다.
라인전에서 불리한 거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버틸 자신은 있다.
그에게는 방패가 있고 사거리가 아주 부족한 것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라인전이 끝나게 되면?
그의 궁극기는 상대를 투기장에 함께 가두는 것.
쉽게 말해 진실의 방으로 상대를 끌고 가는 스킬.
‘충분해. 그때부터는 상대도 쉽게 견제하러 나오지 못하겠군.’
계속해서 오락가락했지만, 황소는 개의치 않았다.
* * *
미니언이 왔다. 중앙에서 만나서 싸운다. 이에 따라 서준도 자리를 잡았다.
보통은 아군 미니언 뒤에 자리를 잡는다.
머리 하나는 작은 미니언이라지만 뒤에서 엄폐하기 좋기 때문이다.
일종의 고기 방패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서준은 그 미니언을 넘어섰다.
저벅. 저벅. 저벅.
천천히.
처음은 일렬로 선 원거리 미니언의 줄이었다.
그다음 선은 상대와 그의 근거리 미니언이 부딪히고 있는 중앙의 선.
저벅저벅.
여기까지 넘어오면 보통 상대 원거리 뒤에 있던 적 영웅이 공격해 오기 마련이다.
아니, 보통 거리만 되면 바로 공격을 찔러 넣는다.
“어디까지 가시게요?”
하지만.
황소는 그대로 뒤로 계속해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시발 탑 원딜 개새끼야
-아… PTSD…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눈물 나네 초반부터
-방장아 그걸 꼭 물어봐야 했냐?
마침내 상대 근거리도 넘어섰다.
한 번 미니언끼리 어그로가 끌린 상황에선 서준이 상대를 타격에 성공하거나, 미니언이 공격하던 다른 미니언이 죽지 않는 이상, 그에게 어그로가 끌리지 않는다.
즉 자유롭다.
“하하. 어쩔 수 없죠.”
하긴 이럴 거라는 건 다 예상했을 터.
서준은 왼쪽에 있는 부쉬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다 예측했어도 분명 좋아죽는 사람들은 있을 테니까.
“꼬우면 밴픽 잘했어야죠.”
황소가 들리지는 않게 팀 보이스로 말했다.
-아 ㅋㅋ ㄹㅇ 탑에 원거리 메이지가 못 오는 것도 아니고 먼저 선픽했으면 업보 달게 받아야지
-탑,,,원딜,,,고얀,,,놈
-땅땅땅! 황소 잘못이 맞다
-제발 방장 져라 제발 방장 져라
[네?]“아닙니다. 시청자들에게 한 말이에요.”
서준은 눈으로는 여전히 황소의 움직임을 쫓으며 답했다.
[아 네. 근데 대충 상황 알겠네요.] [풉.] [살살하지 말고 탑 박살 내 주세요!]“알겠습니다.”
서준이 견착을 한다. 그리고 몸을 돌려 죽어가던 상대 미니언을 조준했다.
원래 이 자리에서 이 방향으로 공격해야 할 황소는 떨어져서 바라볼 뿐이었다.
탕!
미니언을 잡았다. 체력이 극한까지 닳았을 때 날린 탄알이었다.
탄알은 미니언의 머리에 맞고 튕겨 나가 그대로 쭉 더 날아갔다.
그리고 서준이 황소 쪽 미니언을 잡은 순간 그의 팀 미니언도 한 마리 사라졌다.
“경험치도 안 드시게요?”
돈이야 꼭 막타를 쳐야 얻지만 경험치는 근처에만 있어도 얻을 수 있기에.
“먹었습니다.”
“그런가요?”
서준은 앞으로 한 발짝 더 나갔다. 황소는 그대로 뒤로 밀려났고.
서준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쁜 새끼
-이거 답이 있나?
-드러누워 ㅠㅠㅠㅠ
-정글 말고는 답 없음
-아니면 6레벨
물론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다.
탕!
마탄이 다시 죽기 일보 직전의 미니언의 목숨을 끊어냈다.
마탄은 미니언의 머리를 맞고 반사되어 더 나아갔다.
황소는 슬며시 눈치를 보다가도 서준의 총구가 돌아오자 다시 뒤로 빠졌다.
“조금이라도 경험치를 얻기 위해 움찔할 만도 한데 잘 참네요?”
“기본이죠.”
“기본인 건가요.”
“탑의 서러움을 서준 님은 모르실 겁니다.”
-아 ㅋㅋㅋㅋ 갑자기 ㅈㄴ 짠하네
-황소 상남자 컨셉 다 버리는 거야???
-그래도 창으로 견제나 근접해서 싸움 걸 만도 한데 참네
과연.
서준이 지금까지 스트리머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 중 어쩌면 황소가 가장 참을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래 탑 원딜을 상대할 때는 피 관리가 핵심이다.
라인이 당겨지기도 전에 싸웠다가 사거리로 인해 계속 맞고 집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동기나 CC기가 있어서 초반부터 맞딜을 해도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라인을 당겨지게 되고, 그때 정글러나 팀원을 부르면 꽁킬.
이게 바로 탑 원딜을 상대하는 방법이었다.
‘그걸 늦추기 위해서 라인을 최대한 늦게 밀고 있지만.’
정말 죽기 직전의 미니언들을 공격해, 그의 라인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라인은 결국 밀릴 것이다.
“정글 올 겁니다.”
황소가 지켜보면서 서준에게 경고했다. 그냥 자기도 경험치라도 먹고 싶으니 좀 뒤로 돌아가라는 얘기였다.
“안 올 것 같은데요?”
서준은 피식 웃었다.
처음 미니언 경험치도 못 먹었겠지.
“설마요. 우리 정글 님이 이렇게 좋은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잖아요.”
“오면 오히려 좋죠.”
“원딜이잖아요. 2 대 1.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탕!
서준은 총구를 돌려 세 번째 미니언을 잡았다.
“제가 괜히 이 영웅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이동기 때문인가요?”
[마공학: 순간 이동]말 그대로 일정 거리를 순간 이동할 수 있는 좋은 판정의 이동기다.
“아닙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건 아니기에 정글이 오면 도망칠 수 없다. 조건도 있다.
즉 이유는 아니었다.
“제가 그레이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원거리 미니언이 세 마리씩 남게 되었을 때, 그 미니언들이 이제는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서 정중앙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서준은 앞으로 더 나아갔다.
황소가 아예 탑 안으로 들어가 버리게.
“그레이가 사거리가 가장 길더군요.”
“네? 그게 무슨…….”
총을 들어 올린다. 왼손으로 받치고 어깨에 견착한다.
당당히 포탑 앞에 서서.
탕!
공격했다.
상대는 방패를 들어 올렸다가 의아한 궤적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윽고 무언가를 눈치채고 빠르게 팔을 획 돌려 방패를 휘둘렀다.
하지만 조금 늦었다.
탄알은 왼쪽 벽에 맞았다가 정확히 황소에게 꽂혀 들어갔다.
탕!
연달아 다음 발이 쏘아졌다.
황소는 급작스럽게 변한 상황 속에서도 서준의 총구를 눈으로 따라갔다.
오른쪽!
그리고 팔을 휘둘러 대응했다.
하지만.
벽에 한 번 튕기고 날아드는 공격은 다른 일반적인 공격보다 훨씬 쫓기가 어려웠다.
탕!
왼쪽 벽과 오른쪽 벽.
세 번째는 황소의 뒤에 있는 포탑에 맞았다가 되돌아온다. 황소를 향해서.
점점 더 반응이 빨라진 황소였지만 뒤였기에 이번에도 막지 못했고.
한 바퀴를 돌며 막으려 했던 황소는 도는 순간 왼손의 방패가 아닌 오른손의 창으로 주의를 전환했다.
마침 다음 웨이브의 미니언들도 지나가면서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사거리가 길다고?’
그레이의 기본 공격 자체만 놓고 보면 원거리 딜러 중에서는 짧은 편이지만, 만약 옆의 벽면에 튕기게 될 경우 그 투사체의 총이동 거리는 두 배로 늘어난다.
총이동 거리 말이다. 그렇게 봤을 때 그레이는 사거리가 가장 긴 영웅이었다.
그래서 벽면이나 미니언을 잘 활용한다면 좋다.
문제는 벽면과 미니언이 원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늘 최대 사거리, 즉 가장 효율적으로 견제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상대가 포탑까지 활용해서 공격하려고 포탑 바로 앞까지 다다온 것처럼.
그렇다.
후우웅!
상대는 바로 창을 내지르면 닿을 위치에 있었고 황소는 그렇게 공격을 했다.
맞딜을 피하는 것도 상대와 많이 떨어져 있을 때나 피하는 거지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오면 고마운 일이다.
이동기로 빠지면 어떡하냐고?
그러면 좋다. 사거리가 긴 걸 활용해 그에게 후속타를 날리지 못할 테니까.
만약 그의 공격에 맞는다면?
지금까지 평타로 세 번 때린 걸 갚고도 남는다. 거기서 더 붙어서 몰아붙이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회전하면서 창을 내찌르는 순간.
[폭발하는 창]서준이 돌기 직전에 있던 위치에 없었고 창은 허공을 터뜨렸다.
서준이 서 있던 곳은 한 끗 차이로 그의 스킬을 맞지 않는 옆.
‘이걸 예상했다고?’
창대의 거리만큼 떨어진 코앞의 거리에서 서준은 다시 견착을 하고 있었다.
-캬!
-절제된 최소한의 움직임이네
-황소 그 와중에 돌면서 창 찌른 게 더 소름인데 그걸 보네
-막으려는 거 아니었나
서준은 두 번째 미니언 웨이브의 공격을 맞으면서도 공격을 이어갔다.
탕!
황소는 그제야 서준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일반적인 계산은 안 통하고 공격은 읽힌다.
영상에서 본 것처럼.
‘도망. 빨리.’
이후 선택지는 쉬웠다.
스킬도 빗나간 이상 여기서 끝까지 맞딜하면 죽고, 조금만 맞딜하려 해도 결국 뒤로 빠질 수밖에 없고 그때 계속 맞을 것이다.
미니언들과 함께 때리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그의 체력은 절반 이하다.
‘총검, 피흡.’
유지력도 괜찮고, 한 턴 살아남는 것도 가능하니 그는 질 것이다.
그렇다면 방패로 막으면서 빠지는 게 맞지만.
탕!
탕!
미니언들까지 섞인 상황에서 서준의 공격이 예측할 수 없게 날아들었다.
다리, 어깨, 팔.
탑 원딜을 상대하는.
발끈해 들어갔다가 맞으면서 도망치는 탑들처럼 황소는 포탑의 반대편 사거리 밖까지 밀려났다.
서준은 그제서야 만족스럽게 웃으며 부쉬로 들어가 어그로를 풀었다.
그의 체력도 미니언에게 맞아 많이 줄었지만.
“황소 님. 첫 번째 집이네요.”
황소는 집에 갔다 와야 했다.
* * *
‘아까 첫 번째 이유라고 했었다.’
황소는 서준의 두 번째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피흡 스킬.
무기를 두 개 가진 영웅들은 스킬을 두 개 쓰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그도 마찬가지다.
창과 방패에 관련된 스킬 하나씩 있다.
‘체력이 거의 많이 다시 찼군.’
황소는 빠르게 라인에 복귀했다. 이제부터는 아예 6레벨까지 맞딜은 절대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아는 건가. 아니, 알겠지.’
정글이 안 오는 이유는 정글의 목적에 있다.
정글은 바텀을 키워줘야 하고 탑과 바텀은 양 끝이다.
미드가 로밍 오는 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니 버틴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
황소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탑에 돌아갔다.
이윽고.
탕!
탕!
탕!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집에 귀환한 뒤 말했다.
[갱.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