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2)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2화(22/431)
제22화
경계를 넘어서 발을 딛자마자 무언가 바뀌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경비병이 달려들었다.
서준은 반사적으로 인벤토리에서 오른손으로 검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왼손이 허공을 허우적댔다.
‘처음부터 익숙해지진 않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하세요?
-아무리 무명좌라도 이건 안 되지.
-그냥 사람이라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준은 어색한 걸음걸이로 뒷걸음질 치며 어정쩡하게 오른손으로 검을 뽑았다.
그리고 휘둘렀다.
카아아앙!
-오?????
-어라? 왜… 패링이?
-감각이 바뀌었는데도 이걸 쳐? ㅋㅋㅋㅋㅋㅋ
서준은 웃으며 팔을 한 번 더 휘둘렀다.
카아아앙!
“네, 감 잡았어요.”
서준은 빠르게 감각에 익숙해졌다.
1mm의 단위까지 신체를 제어하는 서준에게는 약간의 의식만 거치면 되는 일이었다.
반응 속도는 느려졌지만.
이 정도의 간극은 고수와의 싸움에서나 큰 패착이 될 수 있지, NPC를 상대로는 충분히 무시할만한 정도였다.
“아, 이 게임 쉽네.”
서준은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글씨 쓰듯 날아오는 화염구에 검을 갖다 댔다.
어색하지만 결은 완벽하게 그었다.
-ㅂㄷㅂㄷ
-도대체 이 스트리머가 못 하는 게 뭘까?
-방송 설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도숨만큼 쉬운 게임 못 봤어요. 그냥 가서 싸우면 됨.”
언제나 방법이 있더라고.
서준은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어가 마법사를 처리했다.
촤아악.
-이게 그 몸이 좋으면 머리가 편하던가 뭔가 하는 그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지컬 진짜 개 부럽네
-애초에 니가 해본 다른 게임이 있긴 하냐? 기만 좀 그만해!
서준은 그 후로 완전히 적응했는지, 4층에서 하던 짓을 똑같이 반복했다.
실험하는 마법사의 시험관에 주변에 있는 아무 잡템이나 넣기.
열중하는 마법사의 책 뺏어서 표시 안 하고 덮기 등등.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 못 본 척할 테니깐 제발 가라고!
-씹악질ㅋㅋㅋ
물론 서준이 이러는 이유는 있었다.
반응에 따라 특별히 달라지는 게 있는지 실험해 본 것이다.
솔직히 서준은 게임에서 전투 난이도로 재미를 느끼긴 쉽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덧붙여 상대가 인간이라면 가르치는 맛이라도 있을 테지만, 암살단의 여명은 PVP가 주인 게임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 게임은 전투를 상정하고 만든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세한 디테일.
오픈월드.
서준은 이런 점이 재밌었다.
결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뭐, 아쉽게도 6층으로 가는 계단을 찾아버렸네요. 바로 갑시다.”
5층을 둘러본 결과 4층에서 이미 나올 수 있는 마법은 다 확인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확실하게 찾아보는 게 좋긴 하지만, 그가 언제부터 마법 한두 개에 연연했다고.
그거 못 본다고 못 찾을 결이 아니었다.
-뭐가 아쉬워?
-남은 마법사들 지금 식은땀 흘리며 제발 가라고 빌고 있다.
-아쉬워하는 게 진짜 광기지ㅋㅋㅋ
서준이 6층에서 벗어나 계단에 오르자 감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런 방식이군요.”
서준은 오른손을 쥐락펴락하면서 돌아온 감각에 적응하면서 계단을 올랐다.
다음 층은 둔화.
몸이 느려지는 디버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번에는 몸에 철근이 얹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중력이 순식간에 두 배가 넘게 강해진 것 같았다.
온몸에 피로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남들은 5층의 혼동에 비해서는 훨씬 난이도가 낮다고 여기는 디버프였다.
하지만 서준은 잠입이 아닌 전투에 한해서라면 이 둔화도 혼동 못지않게 어려운 디버프라고 생각했다.
“음. 좀 답답하네요.”
서준은 미리 적의 공격을 예측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하다가 맞기 쉽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쿠쿠쿠쿵.
땅에서 암석이 솟아올랐다.
뾰족한 바위의 첨단이 서준을 노리며 빠르게 덮쳐왔다.
그리고 서준의 검이 다가오는 바위의 끝에 정확한 타이밍에 맞부딪혔다.
결을 따라 갈라지는 마법.
서준은 마법을 파훼하며 경비를 선 마법사들을 죽였다.
이후로 빠르게 7층으로 가는 계단을 찾았다.
-아오. 보는 내가 다 늘어지는 기분임ㅋㅋㅋㅋㅋ
-잠입하는 애들이 느려질 때는 재밌었는데 무쌍 찍는 애가 느려지니깐 겁나 답답하네
-빨리 스킵 ㄱㄱ
“네, 여러분들의 의견을 반영해 6층은 스킵하겠습니다.”
만약 방송이 아니었다면 여유롭게 둘러보았을 수도 있지만, 서준은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오히려 계단을 오르며 서준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게임이 조성하는 환경들은 모두 전생이라면 훈련에 좋았겠네.’
10년 남짓한 가상현실 유저들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진 것도 이런 다양한 환경 속에서 죽음의 걱정 없이 경험을 쌓은 덕분이 아닐까.
전생이라면 10년의 수련으론 어림도 없는 높은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프로로 활동하고 있어서 문득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무는 특별한 몇몇의 전유물이었던 전생과 달리, 누구나 캡슐 방에 들어가 쉽게 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벌서 7층에 도착했네요.”
이곳의 디버프는 암흑.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다.
서준은 문을 활짝 열었다.
서준은 맞은편에 8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볼 수 있었다.
“오, 7층은 굳이 찾을 필요는 없네요.”
아마 시야가 안 보이는 상황 속에서 다음 층으로 가는 계단을 찾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제작진의 배려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쉽지는 않았다.
긴 복도 중간에 보이는 마법사 NPC 2명.
그들은 이전 층에서도 그랬듯, 서준이 문을 넘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여기서 죽나?
-솔직히 암흑은 개오바임.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한다고.
-그냥 지금이라도 외벽 타자
-이건 거미 인간이 와도 못 함 ㅋㅋ
서준은 호들갑 떠는 채팅창을 잠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발을 내디뎠다.
그가 지난 층에서 수집한 모든 감각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순식간에 화면이 아무것도 없이 암흑밖에 없는 공간으로 대체되었다.
보이는 건 오로지 서준 자신의 몸.
후우우.
작은 숨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적막한 세상 속.
화르륵.
화구가 생성되는 소리가 났다.
서준은 복도의 형태를 떠올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머리.’
후우웅.
서준은 고개를 왼쪽으로 젖혔고, 서준의 머리가 있던 곳을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열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1초 뒤 붉은 마력의 잔향이 어두운 공간 속에서 이미 지나간 마법의 궤적을 실선으로 나타내 줬다.
‘이펙트인가. 연출을 아름답게 했네.’
쿠쿠쿵.
서준은 그 상태로 몸을 회전시키면서 벽에서 튀어나오는 암석을 검으로 파고들어 갈랐다.
갈색의 빛나는 가루들이 어두운 공간에 흩뿌려진다.
사사사삭.
그는 바닥에서 기어 오는 덩굴들을 피해 몸을 앞으로 던졌다.
화르륵!
이번엔 두 개.
서준은 앞으로 구르면서 자연스레 몸을 일으킨 뒤 하나는 몸을 살짝 젖혀 피하고, 다른 하나는 검으로 파괴했다.
파지직.
붉은 스파크가 튀고.
쩌저저정.
바로 앞에서 빙결 마법이 생성되는 소리가 들렸다.
서준은 즉시 채 완성되지 않은 얼음 화살들의 몸통을 향해 검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고.
마법이 파괴된 마법사가 뒷걸음질 치는 소리를 포착해 푸른 가루가 내리는 허공의 바로 옆에 검을 내리쳤다.
“다 들려.”
그 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위? 아래? 아니면 둘 다?’
방금 죽은 마법사만 얼음 화살을 만든 게 아니었다.
계단 앞에서 기다리던 마법사도 동시에 얼음 화살을 캐스팅했었다.
문제는 소리가 겹쳐서 서준이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
서준은 최대한 빠르게 달려가 마법이 생성되기 전에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후우우욱.
마법에 소용돌이처럼 빨려 들어가는 미약한 대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마법이 완성됐단 신호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바람을 느꼈다면 말이다.
피유우웅!
‘다행히 거리 안에 들어왔네. 세 발.’
서준은 허공에서 옆으로 비스듬히 돌면서 검을 내리쳤다.
서준의 머리와 다리가 있던 위치에는 두 개의 투 사체가 지나갔고 뒤따르는 찬바람이 느껴졌다.
그리고 심장으로 날아온 화살은 서준의 검에 막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람의 움직임을 통해 화살의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다시 여유롭게 암흑 속을 거닐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어두운 적막 속에서 그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암살자는 원래 어둠 속에서 더 강한 법이지.”
-저기요. 이건 어둠 속이 아니라 그냥 실명당한 건데요?
-ㄹㅇㅋㅋㅋㅋㅋㅋ
-암살자? 아님. 어둠 속? 아님.
-신성 로마 제국 메타ㅋㅋㅋㅋ
-신성하지도 로마도 아니고 제국 도 아닌 ‘그 나라’
화르륵.
서준의 바로 옆에서 다시 한번 마법이 캐스팅이 되고.
척.
서준은 그 마법사의 팔을 붙잡았다.
“크아아악!”
자연스레 취소되는 캐스팅.
-거미 인간은 실존했고 그는 지금 트래블에서 스트리머를 하고 있다!
-???: 당신은 이제 날 속일 수 없어
-정보) 방장은 애초에 속은 적이 없다.
서준은 그대로 마법사를 처리한 뒤 계단을 밟고 뒤를 돌아봤다.
어둠뿐인 세상에 서준을 중심으로 어둠이 물러가면서.
서준이 지나온 복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야. 다행히 잘 피했네요.”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가루로 보였던 것들이 전부 마법의 잔해가 맞았다.
-내가 서커스를 본 거야 게임을 본 거야?
-미쳤다 진짜
-저거 다 마법이고 진짜 피한 거였네 ㅋㅋㅋ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채팅창에 열렬한 반응이 올라왔고.
도네이션도 한순간에 쌓이기 시작했다.
원래 게임을 진행 중에는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후원이 나타나지 않게 설정했지만, 지금은 잠깐 쉬는 시간이니 괜찮겠지.
[‘ㅇㅇ’님이 10,000원 후원!] [ㅈㄴ 멋졌다.] [‘시팔’님이 10,000원 후원!] [시팔!] [‘이걸 라이브로 본 내가’님이 10,000원 후원!] [승리자다] [‘방구석 봉감독’님이 10,000원 후원!] [왜 혼자서 영화 찍어?]“자 모두 후원 감사합니다.”
서준은 잠시 계단에 앉았다.
“뭐 근데 이 정도는 그 뭐더라. 사운드 플레이? 만 할 줄 알면 다 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여러분들도 다 하죠?”
소통을 시작했다.
-아 또 시작이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하면 기만해도 되긴 하는데 한 대 때리고 싶네
-한 번만 실수하면 그때는 모두 달려들 듯ㅋㅋㅋㅋ
-이게 어떻게 사플이야 초능력이지ㅋㅋㅋㅋㅋ
-나… 사플 못 하는 거였네…
사운드 플레이는 소리를 듣고 이를 기반으로 적의 위치와 같은 정보를 파악하는 등 더 전술적으로 생각하는 플레이를 말한다.
그런데 서준이 보여 준 건 시청자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이게 그’님이 100,000원 후원!] [청각의 시각환가 하는 그거냐? 본인 국어 9등급인데 이해가 확 됐다.]-드립 미쳤냨ㅋㅋㅋㅋㅋ
-방장은 아무리 봐도 국어 선생이 맞다 ㅋㅋㅋㅋㅋㅋㅋ
-공감각적 표현 미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ㅍㅋㅋㅋㅋㅋㅋ
-엄마! 나 공부하고 있어요! 엄마! 나 공부하고 있어요! 엄마! 나 공부하고 있어요! 엄마! 나 공부하고 있어요!
서준도 못 참고 웃어버렸다.
역시.
스트리밍은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