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wordsman’s Stream RAW novel - Chapter (237)
검술 고인물의 게임방송-237화(237/431)
제237화
토끼 가면이 멍하니 연무장 위를 올려다보는 동안 콧수염 가면이 옆에 되살아났다.
리스폰 대기 시간은 1분.
그다음으로 죽은 것은 콧수염 가면이었던 것이다.
“오. 다른 분도 살아나셨네? 빨리 와요. 아직 포션 한 개도 못 빨았다니까요?”
굳이 안이 아니라 못이라 한 이유.
그들이 한 대도 때리지 못해서 못 빨게 되었다는 걸 비꼬는 거였다.
명백하다.
상대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것이 아니었으니 조소가 보란 듯이 드러나 있었다.
“이 자식이!”
목소리가 조금 굵은 편이라 특정될 수 있어 조용히 있던 콧수염 가면은 태어나자마자 당한 도발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마스터 NPC에게 달려갔다.
콧수염 가면은 연무장 위에 소환됐다.
토끼 가면도 번뜩 정신 차리고 콧수염을 뒤따라 움직였다.
NPC에게 말을 걸어 연무장 위에 올라간 후 주변을 빠르게 훑어 위치를 파악하고 상대의 타이머를 살폈다.
8분 40초.
그의 머리 위에는 10분 타이머가 다시 시작되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웃는 목소리가, 도발하는 검짓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수많은 다른 검신들이 어느샌가 연무장 밖으로 내려가 둘러싸 지켜보는 상황 속.
토끼 가면은 가면 아래의 얼굴로 입술을 짓씹으면서 3단 대쉬 콤보를 사용했다.
이동기와 이동하며 발동되는 스킬 2개.
반대편에서는 콧수염 가면이 먼저 상대에게 접근하고 있었기에.
‘또 당한다고!’
콧수염은 공격 속도가 느린 전사다.
생각이 있다면 그래도 흘리기 어려운 공격을 하겠지만, 그것마저도 안전하지 않다.
상대는 생각보다 더 괴물이었다.
‘젠장.’
저 스트리머는 그들 셋을 차례로 잡은 순간부터 실력은 충분히 입증한 것이었다.
이제 와서는 그들이 죽으면 죽을수록 치욕이 될 것이고 상대에겐 업적이 될 것이다.
최대한 빨리. 지금 끝내는 게 답.
전사의 거대한 대직도가 연속으로 회전하며 접근하고 있었다.
토끼 가면은 세 번째 대쉬로 위로 솟구쳤다가 상대가 있는 주변의 땅으로 검을 내리꽂아 주변에 피해를 주는 범위 스킬을 선택했다.
애초에 상대의 몸을 직접적으로 노리지 않아 흘리기나 카운터를 피하면서 최대한 피해를 누적시켜 인원수로 상대를 찍어 누를 셈이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보았다.
콧수염을 바라보던 서준이 어느샌가 뒤를 돌아 가벼운 움직임으로 그의 앞까지 와있었고.
검을 그와 똑같이 위에서 아래로 내렸으며.
그 두 무기가 정확한 타이밍에 겹쳐지는 모습을.
몸에 힘이 순간 쭉 빠지고 쓰러졌을 때, 그의 눈을 점차 가리며 공격해 온 것은.
이단 베기.
당장 그도 활성화한 스킬 중 하나만 취소해도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스킬이었다.
* * *
“아니, 여러분 이거 PVP 밸런스가 적절한 거 맞나요?”
서준은 웃으며 다시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검신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온다.
“네 번째 컷! 네 번째 컷! 네 번째 컷!”
“미쳤다 진짜! 이게 방장이지!”
“엄마! 나는 커서 검신이 될래요! 엄마! 나는 커서 검신이 될래요! 엄마! 나는 커서 검신이 될래요!”
“븅신 가면 트리오 쪽팔려서 어쩌냐. 헉.”
“초보자 개사기! 초보자 개사기! 초보자 개사기! 초보자 개사기!”
“아아. 이 수많은 검신의 환호 소리가 들리십니까, 첫 번째 검신이시여.”
들린다.
그리고 오글거린다.
서준은 개소리를 하는 검신436을 노려보았지만, 괜히 콕 집어서 저격하지는 않았다.
그건 저 사람들한텐 포상이다.
진짜로.
“아니 여러분, 진짜로 PVP 밸런스 안 맞는 것 같은데요? 무력화 상태에서 스킬 집어넣으면 애들 체력이 빈사 상태가 돼요. 이게 말이 됨?”
“님 실력이 더 말이 안 됨!”
-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말한 놈 몇 번째였냐ㅋㅋㅋㅋㅋ 그냥 저기가 채팅창 2임ㅋㅋㅋ
-근데 진짜 이러면 PVP 패왕 아니냐
-마법사들도 흘리기 가능함?
-ㅇㅇ 원거리들은 마법이나 탄환을 흘리는 건 아니고 완드나 총을 직접 건드려야 함. 그러니 원거리들은 거리 조절에 미친 듯이 목숨 검. 그리고 그 원거리들을 잘 잡는 게 이동기가 미친 암살자들이고
-ㅇㅎ
-암살잔 그냥 좋음 그리고 방장은 신임!!
-방장은 신이야!
“자 그러면 기다려 봅시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빨리 올라와야 하는데. 아직 리스폰도 안 됐네요, 쯧.”
-아까부터 왜 자꾸 걱정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못생겨서 가면 쓴 놈들이니 걱정이 안 되겠냐고
-쟤들 신상 파악 진짜 안 되나?
서준은 전투 인터페이스 칸에서 포션을 꺼내 먹었다.
지금까지 총 12킬을 했는데 세 번째부터 한꺼번에 달려들어 체력의 소모는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다.
전투 한 번에서 사용 가능한 포션은 최대 8개.
이제 겨우 두 번째 포션일 뿐이었다.
남들에게는 머리 위에 보이고 서준에게는 시야 한쪽 구석에 보이는 남은 시간은?
“4분 25초네요. 이런. 시간이 거의 다 갔잖아요?”
적들이 태어난다.
-거의 다 감(사실 이제 절반 겨우 넘음)
-누구보다 가면돌이의 체면을 걱정하면서 가면돌이들을 자비 없이 학살하는 방장
-제발 하나만 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 놀리네 새끼 ㅋㅋㅋㅋ 챙피하겠다
창피할 것 같긴 했다.
방송에서 몇만 명이 보고 있단 사실도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저들을 창피하게 만드는 건 아마.
“힘내라 힘!”
“저 악질 방장을 너희들이 이겨줘! 할 수 있어!”
“너희들이야말로 용자야, 가면 트리오!”
“이봐 콧수염! 나는 너가 방장을 잡는다에 걸었으니 힘내라고!”
“도대체 누구랑 그런 걸 또 건 거냐?”
“나는 토끼! 널 응원할게!”
그래.
주변에서 환호해 주는 저 검신들일 것이다.
“음. 가면을 쓴 이유가 저건가? 얼굴 붉어지는 거 안 보여주려고?”
-ㄹㅇㅋㅋㅋㅋ
-검신 미친놈들아 ㅋㅋㅋㅋ 왜 응원하냐고 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진짜 나쁜 놈들
-근데 쟤들 뭐함? 이제 포기함?
“그러게요. 저분들 뭐 하시지? 님들 시간 간다니까요?”
첫 번째 죽음 이후 죽었다 살아나면 일단 바로 연무장으로 달려들던 때와는 달랐다.
가면들은 서로 얘기 중인 것 같은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내분?
아니면.
서준의 눈이 흥미로 뒤바뀌는 순간.
갑자기 오페라 가면이 그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는 사라졌다.
이윽고 나머지 두 가면도 사라졌다.
“아, 뭐야.”
김이 새버렸다.
시청자들은 충분히 만족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런 ㅋㅋㅋㅋㅋㅋㅋ
-와 개추해 ㅋㅋㅋㅋㅋㅋㅋ
-이러고 끝이야? 진짜?
-다음엔 공룡 가면, 탈, 경극 가면 쓰고 오면 되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극 가면 씹ㅋㅋㅋㅋㅋ
-이게 닉변하면 찾기 거의 불가능하긴 하거든요ㅋㅋㅋ 서버도 솔라인인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바로 튀네ㅋㅋㅋㅋ
“와 이겼다!”
“검신! 검신! 검신!”
“잠만. 저거 이제 4분 남았는데 우리가 방해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응, 난 죽기 싫어.”
“이봐 검신들. 방장한테 죽어도 그건 포상이다. 인정하냐?”
“크흑. 인정할 수밖에 없군.”
“그렇다면 남은 건?”
“어쩔 수 없군. 아아 준비 됐지 검?”
“물론이지 신.”
“븅신들! 하지만 나도 참가한다!”
서준은 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감탄했다.
김이 새버렸다고 바로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 하다니.
참으로 충직한 트수들이지 않은가.
아무리 많이 와도 4분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겠지?
서준은 검을 까딱였다.
“다 오세요. 빨리. 시간은 안 기다려 줍니다.”
“방장이 우리한테도 인성질 시작한다!”
“죽여!”
* * *
4분 정도는 가볍게(포션은 다 사용했다) 버틴 서준은 10분을 버티자 퀘스트가 완료됐단 알림이 뜨면서 연무장 아래로 이동됐다.
“아까 가면 애들보다는 어려웠네요. 역시 이게 검신들인가? 대단하네요.”
서준은 우선 시청자들 칭찬부터 해줬다.
-ㅋㅋㅋ 걔들은 3명이고 쟤들은 거의 20명인데요?ㅋㅋㅋㅋ
-무친놈 무친놈 무친놈 무친놈 이걸 살아?
-포션 그래도 다 뺐다 이것들아
-고수 셋보다는 하수 이십이 좀 더 어렵긴 할 듯
-고수 맞음?
‘고수가 맞긴 했는데 말이지.’
시청자들도 금세 다시 가면 트리오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걸 보면 참 아쉬운 마무리였다.
“여러분 솔직히 정체 궁금하긴 하죠? 아니, 졌으면 가면이나 깔 것이지 도망치는 게 어딨어.”
-ㄹㅇㅋㅋ
-개추함 그 자체
-솔직히 도망치는 것까지는 인정인데 마지막 뻑큐는 개추함 그 자체였음ㅋㅋㅋㅋㅋㅋㅋ
서준도 마찬가지로 아쉬운 목소리를 내다가 태도를 바꿨다.
“그래서 말이죠. 제가 제보를 받았습니다.”
-??
-웬 제보 갑자기
-쟤들 정체인 것인가!!!!!!
사실 제보는 아니고 싸우는 동안 서준이 길드 괴물의 길드전 영상 링크를 좀 모아달라 시식코너에게 부탁한 것뿐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상대가 괴물 쪽 인물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잘못 온 거라 넘겨야겠지만.
시청자들한테 안 보이게 영상을 살핀 서준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보 제대로 왔네요.”
* * *
솔라인.
게임 내 시스템 길드 대화창에서는 수많은 비난들이 오가고 있었다.
루나온의 캐릭터에서 나온 뒤 바로 본캐릭터로 돌아온 삼인방에게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왜 튀었음?
-와 씨. 가면 쓴 게 다행이다.
-솔직히 괴물이 강자존 표방하는데 셋 다 탈퇴시켜야 할 듯?
-ㅋㅋㅋㅋㅋㅋㅋ 1대1 뜨던가
-와 저 새끼가 오페라 가면이였냐? ㅈㄴ 뻔뻔하네
-그래도 결국 그 오페라 가면 덕에 나인거 모르잖아. 한잔해~
-얼굴에 철면피를 진짜로 깔았냐? ㅋㅋㅋ
물론 굳이 어그로 끌러 간 것에 대한 비난은 아니었다.
어차피 끼리끼리.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길드다.
정확히는 좀 더 자유롭게 일반적으로 매너 행위라 불리는 것들에 제약당하기보다는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길드다.
그런 이들이 고작해야 이 정도로 뭐라 할 리가 없었다.
놀리기 바쁠 뿐.
다만.
-??? 나 방송 계속 보고 있는데 뭐 제보가 왔다는데?
-개소리야, 제보는 무슨 제보. 우리 셋 다 저 캐릭터 이번 이벤트 때, 그니까 한 달쯤 전에 만들어 300 찍고 이번이 제대로 플레이 했던 건데
-셋 다 확실함?
-뭔 제보지?
서준이 제보를 운운하자 상황이 약간 이상해졌다.
[자. 여기 영상 아래쪽 이 사람을 잘 봐주세요. 네. 검을 잡을 때와 휘두를 때 무의식적으로 새끼손가락을 살짝씩 떼죠? 아까 누구 생각나지 않나요?]-????
-저건 또 뭔 개소리여
-제보했다는 영상이 그냥 우리 길드전 영상인데? 뭐 다른 어떤 편집도 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잠만. 저거 토끼 맞지 않음?
-ㅇㅇ 맞음
[여기 이분도 보시면, 적하고 거리가 일정 거리가 좁혀졌을 때 잔발 밟아가는 거랑 검을 휘두르기 전에 왼쪽 어깨를 들썩이는 게 보이죠?]-어?
-ㅅㅂ????????
-어… 어케 찾았냐? 저것도 오페라 맞는데?
[여기 이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주변을 빠르게 훑는 눈동자의 움직임이랑…….]방송의 채팅창에는 눈동자의 움직임마저 다 본 거냐고 사람이 아니야 같은 채팅이 올라오며 제대로 된 비교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길드 괴물의 길드 대화창에선.
-ㅅㅂ 우리 들켰네?
-일단 아니라고 뻐기면 확신할 순 없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 민심 안 좋은데 그냥 욕하든 무시하는 건 어떰?ㅋㅋ
-오. 좋은 생각
점차 밝혀지는 정체에 다 같이 얼굴에 철면피를 깔았다.
다만 한 명만은 좀 더 사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게 길드 괴물의 길마 유저 괴물이었다.
‘시청자 숫자가 워낙 많아야지. 여론 재판을 하려는 건가?’
물론 걱정은 크게 안 됐다.
‘여론 재판하려고 하면 추천 주작 쳐서 논점 흐리고 난리 치면 그만이지.’
괜히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아니다.
진짜 솔직히 오늘 상대한테 한 것도 별거 없지 않은가.
‘그것도 모르나? 건방진 뉴비 새끼네. 뭘 하려고 제보까지 받고 저러는 걸까.’
시청자 숫자만 믿고 나대는 거라면 역으로 당할 것이다.
스트리머 인생에 논란 한 줄 추가하는 거야 작정하면 쉬운 일이다.
길마 괴물은 방송을 계속 모니터링했고 조금 지나서 상대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겠냐는 거죠? 간단해요. 한 대 맞았으니.]-너가 팼잖아 방장아 ㅋㅋㅋ
-사람이 아니야! 자기는 안 맞았으면서ㅋㅋㅋ
-방장은 신이야!
[저도 패야죠.]-자연스레 한 대 맞은 게 패는 걸로 치환됨ㅋㅋㅋㅋㅋㅋㅋㅋ
-복수는 원래 배로 하는 거지
-그래서 어케 패려고 ㅋㅋㅋㅋㅋ
‘일단 여론전을 펼치려는 건 아니었군. 그런데 복수라면 설마?’
[길드전 보니까 원하는 길드끼리 매칭도 가능하던데. 들어오세요. 검신단이 상대해 드리죠.]그 설마가 맞았다.
게임에서 실력으로 붙자는 거였다.
‘허.’
괴물은 길드 대화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신단 ㅇㅈㄹㅋㅋㅋㅋ 근데 괴물도 좀 그렇긴 해
-길마님! 여기 배신자가 있습니다!
-근데 우리가 왜 싸워줘야 함? 저렙 길드랑 싸우면 이겨도 큰 이득 없는데
-ㄹㅇㅋㅋ
-아니 스트리머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는데 ㅋㅋㅋ 너도 길드전에선 시발 일개 병사 1이에요
-ㄹㅇㅋㅋ
-ㄹㅇㅋㅋ
-가서 말 해라 ㅋㅋㅋㅋ 가면 쓰고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우리는 서버 최상위 랭커인데 쟤들은 그냥 뉴비들임
-걍 병먹금 ㄱㄱ
확실히.
‘쟤들 나쁜 애들이에요, 시청자 여러분 혼내주세요’ 같은 여론전을 하려는 게 아닌 이상 이제는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길드원들의 말처럼.
그러나.
[괴물 님들. 지금 보고 있는 거 압니다.]상대가 5만 명 앞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쫄?]길마 괴물은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 건방진 새끼.’