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30)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30화(230/431)
제230화
노비스.
비기너.
초심자.
초보자.
이 단어들은 게임의 전직 전, 공용 스킬만을 갖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마음에 드는군.’
그리고 서준의 마음에 드는 단어기도 했다.
서준은 7층에서부터 계단을 통해 3층까지 내려왔다.
건물의 2층부터 각 클래스별로 한 층을 차지하기에 7층이 마지막이었다.
[마트시식코너로연명함: 초보자가 말이 되냐? ㅋㅋㅋ 제발 정신 차려라!!!!! 제발!!!!!]“왜 말이 안 되는데요?”
서준은 계단에 서서 당당하게 말했다.
어차피 저 사람의 외침은 무시하면 그만이고.
기존 시청자들도 이해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ㅋㅋㅋㅋㅋㅋ농담하는 거지?
-퍼클한다는 새끼갘ㅋㅋㅋ 초보자 ㅋㅋㅋㅋ
-뭐! 방장이 방장 했는데 뭐 불만이라도 있음?
-ㄹㅇㅋㅋ
-한두 번 봐? 이상한 픽? ㅋㅋㅋㅋㅋ
-초보자 할 수도 있지 어! 검신 님이 원하신다는데! 워리어가 마음에 안 드신다는데!
-나 때는 말이야… 초보자로… 게임 레벨 200을 찍는 무서운 사람도 있었어…
저 봐라.
“결국 이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이거예요. 저만 특별한 게 아닌데요?”
[마트시식코너로연명함: 진지하게 없을 듯ㅋㅋㅋㅋ 초보자로 파티 구하면 안 구해져서 아무도 그렇게 플레이 안 해. 지금이라도 빨리 돌아가서 선택해라! 아무거나]“이유를 말해봐요.”
[마트시식코너로연명함: 레이드 공팟에 들어가려면 신청자들 중에서 파티장이 선별해서 받는 방식인데 너 같으면 클래스가 초보자로 된 새끼를 뽑겠냐?ㅋㅋㅋㅋㅋㅋ]공팟은 무작위 사람들과 모인 파티다.
이에 반대되는 말로는 길드원이나 지인들끼리 모이는 파티로 고정팟이 있다.
“공팟에서라면 안 받긴 하겠네요.”
[마트시식코너로연명함: 에라이] [마트시식코너로연명함: 양심은 있네ㅋㅋ]“그런데 저는 어차피 공팟 안 돌 건데요?”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면 된 건가? 그렇죠, 여러분?”
-ㄹㅇㅋㅋㅋㅋㅋ
-해결됐네ㅋㅋㅋ
-방장 진짜 한국대 맞나봄 ㄷㄷ 개똑똑함!
-ㄷㄷㄷㄷ 이게 지능?
[마트시식코너로연명함: 아오!]서준은 심히 답답해 보이는 상대에게 웃으며 말했다.
“흠. 정 그러면 만나서 말로 제대로 설득시켜 보시든가.”
[마트시식코너로연명함: 아오!!!!]* * *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요?”
“아니…….”
“아니, 뭐요?”
“압박 면접하는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우리 거리가 3m는 떨어져 있다는 거 알죠?”
부담스럽다 해서 점점 뒤로 가서 그렇다.
“네.”
“그런데 압박이요?”
-둘이 콩트 찍냐?ㅋㅋㅋㅋ
-???: 아 ㅅㅍ! 그냥 채팅으로 설명하게 해 달라고
-그 와중에 당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레는 표정으로 전직하러 감ㅋㅋㅋㅋㅋㅋ
-바보 트리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보자로 전직하겠다는 놈 ㅋㅋㅋㅋ 채팅만 치면 돌변하는 이중인격인 놈ㅋㅋㅋㅋ 한결같이 마이웨이인 놈ㅋㅋㅋㅋ
“어서 설득해 봐요.”
“……보통 RPG에서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가장 첫 번째가 취향이라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오? 뭔가요?”
“성능이요. 그게 가장 첫 번째 기준이에요.”
“성능이요?”
“네. 직업의 성능을 말하는 거예요. 얼마나 레이드에서 강한지. PVP에서는 몇 티어인지. 너무 쓰레기는 아닌지.”
“하지만 안 좋은 직업도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이제 취향이 아주 많이 반영된 거고요. 그런 사람들 특징이 뭔지 아시나요?”
“뭔가요.”
“…….”
“채팅으로 말고요.”
왜인지 굉장한 비하의 표현이 나올 것 같아서 서준은 일단 막았다.
“아. 네. 그런 사람들 특징은 허구한 날 자기 직업 상향을 외친다는 거예요.”
“그게 왜요?”
“결국 성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죠. 아닌 게 아니라 당장 거너를 하고 싶은데 너무 쓰레기라 안 하는 사람들 꽤 될걸요?”
-시식코너햄 맞는 말 하네 ㅋㅋㅋㅋ 내가 그랬지
-나도 방장이랑 같이 하려고 직업 평가들 찾아보고 있긴 함 ㅋㅋㅋㅋㅋㅋ
-나도 ㅈㄴ 취향 아니면 그냥 무난히 좋은 거 하긴 할 듯
“검신 님.”
“네?”
“RPG는 밸런스 패치에, 직업 간의 성능에 엄청 민감해요. 라벤에서 서로 약코하니 뭐니……. 어우.”
서준은 그 싸움에 왜인지 가장 최전선에서 즐기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질색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잘 들어봐요. 1% 강해지려고 장비 레벨 올리고 수십, 수백만 원을 쓰잖아요. 그런데 캐릭터 하나만 잘 선택해도 많게는 10%에서 20%까지 더 강하게 시작할 수가 있어요.”
‘이건 좀 설득이 되네.’
“그런데. 예? 초보자요? 초보자?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얼마나 약한지 아시냐고요!”
그래서 서준은 물어봤다.
“얼마나 약한대요?”
“그건…….”
역시.
“모르나?”
“솔직히 초보자의 정확한 딜 사이클 수치를 누가 재 봤겠어요.”
“아무튼 모른다는 거네요? 그러면 왜 반대해요.”
“아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네.”
서준은 낄낄 웃었다.
“아오…….”
-ㅋㅋㅋㅋㅋ 방장은 뉴비야! 상식을 주입해 줘야 해!
-사실 상식 주입하려다가 역으로 주입 당하는 건 우리거든요 ㅋㅋㅋㅋ
-서명하시오! 둔검은 사기가 맞다! 카엘은 5인궁이 가능하다! 방장은 검신이다!
-윽…… 방장은 전생을 기억해. 아무튼 기억해
“어쨌든 레이드 하실 거잖아요. 그 파티에서 1등 하고 싶으시잖아요. 그럼 직업 절대 무시 못 해요.”
당연하게도 서준에게는 상식이 있었다.
시식코너가 하는 말도 완벽하게 이해했고.
그래서 물어본 것이긴 했다.
얼마나 약한지 수치로 알고 싶어서.
하지만 결국.
“그렇게 측정된 수치라고 해도 실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겠죠?”
의미 없겠지.
이 또한 알고 있었다.
“오. 핵심을 찌르시네요.”
“그렇죠?”
“네. 맞는 말이에요. 보통 측정을 허수아비를 때리거나 표기된 수치 갖고 계산하는 건데 실전에선 절대 그대로 데미지가 안 나오죠.”
보통 테스트는 가장 이상적인 값. 그 어떤 방해도 없이 완벽하게 스킬들을 쿨타임에 맞춰 딱딱 사용해 적중해 나오는 값으로 직업들을 나열한다.
그런데 이게 실전에서 말이나 되겠는가.
사이클이 망가지거나, 보스가 멀리 이동하거나 기믹을 시작해 쿨타임이 돌아왔는데도 못 쓰거나, 큰 한 방을 못 맞히거나 할 텐데.
“그래서 수치로는 못 말해요. 그래도 초보자는 구립니다! 구려요! 아니, 당연한 거잖아요!”
“오!”
“오가 아니라!”
처음으로 언성이 높아진 것 같은데?
“그러면 한번 확인해 보죠.”
“뭐로요!”
“그 민증 뭐라 하지 않았어요? 레이드 관련된 거죠? 그렇다면 그 레이드로 기준 같은 것도 있겠고.”
“하……. 눈치 하난 정말 좋네요.”
* * *
토벌.
각 필드마다 한 개체씩 있는 필드 보스가 특별한 무언가의 기운으로 인해 강화된 상태를 최대 4인 파티를 맺어 처치하는 레이드 컨텐츠다.
유저들은 대륙별 스토리를 밀면서 이 개체들을 한 번씩 잡아본다.
하지만, 토벌 컨텐츠에 들어가게 되면 스토리를 밀 때보단 훨씬 강화된 몬스터가 나오게 된다.
“가장 대표적으론 체력이죠. 오래 때려야 해요.”
“그렇군.”
비서의 성능이 생각보다 많이 좋다.
“그리고 지금 잡으러 가는 천둥곰 타고는 장비 레벨 250렙이면 딱 도전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난이도가 꽤 어렵죠.”
“그게 민증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냥 잡으면 진정한 라클의 유저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요. 게임과 자기 직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가 생겨야 잡을 수 있거든요.”
이해했다.
한 마디로 뉴비가 학습하기 좋은 상대라는 것이다.
그러니 잡은 유저들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민증이란 드립을 치는 것이고.
“직업에 대한 이해라…….”
토벌 컨텐츠를 위해서 모험가 길드 쪽으로 이동 중 서준이 중얼거리자, 이번엔 시식코너가 되려 물었다.
“그런데 초보자를 하고 싶은 이유가 뭐예요?”
그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실력 하나는 정말 뛰어나 보이는데, 분명 다른 직업으로도 충분히 카운터를 치고 흘리기를 할 수 있을 텐데.
도대체 왜 초보자를 고집하는가.
실 성능을 확인하겠다고 이렇게 토벌까지 돌겠다고 하면서.
“그야.”
“그야?”
“워리어는 무기가 마음에 안 들었고요.”
“무기는 아바타로 바꿀 수 있는데…….”
서준은 못 들은 체했다.
어차피 목소리 작다.
“어쌔신 쪽은 너무 정신없고, 메이지는 취향이 아니고요.”
“나머지도 다 그냥 취향 아니라 하지 그러세요.”
오. 작은 목소리로도 할 말은 다 하는군.
“맞아요. 그래서예요.”
“에휴. 그래요. 한번 실전에서 뛰어보고 얼마나 구린지 느끼면 알아서 바꾸겠지, 뭐.”
“딱히 안 그럴 것 같은데.”
“카운터랑 흘리기 믿고 그러는 거죠?”
“네.”
정확하다.
카운터랑 흘리기로 다른 직업만큼 하거나 1인분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굳이 끌리는 초보자를 안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서준은 모험가 길드 건물로 들어간 뒤 활성화된 토벌 아이콘을 눌렀다.
그리고 타고 토벌에 입장하기를 누르기 전에, 일단 당소부터 파티에서 소리소문없이 슬쩍 탈퇴시켰다.
“뭔가 잊은 것 같은데요…….”
그게 당소겠지.
잊어도 돼.
“들어갑니다.”
서준과 시식코너는 약 5초의 대기시간을 가지고 천둥곰 타고가 있는 필드에 서게 되었다.
“아. 오면서 봤던 걔군요.”
“네. 그리고 여긴 오면서 지나간 그 맵이고요.”
“몬스터가 바로 앞에 있는 건 마음에 드네요.”
스폰 장소가 보스 몬스터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어서 어그로가 바로 끌려 전투가 시작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서준은 멀리서 두 발로 서서 그들이 있는 곳을 위협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근육질의 흰곰을 보며 생각했다.
“콜라가 잘 어울리겠는데?”
“저게 어딜 봐서 북극곰이에요. 갑옷하고 투구까지 있구만.”
시식코너가 어이없다는 듯 서준을 바라봤다.
“확실히. 북극곰이라기엔 귀여운 부분이 아예 없긴 하군요.”
저 봐라.
근육 주위로 스파크가 튀기까지 하네.
“일단 가까이 가죠.”
“패턴 설명은 안 들어도 돼요?”
“네. 기믹 설명이나 해 주세요.”
공격 패턴은 보고 익히는 게 제일 빠르고 효과가 좋다.
“일단 지금 타고는 뇌전 버프를 받고 있어서 공격 속도가 몬스터들 중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해요.”
“가장 빠르다고요?”
“네. 카운터 치기도 힘들고 흘리기는 거의 불가능하죠. 우리보다 공격 속도가 아주 조금 느리니까. 타이밍을 어떻게 잡겠어요.”
“그렇군요. 토벌이 이렇게 난이도 있는 컨텐츠인가?”
“아니요. 그래서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방법이 존재하죠. 기믹을 해결하면 뇌전 버프를 하나씩 없앨 수 있어요. 그렇게 난이도는 내려가죠.”
“아하.”
둘의 거리가 10m까지 좁혀졌을 때 서 있던 타고는 몸을 숙여 앞발로 땅을 짚고는 서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검신 님. 흘리기 믿고 왔죠?”
“네.”
“아마 사천왕은 지금 타고의 공격 속도가 디폴트일 거예요. 그런데도 흘리기만 믿고 초보자 하시겠다고요?”
음.
시식코너는 추가로 말을 덧붙이며 뒤로 살짝 빠졌다.
“아까 석상은 솔직히 찌르는 공격 속도는 다른 레이드에 비해 느린 편이에요.”
그리고 혼자 앞에 남게 된 서준에게는 그림자가 드리웠다.
석상만큼 거대한 곰이 그를 찍어 누르기 위해 앞발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 순간 서준은 실소를 흘렸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거지?’
내기에 당해놓고도?
그럴 수 있다.
원래 사람의 생각이란 본인의 경험을 넘어서기가 힘드니까.
약간의 합당한 이유만 추가되면 금상첨화다.
가령, 석상의 공격 속도가 느렸다든가 하는 그런 이유 말이다.
‘그렇다면 한 번 더 보여주면 되겠군.’
머리 위를 가리던 앞발이 조준을 마치고 떨어졌다.
빠른 속도로.
콰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